소설리스트

404화 (403/535)

404화

점심시간.

이서준, 유아라와 함께 협회 8층에 위치한 ‘사내 식당’에 왔다.

사내 식당은 마법사관학교의 학식 당처럼 뷔페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까다로운 직원, 간부들의 입맛을 고 려해 정상급 마법 쉐프가 고용되었 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나저나 이 시간에 사람이 없 네.”

식판을 내려놓은 이서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사람이 가득해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빈자리가 많이 있었다.

“십마회 수사로 다들 바쁘잖아.”

“……그렇기는 한데 생각보다 너무 없어서.”

그런 대화를 나누며 빈자리에 앉는 데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았다.

유아라라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돌 려보니 의외의 인물이었다.

바로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의

총 시험관이자 정보팀 소속 요원, 양지 태였다.

“김선우 학생? A등급 축하드립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갑작스레 건네는 인사에 나는 어색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지태는 이내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이서준 학생도 A둥급 축하드 립니다. 시험에서의 활약.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유아라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 시선을 마주한 유아라는 오전 나와의 일이 떠올랐는지 두 눈에 얕 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어, 음…… 유아라 학생은 B등급 이었나요?”

“……네.”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유아라 학생도 B…… 아니, 정식 프로 마법사가 된 걸 축하드립 니다.”

“……예. 감사합니다.”

양지태는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내 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선우 학생. 저번에 드린 제 제안은 생각해 보셨나요?”

“제안?”

이서준이 의문에 찬 눈으로 나와 양지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 말씀 안 드렸나요? 선우 학생 에게 정보팀 소속으로 활동하는 걸 제안했거든요. 특무팀보다 좋은 조 건도 준비했고요.”

전혀 몰랐다는 듯 이서준과 유아라 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간혹 특무팀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 진 요원들을 빼갔던 전적이 있던 그 들이었기에 협회 내부에서는 꽤 예

민한 문제였다.

“뭐야? 왜여태말 안 했어?”

이서준의 물음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안 갈 거니까.”

“......음?”

내 대답에 양지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참에 확실하게 대답하는 게 좋겠 지.

“죄송한데 정보팀에는 갈 생각이 없습니다.”

“으으음……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저희 정보팀이 특무팀보다 부족한 점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데.”

그 말에 나는 이서준과 유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유야 당연히 주요 등장인물 모두 가 특무팀에서 활동할 예정이기 때 문이다.

이들의 곁에 있어야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며 혹시 모를 변수에 대응할 수 있으니까.

양지태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친우분들 때문입니까?”

그러자 이서준이 말했다.

“뭐야. 우리는 신경 쓰지 마. 조금 섭섭하긴 하겠지만 어차피 같은 협 회 소속이고……

“뭐래. 그냥 특무팀에 남고 싶어서 그런 거야. 다른 이유 없어.”

……라고는 말했지만 나를 향한 눈 빛을 보아하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꽤 겪은 일이다 보니 이제는 그러 려니 하게 된다.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양지태는 단호한 나의 대답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그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시 니 어쩔 수 없네요. 일단 바쁘니 다 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양지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도로 볼 때 아직 포기하지는 않 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결정이 변할 일 은 없겠지만.

그때 양지태가 다시 한번 빙긋 미 소를 지었다.

“아. 그리고 저번에 드린 선물은

제 제안과는 상관없이 편하게 사용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양지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품 안에 있는 정보팀 임시 직원중을 조용히 만지작거렸다.

점심 식사 이후의 짧은 자유 시간.

[‘김선우’님 확인되었습니다.]

정보팀의 임시 직원중을 통해 24 층에 위치한 ‘기록 보관실’에 도착 했다.

꼭 한번 이용하고 싶었지만, 지금 까지 사용 자격이 없었던 ‘아카이 브’를 정보팀의 선물 덕에 합법적으 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네.”

사라져가는 입구의 결계. 나는 천 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기록 보관실은 원작의 묘사처럼 동 그란 원형의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벽에는 복잡한 마법 수식이 가득했 으며 그 중앙에는 아카이브의 본체 라 할 수 있는 거대한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기록 보관소 입장’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홈.”

예상대로 일반적인 공간이 아니다 보니 입장만으로 업적을 달성했다.

나는 메시지를 치우고는 중앙의 구 슬에 마력을 주입했다.

[‘아카이브’를 활성화합니다.]

[원하시는 문서의 이름을 말씀하십 시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정령 실체화 술식.”

정령 실체화 술식.

[성배] 제작에 필요한 재료인 ‘근 원의 씨앗’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내가 아카이브를 찾은 이유가 바로 이것 하나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 니다.

이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정령 실체화 술식’ 문서 등급은 ‘극비’입니다.]

[김선우 님의 협회 등급이 낮아 열 람이 불가합니다.]

“역시 안 되나.”

예상했던 결과였다.

아카이브에 접속했다고, 모든 정보 를 볼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니까.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천천히 벽에 그려진 술식을 살펴보았다.

아카이브 역시 술식에 의해 작동되 는 하나의 기계.

그리고 나에게는 술식을 자유자재 로 바꾸는 능력인 [외부자의 혜택] 이 있다.

“이른바 해킹이라는 거지.”

곧바로 술식에 마력을 주입했다. 이내 강한 빛이 뿜어지며 형태가 바 뀌기 시작했다.

[‘아카이브’에 비정상적인 접근이 감……]

우우웅一

[……‘아카이브’를 재활성화합니

다.]

[원하시는 문서의 이름을 말씀하십

시오.]

띠링!

[‘은밀한 해킹’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휴. 됐다.”

다행히 별다른 경고 없이 해킹에 성공했다. 업적을 달성한 건 덤.

짧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했다.

“정령 실체화 술식.”

[‘정령 실체화 술식’ 문서를 열람합니다.]

이내 구슬 위에서 거대한 빛이 뿜 어지더니 홀로그램처럼 복잡한 술식 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는 멍하니 그 술식을 바라보며 약간의 떨림을 느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혼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아름답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술식이 있을 수 있 지?

인간이 만든 술식이 맞기는 하는 걸까?

[‘고대 술식 발견’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고대의 술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술식 이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술식을 보다 빠르게 구현할 수 있 게 됩니다.]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뭐야?”

갑작스레 획득한 보상에 잠시 정신 이 멍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바로 정신을 차리며 술식의 형태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오케이.”

머릿속으로 완벽하게 외웠다.

보고 따라 해도 구현이 어려울 정 도로 복잡한 형태였지만 기억력 특 성이 있는 덕분에 한 번에 외울 수 있었다.

“술식은 이제 됐고.”

내 말을 인식한 듯 아카이브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카이브’ 활성화를 종료합니다.]

“아니, 아니. 기다려. 다시 활성 화.”

불이 꺼져가는 구슬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데 최대한 뽕을 뽑아야지.”

……그 뒤로 나는 미래에 생겨날 사건들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성배의 제작법, 정령의 약점, 그 외 고대 술식들…….

그리고 모든 질문을 마친 나는 외 부자의 혜택을 이용해 모든 술식을

원래대로 복구시켰다.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건진 건 분 명 있었다.

그렇게 떠나가려는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알람이 울렸다.

[왕의 계획이 잡혔다. 그리고 조심 해라.]

발신인은 하령이었다.

아마 예언의 아이로 추정하고 있는 나를 암살할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 워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무팀에서 작전에 제외되었음에도 크게 여의치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왕은 예언의 아이를 나라고 믿고 있고, 나를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 않을 테니까.

그에 맞춰 윤하영과 미리 대비하기 만 한다면…….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다시 알람이 울렸다.

윤하영에게 온 메시지였다.

[선우야! 프로 자격증 수여식 날 다 같이 기념 파티하기로 했는데 올 거지?]

나는 메시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얘도 참 태평하네.”

……이 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협회는 예고했던 대로 십마회의 토 벌을 위한 팀을 꾸렸으며 곧바로 현

장 투입.

그리고 정보 수집을 위해 S등급으 로 이루어진 7명의 정예 수사팀을 파견했다.

“팀장님. 마력의 흔적이 여기서 끊 겼습니다.”

“..그런가?”

마력 이상 현상으로 조금 이른 시 기에 새하얀 눈이 내리는 백두산의 어딘가.

정보 수사팀의 임시 팀장. 정현수 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특정 인물의 마력 흔적을 쫓는 [마력 혼적 추적기]를 통해 최

근 행방불명된 정보 요원의 행방을 찾는 중이었다.

그의 행방을 쫓는다면 십마회의 본 거지를 찾아낼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혼적이 끊겼다.

즉, 그가 이 자리에서 사망했을 가 능성이 높다는 증거였다.

“전투 혼적은 안 보이나?”

“네, 마력이 담긴 눈 때문에 흔적 이 모두 사라진 것 같습니다.”

“……쯧. 역시 그런가. 그나저나 설 마 백두산까지 왔을 줄이야.”

정현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 다.

백두산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 은 신비 현상이 많은 지역으로 유명 하다.

S등급의 괴수가 득실득실하며, 일 반인에게는 절대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금지(禁地)였다.

행방불명된 요원이 이곳까지 왔다 는 건 분명 십마회와 백두산과 깊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그들의 은신처가 백두산에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고.

“박 요원. 통신은 아직도 안 돼?”

“네, 마력 현상으로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정현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더 수사를 진행하느냐. 아 니면 협회로 돌아가 진행 상황을 보 고한 뒤 안전한 수사를 하느냐…….

“조금만 더 조사해볼까……

괴수가 득실거리는 금지인 백두산 이지만, 이들 역시 개인이 S등급에 도달한 최정상의 요원들이었다.

재앙급 마수를 마주치는 게 아니고 서야 크게 위험한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백두산까지 왔는데 제대 로 된 소득조차 얻지 못하고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대로 전진하자.”

“넵!”

정현수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그락, 사그락…….

새하얀 눈을 밟으며.

바로 그때.

정현수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섬뜩 한 기운을 느끼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기운을 느낀 건, 비단 정현수뿐

만이 아니었다.

이곳 모두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이내 닭살이 돋고 가슴 깊 은 곳에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이 몰려왔다.

“……티, 팀장님?”

“모두 전투 준비해!”

그 외침과 동시에 모두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이내 어디선가 검은 마기가 크게 뿜어지더니 주변을 감쌌다.

그 순간.

요원 한 명의 눈이 뒤집히더니 그 대로 피를 뿜기 시작했다.

이들의 기감을 피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마기에 의해 사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피의 분수는 눈앞에 생 겨난 어둠 속에 흡수되었고, 요원은 그대로 미라가 되었다.

“으…… 으아악!”

S등급의 마법사 하나가 허무하게 사망하자 다른 요원들의 눈에 깊은 두려움이 담겼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감지한 요원 하 나가 도망치기 위해 빠르게 뒤로 달

렸다.

그러나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가시에 의해 그는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피가 다시금 어둠 속으로 흡수되었다.

동시에 어둠 너머에서 느껴지는 마 기의 기운이 한층 강해졌다.

그 ‘무언가’는 s등급 마법사의 피 를 먹으며 한충 더 강해진 것이다.

저 능력의 정체는 ‘홉혈’.......

피를 먹으며 살아가는 마인이 가진 고유 특성이었다.

“이, 이게 무슨……

정현수가 어둠 너머를 노려보자 검 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하나의 형 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정현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작게 중 얼거렸다.

“……마인의 왕.”

왕이 강할 것은 협회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녀석의 강함은 자신의 예상을 한충 뛰어넘 어 있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왕의 강함 을 협회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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