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3화 (402/535)

403화

특무팀의 오전 회의는 김덕현의 주 도하에 계속 진행되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배일에 숨겨져 있던 마인 집단 ‘십 마회’는 현재 괴멸 직전의 상태이 며, 그들의 주인인 ‘왕’。] 새로운 변 화를 위해 직접 움직이려 하고 있 다.

또한 그들의 배후에는 막강한 권력 을 가진 거대 세력이 숨겨져 있으

며, 그 정체는 아마 기업의 형태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뒤로 ‘왕’. 그리고 십마회의 은 신처를 추적할 방법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마인 게이트 사건을 통해 얻어낸 흔적과 십마회를 쫓다가 행방불명된 한 요원이 남긴 작은 단서…….

설명이 이어질수록 요원들의 얼굴 에는 놀라움과 경악의 빛이 번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설명은 여기까지다. 행방불명된 요원이 있는 만큼 우리 쪽의 정보도 녀석들에게 새어 나가고 있을 가능

성이 있다. 그러니 모두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하도록.”

김덕현의 설명이 끝나자 요원들 사 이에서 잠시 침묵이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요원들은 생각의 정리를 마친 듯 한마디씩 내뱉 었다.

“마인 게이트 사건은 빙산의 일각 이었네.”

“그러게…… 근데 마인 뒤에 숨은 세력은 대체 누구지?”

“한성가라는 소문이 돌던데.”

“에이. 설마……

그때 한 요원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팀장님.”

“말해라.”

“이번 작전 팀은 어떻게 꾸릴 겁니 까? 최근 자운이니 재앙급 마수니 인력이 많이 부족한데 말입니다.”

김덕현은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말 했다.

“이번 작전은 이곳 모두가 투입될 예정이다. 물론 모두가 전투조에 포 함되는 건 아니고 정보 수집, 보안 등 다양한 역할에 투입될 것이다.”

“……으음. 역시.”

상황은 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 다.

상대는 ‘십마회’ 하나가 아니다.

그들의 뒤에는 협회 다음으로 가장 거대한 세력이라고 알려진 ‘한성가’ 가 있다.

아무리 협회의 힘이 막강하다 할지 라도 십마회와 한성가를 동시에 상 대하는 건 힘든 일이라는 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한세진 이 아직 한성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거겠지.

그때 김덕현이 말했다.

“아, 그리고 수습, 인턴은 이번 작 전에서 잠시 제외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와 이서준, 유아라를 향했다.

“잠깐만요. 팀장님. 오늘 자격증 시 험 발표도 할 텐데 쟤들도 이제 프 로 아닙니까? 수습이라는 이유로 썩 히기엔 실력이 너무 아까운데요.”

“맞아요. 전투에 투입하지는 않아 도 다른 역할 정도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잖아요.”

요원들이 말이 이어지자 김덕현이 느을 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최근 십마회를 쫓던 정보팀 요원 한 명이 행방불명 되었다.”

김덕현의 말에 잠시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요원은 S등급 의 상당한 강자였지. 그만큼 이번 일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래도 현장 투입만 하지 않 으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김덕현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정보 역시 녀석들에게 흘

러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안을 위해 최정예로 팀을 꾸리라 는 상부의 명이다.”

그렇게 말하던 김덕현의 시선이 나 를 향했다. 그러곤 들리지 않을 만 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 겠지만.”

예상보다 길어졌던 특무팀의 회의 가 모두 끝났다.

요원들은 각자 배정받은 임무를 수 행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으며 팀 에서 제외된 나와 이서준, 유아라는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유아라는 의자에 앉아 짧게 숨을 내쉬더니 책상 위에 엎드렸다.

“……아쉽네. 이번 작전에 꼭 끼고 싶었는데.”

“뭐 어때. 프로 자격증만 습득하면 다시 투입될 수도 있다잖아.”

이서준이 위로하듯 말하자 유아라 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경험을 쌓 고 싶단 말이야.”

언제나 열정이 넘치는 유아라의 말 에 이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맞다. 그나저나 프로 자격증 발표 까지 얼마나 남았지?”

“5분 뒤.”

내 대답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 에 벽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

10시 55분.

시험의 합격은 100%이니 5분 뒤 우리는 정식 프로 마법사가 된다.

“……이제 우리도 프로구나.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유아라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작게

중얼거리더니 획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의외네.”

“뭐가?”

“작전에 배제된 거 말이야. 네가 가장 아쉬워할 줄 알았거든.”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내가? 왜?”

“은근 특무에 열정적이기도 했고…… 또 이런 큰 사건에 관심 많 잖아.”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한 말이다.

눈빛도 묘하고.

“……뭐,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

이번 십마회 토벌 사건은 고작 수 습 신분인 우리가 투입되기에는 임 무의 난도가 높다.

그리고 프로 시험의 합격 결과만 나왔을 뿐이지 자격증 수여식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기도 했고.

애초에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왕의 토벌은 특무팀의 작전 중에 벌어지 지 않는다.

“......그래?”

유아라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띠링.

그렇게 잡다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알람이 울렸다.

본능적으로 프로 자격증 시험의 결 과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잠시 서로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동시에 수첩을 확인했다.

[프로 마법사 자격증 합격자 결과 가 발표.]

합격은 100%지만 내 목표는 합격

이 아닌 A등급에 달성하는 것…….

과연 A등급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고민 없이 바로 명단을 확인 했다.

내 이름을 찾는 데에 그리 긴 시 간이 걸리지 않았다.

[1. 김선우 : 등급 A]

“……휴.”

눈을 감고 다시 보아도 분명한 A 등급.

이전 삶에서도 달성해본 적 없는 A등급이라는 문구가 내 이름 옆에 적혀 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말 로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이 내 안 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동시에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A등급 마법사의 자격을 습득했습니다.]

[‘A등급 마법사 자격증 획득’ 업적 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력의 이해가 소폭 상승합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미래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3 상승합니다.]

보상도 짭짤하네. 마력 제어술과 인과율까지 상승할 줄은 생각 못 했 는데.

고생해서 A등급을 달성한 보람이

있다.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가 떠올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선배님 A등급 축하드려요!!! (짝 짝짝짝 박수 이모티콘)]

[선우야 A등급 축하해!]

[이야〜 김선우 A?? 天天츠]

[김선우 학생 A등급 축하드립니다! 저 기억하시죠? 저번에 길드 가입 제의로 연락드렸던……]

“......뭐야.”

최서윤과 윤하영…… 그 외 신영준 과 각종 길드 스카우트들에게서 메 시지가 왔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 도 최서윤 얘는 지금 수업 시간 아 닌가?

[뉴스에서 봤는데 첫 등급으로 A 를 받은 게 22년 만이래요.]

[왠지 모르게 저도 불타오르는 느 낌……!]

[저도 선배님한테 뒤처지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불꽃 이모티콘)]

[!!!!!!!!!!!!!]

“……엄청 요란하네.”

어째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수업 중이라 분명 눈치 보면서 보 낸 걸 텐데 타자 속도도 엄청 빠르 네.

간단한 감사의 답장을 보내려는 찰 나, 눈앞에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 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을 천재라고 부르며 칭송합니다.]

[‘만들어진 천재’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와. 뭐야?

포인트를 다시 획득했다. 이번에도 1만 포인트다.

흐흐. 그래, 이거지.

“김선우. 결국 원하던 목표를 이뤘 네. 축하해.”

옆에서 이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런 그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도 A등급 축하해.”

이서준은 나와 같이 A등급에 달성 했다.

한해에 최초등급 A가 둘이나 탄생 한 것이다. 아마 언론에서는 이 일 을 대서특필하겠지.

‘대한민국 두 천재의 탄생’이라면 서 말이다.

그렇게 훈훈한 인사를 나누던 그때 유아라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유아라의 시선은 이서준과 달리 씁 쓸함이 담겨 있었다.

아마 혼자 B둥급을 받은 것에 아 쉬움을 느끼는 모양이다.

근데 B등급도 못 한 게 아닌데.

“……A등급 축하해.”

“……어어. 그래. 너도 B등급 축하 해.”

왠지 위로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 한 마디를 더했다.

“야야. B등급도 잘한 거야. 시험으 로 치면 2등이잖아.”

그 말에 유아라의 두 눈이 가늘어

졌다.

너 또 나 놀리는 거지?”

스산한 마기가 흐르는 어두운 공 간.

오랜 시간 마인에게만 허락되었던 십마회의 은신처에 처음으로 인간이 찾아왔다.

십마회의 주민들은 그를 경계의 눈 으로 바라보았지만 공격하지 않았 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정식으로 ‘왕’의 초대를 받은 인간, 한세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은신처를 두고 있 던 건가.”

한세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건물과 마인. 그리고 외부 에 홀러나가는 마기를 차단하는 각 종 술식 장치가 보였다.

그가 본 십마회 내부의 풍경은 마 치 하나의 지하 궁전.. 아니, 도

시를 보는 둣했다.

전설로 전해지는 복마전(伏魔殿)이

존재한다면 이런 형태이지 않을까?

바로 그때 한 마인이 그에게 다가 갔다.

“따라와라. 왕께서 기다리고 계신 다.”

한세진은 마인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수많은 문 양이 그려진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쿠우웅…….

문이 열리고, 한세진은 안으로 천 천히 들어갔다.

“—왔는가?”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름 끼치 는 목소리.

웬만한 고등급의 마법사도 공포에 질릴 만큼의 위압감이 담긴 목소리 였지만 한세진의 얼굴에는 한 줌의 변화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 향으로 걸어가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 이군요. 그게 당신의 본 모습입니 까‘?”

한세진은 어둠 너머에 가려진 무언

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바닥에는 잔인하게 피를 뿜으며 쓰 러진 하나의 시체가 있었고 그 위에서 검게 물든 두 눈을 번쩍이며 인 간의 피를 흡수하는 왕의 모습이 보 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시체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마법사 협회 정보팀 2급 요원 신 성우]

왕은 흡혈을 중단하고는 한세진에

게 시선을 돌렸다.

“……대단하군. 마력을 익히지 않 았음에도 이 몸을 보고 일말의 긴장 조차 하지 않다니.”

“제가 워낙 강심장이라서 말이죠. 저희 집안사람들 모두가 가진 특징 이라고 할까요?”

한세진은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말 을 이었다.

“……아무튼, 이쪽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가문의 보물인 신비들 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고요.”

“그런가…… 예언의 때가 다가오고 있군.”

왕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세진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 보고는 물었다.

“그래서 당신의 계획은 뭡니까? 협 회의 감시망이 계속 좁혀지고 있고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힘든데 말 이죠. 애초에 숭산이 있기는 한 겁 니까?”

한세진의 물음에 왕이 가볍게 팔을 움직였다.

동시에 짙은 마기가 허공에서 크게 휘몰아쳤다.

“이날을 위해 나는 수많은 인간의 마력 정수를 모아두었다. 정수를 흡

수하면 일시적으로 힘을 각성할 수 있지…… 그렇게 된다면 예언의 아 이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나를 해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단순한 계획이었다.

단순히 생명을 흡수해 강해지겠다 니.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긴 자신감 을 보았을 때 ‘각성’이라 부를 만한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듯했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점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예언의 아이? 그게 뭐

죠?”

수많은 정보력을 갖고 있던 한세진 조차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왕은 대답했다.

“예언의 아이는 멸마의 힘을 타고 난 마인의 천적…… 전대 왕의 예언 에 따르면 그 아이는 나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 했다. 그리고 나는 예언대로 그 존재를 발견했지.”

순간 한세진의 두 눈이 잠시 떨렸다.

예언의 아이라니. 정말로 그런 존 재가 있었다고?

그 말이 사실이면 단순히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그 존재 하나로 자신의 계획이 모 두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이 사실이면 예언의 아 이를 먼저 제거하는 게 우선이겠네 요. 그래서, 예언의 아이라는 녀석은 누굽니까?”

한세진의 물음에 왕이 대답했다.

“김 선우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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