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1화 (400/535)

1:1이라면 패배할 수 있을지도 모 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김 선우의 강함은 자신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어 있었다.

“에휴…… 김선우랑 엮이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했건만. 내 이럴 줄 알 았다. 그래서. 붙어보니까 어떻든? 얼마나 강한 거 같아?”

“흐음. 글쎄. 녀석의 강함이라.”

유성진은 말끝을 흐리더니 이어서 말했다.

“S둥급의 벽 직전까지 온 상태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나도 잘은 모르 겠어. 워낙 전투 방식이 특이해서.”

“……S등급의 벽 직전까지?”

진은 그 말에 잠시 의문을 느꼈다.

s등급의 벽 직전까지라면 A등급 끝에 다다랐다는 건데…….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김선우’ 의 실력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녀석은 분명 S둥급을 넘어서는 압

도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흐음. 아무래도 실력을 숨기기 위 해 유성진 상대로 힘을 조절한 모양 이다.

“쯧. 너는 더 배워야겠다. 아는 게 하나도 없네.”

그 말에 유성진이 눈을 찌푸렸다.

“나랑 붙어서 무시하나 본데 그 녀 석 진짜로 강해.”

“아니, 내 말은 그 의미가 아니야. 오히려 반대지.”

“......응?”

진의 말에 유성진이 고개를 갸웃했

“김선우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그러니까 너랑 붙었을 때는 봐준 거라고.”

“……봐준 거라고?”

믿기 힘든 말이었다. 나를 상대로 봐주었다니?

김선우의 나이는 19살.

지금도 나이에 맞지 않는 압도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는데 힘을 숨기고 있다고?

유성진은 어이없음을 느끼다가 고 개를 돌렸다.

—선배님! 시험 잘 봤어요?

—김선우. 네 덕에 탈출 빨리했다. 네 덕에 B등급은 확정인 거 같은데.

—헤헤. 선우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뭐든지 사줄게!

김선우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무 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멤버 하나하나가 얼굴이 알려진 유명 유망주들이었다.

그때 시선을 느낀 듯 김선우가 유 성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한 눈 빛. 그 시선을 마주하자 왠지 모를 오싹함이 느껴졌다.

김선우는 이내 다시 자신의 친구들 에게 시선을 돌렸다.

—됐고. 피곤한데 빨리 학교로 돌 아가자.

—에이, 선우야. 밥은 먹고 들어가 야지.

—그래요. 저도 아직 점심 안 먹었 어요.

_흠…… 그럴까?

그 말을 끝으로 김선우는 일행들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 뒤에서 있던 진이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거 방금 나 쳐다보고 있던 거 같은데.”

자격증 시험 이후.

주요 등장인물들과 간단한 식사 이 후 기숙사로 돌아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왔음에도 몸 에 아무런 힘이 없었다.

큰 산 하나를 넘었다는 안도감 때 문일까?

하지만 아직 내 앞에는 아직 많은 산이 남아 있다.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남 은 산을 모두 넘기까지 내 몸이 버 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웅애!”

그렇게 거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레

텔이 밝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나 는 그레텔은 안으며 소파에 앉았다.

바닥에는 각종 영약을 갈아 넣은 소시지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나 없는 동안에도 잘 먹고 잘 지 냈나 보네.

“그레텔, 심심하진 않았어?”

내 물음에 그레텔은 소시지를 물으 며 고개를 저었다.

심심했다는 대답이었다. 그 모습에 괜한 미안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레텔, 우리 주말에 등산이나 한 번 할까?”

“응애!”

내 말에 그레텔이 신난 듯 활짝 뛰었다.

이후 그레텔을 내려놓고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푹신한 감촉이 내 몸을 감싸는 것 을 느끼다가 외부자의 혜택의 스마 트 동기화 기능을 사용했다.

“흐음.”

못 본 사이에 여러 알람이 쌓였다.

각종 메시지부터 시작해서 뉴스 알

람 둥....

나는 먼저 밀린 메시지를 확인했

[안녕하세요. 김선우 학생. 혁신가 길드 대표 박가……

이런 스카웃 메시지는 무시하고. 나는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마법사 협회입니다. 다름 아니라 금일 김선우 학생의 탐 사 일지를 보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음?”

마법사 협회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마 시험 종목 중 하나인 ‘탐사’ 에서 협회가 밝혀내지 못한 인공 신 비의 소환 좌표를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선우 학생의 추리를 따라 저희 는 좌표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인공 신비를 찾아냈습니다.]

“빠르네.”

인공 신비는 실제 ‘브하마 황금 제 국’이 있는 섬과 약간 거리가 떨어 진 무인도에 소환되어 있다.

이 인공 신비는 원하는 과거 시점 의 장면을 보게 해주는 신비로, 추 후 협회 소속이 된 이서준이 진천우 를 쫓는 데에 사용된다.

물론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신비 는 아니다.

재사용을 위해서는 오랜 충전 시간 이 필요하니까.

[덕분에 협회 연구팀이 큰 발전을 해냈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드릴까 하는데 주소는 현재 묵고 계 신 기숙사로 보내면 될까요?]

나는 톡톡 답장을 입력했다.

[네. 기숙사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물이라는 말에 크게 기대하지 않 았다.

어차피 영약 세트인 거 다 아니까.

그보다 지금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프로 마법사 A둥급인데.

이것을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그만 두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시험 내용이 워낙 좋았으니 단번에 A등급에 오 를 수 있을 거 같거든.

그 뒤로 나는 다음 메시지들을 확 인했다.

[왕이 움직였다.]

하령에게 온 메시지였다.

짧은 한 문장. 하지만 그 안에 담 긴 내용은 강렬했다.

인간들 틈에 숨어 기회를 엿보던 마인의 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말이 가진 의미는 단순하지 않 았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인 왕이 움직였다는 건 곧 엄청 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중거였 으니까.

“……긴장되네.”

내 생각에는 졸업 전에 넘어야 할 산 중 가장 높은 산이 아닐까 싶다.

왕의 죽음과 관련해서 그의 협력 관계인 한세진의 운명도 정해지기 때문이다.

왕을 죽이기 위해서는 녀석이 가진 무한한 초재생능력을 억제할 방법이 필요하다.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윤하영이 가진 [멸마]이다.

물론 나에게도 [멸마]가 있기는 하 지만 등급이 낮아 녀석에게 통할지 는 잘 모르겠다.

“협회가 빠르게 대웅해야 할 텐 데.”

협회의 움직임이 내 예상보다 살짝 둔하다.

워낙 여러 사건이 동시에 터지다

보니 정신없어서 그런 걸까?

“……으. 추워.”

그때 갑작스러운 싸늘함이 내 온몸 을 스치고 지나갔다.

창문이 열렸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 니 제대로 닫혀 있다.

냉기 저항이 있어 추위를 쉽게 느 끼지는 않는데 뭐지.

“흐으음. 겨울인가.”

3학년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던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이 끝나자 마법사관학교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마치 원래 살던 세계에서 수능을 마친 3학년처럼, 이들 역시 모든 고 생이 끝났다는 것에 해방감을 느끼 는 걸 거다.

그렇게 모든 수업이 끝난 방과 후.

“으음~ 최근에 고생했으니 당분간 쉬어야겠당.”

하교 준비를 마친 윤하영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지난 몇 주간 열심히 했으니 자신

에게 휴가라는 포상을 주겠다는 것 이었다.

곧 기말시험이 다가오고 있지만 다른 학생들도 윤하영과 별반 다르지 는 않았다.

3학년 2학기의 기말시험은 최상위 권 학생이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얘가 최근 열심히 하는가 싶더니 벌써 쉴 생각을 하네.”

내 말에 윤하영이 슬그머니 나를 바라보더니 장난스레 웃으며 내 옆 구리를 콕콕 찔렀다.

“조오오금만 쉰다는 거지. 딱! 이

번 주만 쉴 거야. 아라랑 서준이도 휴식도 중요하다면서 이번 주는 쉰 다고 했는걸? 그치 아라야?”

윤하영은 어느새 우리에게 다가온 유아라에게 말했다.

유아라는 힐끔 나를 보더니 말했다.

“……휴식도 중요하기는 하지. 그 런데 김선우. 너는 안 쉬게?”

유아라가 내게 물었다. 나는 자리 에 앉아 물끄러미 그녀를 올려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안 쉬고 계속 훈련할 생각인 데?”

“……그럼 나도 안 쉴래.”

유아라가 마음이 변한 듯 말하자 윤하영이 눈을 찌푸렸다.

“아. 왜애. 휴식도 중요하다며.”

보아하니 윤하영에게는 휴식할 핑 계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 핑계는 바로 최상위 성적을 가진 이서준과 유아라의 휴식이었고.

“김선우도 안 쉬는데 내가 쉴 수는 없지.”

“아니이. 그 기준이 왜 선우인 건 데. 쉬고 싶으면 쉬는 거지.”

윤하영 본인도 유아라를 따라 하는

거면서 유아라가 쉬지 않겠다고 하 자 그녀를 탓하고 있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 다가 유아라에게 말했다.

“됐어. 너는 좀 쉬어. 휴식도 중요 한 건 맞으니까.”

휴식도 중요하기는 하다.

거기다 유아라는 거의 평생을 휴식 없이 달려오기만 했고. 얘는 좀 쉬 어야 해.

“그럼 너는 왜 안 쉬는데?”

“나야…… 쉽게 안 지치니까.”

온갖 체력 회복 특성으로 무장되어

있어 하루만 지나면 컨디션이 회복 된다.

내 루틴을 억지로 따라올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런 게 어딨어. 나도 훈련할래.”

하지만 그걸 모르는 유아라는 휴식 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얘가 쉬고 싶으면 쉬는 거지. 왜 자꾸 나를 따라 하려고 하는 건지.

“아라야. 선우가 휴식도 중요하다 잖아. 같이 쉬자. 웅?”

“유아라는 쉬어도 되는데 너는 안 돼.”

윤하영에게 내가 말하자 그녀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나? 나는 왜?”

“너는 당분간 나랑 특훈 좀 하자.”

“……으으응?”

왕이 움직였다.

그리고 왕은 불사에 가까운 생명력 을 지닌 괴물이다.

그가 가진 초재생능력은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김진철’이라 해도 녀석의 생명력을 끊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윤하영이 가진 [멸마]라면 다르다.

멸마는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왕을 죽일 유일한 열쇠이다.

곧 다가올 사건을 위해, 그녀가 가 진 무기를 조금이라도 더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때. 그 사실을 모르는 유아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부터 느꼈는데 너 은근 하 영이만 챙겨준다? 나도 특훈 받을 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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