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화
[지금부터 시험의 모든 룰을 공지 합니다.]
[경쟁전이 시작되면 모든 웅시자분 에게 한 명의 팀원이 지정됩니다.]
[팀원 간 연락이 가능해지며, 서로 의 위치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팀원 간의 전투는 불가능합니다. 적발 시 큰 페널티를 얻습니다.]
[지정한 팀원 외에도 팀을 이루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그로 인한 배
신과 같은 문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경쟁전을 통해 자유로운 전투가 허용됩니다.]
[또한 상대의 탐사 노트를 사용할 권리를 얻습니다.]
[전투 중 사망 시 신전의 1층, 소 생과 결계의 방에서 되살아납니다. 해당 결계는 3시간 뒤 해제됩니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험은 자정 혹 은 동굴 탈출 시 종료됩니다.]
[최종 점수는 각 시험의 점수 합 계. 그리고 시험관의 개인 심사를
통해 정해집니다.]
지하 금탑 4층.
유성진은 탐사 노트에 떠오른 공지 를 읽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시험이 3일 차에 접어들고 기다리 고 기다렸던 ‘경쟁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경쟁전의 상세 룰이 공개되 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왠지 모르 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경쟁을 통해 단서를 빼앗고, 동굴에서 탈줄하라는 건가?”
아무래도 탐사 시험과 동굴 탐험.
그리고 경쟁전. 이렇게 3개의 시험 이 합쳐진 것 같은데.
자신이 알던 기존의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과는 룰의 변화가 생겨 서 당황스러웠다.
“흐으음. 넌 어쩔 거야?”
유성진은 경쟁전이 시작되고 나서 찾은 자신의 팀원인 유아라에게 물 었다.
유아라는 그를 힐끔 바라보더니 퉁 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쩌긴 이제부터 단서를 모아야 지.”
그 대답에 유성진은 쯧. 혀를 찼
무슨 미움을 받았는지 그녀는 자신 에게 전혀 협력하지 않았다.
이상형이라 잘 지내보려 했는데 단 단히 미움을 받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기초 급수 시험에서 이서준한테 시비 걸었던 일 때문에 저러 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지 친구한테 시비 건 거 가지고 저렇게까지 굴 필요가 있나?
……아니면 혹시.
“너 이서준이랑 사귀냐?”
“뭐?”
유아라가 눈을 찌푸리며 반웅했다.
저 정도면 기겁하는 반응.
아니,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반웅이다.
“홈. 아닌가 보네.”
“질문 의도가 뭐야? 갑자기 왜 그 런 걸 물어보는 건데?”
유아라가 쏘아내듯 물었다.
“아니, 둘이 잘 어울리길래 혹시나 해서 물었지.”
“미안한데 걔랑 나랑 사귈 일은 절 대로 없어.”
절대로라니. 단호한데.
“……눈이 높구만.”
그래도 그렇지 이서준 정도면 상당 히 괜찮은 녀석 아닌가?
성격 좋지, 능력 좋지. 얼굴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여자였으면 진짜 이서준부터 꼬셨다.
“흐음.”
유성진은 자신을 향해 불쾌한 표정 을 짓는 유아라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괜히 쓰잘데기 없는 질문을 해서
더 미움을 받은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생각해보니 그 자리에 김선우도 있 었는데.
“그럼 너 설마 김선우랑 사귀냐?”
“……너. 경고하는데 진짜로 그만 해.”
유아라의 말에 유성진이 고개를 갸 웃했다.
“뭐냐? 거부 반응이 조금 줄었는 데?”
“줄긴 뭐가 줄어. 부탁이니까 그런
이상한 질문 좀 하지 마.”
유성진은 턱을 매만지며 신기한 눈 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김선우한테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서준보다 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마법 능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이서준이 훨씬 나아 보이는데.
얼굴이며 성격이며 키, 몸 전부 다.
아니면 취향이 특이한 건가?
“……그래. 뭐. 알았어.”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는 거니
까. 존중해 줘야지.
유성진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도 없는데 단서나 모으러 이 동하자.”
“어디로 갈 생각인데?”
“ 그건......
그때 그의 머릿속에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김선우와 이서준의 팀이 생각났다.
김선우라면 아마 엄청난 포인트를 모았을 텐데.
김선우를 노려봐야 하나.
전에 잠깐 겨뤘을 땐 살짝 밀리기 는 했지만, 당시 나는 모든 힘을 사 용하지 않았다.
다시 붙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 다. 아마도…….
문득 궁금함이 생긴 유성진은 김선 우의 점수를 확인하기 위해 탐사 노 트를 확인했다.
[유성진 : 탐사점수 52점]
[김선우 : 탐사점수 82점]
“웅?”
순간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82점?”
유성진의 두 눈이 떨렸다.
저게 가능한 점수야?
경쟁전이 시작되고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이서준을 포함한다른 일행들 과 떨어져 각자 활동하기로 했다.
함께한다면 전투에서 안전할 수 있 겠지만, 그만큼 기척이 강해져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쉽게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는 것을 약속한 뒤 나는 내게 필요한 단서를 얻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기, 김선우?”
어째서인지 나를 마주하게 된 사람 들은 모두 내게 적의를 보이지 않고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는 어딘가 공포에 질린 얼굴
로 이렇게 말했다.
“탐사 노트 필요한 거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니까 제발 죽이지만 말 아줘……!”
«..r흐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나는 경쟁전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의 전투를 치르지 않은 채 꽤 많은 점 수를 획득했다.
……그리고 나의 탐사점수는 어느 덧 100점을 넘어갔다.
[100점을 모았습니다. 100점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원하는 상대의 위치를 찾을 수 있 습니다.]
드디어 얻었네.
원하는 상대의 위치 찾기.
내 계획대로라면 사용할 상대는 이 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자운의 빌런이자, 꽤 많은 정 보를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성진’이었다.
나는 곧바로 보상을 사용했다.
[원하는 상대를 선택해 주십시오.]
시험 웅시자 명단에서 나는 유성진 을 찾아 선택했다.
[실시간 위치를 확인합니다.]
동시에 나침반과 같은 화살표 그림 이 떠올랐다.
유성진이 가진 탐사 노트를 추적하 는 시스템이었다.
이 화살표대로 이동한다면 언젠간 유성진을 만날 수 있겠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어디선가 강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익숙한 두 얼굴이 모습 을 드러냈다.
“김 선우?”
“......뭐야.”
눈앞의 상대는 다름 아닌 유아라와 유성진이 었다.
이 둘은 이번 경쟁전의 팀이기에 함께 있는 것이 놀랍진 않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줄 은 생각도 못 했는데.
유성진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 다가 피식 웃었다.
“흐흐…… 너 잘 만났다. 1:1로 붙 어보길 원했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 큼 2:1도 나쁘지 않겠지.”
유성진은 뿌득 뿌드득. 손을 풀었다.
그 옆의 유아라는 생각에 잠긴 눈 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무래도 이 녀석들과 2:1로 붙어 야 할 것 같은데.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된 상태긴 하 지만 워낙 실력이 좋은 녀석들이라 그런지 긴장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 미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유아라가 한숨을 푹 내쉬며 뒤로 물 러섰다.
“……나는 여기서 빠질게.”
“웅? 너 지금 무슨 소리야?”
유성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 었다.
“나는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으니 까 너네 알아서 하라고.”
“아니, 왜 빠지는데. 2:1로 김선우 를 잡을 기회잖아.”
유성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 을 보였다.
“김선우랑은 나중에 동등한 조건에
서 이길 거야. 비겁하게 2:1 말고.” 그녀의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유성진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꽉 막힌 대답이겠지만 나에게는 유
아라다운 대답으로 들렸기 때문이 다.
유성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 니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럴 줄 알았다. 유아라
저거 김선우 좋아하는 거 맞네.”
“......응?”
뜬금없는 말에 잠시 당황했다.
방금 뭐라고?
그리고 유아라는 도끼눈이 되어 유 성진을 노려보았다.
“아 진짜. 너 적당히 하라고 했지? 내가 누굴 좋아한다는 건데?”
나는 멍하니 그 둘의 대화를 지켜 보았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 뭔가 대화를 나눴던 모양인데.
그나저나 이건 조금 충격이네.
유아라가 나를 좋아했었다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나는 유아라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유아라. 너 나 좋아하냐……?”
“안 좋아하거든?!”
엄청난 속도의 칼 대답.
진심이 담긴 짧은 외침이었다. 그 녀의 반웅을 보아하니 유성진이 멋 대로 착각한 모양이다.
“……뭐, 그러면 다행이고.”
“……잠깐, 다행? 다행이라니. 너 그거 무슨 의미야?”
유아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얼굴에는 깊은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말한다행이 라는 의미는 단순했다.
앞으로의 전개에 꼭 필요한 인물로 서 쭉 오래 친구로 남고 싶다는 의 미였다.
괜히 이런 일로 어색해질 여지를 주고 싶지 않으니까.
“오래 친구로 남고 싶다는 의미지.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말인데…… 나 좋아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3참’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3참. 윤하영에 이어서 세 번째다.
이것으로 내게 차임 업적을 안겨 주었던 윤하영과 유아라 둘에게 역 으로 참 업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하. 하하……
그리고 내 말에 유아라는 실성한 듯 작게 웃음을 흘렸다.
자존심이 상하기라도 한 둣 황당함 이 담긴 허탈한 웃음이었다.
이내 그녀가 말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웅‘?”
“2:1로 이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 네.”
이내 유아라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화염 구체가 구현되었다.
시험의 속도는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수많은 단서 강탈이 일어나며, 대 량의 단서가 공유되기 시작했고.
그 덕에 동굴의 탈출구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등으로 탈출한 건 모두의 기대를 받는 유망주, 이서준이었다.
김선우에게 공유받은 단서. 그리고 새롭게 얻은 단서들을 토대로 탈출 구를 찾아내었고 또한 이렇다 할 강 자를 만나지 않아 편하게 1둥에 오 를 수 있었다.
2등과 3둥, 4등은 신영준과 이현주. 그리고 윤하영이었다.
이들 역시 김선우에게 얻은 정보가
있었기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탈출 에 성공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나고.
“총 시험관님! 결과 나왔습니다!”
시험장의 화면이 보이는 시험관의 방에서 젊은 시험관 하나가 서류를 들며 다가왔다.
총감독관 양지태는 서류를 받았다.
서류에는 동굴의 탈출 순위. 그리 고 이 가상 세계의 배경인 ‘브하마 제국’에 대한 각 응시자들의 탐사 결과가 담겨 있었다.
양지태는 서류를 넘기며 내용을 살 폈다.
[탈줄 순위 : 김선우 5등]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김선우는 탈줄 순위를 5등으로 마무리를 했다.
순위만 보았을 때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가 보여줬던 활약을 생각하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우선 그가 5등으로 마무리한 가장 큰 이유는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 는 유성진과 유아라를 동시에 상대 했기 때문이었다.
모니터로 본 그들의 전투는 다시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최근 이서준과 동둥하거나 넘어섰 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설마 두 사람을 상대로 밀리지 않을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투에서 유성진은 사망하 여 3시간 동안 신전에 묶이는 굴욕 을 맞게 되었다.
그가 갖고 있었던 정보 역시 김선 우의 손에 들어가 여기저기에 공유 당해버렸고.
참고로 유아라와의 대결은 흐지부 지하게 끝나버렸다.
애초에 진심이 아니었던 둣 유아라 의 공격은 빈약했고, 유성진이 죽음 과 동시에 전투가 멈추었기 때문이 다.
전투가 끝난 뒤 김선우는 얻은 단 서를 보며 문제를 푸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탈출’보다는 ‘탐사’와 ‘해석’에 중 점을 두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럼 어디 얼마나 대단한 해 석에 성공했는지 확인해볼까.”
양지태는 서류를 펼쳐 김선우가 작 성한 ‘탐사 결과’를 확인했다.
[이 지역의 배경은 지하에 제국을 건설했다고 알려진 고대 문명, 브하 마 황금 제국이다. 나는 탐사를 통 해 고도화된 술식의 혼적을 발견했 으며……]
길게 이어진 브하마 제국의 추리 내용.
자신이 탐사한 내용에 근거하여 정 보를 적어 내렸고, 그 안에서 발견 된 술식을 해석해 자신의 해석을 적 어 놓았다.
쭉 살펴보는데 대체로 맞는 내용들 이었다.
브하마 제국은 인공 신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 고, 그것은 곧 제국의 멸망으로 이 어졌다.
다만 신비가 제대로 소환된 것인지 아니면 실패한 것인지는 협회에서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결국 그들은 제물 술식에 성 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3층 벽화와 금탑 2 충 그리고 6충에 새겨진 서적을 통 해 신비가 소환된 좌표를 알아냈
“......웅?”
그렇게 쭉 내용을 살피던 양지태는 한 구결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신비가 소환된 좌표를 알아냈다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4이화
3일간 이어졌던 프로 마법사 자격 증 시험이 모두 끝나고.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모든 시험 웅시자들이 현실로 돌아왔다.
“오. 현실인가? 3일 만이라 그런지 뭔가 적응 안 되네.”
“그보다 나 시험 때 아무것도 못 해서 E급 받을 거 같은데 어떡하 냐.”
“난 그래도 으는 노려볼 수 있을
듯?”
현실로 돌아온 응시자들은 시험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아쉬운 반 웅을 보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번 프로 시험은 기존 시험과는 룰이 달라져 적웅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유성진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의 두 눈은 현재 생기를 잃어 깊은 좌절감만이 담겨 있었다.
“3일간 시험을 치르시느라 모두 수 고 많으셨습니다. 시험 결과는 3일
뒤에 전체 공개될 예정이고,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시험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웅시 자들은 귀가를 위해 각자 홀어졌다.
유성진은 말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익숙한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유성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이국적인 외 모의 남녀가 보였다.
인피면구로 정체를 숨긴 나타샤와 진이었다.
“뭐야. 너 표정이 왜 그래? 설마 시험 망쳤어?”
유성진답지 않은 풀죽은 모습에 진 이 물었다.
“그게......
유성진은 오늘 경쟁전 시험에 있었 던 ‘김선우’와의 대결을 다시 떠올 렸다.
유아라를 낀 2:1의 대결.
녀석이 타고만 마나 활용 능력을 가진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수적 우위에 있기에 절대로 패배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김선우한테 졌어.”
“뭐?”
김선우에게 패배했다.
그것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 씬 큰 격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