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화
“……흠.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황금 궁전 3충, 비밀의 공간.
나는 구석에 놓인 황금 의자에 앉 아 통행료(?)를 통해 얻은 정보를 살펴보고 있었다.
[총 획득 탐사 점수 : 44점]
[정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황금 궁전 2충, 서쪽 통로 지도]
[황금 궁전 1층, 서쪽 3복도 불새 벽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냈다.
통행료라는 명목으로 무려 7팀에게 다양한 정보를 뜯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시험 초반부인 만큼 높 은 점수가 부여되는 희귀 정보는 없 었지만 내가 얻지 못했던 정보들을 얻었다는 게 중요했다.
이것들을 토대로 다음 진행을 위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 니까.
……거기다 시험의 숨겨진 룰인 ‘특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50점에 가까워지기도 했고.
“홈. 그나저나 해석이 쉽지 않 네……
나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내 가 가진 모든 정보를 조합했다.
벽화, 지도. 그 외 다양한 메시지 들...
그렇게 하나하나 조합을 시도하다 보니 탐사 노트에서 알람이 울렸다.
[정보 조합에 성공했습니다.]
[술식을 획득합니다.]
[조합 성공 : 탐사 점수 +5점]
“됐다!”
화면에서 술식이 떠올랐다.
겨우 성공했다는 생각에 짜릿한 희 열감이 느껴졌다.
아마 이 술식은 궁전 어딘가에 숨 겨진 특수한 공간에 입장하기 위한 열쇠겠지.
“선우야. 뭔가 나왔어?”
그때 내 반응을 본 윤하영이 다가 왔다.
“웅. 단서를 조합해서 열쇠 술식을 얻었어.”
“오. 진짜? 어디에 사용되는 술식 인데?”
“그건 지금부터 차차 알아봐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디에 사용해 야 할지는 이전 삶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황금 궁전 4충, 응접실의 벽이다.
“일단 어디든 가보자.”
그렇게 나와 윤하영은 다시 궁전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워낙 넓었기에 계단으로 이동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흐음. 여긴가.”
4층 응접실.
여전히 황금빛으로 빛나는 호화로 운 공간이었다.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하자 벽에 숨 겨진 복잡한 술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탐사 노트에 그려진
술식을 마력을 이용해 구현했다.
그 후 그것을 벽에 가져다 대었다.
동시에 강한 빛이 뿜어지더니 요란 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우우우웅…….
덜컥!
“……어? 열렸다.”
윤하영이 멍하니 중얼거리자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얻은 술식. 여기에 사용하는 게 맞았네.”
“어떻게 알아낸 거야?”
“이 벽에서 비슷한 흐름의 마력이 느껴졌거든.”
그 순간 탐사 노트에서 알람이 울렸다.
[비밀의 공간 발견 : 탐사 점수 +5 점]
[최초 발견 +3점]
[50점을 모았습니다. 50점 특별 보 상을 획득합니다.]
[원하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습니다.]
나는 메시지를 읽으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50점 특별 보상을 획득했다.
보상은 원하는 사람 한 명과 연락 을 주고받을 수 있는 특권이다.
이것 외에 100점 특별 보상도 있 는데 내일 있을 ‘경쟁전’시험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이것 역시 얻을 생각이다.
그리고 내 탐사 노트를 살피던 윤 하영이 물었다.
“……50점 특별 보상? 너 벌써 50 점이나 모았어?”
“웅.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탐사 노트의 보상을 눌렀다.
[특별 보상을 사용합니다.]
[연락하고 싶은 상대를 선택해주세 요.]
이어서 화면에 떠오르는 시험 웅시 자 명단.
나는 쭉 살펴보다가 나와 같은 팀 인 이서준을 찾았다.
선택을 누르자 곧바로 새로운 알람 이 떠올랐다.
[통화를 연결합니다.]
뚜루루루루…….
철컥.
[……어, 뭐야. 이건?]
탐사 노트의 스피커 너머에서 당황 한 이서준의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나야.”
[……뭐야. 김선우?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김선우라고?]
[김선우?]
이서준의 목소리에 이어 신영준과 이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원작의 흐름대로 이서준 은 이현주와 합류하게 된 모양이다.
신영준까지 함께 있는 건 다른 흐 름이었지만.
“50점 특별 보상으로 연락 기회를 얻었어.”
[……50점을 벌써 모았다고?]
이서준이 황당함에 찬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이후 ‘난 34점 모았는 데……라는 들리지 않을 만큼 작 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옆에는 이현주랑 신영준이 야?”
[아, 웅. 현주랑 영준이랑 함께 있 어.]
“서준아!”
그때 옆에서 윤하영이 반가움이 담 긴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윤하영?]
“웅. 난 선우랑 같이 있어.”
[그렇구나. 그럼 유아라는?]
“아라?”
생각해보니 유아라만 없네. 얘는 어디 갔지.
“흠……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내가 대신 말했다.
“걔는 알아서 잘하겠지. 그보다 정 보 공유도 할 겸 합류하자. 너 지금
어디야?"
[그게…… 어떤 신전인데.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어.]
신전?
어디에 있는지 대충 예상이 됐다.
지하 제국에는 궁전 외에 신전, 금 탑 등 다양한 장소가 있다.
모든 장소가 지하로 연결되어 있기 에 이동하는 건 어렵지는 않다.
다만 거리가 꽤 되기에 하루 정도 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알았어. 정보 몇 개만 더 수 집하고 우리가 그쪽으로 갈게. 아마
내일쯤 도착할 거 같아.”
[내일? 여기로 오는 길은 알고?]
“ 대충은.”
[……그래? 일단 알았어. 근데 어 디서 만날 건데?]
“그건 내일 다시 연락해서 알려줄 게.”
[으음.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뚝
통화가 끊겼다. 이서준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제 알았으니 궁전에 남 은 단서를 더 찾아볼까.
“가자.”
“응.”
그렇게 나는 새롭게 열린 비밀 공 간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깊은 마기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다.
윤하영 역시 그것을 느낀 듯 표정 을 굳혔다.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 그려진 거대한 문양 같은 것이 보였다.
그 위에는 텅 비어있는 의복의 형 태로 보이는 허름한 천이 가득했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술식 안에 담긴 내용이 머릿속에 들 어왔다.
[제물, 소환, 제조…….]
“……이게 뭐야.”
불길함을 느낀 듯 윤하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쪼그려 앉아 바닥 안에 담긴 술식의 내용을 더욱 자세히 살폈다.
“제물 술식이야.”
“……제물 술식?”
윤하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탐사 노트로 이 장면을 촬영 했다.
[정보 수집 : 탐사 점수 +5점]
나는 그 위에 메시지를 하나 더 입력했다.
[의복. 사라진 사람들.]
[해석 성공 : 탐사 점수 +10점]
윤하영은 심각한 눈으로 주변을 살 피곤 말했다.
“……선우야. 이거 사람의 옷이 지?”
“웅. 아마도.”
“왜 여기에 옷들만 남은 거지?”
나는 대답 대신 이 공간에 남은 혼적들을 빠짐없이 촬영했다.
술식의 형태와 이어지는 방향.
그 방향은 아마 이서준 일행이 있 는 신전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선우야?”
나를 부르는 윤하영의 목소리가 다
시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 딘가 심각함이 담겨있었다.
아마 제물 술식과 옷만 남은 현장 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린 모양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작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궁전의 지하에 연결된 통로를 따라 이서준 일행이 모인 ‘신전’에 도착 했다.
신전은 넓었지만 느껴지는 기운을 따라 걷다 보니 이서준 일행과 금방 마주칠 수 있었다.
그 뒤 간단하게 신전 내부를 살피 다가 이서준 일행과 정보를 공유했다.
“……와. 진짜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이렇게 많이 모았지?”
이서준은 내가 가진 정보들을 확인 하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윤하영은 슬쩍 내 눈치를 살피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통행료로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었거든.”
“통행료? 그게 무슨 말이야?”
이서준의 물음에 내가 대신 대답했다.
“그런 게 있어. 알면 다쳐.”
«.2”
“그보다. 일단 궁전 관련 정보가 필요하지?”
“어, 응. 그렇지.”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거 전부 보낸다?”
“……주면 나야 좋기는 한데, 너무 거저 얻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미안하네. 이러면 정보 희귀도도 떨
어져서 너한테 안 좋잖아.”
모든 정보를 공유해주겠다는 말에 이서준이 미안한 기색을 보였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이서준이 이번 프로 마법사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마음 도 있었고, 또 애초에 나는 최초 발 견 추가 점수를 통해 이미 1둥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괜찮아. 같은 팀인데 뭐.”
“……팀. 그래.”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 서 정보를 받았다.
신영준과 이현주에게도 크게 희귀 도가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몇 가지 정보를 공유했다.
물론 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 에게는 없던 신전 관련 정보를 모두 받아내었으니까.
그렇게 받아낸 정보들을 토대로 조 합을 시작했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 다. 내 머릿속에는 원작을 통해 알 게 된 정답이 있었으니까.
“나는 조합 끝.”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뭐야. 벌써 다 풀어낸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탐사 시험은 이것으로 거의 끝이다.
내게 남은 건 오늘 마무리될 동굴
탐험과 경쟁 전 시험뿐.
그 전에. 몇 가지 힌트를 줘볼까.
“모두 주목해봐. 헤매고 있는 거
같으니 몇 가지 힌트를 줄게.”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먼저 이 장소가 황금의 제국, 브 하마인 건 알고 있지?”
지금쯤이면 시험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 그건 알아.”
“아마 이 시험은 황금의 제국이 왜 멸망했는지 각 개인의 의견을 묻는 시험인 거 같아.”
“뭐? 협회도 모르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내?”
신영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협회는 모르고 있지 않다.
알고 있는데 위험성을 생각해 밝히 지 않은 것이다.
다만 협회도 원작에서 이서준, 이현주의 추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비밀이 따로 있기는 하다.
“정답을 원하는 건 아니고 아마 어 떤 답을 내릴지 그게 궁금했겠지.”
나는 말을 이었다.
“먼저 내 생각을 말하자면 브하마 는 어떤 실험을 했던 거 같아.”
“실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탐사 노트에서 발견했던 술식을 보였다.
“이 술식은 제물 술식이야. 이 궁 전 전체에 그려져 있었지.”
“제물 술식…… 그거 신전에도 그 려져 있었어.”
이현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술식은 궁전부터 시작해서 신 전. 그리고 이 지하 전체에 그려져 있어. 그 주변에는 사람들의 의복만 남아 있었고.”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설 마 사람들이 제물로 바쳐졌다는 의 미야? 그게 말이 돼?”
신영준이 는을 찌푸렸다. 그가 느 끼는 의문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눈치챘다.
“네 생각대로 제물 술식은 쉽게 발 동하지 않아.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아마 이만큼 넓은 범위라면 시전하 고 발동하는 데에만 10시간이 넘게 걸릴 테니까.”
강한 힘을 가진 술식일수록 쉽게 발동되지 않는다.
특히나 ‘금기’라 불리는 술식인 제 물 술식이라면 더더욱.
술식이 빛나고 그 위에 사람이 있 었다면, 술식의 빛을 확인하고는 위 기감을 느껴 10시간 내로 도망쳤을 것이다.
즉, 제물 술식은 쉽게 발동되지 않 는다.
“하지만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사
람들을 가두었다던가. 아니면 제물 에 바쳐져도 상관없다는 강한 신념 을 갖고 있었다던가.”
“......신념.”
신념이라는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실제로 자신의 잘못된 신념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 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제물 술식은 무엇을 위한 건데?”
“아마 신비를 만들어내려던 게 아 닐까.”
“신비?”
“응.”
내 말에 모두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나는 내가 가진 다른 단서들을 보 였다.
“이 내용을 보면 신비에 대한 찬양 글이 적혀 있어. 여기에도. 여기에 도. 여기에도.”
어느 정도 술식을 해석할 수 있는 이들이었기에 그 내용을 이해한 둣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건 완벽한 중거가 아니 야. 확실한 중거를 위해서는 더 많 은 정보가 필요해.”
어떤 신비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리고 아직 협회에서 모르는, 그 들이 만들어낸 신비가 어디에 숨었 는지에 대한 단서 역시 얻지 못했고.
내 말에 이서준이 생각에 잠긴 눈 으로 나를 바라봤다.
바로 그때 탐사 노트에서 알람이 울렸다.
[1 시간 뒤, 경쟁전이 시작됩니다.]
[모든 참가자의 탐사 점수. 그리고
보유 정보 목록이 공개됩니다.]
딱 원하던 타이밍에 알람이 울렸다.
나는 탐사 노트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그럼 우리에게 없는 남은 정보를 얻으러 가자.”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