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8화 (397/535)

398화

“아으,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윤하영은 터벅터벅 길을 걸으며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분명 동굴을 탈출하는 시험이었는 데 입장과 동시에 공간 이동 술식이 발동되더니 웬 지하 공간에 떨어졌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황금빛 의거대한 건물…….

아니, 궁전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

일까?

“……이것도 시험의 일부인가.”

그렇게 나타난 의문의 궁전 내부를 탐색한 지가 벌써 1시간.

아쉽게도 궁전 안에는 그 어떠한 탈출의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부신 황금으로 만들어진 장 식품과 액자. 그리고 특이한 벽화만 보일 뿐.

“하아.”

결국 지친 윤하영은 제자리에 쪼그 려 앉았다.

아무래도 무작정 걷기보다는 이 시

험의 의도. 그러니까 ‘출제자의 의 도’를 먼저 파악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흐음.”

우선 이 궁전을 탐사하는 게 탈출 시험에 필요한 과정은 맞는 것 같 다.

그렇다면 이 궁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되게 오래된 궁전 같은데……

윤하영은 다시 한번 내부를 둘러보 았다.

고풍스러운 황금빛의 긴 복도. 그 리고 어딘가 남아있는 낡은 혼적들.

“……이거 설마 탐사 시험이랑 연 결되는 건가?”

맞네!

어제 밤샘 조사에도 시험 응시자들 은 ‘섬’이라는 단서 외에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 장소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알았다. 알았다.”

이제야 이 시험이 어떤 의도로 만 들어진 것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굴 탐험 시험을 통해 이 섬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좋아!”

의욕이 생긴 윤하영은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먼저 이 궁전의 정체부터 알아내 자. 그럼 뭐라도 나오겠지.

……그렇게 힘찬 발걸음으로 복도 를 다시 걷던 그때였다.

—끼익. 끼익.

어디선가 소름 끼치는 쇠 긁는 소

리가 들려왔다.

윤하영은 표정을 굳히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방금.”

내가 잘 못 들었나?

—끼익. 끼익.

이내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기 분 나쁜 소리에 윤하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윤하영은 천천히 소리가 나는 방향 으로 걸어갔다.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복도 끝 옆에 있는 작은 문.

저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윤하영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얼음의 화살을 구현한 채 문을 활짝 열었다.

“안에 누구냐?!”

버럭 소리를 지른 윤하영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특이한 사각 형태를 한 물건과 그 앞에 선 익숙한 얼굴의 남성.

윤하영은 남성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웅? 선우?”

네가 왜 여기 있어?

시험 시작 1시간, 어쩌다 보니 윤 하영과 합류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경쟁자로 판단 하고 각자 갈 길을 걸었을 텐데, 주

요 등장인물이기도 하고 또 탐사 시 험에서 팀을 꾸리는 것은 자유롭기 에 일단 같이 다니기로 했다.

“……으음. 하나 건졌네.”

그리고 지금 나는 윤하영의 ‘탐사 노트’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가 있는 지 찾아보는 중이다.

만약 내게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공유’기능을 이용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라면 자신의 탐사 노트를 남에 게 주는 행위는 절대 하면 안 되지 만 윤하영은 나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는지 그냥 넘겨주었다.

“이 정보랑 이 정보랑 바꾸자. 내 건 5점짜리고 이건 3점짜리라 손해 는 아닐 거야.”

“웅, 그러면 나는 좋지.”

윤하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하영 님이 김선우 님에게 정보 를 공유했습니다.]

[김선우 님이 윤하영 님에게 정보 를 공유했습니다.]

그렇게 공유를 마치고 탐사 노트를 확인하던 윤하영이 힐끔 나를 바라

봤다.

“선우야. 혹시 뭐 좀 알아낸 거 있 어?”

“으음. 조금?”

“오. 뭔가 알아내기는 했구나.”

윤하영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슬며 시 나를 바라본다.

무엇을 알아냈는지 묻고 싶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하는 고양이 같은 눈빛이다.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몇 가지 힌트는 줄게.”

“앗! 알려달라고 눈치 준 거 아니 었는데!”

윤하영이 화들짝 양손을 저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느 정도 힌트 는 줘도 될 것 같아서 말했다.

“먼저 이 궁전은 사라진 어떤 문명 의 흔적이야.”

“문명의 혼적?”

“웅. 100년 전 실제 장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걸 들어보면 아마 꽤 오래전의 문명이겠지. 이름은 아마 도 브하마.”

“……브하마?”

내 말에 윤하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손뼉을 쳤다.

“……아! 황금의 지하 제국 브하 마! 맞지?!”

“맞아.”

브하마 황금의 지하 제국.

아직도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있다 는 설정을 가진 고대 문명 중 하나 였다.

어마어마한 황금을 갖고 있던 부유 한 제국이었지만 어떤 이유로 지하 에 궁전을 지었는지.

또 왜 멸망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 리로 남아있다.

이번 프로 마법사 시험은 브하마 지하 제국을 그대로 스캔한 가상 세계에서 여러 단서를 모아 알아낸 것 들을 ‘탐사 노트’에 작성하여 평가 를 받는 시험이다.

“와아. 그러네. 네 말 들으니까 바 로 알겠다. 역시 선우네.”

윤하영은 감탄한 얼굴로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 쓱이다가 눈앞 의문의 기계를 살폈 다.

“선우야. 이건 뭐야?”

“지금 알아보려고.”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내부의 비 밀 공간으로 향하는 문의 열쇠일 것이다.

외부자의 혜택이 안에 담긴 술식을 읽었거든. 그렇게 이것저것 눌러보 던 그때, 어떤 버튼이 꾹 눌러졌다.

덜컥.

끼이이이익.

콰아아앙…….

오. 벽에 숨겨진 문이 열렸다.

“……와. 대박.”

윤하영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로 가보자.”

“웅.”

우리는 그렇게 문의 안쪽으로 들어 섰다. 동시에 새로운 넓은 공간이 보이더니 문이 쿵! 하며 닫혔다.

복도처럼 길게 이어진 공간.

벽에는 수많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먼저 탐사 노트를 꺼내 눈앞 에 보이는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찰칵.

[비밀의 공간 발견 : 탐사 점수

+7점]

[최초 발견 + 3점]

“오. 7점.”

거기다 최초 발견으로 3점 보너스 까지. 우리가 처음 도착한 모양이네.

“선우야. 여기 글자 같은 게 적혀 있어.”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말대로 벽에는 처음 보는 문

자가 적혀 있었다.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완전히 처음 보는 문자였다. 아마 브하마의 언어 일 것이다.

“해석할 수 있어?”

“기다려봐.”

외부자의 혜택이 있으면 쉽게 해석 할 수 있지만 굳이 그걸 사용하지 않아도 해석할 방법은 있다.

바로 이 문자 안에 담긴 술식을 읽는 것이다.

나는 천천히 그 술식의 내용을 읽 었다.

[생명을 공양하라]

“생명을 공양하라.”

“……생명을 공양하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자를 탐사 노트로 촬영했다. 동시에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비밀의 언어 발견 : 탐사 점수

+3 점]

[최초 발견 + 2점]

“이거 그거인가 보네.”

나는 방금 생각난 척 내가 아는 정보를 말했다.

“생명을 공양하라. 그러니까 이름 그대로 생명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이야기잖아?”

“옹, 그렇지.”

“아까 조사할 때 어떤 제물 술식 하나를 봤었거든.”

나는 탐사 노트로 촬영한 벽에 그 려졌던 어떤 술식 하나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윤하영은 눈을 깜빽이

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제물 술식이라고? 그거 금기잖 아.”

제물을 바치는 술식은 협회에서 법 으로 금기되어 있다.

적발 시 바로 아포리아 수감행이 다.

“그리고 이 주변에 뭔가 종교적인 물건들이 많지?”

“웅.”

윤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는 브하마에서 인간을 제물로 해서 무언가를 소환하는 술

식을 사용하려고 한 게 아닐까 싶 어.”

“……인간을 제물로 해서 무언가를 소환한다고?”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었다.

아직 협회에서도 모르는 비밀이 숨 겨져 있기도 하고, 또 그것을 알아 내기 위해서는 다른 위치에 떨어진 사람들의 단서를 얻어야 하기 때문 이다.

원작에서는 이서준과 이현주가 이 단서들을 조합해 비밀을 밝혀내는 업적을 남겼었다.

“뭐, 어디까지나 추측이야. 좀 더

조사해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복도를 걸었다.

윤하영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 로 나를 뒤 따라오더니 물었다.

“근데 선우야.”

“ 웅.”

“지금 동굴탈출 시험 중이잖아.”

“어. 그렇지.”

나는 정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 였다.

“우리 이러다가 동굴 탈출 시험에서 꼴찌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탈출은 머릿속에서 지워.”

“......웅?”

윤하영이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어차피 모두 오늘 내로 여기서 탈 출 못 해.”

“무슨 소리야. 내일이면 경쟁전 시 험이 시작될 텐데.”

협회에서 안내한 일정에 따르면 오 늘은 동굴탈출 시험이 진행되고. 내 일은 2인조가 힘을 합쳐 겨루는 경 쟁전 서바이벌 시험이 시작된다.

“오늘 탈출에 시간제한이 없던 거

기억나?”

“어? 으응.”

“그리고 탐사 노트에 모든 단서를 저장할 텐데 단서를 강탈하는 게 가 능하다는 룰도 기억나고?”

“응? 그러고 보니……

탐사의 단서는 탐사 노트를 통해 수집한다.

그리고 탐사 노트는 본인 외에는 사용할 수 없고 동굴탐험 시험 중에 는 전투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단 서를 강탈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시험의 룰에 모순이 존재했다.

“이번 시험은 탐사 시험, 동굴탐험 시험. 그리고 경쟁전 시험이 동시에 치러질 거야. 강탈은 경쟁전 시험이 시작되면 가능한 거고.”

“어? 그런 거였어?”

윤하영이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우와. 여긴 또 뭐냐?

—그러게. 뭐지? 신기하네.

갑작스레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윤하영이 표정을 굳혔다.

주요 등장인물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빌런인 유성진 역시 아니고.

시험의 일반 경쟁자인 둣했다.

숫자는 셋. 마침 잘됐네.

이번 시험에는 혼자서 모든 정보를 습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음 장소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새 로운 정보가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아마 이곳까지 왔다는 건 꽤 많은 정보를 얻은 녀석일 가능성이 높다.

“하영아. 여기에 얼음의 벽 만들어

봐.”

같은 시각.

시험관들은 비밀 공간에 앉아 시험 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까 슬슬 이 시험의 정체를 깨달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고 있네요.”

양지태의 말에 다른 시험관들이 고 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레 도착한 지하.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혼란을 느끼 는 반응을 보였지만 어느 순간 침착 을 되찾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나저나 김선우는 어제 일부러 쉰 게 맞나 본데요?”

한 시험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김선우의 화면을 향했다.

윤하영과 뒤늦게 합류한 김선우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황금의 궁전 내 부에 들어섰다.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

“아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브하마 제국인 것도 눈치챈 거 같던데.”

“머리 좋다고 소문났잖아요.”

“그래도 판단력이 비정상적으로 너 무 빠른데.”

“홈홈. 젊을 때 나를 보는 거 같구 만.”

시험관들은 각자 김선우를 향해 감 탄 섞인 말과 칭찬을 내뱉었다.

양지태는 그런 시험관들 사이에서 턱을 매만지며 김선우의 모습을 조 용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다르기는 하다.

낯선 장소에서 당황하지 않는 침착 성. 그리고 빠르게 주변의 단서를

모아 최적의 정답을 내리는 통찰력 까지.

확실히 탐나는 인재였다.

“어. 김선우 일행이랑 120번 일행 이랑 마주치려고 하는데요?”

그때 이어지는 한 시험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궁전의 비밀 공간.

먼저 도착했던 김선우 일행에 뒤를 이어 새로운 탐험가들이 모습을 드 러냈다.

마주치는 순간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지 깊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때 윤하영이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뭐 하려는 걸까요?”

“설마 공격하려는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요. 탐험 시험 중에는 웅시자끼리 전투 금지에요.”

전투의 허용은 내일 있을 경쟁 전 이 시작되고 난 이후이다.

탐사 노트를 강제로 떼앗는다고 하 더라도 공유 버튼은 스스로 누르지 못한다.

그때 윤하영이 얼음의 방벽을 만들 었다. 그리고 김선우가 그 위에 술

식을 그리더니 결계를 설치했다.

“......결계?”

그렇게 새로운 탐험가 120번 일행 이 김선우에게 다가가자 자신의 길 을 막은 벽을 보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이어서 벽 뒤에 모습을 드러낸 김 선우를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기, 김선우?

그렇게 나타난 김선우가 말했다.

—지나가고 싶으면 통행료로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주셔야 합니다.

“......응?”

“방금 뭐라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시험관들은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