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7화 (396/535)

397화

시험이 시작되고 웅시자들은 탐사 를 위한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동료를 만들면 탐사 시 험에 가장 중요한 ‘정보의 희귀도’ 가 떨어지기에 대다수가 3인에서 5 인 정도로 팀을 꾸리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먼저 이서준에게 함께 팀을 할 것을 제안했다.

당연하겠지만 이서준은 흔쾌히 숭

낙했다.

다섯 번째 시험인 ‘경쟁시험’에서 도 나와 같은 조로 활동해할 예정이 었기에 탐사 시험에서도 굳이 다른 팀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애들도 다 팀을 꾸린 모양이 네.”

그렇게 팀을 맞추고, 어딘가를 바 라보는 이서준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신영준과 이현주. 그리고 윤 하영과 유아라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 역시 각자 2인조로 팀을 꾸

린 모양이다.

나의 개입으로 원작과는 조원의 구 조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그리고.

—흐아아암…….

유성진은 크게 하품하며 구석에 혼 자 서 있다.

나에게 팀 제안을 거절당하자 그냥 혼자서 활동하려는 모양이다.

유성진다운 판단이었다.

아마 녀석의 머릿속에는 ‘강탈’로 다른 이들의 정보를 떼앗을 생각밖 에 없겠지.

그때 양지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공지입니다. 이곳 어딘가 에는 여러분들의 편안한 숙박을 위 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시에 주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뭐야. 숙소도 있었어?

—난 또 야생에서 노숙해야 하는 줄.

“숙소는 저기 보이는 산 정상에 있 습니다.”

양지태가 가리킨 방향에는 높은 산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점 처럼 찍힌 숙소 같은 것이 하나 보 였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 려왔다.

—아, 뭐야. 숙소가 저기에 있다 고?

—아니, 저긴 또 언제 올라가냐?

너무 높은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양지 태는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모든 설명은 끝났습니다. 다음 시험에 대한 일정은 방금 여러분께 지급한 ‘탐사 노트’를 통 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부 터 탐사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시험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 들은 탐사를 위해 각자 흘어지기 시 작했다.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바로 옆에서 신비한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숲이었고, 다른 하나 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높은 절벽의 아래였다.

—야야. 절벽부터 조사하자. 딱 봐 도 저기 수상해 보이네.

—그럼 절벽 조사하고 그다음에 숲 조사하는 거로?

—오케이.

이서준은 그런 사람들을 멍하니 바 라보다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도 슬슬 탐사 시작하자. 다들

저기 절벽부터 조사하는 거 같은데. 우리도 저기부터 조사할까?”

이서준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건 됐어.”

절벽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 지 이 장소가 ‘섬’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한 작은 힌트일 뿐이다.

이서준은 내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물었다.

“그럼 어디부터 조사하게?”

나는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산을 가리켰다.

“조사는 됐고, 피곤한데 숙소 가서 잠이나 자자.”

“......웅?”

오후 8시.

붉게 물들었던 하늘은 어느덧 시꺼 먼 암흑으로 뒤덮였다.

잠들었던 야생 몬스터들이 깨어나 고, 스산한 기운이 이 주변을 휩쓸 었다.

나와 이서준은 그런 것은 전혀 신

경 쓰지 않으며 산을 올랐다.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든 간에 우리 둘이라면 손쉽게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는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후우. 드디어 도착했네.”

산 정상에 오르자 화려한 외형의 거대한 별장 하나가 눈에 보였다.

시험관이 말했던 숙소였다.

“우리가 일등인가 보네.”

“그렇겠지.”

첫날인 만큼 다른 학생들은 이 주

변을 탐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 고 있을 테니까.

어떻게서든 시험에 좋은 성적을 내 고 싶은 이들이 숙소 먼저 찾을 이 유는 없겠지.

하지만 첫날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희귀도 높은 정보는 얻을 수 없거니와, 정작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 은 바로 4번째와 5번째 시험 도중 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 겠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서준이 불 안감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거참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내일부터 조사해도 안 늦어. 그리고 여기에도 정보는 있어.”

나는 산 위에서 지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모든 면을 바다가 둘러싼 거 보이 지?”

내 말에 이서준이 시선을 돌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o ”

흐.

“여기는 섬이야.”

“오. 그러네?”

이서준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탐사 노트’를 꺼냈다.

스마트 학생 수첩과 비슷한 형태로 이번 시험의 탐사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모두에게 지급된 시험 도구였다.

나는 최대한 높이 카메라를 들어 모든 면이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동시에 탐사 노트에 알람이 떠올랐다.

[섬 발견 : 탐사 점수 +3점]

[최초 발견 + 1점]

[희귀도에 따른 추가점수는 마지막

날 계산됩니다.]

4점을 획득했다. 높은 점수는 아니 었지만, 최초 발견으로 추가점수를 얻었다는 게 중요하다.

이서준은 나를 보더니 그대로 따라 했다.

점수를 획득하자 이서준이 신기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야. 이렇게 하는 거구나. 이제야

알겠네.”

나는 탐사 노트를 주머니에 넣어놓 고는 다시 주변을 살폈다.

내일 있을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되 는 장소를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섬 중앙 숲 어 딘가에 숨겨진 작은 동굴을 발견했다.

‘저기네.’

섬 중앙 숲 어딘가에 숨겨진 작은 바위.

내일 있을 동굴 탐험 시험에서 얻 은 보상이 있어야 방문할 수 있다.

“다 본 거 같은데 별장으로 가자.”

“웅? 벌써? 좀만 더 둘러보지?”

“아까도 말했지만 내일부터 조사해 도 안 늦어.”

이서준은 꺼림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

별장에 도착하자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처음 보는 시험관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진민호’라는 이름을 가진 협회 정 보팀 소속 S등급 마법사였다.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올 줄은 생각 도 못 했는데,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오셨나 보네요. 탐사는 안 하십니 까?”

“내일부터 해도 안 늦을 거 같아서 요.”

내 말에 시험관은 생각에 잠긴 눈 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흐음. 그렇군요. 어떻게 시험 을 치르든 그건 본인의 자유니까 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뒤에 세워

진 계단을 가리켰다.

“저 계단을 오르시면 자신의 번호 에 맞는 방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별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시험관을 위한 비밀 공간이 마련되 어 있다.

안에는 시험을 치르는 웅시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화면이 켜져 있었고.

시험관들은 그 앞에 앉아 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쟁쟁하네.”

총 시험관인 양지태가 먼저 한마디 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다른 시험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괴 물들이 많이 모였다.

역대급 천재라 불리는 이서준은 물 론이고 그다음으로 가장 좋은 평가 를 받는 유아라,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유망주인 유성진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협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

을 받으며 세간에 돌연변이라고 평 가받는 ‘김선우’ 역시 이번 시험에 참여했다.

“네, 이번 시험은 볼거리가 많을 거 같아서 좋네요. 흐흐.”

이서준과 유아라. 그리고 유성진은 현재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하 고 있다.

유아라는 윤하영과 함께 마력의 흐 름을 따라 이동하며 탐사를 하고 있 었고, 유성진은 탐사하는 사람들을 붙잡아 정보를 강제 공유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서준과 김선우는.

“……쟤네는 뭐 하는 거지?”

한 시험관의 말에 다른 시험관이 말했다.

“자는 거 같은데.”

화면 속 너머에서 김선우는 방 침 대에 누운 채 세상 편히 잠들어 있었다.

탐사 시험은 안중에도 없다는 둣.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며 시험관들은 잠시 황당함을 느꼈지만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김선우의 지금 모습이 틀렸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탐사 시험의 첫날은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는 함정이었으니 까.

“특무팀에서 하도 관심을 갖길래 궁금했는데…… 확실히 특이한 친구 긴 하네.”

양지태가 속한 정보팀은 협회의 특 무팀과 묘한 라이벌 관계를 갖고 있 다.

그러다 보니 특무팀의 깊은 관심을 받는 김선우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주목을 받을 만했다. 지금

보이는 김선우의 모습은 남달랐으니 까.

소문에 의하면 엄청 똑똑하고 통찰 력도 좋은 친구라고 알려져 있었는 데…….

“……설마 내일부터가 진짜라는 걸 눈치챈 건가?”

한 시험관의 말에 다른 시험관이 눈을 찌푸렸다.

“에이, 그걸 무슨 수로 압니까?”

“그건 모르죠. 김선우야 워낙 특이 한 소문이 많잖아요. 눈치도 빠르 고.”

“……그래도 그렇지. 제가 보기엔

그냥 생각 없이 자는 게 맞는 거 같은데요. 정보가 새어 나간 게 아 닌 이상에야.”

“……흠.”

양지태는 턱을 매만지며 화면 속 김선우를 바라봤다.

확실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친 구이기는 하다.

만약 다른 웅시자였다면 진작에 무 시했을 텐데, 소문의 김선우다 보니 속셈이 있을 거란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재밌네.”

평범한 녀석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지금 잠을 자고 있던 아니든 간에, 탐사 시험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건 김선우가 맞았으니까.

아무래도 이번 시험에서는 김선우 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 다.

그리고 만약 김선우가 정말 이 시 험의 의도를 간파하고 잠든 것이 맞 다면…….

김선우는 특무팀에 빼앗겨서는 안 될, 우리 정보팀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는 게 중명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예고되었던 대로 4번째 시험, ‘동 굴 탐험’이 시작되었다.

동굴 탐험은, 말 그대로 동굴 내부 를 빠르게 탈출하는 시험이다.

던전 탐험과 흡사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일반적인 동굴 탐험과는 다 르다.

동굴 내부에 이 섬의 비밀을 찾을 수 있는 힌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

“여러 개의 입구로 나누어진 거대 동굴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부터 동굴 안으로 들어가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빠르게 탈출하시면 됩니다.”

시험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주변 웅시자들은 밤새 이어진 탐사 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눈 밑이 퀭하다.

그들과 반대로 이서준과 나는 충분 한 숙면으로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 태였다.

“으. 선우야. 어제 조사 좀 했어?

우리는 어제 밤새 조사했는데 하나 도 못 알아냈어……

내 옆에 선 윤하영이 울상을 지으 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제의 조사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걱정 마. 나도 숙소 가서 바로 잠 들어서 얻은 정보는 없거든.”

“......웅?”

윤하영이 눈을 깜빡였다.

“너희 조사 하나도 안 했어?”

“어. 피곤해서 오늘부터 제대로 하

려고 바로 잠들었지.”

내 말에 윤하영이 황당함을 느낀 듯 입을 벌렸다.

동시에 유아라와 신영준 역시 어이 없어하는 눈으로 나와 이서준을 번 갈아 바라봤다.

“왠지 너희 둘 컨디션 엄청 좋아 보이더니.”

그 말에 이서준이 어색한 미소를 홀렸다.

“선우가 내일부터 조사해도 안 늦 는다고 하더라고.”

“……아까 보니까 다들 어제 아무 정보도 못 얻는 거 같던데. 김선우 또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때 시험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럼 지금부터 번호별로 입장을 시작합니다. 입장과 동시에 탐사 노 트에서 시간을 측정할 겁니다.”

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슬쩍 이서준 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따 보자.”

이번 동굴 탐험 시험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기에, 시험 끝 나고 만나자 해석한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시험 잘 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 자신 의 번호대로 흩어졌다.

그렇게 응시자들이 한 명 한 명씩 동굴 안으로 들어서고, 나 역시 차 례에 맞춰 동굴 안으로 입장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스산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쳤 다.

동시에 탐사 노트에서 알람이 울렸다.

[동굴에 입장했습니다. 시간을 측 정합니다.]

[00:01]

“시작이네.”

나는 가장 먼저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하고는 눈앞의 바닥을 내려보았 다.

바닥에는 수많은 술식이 그려져 있었다.

협회에서는 힘들게 함정을 만들었지만, 내 눈에는 전부 보이다 보니 잠시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술식 안에 담긴 정보를 읽 었다.

공간 이동의 술식.

약간의 충격을 받을 시 자동으로 발동되게 설계되어 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술식 앞으로 걸어가 그것을 밟았다.

그리고.

술식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 했다. 동시에 주변 공간이 바뀌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마법 구체를 구현하자 주변이 환하 게 보였다.

지상에 잠긴 거대한 건물 하나.

저 건물 안에 이 섬의 비밀이 숨 겨져 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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