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화
[지금부터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 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프로 자격증 시 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에 웅시하는 인원은 총 920명.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왔지만, 이중 절반 이상의 응시자가 마법을 독학으로 익혔거나 재능이 없는 초 보자이다.
그런 이유로 첫 시험인 기초 능력 테스트에서 절반이 넘는 사람이 탈 락할 예정이다.
[시험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시험은 3일간 종 5 개가 치러지며 매 시험마다 탈락자 가 발생합니다.]
단상 위에서 짧은 머리의 시험관이 설명을 시작했다.
붉은 창 양지태.
마법사 협회 특수정보팀 소속으로
모두가 알만한 S등급의 강화계 마법사였다.
[첫 번째 시험과 두 번째 시험은 기초 마법 능력 테스트로 함께 치러 집니다. 간단한 룰을 설명하자 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성 대에 담긴 마력에 의해 그의 목소리 가 강당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웬만한 마력 활용 능력을 가진 게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웅 시자들은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와. 목소리 봐. 마력을 저렇게 사 용할 수도 있구나……
윤하영 역시 양지태를 올려보며 작 게 감탄했다.
그러자 우리 옆에 선 유성진이 피 식 웃으며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런 거로 놀라기는.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뜬금없는 말에 윤하영이 눈을 깜빡 였다.
“……안 물어봤는데요.”
“이제 와서 관심 없는 척하긴.”
유성진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앞
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하영은 그런 유성진을 멍하니 바 라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뭐지. 관심이 필요한 사람인가?”
“무시해. 좀 이상한 애야.”
유성진에게 들으라는 듯 내가 말했다. 하지만 녀석은 의외로 별다른 반웅을 보이지 않았다.
이 악물고 못 들은 척하는 거다.
하지만 들은 거 다 알거든.
바로 그때 단상 위에서 커다란 목 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그렇게 종합하여 점수를 매겨 탈락자가 가려집니다. 시험의 설명 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1차 기초 능력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단상 위에서 술식의 빛이 번쩍이더니 각종 마력 측정 기계가 소환되었다.
그렇게 프로 마법사 자격증 획득을 위한 시험이 시작되었다.
1일 차의 메인 시험이라 할 수 있 는 기초 능력 테스트는 순식간에 치 러졌다.
말이 기초 능력 테스트이지 ‘프로 마법사’ 기준의 기초였기에 난이도 는 일반적인 기초 테스트와는 차원 이 다른 고난도를 갖고 있었다.
기초 테스트의 종목은 마력 운용, 기초 마법 지식 테스트 등이 있는데 이런 기초 분야는 언제나 자신 있는 종목들이 었다.
[김선우 종합 625점!]
—와아.
내 결과가 나오자 관중석 사이에서 작은 감탄이 터져 나왔다.
625점. 만점이 750점인 것을 생각 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점수이다.
아마 이 정도면 1등은 확정이 아 닐까 싶은데.
하지만 점수가 높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건 없었다.
기초 능력 테스트는 마법사 등급을 가리는 ‘최종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쟤가 이번 시험의 주인공이네.
—그러게. 혼자 엄청 눈에 띄네.
—물건이다. 진짜.
관중석 사이에서 들려오는 길드, 협회 관계자들의 목소리들을 무시하 고는 내 마력 운용 테스트를 본 시 험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려가면 되나요?”
“……아! 넵. 내려가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내 전 차례였던 유성진은 어딘가 불편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아마 이번에도 내게 점수로 밀려 분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선우야! 나 1차 합격했어!”
그때 윤하영이 행복한 얼굴로 내게 다가오며 외쳤다.
최종 합격도 아니고 1차 합격으로 기뻐하는 애는 마법사관학교에서 얘 가 유일하겠지.
“1차 합격은 당연한 거라니까. 왜
이리 걱정이 많아.”
“그래도 실수할 수도 있잖아.”
윤하영이 헤실헤실 웃었다.
그러더니 저 멀리서 420번이라는 번호표를 달고 단체 기초 시험을 치 르는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윤하영 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서준이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인다. 그치?”
“그러게.”
저번에도 느꼈지만 지금의 이서준 은 이전 삶에서의 이서준과 차원이
다르다.
지금의 이서준은 아주 강하다.
이전 삶과 비교하자면 반년 이상의 성장을 앞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겠지.
……그래도 그렇지.
나의 개입으로 성장이 빨라졌다고 는 해도 이건 도를 넘은 수준이 아 닌가 싶은데…….
저대로 내버려 두면 내가 굳이 개 입하지 않아도 언젠간 혼자서 크루아스를 잡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 하더니. 확실히 하루하루 달라지 기는 하네.”
“선우야 그거 알아?”
멍하니 이서준을 바라보던 윤하영 이 내게 말했다.
“저번에 인터넷에서준이가 너랑 대련하는 영상이 터졌었잖아.”
뜬금없는 말에 눈을 깜빡였다.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 그날 이후 내 평가가 이서준을 잠시 넘어서기 도 했었고.
“서준이가 최근 훈련량 늘린 게 그
것 때문이라고 하더라. 경쟁심으로 인한 성장인 거지.”
경쟁심이라…….
이전 삶에서의 이서준에게는 경쟁 심이라는 감정이 부재되어 있기는 했지.
그렇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서준은 이전 삶보다 더 강해진 게 아니라, 나로 인해 원래 의 정상적인 성장력을 되찾은 게 아 닐까 하는 생각.
“……괜히 천재가 아니구나.”
내 중얼거림을 들은 윤하영이 내게 시선을 돌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어휴. 또또 기만한다. 선우야 너도 천재라니까?”
그 말에 나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 었다.
1일 차에 치러지는 2개의 기초 시 험이 모두 끝이 났다.
첫 시험인 만큼 나한텐 간단한 느 낌이었지만, 프로 시험인 만큼 엄격 한 조건으로 꽤 많은 탈락자가 발생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초 시험을 치르느라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앞 서 공지했듯 다음 시험을 위한 최소 점수는 350점입니다. 350점올 넘지 못한 512명의 응시자분은 모두 돌 아가 주시길 바랍니다.]
—아으…….
—……4수 실패네.
총 웅시자 920명 증 512명이 탈락 했다.
절반이 넘어가는 숫자가 한 번에 사라진 것이다.
이제 남은 인원은 408명.
그리고 최고의 합격률을 보이는 마법사관학교 3학년들 학생들은 나이 많은 노련한 재수생들을 제치고 대 다수가 살아남았다.
새삼 마법사관학교가 괜히 세계 최 고의 엘리트 집단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이후 수많은 인파로 가득하던 강당 에는 어느새 빈자리가 가득해졌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다음 시험을 위한 장소인 ‘가상 세계’에 입장하 게 됩니다.]
가상 세계에 입장한다는 말에 모두 의 표정에 얕은 긴장감이 서렸다.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치러진 다는 건 시험 도중 위험한 일이 발 생할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그럼 모두 저를 따라 이동해주시 면 됩니다.]
그렇게 시험관, 양지태를 따라 강 당에서 벗어났다. 그 후 미리 마련 되어 있던 가상 현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번쩍!
[가상 세계에 입장했습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강한 빛과 마력이 번쩍이더니 세계 가 바뀌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 고 우리는 거대한 절벽 위에서 있었다.
하늘은 붉은빛의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첫 시험을 오랜 시간 치르다 보니 저녁이 되었는데 가상 세계도 현실 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가 시험장인가?”
학생들은 의문에 찬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모든 응시자가 모이자 양지 태가 설명을 시작했다.
“자,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프로 마법사가 되기 위한 최소의 기준을 갖춘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러분들이 가진 기초 능력을 바탕 으로 어느 정도 활용을 할 수 있는 지 테스트할 장소이죠.”
모두의 이목이 양지태에게 집중되 었다.
“먼저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 만 저희는 그 어떤 것도 여러분께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웅?”
이전 삶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
기 시작했다.
올해 치러질 마법사 자격증 시험은 꽤 재밌게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 지 있었던 시험들과는 확실한 차별 점이 있지.
“이 장소에 대해 설명을 해줄 수 없는 건 바로 이곳에서 제2 시험 ‘탐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탐사 시험.
이름 그대로 주변을 탐사하는 것이 목적인 시험이다.
프로 마법사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조사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
험이다.
“이 장소는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장소’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리고 특별한 정보가 담긴 단서와 물 건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양지태가 주변 지형을 이리저리 가 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이 장소에 대한 정보와 단서를 모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모은 정보와 단서의 양 과 질에 따라 점수가 부여됩니다.”
프로 마법사 시험에서 첫 등급으로 A등급을 달성하기 힘든 이유가 바 로 이것 때문이었다.
탐사 시험은 단순 마법의 강력함이 나 마나의 양 같은 게 아닌, 통찰력 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이전 삶을 통해 이 ‘섬’이 어떤 장소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
그리고 양지태가 말을 이었다.
“그럼 제2 시험, 탐사 시험의 규칙 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팀을 꾸려 탐 사하는 것은 허용하겠습니다. 팀원 의 숫자, 리더. 등 모두 자유롭게 꾸리셔도 됩니다. 다른 팀의 정보를 몰래 빼 오는 것 역시 허용합니다. 또한 강탈하는 것도 허용하겠습니
다. 하지만 상대를 죽일 시 탈락에 가까운 큰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오오.”
팀을 꾸릴 수 있다는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탐사와 같이, 정보를 모으는 시험 에서 팀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건 꽤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보를 빼 오거나 강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팀원이 많을 수록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 마법사 시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탐사 시험에서 중요하게
한 것은 바로 정보의 ‘희귀도’입니다. 자신이 얻은 정보를 팀원에게 공유할 시 그 정보의 희귀도가 하락 하게 됩니다.”
팀을 꾸리는 건 자유지만 평가는 개인으로.
그러니까. 팀원이 많다고 해서 무 작정 좋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많은 이들에게 정보가 공유될수록 정보의 희귀도가 떨어질 테니까.
아마 여기서 많은 이들에게 고민이 생길 것이다.
팀을 꾸릴 것인가. 아니면 혼자서 할 것인가.
혼자서 하면 정보량에서 많이 밀리 는 건 아닐까. 혹은 위험해지진 않 을까 그런 걱정이 생기겠지.
참고로 나는 이전 삶에서 혼자 탐 험했다.
원작을 통해 이 섬의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서라든가 그런 이유는 아 니었다.
그냥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와 함 께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내가 개입함으로써 혹시 모를 변화 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 었으니까.
“......크흠.”
갑자기 서글퍼지네.
그때 중년의 한 웅시자가 번쩍 손 을 들었다.
“탐사 시험은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납니까?”
“탐사 시험은 3일간 치러집니다.”
“……네? 3일이요?”
양지태의 말에 주변에서 웅성거리 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 마법사 시험은 총 3일간 진 행된다. 하지만 제 2시험을 3일간 진행한다는 말에 모두가 의문을 느 낀 것이다.
“탐사 시험을 3일간 보면 다른 시 험은요? 2개의 시험을 더 봐야 하 잖아요.”
“2개의 시험은 탐사 시험 도중에 치러질 예정입니다.”
“……함께 치른다고?”
모두가 놀란 표정올 지었다.
“네, 탐사 시험은 4번째 시험과 5 번째 시험이 치러질 때도 계속 진행 됩니다. 4번째와 5번째 시험 시작 시각은 공지해드릴 테니 시간에 맞 춰 참가만 해주시면 됩니다.”
“……선우야. 시험 룰이 원래 이랬
어‘?”
윤하영이 긴장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아마 올해 새롭게 추가된 룰일 거 야.”
“……왜 하필 우리 차례에. 힝.”
윤하영이 울상을 지었다.
반대로 내 앞에 선 유성진은 입꼬 리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 재밌겠네.”
그러더니 내게 시선을 돌린다.
“야. 김선우. 너 나랑 같은 팀 할 래?”
예상치 못한 유성진의 제안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같은 팀 하자고?”
“어. 너랑 나면 아무도 못 막아.”
……유성진과 같은 팀이라.
눙력만 따지고 보면 이번 시험에서 이서준과 함께 최고의 자원이기는 하다.
아마 같은 팀이 되어 탐사한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유성진이 얻은 정보를 은근 슬쩍 퍼트려 희귀도를 낮춰 녀석의 시험을 망쳐버리는 방법도 있고.
으음. 어떻게 해야 할까.
원래 계획대로라면 5 시험에 같은 조인 이서준과 팀.사 시험도 같이해 A등급을 노릴 생각이었는데.
빌런인 유성진의 시험도 견제하고 싶단 말이지.
이래저래 녀석이 최종 결과로 높은 등급을 받아버리면 귀찮은 일이 생 길 테니까.
……잠깐.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잖아.
“아니. 됐어.”
“……뭐? 쳇. 너 후회 안 하냐?”
“어. 내가 왜‘?”
유성진의 견제를 위해 굳이 함께 팀을 짤 필요가 없다.
찾아가서 정보를 강탈하면 그만이 니까.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