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화
한세연과의 만남 이후 기숙사로 돌 아온 나는 곧바로 그레텔을 찾았다.
“그레텔 이거 봐봐.”
“응애?”
내가 내민 사진을 보며 그레텔이 눈을 깜빡였다.
완전히 똑같다 할 수는 없지만 그 레텔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나무 괴 물의 사진.
혹시 그레텔이 특별한 반웅을 보여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멍하니 사진 을 바라볼 뿐 그 어떤 반웅도 보이 지 않았다.
“이 사진 모르겠어?”
“응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 만 이 사진 속 나무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흥미는 있는지 그레텔은 사 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바로 그때.
그레텔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떠오 르기 시작했다.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에게 잠재되어 있던 힘이 성장합니다.]
[고유 특성, ‘급속 성장(S)’의 등급 이 상승합니다.]
“......웅?”
갑작스레 그레텔에게 있던 스킬 하 나가 성장했다.
급속 성장.
그러고 보니 저런 특성도 있었지. 사용할 일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 는데.
나는 곧바로 특성의 내용을 확인했다.
[급속 성장(S)][둥급 : 2]
설명 : 마계수가 자신의 마력을 한 계까지 사용해 짧은 시간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자라나는 힘
15분간 마계수의 몸이 성장합니다.
성장을 마치면 모든 능력치가 3배
상승하고 특성이 강화됩니다. 15분
의 지속시간이 끝나면 3일간 새싹 상태가 됩니다.
재사응 대기시간 : 30일
내 기억에 의하면 원래 [급속 성 장]의 효과는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2배 상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등급이 상승하며 15분간 3 배 상승으로 바뀌었다.
“……사진이랑 연관이 있기는 한 건가?”
사진을 보고 특성 등급이 상승했다 는 건 어찌 됐든 그레텔과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중거다.
거기다 다른 특성도 아니고 급속 성장의 둥급이 상승했다는 건, 어쩌 면 저 사진 속 괴물이 성장한 그레 텔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흐음.”
저 사진 속 괴물이 성장한 그레텔 이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레텔의 잠재력을 본 거 같아서 기대감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내가 모르는 그레텔의 과거. 혹은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레텔의 숨겨진 비밀이라…….
그게 뭘까? 그레텔이 평범한 소환 수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하지만 그레텔도 모른다고 하니 지 금은 방법이 없겠지.
여전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레텔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레텔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하 기로 하고.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아공간에서 한세연에게 받은 가공된 ‘신비한 마계수 열매’를 꺼 냈다.
“드디어 먹는구나.”
이번 마계수 열매는 지금까지 먹었 던 그 어떤 마계수 열매보다 기대가 된다.
섭취하는 것만으로 S등급의 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능력일까?
S등급의 특성이니 평범하진 않겠 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자연의 손길
을 이용해 병 안에 담긴 열매를 천 천히 꺼냈다.
그리고 입을 벌려 그대로 열매를 씹었다.
사각.
“ 으음......
맛은 복숭아와 비슷한 느낌이 났 다. 물컹물컹한 식감과 입안에 퍼지 는 단맛.
그리고 삼키는 순간 몸이 크게 반 웅했다.
읏!”
[영약을 섭취했습니다.]
[적웅형 특성, ‘약성 중폭’의 효과 로 능력치를 추가 획득합니다.]
몸에 뜨거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내 몸 안에 가득 퍼져 마치 헤엄치듯 구석구석을 헤집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오르는 듯한 끔찍한 고통.
“ 크으읏……
강한 힘이 담긴 영약은 언제나 그 렇듯 방심하는 순간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터질 듯한 이 기운을 제어하지 못 한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에 지 금부터 집중해야 한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마나 연공에 돌입했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홀 렀을까?
뜨겁게 타오르던 기운이 몸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열매에 담긴 신비한 마력이 당신 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합니다.]
[당신의 계약 소환수,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의 가호를 얻습니다.]
[‘마계수의 가호(S)’를 획득합니다.]
“......후우.”
정신을 차려보니 전신이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특성이 담긴 영약이라 그런지 평소 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땀을 닦아내고는 이번에 새롭 게 얻은 특성을 확인했다.
[마계수의 가호(S)]
분류 : 특성
설명 : 불멸의 지옥 마계수 그레텔 의 가호. 등급이 성장하면 새로운 능력이 해금됩니다.
[지속 효과]
►자연 교감
숲 지형에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사용 효과]
►마계수의 안식처
—자연의 마나를 이용하여 각종 상 태 이상을 회복시키는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수 효과]
►마계수의 가호
마력을 감지해 치명적 위기라고 판 단하는 순간, 자동 발동합니다.
—5분간 받는 피해가 90% 감소합니다.
—5분간 불멸의 마계수와 일부 능 력을 공유합니다.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일부 변형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65일
«..으 »
..司三
S등급 특성답게 이것저것 능력이 많다.
특정 환경에서 20%의 능력치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고, 또 각종 상 태 이상을 회복하는 치유 마법도 있 다.
“치유 마법은 조금 마음에 드네.”
전투에 필요한 공격과 방어 마법만
익히고 있었기에 가벼운 치유 마법 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항상 아 쉬움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치유 마법이 필요 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 없었지만 언제 어떤 순간에 주요 등장인물이 사고로 크게 다치는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일.
자신의 생명력을 나눠줄 수 있는 [인연의 가히가 있기는 했지만 받 는 사람은 20%밖에 받지 못해 효 율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실험해볼까.”
특성의 능력은 획득과 동시에 자동
으로 몸에 익혀지기에 별도의 연습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우선 마력을 이용해 왼팔에 작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으음......
작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는 실험을 위해 견딜 만하다.
그 뒤 곧바로 [마계수의 안식체를 발동했다.
[사용 효과 ‘마계수의 안식처’를 사 용합니다』
우우웅!
손바닥 위로 자연의 마나가 뭉쳐지 더니 녹색 빛의 에너지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정확한 형태를 구현하지 않아 구름 과 같은 형태였지만 그 안에 담긴 치유의 마력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좋은데?”
이 정도면 회복계열 마법을 전문적 으로 다루는 보조계 마법사인 전문 ‘힐러’들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이 담겨있다.
나는 녹색 마력을 상처 난 왼팔에 사용했다.
녹색의 마나는 상처 부위에 스며들 었다. 이내 강한 생기가 감돌더니 팔의 상처 부위가 서서히 아물기 시 작했다.
“와. 이게 뭐야?”
치유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빠 르다.
이 정도 치유력이라면 웬만한 A와 S등급을 오가는 힐러들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
바로 그때 머리에 잠시 현기증이 느껴졌다.
“……마나 소모가 조금 크네.”
높은 회복량을 가진 만큼 당연한 결과이다.
만약 마나 소모도 적었다면 S둥급 이 아니라 SS 둥급 특성이었겠지.
“좋아 좋아.”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특 성의 다음 능력인 특성의 이름과 같 은 ‘마계수의 가호’를 살폈다.
“……이건 진짜 좋은데?”
5분간 받는 피해가 무려 90%나
감소한다.
5분의 지속시간. 그리고 365일이라 는 긴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기 순간 자동 발동된다는 것이다.
만약 전투 중 방심으로 죽을 위기 에 처하게 된다면 능력이 자동 발동 되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한 번의 목숨을 건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즉, 목숨 하나가 더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또 하나의 능력.
“마계수와 일부 능력 공유……
이건 어떤 능력일지 감이 오지 않 는다.
당장 떠오르는 그레텔의 능력이라 고 한다면 ‘급속 성장’, ‘나무 소환’, ‘열매 생성’, ‘신체 변화’, ‘불멸’ 정 도가 있는데.
“……설마 열매 생성을 사용하면 내 머리에 열매가 생기는 건가?”
혼자 상상하다가 그 흉측하고 기괴 한 모습에 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신체 변화와 급속 성장을 사용한 모습을 상상해도 마찬가지.
내가 고무 인간도 아니고, 팔이 늘 어난다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서 웃
음이 나온다.
그런 능력을 어디다 쓰냐고.
그나마 내가 사용하는 것이 상상되 는 능력으로는 나무 소환과 불멸 정 도가 있는데…….
그때 특성의 설명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일부 변형
됩니다.]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일부 변형 된다라.”
어떠한 형태인지는 몰라도 그레텔 의 능력이 나에게 맞게 변형되어 사 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비주얼 쪽으로 생각하면 기괴한 형 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그나마 다행이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 족스럽네.”
그레텔과의 능력 공유는 사용해보 지 않는 한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외의 다른 능력들이 내 마음에 쏙 들었기에 상당한 만족스럽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인천의 앞바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작은 무인도.
숲이 우거진 장소에 거대한 별장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이 별장은 전 세계에 숨겨진 수많은 자운의 아 지트 중 하나였다.
“백은성. 우리 일하는 동안 아지트 는 잘 지켰어?”
놀리듯 말하는 스카의 말에 백은성 이 피식 웃었다.
“지키기는 무슨…… 그냥 잠만 자 고 놀았지. 너는 네 번째 일지 단서 는 잘 찾고 있냐?”
백은성의 물음에 스카가 작게 웃었다.
“잘 모르겠어. 가상 세계에 숨겼다 는데 이 단서 하나로 어떻게 찾냐 고.”
“……쯧. 그래도 오늘은 그분과 잠 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잖아. 직접 물어보면 전부 해결되겠지.”
“그렇긴 하지. 기대되네.”
별장에 모인 자운의 멤버들은 지난 시간 자신들에게 있었던 일올 이야
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바로 그때 별장의 문이 열리며 진 과 베르트가 안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 둘을 향 했다.
“왔네. 강령술 준비는 다 끝났어?”
나탸사의 물음에 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났어. 재료도 모두 준비됐고 바 로 시작하면 돼.”
그 말에 모두의 눈이 크게 떨렸다.
“……드디어 정식으로 그분을 뵙는 건가?”
“상상만으로 심장이 터질 거 같 아.”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신과 대화 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크게 감명받은 반웅을 보였다.
신이 비운 자리를, 임시 리더로 대 체하던 베르트 역시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다.
그녀 역시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기대감에 찬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근데 강령술을 사용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원래 계획에는 없었 잖아.”
이청의 물음에 베르트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선우 때문이지 뭐. 그분을 강령 술로 부르는 게 가능하다는 걸 중명 했잖아.”
아포리아에서 김선우가 그분을 상 대로 강령술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혼이 봉인술로 묶여 있어 강령술 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김 선우 덕에 이를 알게 되었다.
사용 방법은 그분의 다른 일지를 통해 확인했다.
“됐고, 바로 시작하자.”
베르트의 신호와 함께 진은 곧바로 강령술의 재료를 바닥에 깔아두었다.
그리고 그분이 생전에 사용하던 검, ‘혹천’을 내려놓고 그분의 영혼 을 봉인한 상자를 내려놓았다.
이후 영혼의 가루를 뿌렸다.
스멀스멀 신비의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의 공간이 순식간에 검
게 물들며 세상이 바뀌었다.
“......여긴?”
“신비의 공간인가?”
“와아. 신기하네. 강령술의 신비가 만들어낸 공간인 거 같은데.”
“근데 이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 지?”
진의 물음에 베르트가 말했다.
“우리들 앞에 영혼을 부르는 신비 가 나타날 거야.”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의 눈앞에 염 소의 얼굴을 가진 인간이 나타났다.
[오랜만의 손님이네.]
신비의 짧은 한마디. 그 모습을 보 자 자운의 멤버들 얼굴에 짙은 공포 가 드리웠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압박감. 그리 고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아득히 먼 위의 존재감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으윽!”
심지어 스카는 견디기 힘든지 무릎 까지 꿇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듯 서서히
스카를 따라 주저앉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단순히 마주하는 것만으로 이정도 압박감을 주는데, 김선우는 어떻게 견딘 거지?
베르트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압박 감을 겨우 참아내고는 말했다.
“……당신이 영혼을 부르는 신비입 니까?”
[맞아. 그나저나 오랜만에 존댓말 들으니 적응이 안 되네. 나랑 친구 먹으려 한 그 건방진 놈이 이상한
거고, 이게 정상적인 반웅이지.]
염소가 킥킥 웃으며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자 베르트가 의문에 찬 눈으로 바라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베르트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두 려움을 느끼다가 말했다.
“저희는 이 상자 안에 담긴 영혼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염소는 그 물음에 대답했다.
[미안한데 안 돼.]
“......네?”
베르트가 묻자 염소가 대답했다.
[너희는 이놈과 만나면 안 되는 운 명이야. 이만 돌아가〜]
우우웅!
동시에 강한 빛이 뿜어지더니 원래 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몸을
압박하던 기운이 사라졌다.
자운의 멤버들은 멍하니 눈을 깜빡 이다가 말했다.
“......뭔데?”
“지금까지 고생해서 겨우 강령술을 사용했는데 설마 이게 끝이야?”
그런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그들 의 머릿속에 방금 염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나면 안 되는 운명이야.
만나면 안 되는 운명이라니.
그럼 김선우는 왜 된 건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