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2화 (391/535)

392화

토요일 오후 2시.

오늘 있을 몇 가지 일정을 소화하 기 위해 마법사관학교 밖으로 나오 자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 람이 울렸다.

[최서윤 : 선배님 오늘 단체 훈련 진짜로 참가 안 하실 거예요?]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인 단톡방에

서 최서윤이 보낸 메시지였다.

이서준이 이번에 획득한 정령의 사 용법을 연습할 겸 프로 마법사 자격 증 시험을 위한 단체 훈련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할 일이 있 다.

거절 답장을 입력하려는 찰나, 다 시 메시지가 울렸다.

[신영준 : 그러게. 진짜 주말마다 뭐 하고 다니길래 그리 바쁨?]

[이서준 : 시간 안 되면 일 마치고 늦게라도 와 아마 오래 할 거 같은

데]

[윤하영 : 얘들아 선우도 사정이 있을 거야〈생각하는 고양이 이모티 콘)]

메시지는 계속해서 밀려왔다.

나를 찾는 그 내용들을 보며 피식 웃다가 답장을 입력했다.

[김선우 : 시간 되면 잠깐 들리든 가 할게]

그렇게 답장을 보내놓고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다시 넣었다.

이어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지만 모 든 알람을 차단하고는 발걸음을 옮 겼다.

그렇게 나는 ‘김진우’의 모습으로 양태민이 관리 중인 나의 회사, JWK의 본사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JWK의 본사 옆 에는 나도 모르는 건물이 하나가 더 세워져 있었다.

“……어째 여기는 올 때마다 건물 이 하나씩 늘어나는 거 같네.”

최근 일이 바빠서 회사의 일 대부 분을 양태민에게 맡겼는데 회사가

내 상상 이상으로 커져 버렸다.

양태민의 뛰어난 사업 능력도 있었지만, 최근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성제약과의 협력이 잘 된 덕 이 컸다.

나는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섰 다.

“안녕하십니까. 김진우 대표님 맞 으시죠?”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처음 보는 직원 한 명이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 대표님이 방문하실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

다. 아! 저는 양 대표님과의 인연으 로 올해 6월에 입사하게 된 개발팀 장, 백성철이라고 합니다.”

“……백성철?”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떠오 르는 사람이 있었다.

“혹시 마공학 기술 전공하시지 않 으셨나요?”

“어? 양 대표님께서 말씀해 주셨나 요?”

백성철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 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생각한 그 백성철이 맞 았다.

천재 마공학 기사 백성철.

“아뇨. 관상을 보는데 왠지 그럴 거 같아서요.”

“……관상이요?”

가까운 미래. 그는 양태민, 한세연 둥과 함께 세계에 혁신을 일으킨 분 야별 천재 중 하나로 불리게 된다.

그가 개발한 마공학 시스템들은 수 많은 사람에게 편리를 제공하며 말

그대로 ‘혁신’을 보일 테니까.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두 손을 꽉 잡았다.

“오래오래 우리 회사에서 일해 주 세요. 필요한 거나 부족한 게 있으 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고요. 이건 제 개인 연락처니까. 받으세요.”

“……네? 아, 넵. 알겠습니다.”

백성철이 당황한 얼굴로 내 명함을 받았다.

“자자, 그럼 가죠.”

“네. 따라오시죠.”

나는 백성철의 안내를 받고 양태민

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태민이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진우 님. 오랜만에 얼굴을 보네 요.”

“하하. 그러게요.”

오랜만에 본 양태민의 얼굴에는 귀 티가 흘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양태민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백성철은 나와 양태민을 번갈아 바 라보더니 고개를 숙이곤 방 밖으로 나갔다.

“최근 많이 바쁘신 거 같던데. 일 은 잘되고 있으신가요?”

양태민이 앞의 의자에 앉으며 내게 말했다.

나도 그의 맞은편에 따라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실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실패하고 있지 않았다라…… 실패 하지 않은 게 곧 성공이 아니겠습니 까?”

내 상황과는 맞지 않는 양태민의 말이었지만 나는 대답 대신 작게 웃 었다.

그 뒤로 나는 양태민에게 회사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보고를 받았 다.

얼굴을 자주 못 봤지만, 연락 자체 는 자주 했기에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계속 떠들던 양태민은 물로 목을 적시고는 말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정말 진우 님 말대로 홀러가고 있네요.”

“네?”

“저번에 한성가의 차기 주인이 한 세연 님이 될 거라고 하셨던 말이 요. 정말 진우 님 말대로 한세연 님

이 유력해 보이던데요. 최근 검귀 일로 떠들썩하기도 했고.”

“ 아.”

분명 양태민의 앞에서 그런 말을 했었지.

그런 발언을 한 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말로 한성그룹 내 부 지지율에서 한세연이 더 높아졌다.

아마 이대로라면 한세연이 회장직 에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그렇게 됐네요. 그보다……

나는 아공간 가방 안에서 어제 던 전에서 얻은 ‘데스 사이드’를 꺼냈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거대한 낫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건?”

“무기로 보이시겠지만, 제작에 사 용할 재료입니다.”

내게서 낫을 받은 양태민은 흥미에 찬 눈으로 낫을 이리저리 둘러보았 다.

그러더니 내 말을 이해했다는 둣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 재료라…… 무슨 말인지 이 해했습니다. 말씀대로 이 낫 안에 특수한 힘이 담긴 원석이 느껴지네

요. 그것도 생명의 힘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는 아주 파괴적인 힘이 요.”

나처럼 외부자의 혜택을 가지고 있 는 것도 아닌데 낫에 담긴 힘을 단 번에 파악했다.

최고의 제작사라는 설정에 걸맞게 그에게는 ‘물건 감정’이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자의 혜택만큼 자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감각적으로 느낄 수 는 있겠지.

“그래서, 이 귀한 재료로 무엇. 아 니, 어떤 무기를 만들고 싶은 생각

이죠?”

양태민이 낫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 으며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대 마수용 병기를 만들어 볼 생각 입니다.”

내 회귀의 원흉인 크루아스와의 대 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 막연하게 생각하던 계 획 중 하나였다.

김진철 회장이 직접 나서 크루아스 를 토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또 어떤 변수가 생겨날지 알 수 없

는 일.

만약을 위해 나 역시 대비할 필요 가 있었다.

“……대 마수용 병기 말입니까?”

“네, 그것도 재앙급 마수에게도 통 할 만큼 강력한 무기여야 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양태민은 낫을 내려보더니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그 정도의 무기는 만들 수 없습니다.”

“추가로 필요한 재료는 제가 지원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래 쓸 무기도 아니니 일회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일회용이요? 설마 대 마수용 폭탄을 만들어달라는?”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폭탄이라. 그것도 괜찮겠네.

실제로 이곳에서도 마법이 아닌 폭 탄으로 전투를 한다는 개념이 있기 는 하다.

일반적인 폭탄으로는 마나의 방벽 을 뚫을 수 없기에 거의 사용되진 않지만 신비를 녹여서 만든 ‘신비 폭탄’이라면 가능하다.

물론 신비는 아주 값비싼 재료이기 에 이것을 이용해 폭탄을 만든다는 건 아주 미친 짓이다.

효율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폭탄 괜찮네요. 한 방에 터트릴 수 있는 폭탄으로 부탁합니다.”

내 대답에 양태민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일단 알겠습니다. 진우 님의 부탁이니 한번 해보죠. 하지만 그 정도 위력을 지니게 만들라면 시 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치명타를 입힐 순 있어도 이 이상 피해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시간은 얼마 나 걸릴까요?”

“1년에서 2년 사이요.”

입술을 깨물었다.

크루아스의 활동이 원작보다 앞당 겨진 지금 시점, 1년에서 2년은 너 무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크루아스가 당분간 잠잠해지기를 기도해야겠지.

“……일단 알겠습니다.”

그때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일 방금 끝났어요. 지금 약속 장

소로 갈게요.]

한세연에게 온 메시지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는 급한 약속이 있어서 가 보겠습니다.”

“어…… 벌써 가시게요?”

“네, 급한 일이라서요.”

“으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 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대로 나는 회사 밖으로 나가 한 세연과의 약속을 위해 서울 외곽의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

낙후된 지역이라 그런지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흐음. 아직 안 온 건가.”

바쁜 건 아니니 시간 여유는 있다.

그렇게 근처에 보이는 아무 벤치에 앉아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내 쪽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진우 씨!”

익숙한 부름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반가운 얼굴의 한세연. 그리고 그

뒤에는 이제는 한세연을 지키는 검 이 된 검귀가 함께 있었다.

검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뇨. 늦게 오신 것도 아닌데요. 뭘. 아 참. 오늘부터 휴가라면서 요?”

“네, 회사 일이 많이 밀리긴 했는 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휴가를 냈어요.”

한세연에게 개인적인 사정?

“무슨 사정인데요?”

“그건......

한세연이 수상하게 말끝을 흐린다. 그러더니 검귀의 눈치를 보고는 말 을 이었다.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에요. 나중 에 이야기해드릴게요.”

한대현의 일이라고 하니 갑자기 신 경 쓰인다.

거기다 나한테 비밀로 할 정도면 가벼운 일은 절대 아닌 거 같은데.

더 묻고 싶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한세연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둣 가 볍게 미소를 짓더니 가방 안에서 무 언가를 꺼냈다.

“자, 받으세요. 진우 씨가 부탁했던 가공 완료된 열매에요.”

나는 그녀가 넘긴 무언가를 받았 다.

노란빛의 액체가 담겨 있는 유리통 이었는데, 중앙에 껍질이 벗겨진 채 형태가 바뀐 마계수 열매가 담겨 있었다.

오늘 그녀와 만난 이유가 바로 이 것 때문이었다.

“잘못 건들면 열매의 핵심 효과가

사라질까 봐 최대한 원본을 유지하 는 형태로 가공했어요. 그래도 효과 는 전보다 좋아졌을 거예요.”

외부자의 혜택으로 그 효과를 확인 했다.

[가공된 신비한 마계수 열매(S)]

분류 : 영약

설명 : 복용 시, 모든 능력치 8% 와 모든 회복 능력이 50% 상승합니다.

모든 속성 마법 내성이 30% 상승 합니다.

[마계수의 가호(S)]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뭔가 이것저것 많이 추가되었다.

기존에 5%를 상승시켜주던 모든 능력치가 8%로 추가 상승했고.

모든 회복 능력이 50%, 그리고 속 성 마법 내성이 무려 30%가 상숭 하는 효과가 추가되었다.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속성 마

법 내성 30% 상승은 상당히 눈에 띈다.

30%. 이거 엄청 높은 건데.

“감사합니다. 매번 도움받네요.”

“아니에요. 오히려…… 진우 씨에 게 받은 거에 비해 도와드릴 수 있 는 게 이런 것밖에 안 되는 거 같 아서 미안한걸요.”

한세연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말투. 표정을 보아하니 정 말로 내게 많은 빚을 지었다고 느끼 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그녀를 도왔

던 건 단순 호의에서 나온 봉사의 개념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내가 직접 선택한 투자였다.

그러니 그녀가 내게 미안함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아마 진우 씨가 아니었으면 전 여 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한세연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서로 쌤쌤이인 거로 하죠.”

내 말에 한세연이 풋. 하고 웃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그렇게 생각 안 할래요. 제가 더 큰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인걸요.”

그렇게 말하던 한세연이 생각났다 는 둣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것도 받으세요.”

“......음?”

한세연이 준 것은 작은 서류였다.

“저번에 진우 씨 말을 듣고 개인적 으로 궁금증이 생겨서 조사해봤어 요.”

나는 서류의 내용을 살폈다.

[1833년 런던 경매에 오른 정체불 명의 열매 등장]

[1836년 런던 인근 숲에서 거대 나무 출현……]

[1836년 마법사 학회. 거대 나무 괴물. ‘대 마수’로 지정.]

[1837년 거대 나무 괴물 토벌 성 공. S등급 마법사 총 7명 사망]

200년 전의 기사들이었다.

나는 잠시 당황한 눈으로 그것을 살폈다. 안에 담긴 내용 들이 쉽게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뒷장의 혹백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사진을 집고 멍하니 그것 을 바라보았다.

고층 빌딩에 버금가는 거대한 크기 를 가진 나무 괴물.

게다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 릴 만큼 흉측한 형태의 외형.

이거 설마.

“……그레텔?”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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