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갑작스레 달성한 업적의 내용을 살 펴보니 놈들은 내게 겁을 먹은 모양 이다.
아무래도 이전 특무팀 4명과의 전 투 영향으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흠.”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 상황을 유리하게 이 끌어 갈 키가 나에게 있다는 것이니
까.
그나저나 한 놈은 마인에다가 다른 한 놈은 한성가 소속이라 그런지 보 자마자 나를 마인 사냥꾼으로 확신 하고 있는데…….
이건 좋지 않은데.
그때 경계에 찬 눈으로 나를 살피 던 정환이 말했다.
“……젠장. 상황이 꼬여가는군. 설 마 마인 사냥꾼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둘이서 덤볐을 때 숭산이 있어 보 이나?”
알 아사드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녀석의 지금까지의 전적. 그리고 특무팀 4명을 동시에 상대하던 그 전투력을 생각하면 10%…… 아니, 3% 정도겠지.”
……3%는 무슨.
지금 상태로 붙으면 100% 내가 진다.
묘한 착각을 하는 모양이지만 내게 는 좋은 상황이니 굳이 정정해줄 필 요는 없었다.
그때 알 아사드가 말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저 녀석, 생각보다 기세가 약해.” 알 아사드가 나를 노려보았다.
“무슨 기세?”
“강자라면 은연중에 나타나는 기세 말이야. 저 녀석한텐 그게 미미해.”
“……흐음. 확실히. 네 말을 들어보
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기세를 인위적으로 숨긴 걸지도 모르지.”
이거 갑자기 또 상황이 안 좋아지 는데.
이대로 놔두다간 정말 S등급의 괴 물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것 같
아 먼저 앞으로 나섰다.
“......I*
동시에 흠칫 놀라는 둘.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S둥 급의 괴물이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 이다.
나는 그런 그들을 향해 차갑게 식 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는 마인이고.... 다른 하나는
암살 마법을 익힌 녀석인가.”
내 말에 둘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 어떻게 내 마법을?”
“……소문대로 마인을 구분할 수
있는 건가?”
이어서 작게 숨을 내쉬며 눈을 살 며시 감았다.
그리고 ‘과몰입’을 발동했다.
[잠재 개성 ‘과몰입’을 발동합니다.]
동시에 나는 머릿속으로 과몰입을 할 상황을 생각했다.
나는 강하다.
엄청나게 강하다…… 10명의 S등 급 마법사가 덤벼도 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자기 최면을 하듯 그런 생각을 하 자 정말로 내 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의 컨셉에 취해 눈앞의 둘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
그나저나 과몰입의 효과가 이 정도 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태휘제에서 잠재 개성이 강화된 이후 폭주라도 한 듯 효과가 더 강해진 기분이다.
……아니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얘 네 엄청 약해 보이는데?
함 1대2로 붙어봐?
그리고 내게서 분위기가 달라졌음 을 느꼈는지 둘의 표정이 빠르게 굳 었다.
“……기세가 한순간에 바뀌었다.”
“뭐, 뭐지?”
아마 평범한 일반인. 혹은 중하급 정도의 마법사였다면 나의 이 미세 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S등급의 괴물.
이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 계획이 먹혀들었는지 둘
의 눈빛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투를 치르지 않고 강자의 기세 를 완전히 꺾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약자의 패기(B)’를 획득합니다.]
……웅?
업적 달성에 이어 이번에는 특성까 지 획득했다.
특성의 이름은 약자의 패기.
하지만 나는 약자가 아닌데.
나, 엄청 강한데.
[약자의 패기 (B)]
설명 : 자신보다 강한 자를 기선 제압에 성공할 시 추가 효과를 획득 합니다.
►기선 제압
자신보다 강한 이에 대한 기선 제 압이 성공할 시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또한 기선 제압을 당한 상대의 모 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이 효과는 기선 제압에 성공한 전 투 중에만 발동합니다.
약자의 패기에 성공 시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 중 하나를 1 획득합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효과를 지닌 특성 이다.
엄청나게 강한 내가 왜 약자의 입
장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특성을 얻었다는 건 나에게 손해는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자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했습니다.]
[‘약자의 패기(B)’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하고 적 의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윽!”
효과가 발동됨과 동시에, 정환과 알 아사드의 몸을 무언가가 짓누르 기 시작했다.
아마 저것의 정체는 약자의 패기로 발동된 모든 능력치의 20% 감소 효과겠지.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상황을 만든 것이 나라는 걸 눈치챘는지 다시 한 번 눈빛에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젠장!”
정환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듯 전신에 검은 마기를 방출하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것과 동시에 나는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다.
상대가 S등급의 마법사인 만큼 그 에 맞게 나 또한 최선을 다할 필요 가 있기 때문이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그렇게 몸 안에 날뛰는 마력을 느 끼며 녀석의 주먹질을 피해냈다.
약자의 패기 효과를 받아 상승한 능력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녀석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쳇!”
그리고 이어서 빛 속성 구체를 빠 르게 구현해 녀석의 배에 그대로 꽂 아 넣었다.
콰아아앙!
“크아악!”
바닥을 구르는 정환.
이어서 단검을 역수로 쥔 알 아사 드가 나를 향해 빠르게 돌진해왔다.
과연 암살 마법을 익힌 녀석답게, 속도는 꽤 빠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보다 더 빠르 게 움직일 방법이 있다.
나는 곧바로 순간 가속을 발동해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마법 구체를 구현해 다시 한번 녀석에게 방출했다.
콰아앙!
“크악!”
알 아사드 역시 고통의 비명을 지 르며 바닥을 굴렀다.
“후우……
약자의 패기 효과 덕에 2명을 동 시에 상대한 것치고는 시작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다음.
‘순간 가속’의 다음 재사용 시간까 지 뭐로 버티냐는 거다.
“……진우 씨 괜찮아요?”
뒤에서 한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를 돌아 가볍게 손목을 매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전 아주 강하니까 요.”
“......네?”
그 순간.
어디선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 졌다.
뒤를 돌자 산 위에서 거대한 검을 등에 매달고 있는 누군가가 내려오 고 있었다.
알 아사드는 그를 보고는 다시 한 번 표정을 굳혔다.
“……이 기운은 설마. 거, 검귀?”
같은 한성가의 일원이다 보니, 그 정체를 바로 눈치챈 모양이다.
검귀는 나와 한세연을 번갈아 바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웬 소란이 느껴지나 싶어서 왔더 니……
그러고는 알 아사드에게 시선을 돌 린다.
“……네 놈은.”
그리고 그때.
강한 마력과 함께 알 아사드와 정 환이 뒤를 돌아 빠르게 도주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었다.
나를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검귀 까지 상대해야 한다니.
당연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테 지.
하지만 검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둣 강한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신형이 사라 진다.
이내 알 아사드의 앞에 나타나더니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칼을 휘둘
러 칼등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크억!”
그대로 기절한 알 아사드.
정말 눈 깜빡할 순간에 벌어진 상황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온다.
과연 전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 에 꼽힌다고 알려진 게 허언이 아니 라는 듯 괴물 같은 실력이었다.
검귀,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일 지도.
……그 순간. 과몰입의 효과가 풀 려나며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동시에 방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들
을 다시 떠오르며 등에 식은땀이 흘 렀다.
……뭐지. 방금? 과몰입의 효과가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검귀는 쓰러진 알 아사드의 위에서 가만히 서서 도망치는 정환의 뒷모 습을 바라보았다.
쫓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쓰러진 알 아사드를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리더니 나를 홀겨보며 말했다.
“결계는 네가 해제한 건가?”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런가. 제법이군.”
그 뒤 한세연에게 다가간 검귀가 물었다.
“아가씨, 이곳엔 어쩐 일입니까?”
“……어, 그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왔어요.”
“부탁이라면……
검귀가 내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가 이곳에 온 건 네 계획인가?”
그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검귀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을 향해 걸 었다.
“일단 따라와라.”
검귀의 별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60평쯤으로 보이는 넓이. 그리고 2 층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까지 있었다.
한세연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여기서 지내셨나 보 네요.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요?”
“원래 혼자 있기 좋아해서 괜찮습니다.”
검귀가 그렇게 말하며 기절한 알 아사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 고는 벽에 등을 기대었다.
“그럼 왜 이곳에 왔는지 또 왜 이 녀석과 대치하고 있었는지 설명해주 시죠.”
“그건......
한세연이 대답하려는 찰나 내가 끼 어들었다.
“검귀 님께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 어서 찾아왔습니다.”
내 말에 검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무슨 도움을 말하는 거지?”
“본업으로 돌아와 한세연 씨의 경 호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검귀가 미간을 좁혔다.
“아가씨에게도 말씀드렸지만 나는 한성가의 주인을 지키는 검. 한성가 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이유로 아무 의 호위를 맡지 않는다.”
예상했던 대답이다. 검귀의 신념은
익히 알려져 있으니까.
한세연 역시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는 듯 실망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 았다.
나는 그런 그녀와 눈을 마주 보다 가 다시 검귀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본 인이 선택하셔야 합니다. 평생을 함 께한 한성가를 잃을 것인지. 아니면 한성가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스스 로 주인을 선택하실지 말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지?”
검귀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한세진은 지금 불안정합니다. 원
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한세진이 권력을 잡 는다면 한성가는 그대로 몰락할 겁 니다.”
실제로 원작에서 또한 한성가를 장 악한 뒤, 마인과 결탁한 증거가 발 견되며 한성가는 몰락에 가까운 피 해를 입게 된다.
다행히 뒤늦게 차기 회장으로 오른 한세연 덕분에 새로운 부흥기가 시 작되기도 했지만.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한세진은 마인과 손을 잡았으니까
요.”
내 말에 검귀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한세연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 다는 둣 표정의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무언가 생각에 잠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협회에서는 현재 한세진이 마인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는 상태죠. 추격 망은 점점 좁혀오고 있고 얼마 안 가 그의 실체가 전 세계에 드러날 겁니다.”
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검귀 님이시라면 협회가 어떤 단 체인지 알 겁니다. 사회에 혼란을 주는 단체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박살낸다는 것 을요.”
검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말없이 내 말을 귀담아들었다.
“한세진이 한성가를 차지하게 된다 면, 협회는 곧바로 ‘한성가 죽이기’ 를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검귀 님이 평생 몸담고 지켜왔던 한 성가는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겠죠.”
그러고선 원작을 통해 알고 있던
검귀의 진심을 말했다.
“그리고 이제 솔직해지시죠. 검귀 님께서는 이미 섬기고 싶은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검귀는 예전부터 한세진을 못마땅 해했다.
그가 가진 잔인한 성격과 습성.
또, 가진 욕심에 비해 부족한 능 력.
그것 외에도 검귀가 혐오스러워하 는 종족인 마인과 손을 잡은 것.
이 사실을 그 또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말에 속마음을 들킨 검 귀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바닥에 기절한 채 쓰러진 알 아사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검귀 님도 아시겠지만, 이 자는 한세연 씨를 암살하기 위해 한세진 이 보낸 암살자입니다.”
“……알 아사드. 한성가에서 키운 병기 중 하나지.”
검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옆에는 마인이 있었습니다. 눈 치가 있으신 분이니 제가 말했던 것 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검귀에게 말했다.
“한성가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한세연 씨가 필요합니다. 검귀 님께 서도 이를 잘 알고 있으실 테고요.”
한참을 생각하던 검귀가 작게 웃었다.
“……하하. 재밌군. 재밌어. 설마 내 속마음까지 이렇게 잘 알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검귀는 혼자서 조용히 웃더니 내게 말했다.
“돌아가신 회장님께서 왜 네게 관 심을 보였는지 이제는 알 거 같군.”
검귀는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좋다. 네 제안에 수락하마.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
“뭐죠?”
“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라.”
어떤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우. 아가씨를 이렇게까지 돕 는 이유가 뭐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