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화
3일간 이어졌던 마법사관학교의 축 제, 태휘제가 모두 끝이 났다.
예정된 일정이었던 폐막식에서 각 분야별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각종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 었던 「4계통」의 짐꾼이 사실은 혹 막이었다는 재해석(?)에 성공한 나 의 활약으로 연극팀 역시 큰상을 받 게 되었다.
[행운석 (B)]
분류 : 부적
설명 : 소지 시 행운이 상숭합니다.
“......흐음.”
그리고 지금 나는 오늘 획득한 상 품인 ‘행운석’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었다.
행운석.
이름 그대로 소지 시 행운을 준다 고 알려진 아이템이다.
태휘제에서 준비된 행운석은 총 3 개였기에 이서준, 유아라, 나. 이렇 게 셋이 받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연극팀의 스태 프들은 행운석 대신 상금을 나눠 갖 게 되었는데 금액이 생각보다 크다 보니 큰 불만은 없는 모양.
“……행운의 정확한 수치는 볼 수 없는 건가.”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행운이 상승하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무형의 능력이었기에 어느 정도 예 상하기는 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이 느껴진다.
행운이 티끌만큼 오른다면 전혀 체 감하지 못할 테니까.
“뭐, 크게 상관없겠지.”
행운 상숭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으으음…… 이쪽을 어떻게 해야 하지.”
마법사관학교의 다목적 휴게실.
나는 행운석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는 홀로그램 컴퓨터 앞에서 끙끙대 는 윤하영에게 다가갔다.
“뭐가 문제인데?”
“여기 웅시 항목 부분. 몇 번으로 해야 하나 싶어서.”
윤하영이 손가락으로 화면의 한 부 분을 가리켰다.
웅시 전형 항목.
곧 있을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 을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마법사관학교 출신은 2번이야. 발
현계니까 이쪽은 3번으로 하고. 빙 속성은 이쪽으로.”
“아. 땡큐.”
윤하영이 톡톡 번호를 입력했다.
나는 그 뒤에도 혹시 빼먹은 것이 없나 하나하나 내용을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믿고 맡겼다간 또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니까.
“……흐음. 나머지는 잘 채워 넣었 네.”
쭉 살펴봤는데, 의외로(?) 실수 없 이 혼자서도 잘했다.
윤하영이 애도 아니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거겠지만 지금까 지 해온 게 있다 보니 더 꼼꼼하게 살폈다.
그때 윤하영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벌써 이력서 쓰는 애들 이 보이네.”
그녀의 말대로 다목적 휴게실의 홀 로그렘 앞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졸업이 얼마 안 남았잖아. 미리 준비해야지.”
태휘제가 끝난 당일이기에 늘어질 법도 하지만, 이젠 학교생활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부터 졸업 전까지 매일매일이 바쁠 3학년이기에 쉬는 날 없이 준 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럼 이렇게 된 거 나도 지금 이 력서나 쓸까?”
“아냐. 나중에 써.”
“웅? 왜? 방금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그건.”
윤하영은 자신의 목표 1지망인 특 무팀에 스카웃될 예정이다.
굳이 이력서 따위에 몇 시간씩 시
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그녀가 원하 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원작의 흐름과 달라지지 않도 록 ‘멸마의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특무팀이 알아차릴 수 있게 잘 유도 해야겠지만.
“이력서에 채워야 할 내용이 확 늘 어나거나 바뀔 수도 있잖아. 적어도 프로 시험은 마치고 써.”
내 말에 윤하영이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작게 웃었다.
“내용이 늘어날 수 있다니. 선우 너.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 니야?”
“아니지. 오히려 넌 지금 저평가 받고 있어서 이번에 고평가 좀 받아 야 해.”
지금 당장은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 과 비교해 능력치 자체는 낮지만, 그녀는 남들에게 없는 강한 잠재력 과 멸마의 힘이라는 특별한 무기가 있다.
윤하영은 지금 상당한 저평가를 받 고 있는 게 맞다.
그리고 내 말이 조금 감동적으로 들렸는지 나를 향한 윤하영의 시선 이 뭉크러진다.
“서누야아……
그리고 이어지는 간드러진 목소리. 괜히 부담스러워서 슬쩍 뒤로 물러 섰다.
“……뭐야. 징그럽게 왜 그래.”
“나느으은...... 진짜루 선우 너밖에 없어어……
윤하영이 안아달라는 듯 양팔을 내 게 뻗으며 들러붙는다.
얘가 그레텔도 아니고 뭐 하는 짓 인지.
나는 기겁하며 다시 물러섰다.
“아야. 좀 떨어져.”
그럼에도 윤하영은 내게서 떨어지
지 않고 오히려 더 끈적하게 달라붙 었다.
허리까지 착 감아서. 마치 매미라 도 된 것 같이.
“선우야아…… 우리 평생 함께지? 응? 웅?”
그 질문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피식 웃으며 가볍게 그 녀의 어깨를 잡아 떨어트렸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시험 대 비 훈련이나 하러 가자.”
시간이 흘러 토요일 저녁.
미리 예정되어 있던 약속을 위해 김진우의 모습으로 서울 외곽의 인 적없는 공원에 도착했다.
벤치로 걸어가자 아름다운 흑발의 여성이 나를 발견하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진우 씨. 여기에요.”
그녀는 오늘의 약속 상대인 한세연 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뒤에서 있 던 3명의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고
개를 숙이고는 자리에서 벗어난다.
나는 사라져가는 남성들을 바라보 며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경호원분들이요. 진우 씨가 미리 조심하라고 했었잖아요.”
“ 아.”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궁지에 몰린 한세진과 십마회가 그 녀에게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를지 모 르는 상황이니까.
물론 한세진의 측근이라 할 수 있 는 엘린이 관련 정보를 주고 있으니
어느 정도 대처가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 지.
슬쩍 떠나가는 남성들에게 [인물 간파]를 사용해보니 세 명 모두 A 등급의 마법사였다.
만약 한세연을 습격하는 빌런이 있 다면 S등급일 확률이 높아 내 눈에 는 부족해 보였지만, 아마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한성가에 소속된 다른 S둥급의 마법사들은 한세진이 꽉 쥐고 있을 테
니까.
그나마 한세연의 경호를 해줄 만한 강자가 있다면 한성가의 검이라 불 리는 검귀 뿐인데.
한대현 회장의 죽음 이후로 쉬고 있어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호 분들 더 늘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네?”
내 말이 조금 뜬금없었을까? 그녀 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저분들의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닌 데, 한성가의 주인이 될 사람의 경
호치고는 너무 적지 않나 싶어서요. 검귀 정도 되면 모를까.”
내 말이 농담처럼 들렸는지 한세연 이 풋 하고 웃는다.
그러고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경호 숫자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늘려 볼게 요.”
한세연은 그렇게 말하며 검은 케이 스 가방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저번에 말한 영약이에요. 그레텔 의 나뭇가지와 나뭇잎로 만든 영약 이요.”
“ 아.”
오늘 한세연과의 약속은 바로 이것 을 위해서였다.
나는 곧바로 가방을 열었다. 옅은 녹색 빛이 돌고 있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 10개가 올려져 있었다.
[농축된 마계수 영약(B)]
설명 : 섭취 시, 모든 회복 능력이 영구적으로 200%, 모든 능력치가 3 상승합니다. 중복 섭취마다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오……
외부자의 혜택으로 본 영약의 효과 는 꽤 나쁘지 않았다.
200%의 회복 능력. 그리고 모든 능력치 3 증가.
중복 섭취마다 효과가 절반으로 감 소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정도 페널티가 없으면 그건 사기지.
“진짜 좋네요. 10개면 개수도 적절 하고.”
“이번에도 보자마자 효과를 알아차
리신 모양이네요. 웬만큼 영약에 지 식이 없으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말한 한세연이 갑자기 생각 난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러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지 않아요? 그때도 진우 씨가 마력초 효능을 바로 알아채서 놀랐 었는데.”
그 말에 나도 자연스레 그녀와의 첫 만남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게요.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 네요.”
“그땐 이렇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
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리고……
한세연이 말끝을 흐리더니 입을 다 물었다.
뭔가 싶어서 그녀의 얼굴을 살피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품 안에서 미리 챙겨두었던 ‘신비한 마계수 열 매’를 꺼냈다.
한세연은 열매를 보고는 조금 놀란 눈이 되었다.
“어…… 이건.”
“저번에 제조를 부탁드린 열매입니다.”
한세연은 마계수 열매를 받아내고 는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살면서 이런 열매는 처음 봐요. 설마 그레텔한테서 얻은 거예요?”
“맞습니다.”
“ 와아......
한세연의 두 눈이, 장난감을 발견 한 어린아이의 눈처럼 변했다.
“어때요? 이 열매의 효과 증폭시킬 수 있을 거 같아요?”
“불가능할 것 같진 않은데, 특유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굳이 제조를 거 쳐야 싶기도 하고……
말끝을 흐리던 한세연이 내게 시선 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근데 제가 일반적인 제약사는 아 니잖아요? 저라면 여기서 더 증폭시 킬 수 있어요.”
역시. 한세연이라면 가능할 줄 알 았다.
그녀의 제약 실력은 세계에서도 다 섯 손가락 안에 꼽히니까.
게다가 그녀의 두 눈에는 강력한 도전 욕구가 보이고 있었다.
기대되는데. 마계수 열매가 과연 어떻게 변할지.
물론 ‘마계수의 가호(S)’의 효과를 조금 늦게 알아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며칠만 참으면 되니까.
그때 한세연은 스마트 폰으로 시간 을 확인하고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더 함께 있고 싶은데 밀린 일이 많아서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아, 네. 그러세요.”
바쁘다는데 어쩔 수 없지.
“영약은 제조 완료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릴게요.”
“네, 그럼 기다리겠……
그때 였다.
띠링.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한세연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는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마인과 한세진 사이에 갈등이 드 디어 터진 것 같습니다. 아마 한세
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생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엘린에게서 온 메시지에 나는 잠시 표정을 굳혔다.
우려했던 상황이 터져 나왔다.
궁지에 몰린 두 빌런 집단의 갈등. 그리고 저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역 시 한성가의 장악올 방해하고 있는 한세연일 것이다.
“……진우 씨?”
내 표정이 조금 심각해 보였을까? 한세연이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그다음, 스마트 폰에서 다 시 알람이 울렸다.
이번에는 한세연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어쩌면 오늘 한세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표정이 계속 안 좋으신데…… 무 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나는 스마트 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연 씨.”
분위기를 읽은 한세연이 나를 따라 표정을 잠시 굳혔다.
“네……?”
“밀린 일이 많으시다고 했죠?”
“……네. 그렇죠. 최근 이것저것 일 이 많아서.”
“아무래도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한세연이 멍하니 눈을 깜 빡였다.
“오늘 같이 있어요.”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