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 화
마법사관학교는 매우 넓다.
본관을 포함해 수많은 훈련, 편의 시설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으며, 운 동장과 공원이 그사이에 끼어 있어 특정 인물 한 명을 찾아낸다는 건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불필요하게 뛰어다니 며 찾을 필요 없다.
내게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 이 있으니.
[‘제3의 눈’을 발동합니다.]
내 손바닥 위로 새하얀 빛의 구체 가 구현되더니 하늘 위로 올라갔다.
동시에 지상을 내려보는 듯한 넓은 시야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는 제3의 눈을 이용해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법학 교수는 어디에 있는가…….
찾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새하얀 눈밭에서 짐승이 발자국을
남기듯, 법학 교수가 지나간 자리엔 졸음 유발의 영향으로 잠든 사람들 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법학 교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야. 한발 늦은 건가?”
잠에 취한 발걸음으로 길을 걷는 법학 교수.
그 뒤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이서준 일행과 협회의 마법사와 교사 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소란에 몰려든 일반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서준이 현장에 도착했다는 건 이
제 곧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의미 가 담겨 있다.
그에게는 나와 같이 졸음 유발로부 터 견딜 수 있는 정신력 강화 특성, [은월환절]이 있으니까.
물론 ‘졸음 유발’이 환술은 아니지 만 어디까지나 잠재 개성이기에 이서준이나 협회 마법사만큼 강한 정 신력을 가진 자들을 잠재우는 건 힘 들 것이다.
“……흠. 뭔가 아쉽게 됐네.”
이서준이 나서기 전에 내가 먼저 해결해서 포인트를 버는 게 목표였 는데.
뭐, 모든 일이 항상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거겠 지.
바로 그때.
—까다롭네. 주변 사람을 재우는 개성인 거 같은데…… 근처에만 가 도 어지러워서 접근할 수가 없어.
....네, 조금만 가까이 가도 어 지러움이 심해지더라고요.
제3의 눈을 통해 협회의 마법사와 대화를 나누는 이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의문을 느꼈 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어지러움이 심 해진다니?
이서준이라면 그럴 리 없을 텐데?
—팀장님, 공격해서 기절시키는 건 어떤가요?
—안 돼. 외부 충격을 가하면 오히 려 더 큰 폭주를 일으킬 수도 있어.
—이대로 놔둘 순 없잖아요.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뭐지?”
아무래도 이들은 법학 교수의 근처 에도 다가갈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어째서?
폭주화로 잠재 능력이 강해졌다고 는 하나 프로 마법사가 접근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씁……
원인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서준 은 섣불리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인듯했다.
저대로 놔둘 순 없기에 나는 곧바
로 법학 교수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내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법학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나를 발견한 이서준이 보였다.
_……김선우?
나는 이서준을 바라보다가 그 옆에 선 협회의 마법사들에게 시선을 돌 렸다.
법학 교수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 자 마법을 사용해 기절시키려는 둣
손 위에 마법을 구현해 놓고 있었다.
“멈춰요!”
내 외침에 협회의 마법사들이 구현 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충격을 주면 안 돼요. 제가 막아 볼게요”
—……저거 김선우 맞지?
—네, 자기가 막아보겠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다른 애도 아니고 김선우니 까 일단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법학 교수를 향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김선우! 조심해!
이서준의 외침에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법학 교수에게 크게 외쳤다.
“선생님!”
내 부름에도 법학 교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현재 법학 교수는 무의식의 상 태라는 뜻이었다.
이를 확인 했으니 그를 깨울 방법 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폭주화된 그의 신체에 접촉해 흐트 러진 마력을 제어하여 정신올 깨워 야 한다.
나는 은월환절을 발동해 그에게 천 천히 다가갔다.
바로 그때.
«으..”
강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갑작스 러운 두통에 한 발짝 물러서 이마에 손을 얹었다.
“......뭐야?”
분명 원작 속 묘사에서는 이 정도 의 힘을 보이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빠르게 해 결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계속 생각하던 중, 새로운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법학 교수가 뿜어내는 졸음 유발의 힘은 어디까지나 충격에 의한 ‘기 절’이 아닌 특별한 힘을 이용해 어 지러움을 유도해 잠을 자게 하는 것.
그렇다면 잠을 잘 수 없도록 나 역시 새롭게 정신을 무장하면 된다.
그리고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정신을 새롭 게 무장할 방법이.
“......후우.”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 았다.
[잠재 개성 ‘과몰입’이 발동됩니다.]
과몰입을 발동함과 동시에 하나의 목표를 설정했다.
법학 교수의 신체에 접촉하는 것.
목표 설정을 끝내자, 내 머릿속에 는 법학 교수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동시에 법학 교수에게서 뿜어지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몸을 가득 홅었다.
뭔가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지만, 과몰입을 사용한 상황이라 직접적으 로 느껴지지 않았다.
잠재 개성끼리 일어난 충돌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었다.
뚜벅뚜벅.
그렇게 나는 한 걸음씩 법학 교수 에게 다가갔다.
—……뭐야. 어떻게 다가가는 거 지?
놀람에 찬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
하지만 법학 교수에게 다가갈수록 무형의 기운이 내 몸을 밀어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무형의 기운도 아닌 것인지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듯 허 공에서 움직여졌다.
하지만 나는 그 기운을 밀어내며 법학 교수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선생님.”
내 부름에 법학 교수는 아무런 반 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을 내려볼 뿐이었다.
역시 강력한 무의식 상태라 그런 지, 가까이에서 불렀음에도 정신을 차리게 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나는 손끝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 리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 방향으로 마력을 주입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법학 교수의 마력.
잠재 개성이 폭주화를 일으킴과 동 시에 마력의 흐름이 뒤틀리며 그의 뇌에 무언가 이상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는 천천히 마력을 주입해 몸 안 에 꼬여 있는 마력을 하나하나 풀어 내었다.
……그렇게 약 30초 정도의 시간 이 흘렀을까.
마력의 안정감을 느낀 듯 법학 교 수의 초점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다.
“……선우 학생?”
어렴풋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법학 교수.
그리고 그의 몸에서 뿜어지던, 모 두를 잠들게 했던 강렬한 기운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대박. 해낸 거 같은데요?
—……어, 확실히 특이한 기운이 사라졌어. 어떻게 한 거지?
법학 교수는 그 후 강한 피로감을 느꼈는지 몸을 비틀거리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나는 법학 교수의 몸을 지탱해주고 는 가볍게 바닥에 눕혔다.
“와아.”
구경하던 시민들 사이에서 나를 향 한 작은 감탄이 터져 나왔다.
“김선우!”
그리고 이서준 일행과 협회, 교사 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다시 법학 교수의 얼굴을 살피곤 그들에 게 말했다.
“마력의 스트레스로 잠시 잠든 거 예요.”
“그런가? 일단 수고했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라.”
“팀장님, 저는 구급 요원을 부르겠 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축제를 어 지럽히는 사건을 해결했습니다.]
[‘해결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장소에서 사람을 구했습니다.]
[‘소영웅’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잠재 개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 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과몰입의 힘이 강해집니다.]
총 1만 포인트의 습득과 능력치의 상승.
나는 그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 를 지었다.
마법사관학교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태휘제의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었던 법학 교수는 구급 차량에 실려 협회의 연구 치료 센터로 이동했다.
다행인 점은 ‘졸음 유발’은 사람을 잠재우는 것이 끝이었기에 인명 피 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태휘제 진행에 큰 문제 가 없다고 판단한 마법사관학교는 축제를 계속 진행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특 무팀의 정현수가 태휘제에 파견되었다.
“네, 축제는 그대로 진행되는 거 같아요. 시민들도 오전의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거 같고요.”
스마트 폰으로 김덕현과 통화를 하 던 정현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축제 현장은 무슨 일 이 있었냐는 둣 즐거운 음악과 함께
신나는 분위기로 돌아와 있었다.
자칫하면 꽤 심각한 일이 될 수도 있었는데 김선우의 빠른 조치로 작 은 해프닝 수준이 되었다.
—김선우는 만났나?
“김선우요? 당연히 방금 이야기 나 누고 왔죠.”
그렇게 말하며 슬쩍 멀리 떨어져서 혼자 허공을 바라보는 김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저렇게 허공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 고 있다.
—무슨 방법으로 법학 교수한테 다 가갈 수 있었다고 하던?
“어, 그게……
정현수가 말끝을 흐리고는 아까 있 었던 김선우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다시 생각해도 황당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냥 자기 정신력이 강해서 그렇다는데요?”
—……뭐?
예상했던 대로 김덕현의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스피커 너머에서 낮 은 웃음이 들려왔다.
—김선우다운 대답이군.
“네? 그게 끝이에요?”
순간 황당해서 물었다.
평소의 김덕현이었다면 김선우에 대해 이것저것 의문을 느꼈을 텐데.
—그럼 끝이지. 뭐 더 있냐?
“……아뇨. 그건 아닌데.”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고 대충 상황 정리됐으면 복귀해.
그 말을 끝으로 김덕현의 전화가 끊겼다.
'오늘 오전 11시쯤, 마법사관학교 의 축제 ‘태휘제’에서 교사 A 씨의 잠재 개성이 폭주해 시민들을 잠에 빠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오후 9시.
태휘제의 첫날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자 뉴스에서 오늘 있었던 소 식을 전하고 있었다.
나는 내 무릎 위에서 잠든 그레텔 의 등을 쓰다듬으며 뉴스를 지켜보 았다.
「다행히 잠재 개성의 폭주 사건은 한 학생의 활약 덕분에 30분도 되 지 않아 진압되었는데요. 그 학생은 바로 최근 뛰어난 활약으로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던 마법계의 유망주, 김선우 학생이라고 합니다.j
동시에 뉴스에서 오전, 축제 현장 에서의 내 모습이 나왔다.
기자가 내민 마이크 앞에서서 눈
을 깜빡이는 내 모습. 왠지 말로 설 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잠재 개성의 폭주로 협회의 마법사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 이었는데 먼저 나선 이유와 또 잠들 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기자의 물음에 내가 진중한 목소리 (과몰입 발동 상태)로 대답한다.
「……시민의 안전을 생각해 저도 모르게 발이 먼저 나간 것 같습니
다. 잠들지 않을 수 있던 건 시민들 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 아 닐까 생각합니다.」
과몰입 상태인 덕분에 책임감 때문 이라는, 뻔뻔한 답변을 이어나간다.
당연하겠지만 포인트를 얻기 위한 마음에도 없는 소리다.
내가 나선 건 어디까지나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였으니까.
이내 뉴스 화면이 바뀌며 대화를 나누는 두 앵커의 모습이 나왔다.
「김선우 학생의 진지한 목소리 들 으셨나요? 예전부터 느꼈는데 김선 우 학생은 생각부터가 다른 거 같습니다. 책임감의 힘으로 잠들지 않았 다니요.」
「작은 영웅이죠. 협회의 마법사들 도 자신의 안전을 생각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먼저 발 벗고 나선 거니까요.J
“그래, 그렇게 좋은 얘기만 해라.”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뉴스 특성 상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추가 포인
트를 벌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면 더더 욱 나를 향한 관심이 커지겠지.
그나저나 이쯤 됐으면 슬슬 메시지 가 떠오를 때가 됐는데.
바로 그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둣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존경과 경애를 보냅니다. 이제는 조그마한 행동에도 사람들은 주의 깊게 당신 을 지켜볼 것입니다.]
[‘신흥 종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에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1만 포인트와 인과율 1올 추가로 더 얻어냈다. 이것으로 오늘 하루만 2만이 넘는 포인트를 벌어간 셈이 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으. 이거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