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9화 (378/535)

379화

시간이 흘러 월요일.

수많은 학생이 기다렸던 1년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마법사관학교의 축 제, 태휘제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축제의 일정은 작년과 같이 3일간 진행되며, 이번에도 첫 시작은 ‘개 막식’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개막식의 진행을 맡은 ‘학생 대표’로서 오전 8시라는 이른 아침부터 대강당 뒤편 다목적

실 의자에 앉아 있다.

“……그런데 이런 걸 꼭 해야 하 나?”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 당연히 해야죠. 각종 후원사랑 방송국 사람 들까지, 전부 선배님만 볼걸요?”

그리고 지금 나는 꾸밈이라는 이유 로 최서윤에게 내 몸을 완전히 맡겨 버린 상태다.

최서윤의 섬세한 손에서 이루어지 는 드라이에 내 헤어 스타일이 휙휙 변하고 있으며, 또 얼굴에는 이것저 것 나도 모르는 크림들이 발려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될 거 같은 데.”

“에이, 그래도 학생 대표 자리인데 조금이라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야 죠. 아, 그리고 이거 화장 아니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피부톤 만 살짝 보정해주는 크림이에요.”

그렇게 손에 묻은 크림으로 내 얼 굴을 마사지하둣 이리저리 만지던 최서윤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괜한 민망함이 느껴지려는 그때 그 녀가 말했다.

“저번에도 느꼈는데 선배님 피부가 진짜 좋은 거 같아요.”

“내 피부?”

피부야 좋기는 하지.

작년에 먹은 그레텔의 열매로 노폐 물들이 완전히 사라졌거든.

“네, 거기다 은은하게 좋은 향기도 느껴지고…… 혹시 특별한 비법 같 은 거 있어요?”

“비법이라…… 있기는 한데.”

내 말에 최서윤이 호기심에 찬 표 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 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좋은 과일을 먹으면 돼.”

“과일이요?”

최서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더니 무언가 혼자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 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과일이 미용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진짜 효과가 좋나 보네요. 그나저나 선배님이 과일을 좋아하시는 몰랐는데.”

과일, 과일…… 최서윤은 들리지 않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눈썹 칼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눈썹 정리할게요.”

사각사각, 고요한 방안에 작은 소 리가 들리고. 평온한 시간이 흘러갔 다.

시선 처리에 민망함을 느낀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고선 태휘제에서의 일정을 머 릿속으로 생각했다.

우선 내 최우선 목표는 태휘제에 숨어 있는 업적들을 최대한 많이 달 성하여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다.

‘학생 대표’ 역시 그 숨은 업적 중 의 하나이고 연극 그리고 해프닝같 이 터질 작은 몇몇 사건들 속에도 숨어 있을 확률이 높다.

계속해서 나도 모르는 사건들이 터 져 나오는 지금 하루라도 많은 포인 트를 모으는 것이 좋기에 아마 3일 간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할 테지.

바로 그때 문 너머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끼이익- 소리 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나는 살며시 눈을 뜨고는 문 방향 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머나〜 선우 학생, 학생 대표라 고 꾸미는 거예요?”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교사, 이 희영이었다.

최서윤은 이희영을 보며 가볍게 고 개를 숙이며 인사하고는 웃으며 대 신 대답했다.

“중요한 자리인데 좋은 인상을 남 겨야 하잖아요.”

“그렇죠. 학생 대표는 학교의 얼굴 이니까요.”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아참, 오늘 중요한 손님 한 분이 오셔서 미리 인사 좀 나누시라고 왔 어요.”

그때 이희영의 뒤로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올 거라는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 지만, 막상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들었다.

이희영은 작게 웃으며 소개했다.

“아는 얼굴이죠? 작년에 이어 태휘 제의 가장 큰 후원사인 한성제약의 한세연 님이세요.”

한세연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 로 나와 최서윤을 번갈아 바라보더 니 이내 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만월의 밤 이후로 다 시 뵙네요. 이번에 학생 대표를 맡

게 되셨다면서요?”

“……아, 네.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세연은 나를 바라보다가 내 맞은 편에 선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 었다.

최서윤은 한세연의 시선을 느꼈는 지 밝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 네. 반가워요.”

그렇게 어색한 인사가 끝나고 최서 윤이 내 눈썹을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

괜한 불편함이 느껴지고, 은근슬쩍 한세연의 눈치를 살피던 순간 최서 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선배님.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실 수하면 큰일 나요.”

최서윤이 양손으로 내 양 뺨을 꽉 잡았다.

이희영은 그런 최서윤을 바라보고 는 작게 웃었다.

“저 두 학생. 참 보기 좋죠?”

이희영의 물음에 한세연이 어색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네. 두 사람 사이가 좋다는 이야기는 듣기는 했는데. 제 생각보 다 더 가깝네요.”

한세연이 멍하니 중얼거리자 이희 영이 입꼬리를 씰룩이곤 한세연에게 귓속말을 했다.

—둘이 사귄다는 소문도 있어요!

뭐?

순간 당황했다. 어디서 그런 소문

이 퍼진 거야?

“……어, 정말요?”

그리고 동시에 꾸역꾸역 포커페이 스를 유지하던 한세연의 얼굴이 한 순간에 무너지며 당황한 표정을 지 었다.

—네, 그런데 둘의 모습을 보면 소 문이 사실인 거 같기도 해요. 너무 풋풋하고 이쁘지 않아요?

“……그, 그러네요.”

한세연이 나를 바라보며 멍하니 중

얼거렸다.

바로 그때.

최서윤이 움직이던 손올 멈추고는 내게서 떨어졌다.

그러고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 니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선배님 끝났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벽에 걸린 커다 란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오. 뭐야?”

가르마를 타고 살짝 드러난 이마와 정돈된 얼굴.

원래도 훈훈한(?) 얼굴이지만, 거

울 속에 모습은 세련된 도시 남자의 느낌을 풍겼다.

[‘예술가의 손길’ 특성을 가진 자의 손이 당신을 거쳐 갔습니다.]

[매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합니다.]

[당신에게 호감을 느낄 확률이 크 게 상승합니다.]

……예술가의 손길?

최서윤한테 저런 특성이 있었나?

“어머 어머.”

이희영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 다.

“선우 학생 너무 멋진데요? 꾸미니 까 사람이 확 달라 보이네. 그렇 죠?”

이희영의 물음에 한세연이 나를 바 라보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달라 보이네요.”

이희영은 작게 웃고는 손뼉을 쳤 다.

“자자, 준비 끝났으면 이제 일어나 요.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복 마의 를 걸쳐 입었다.

슬쩍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그녀의 말대로 개막식 시작까지 1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대본은 다 외웠죠?”

이희영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 당연하죠.”

“자자, 그럼 갑시다.”

그렇게 우리는 방에서 나와 대강당 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슬쩍 내부를 확인하니, 전교생이 의자에 앉아 강당을 꽉 채우고 있었

그 옆에는 각종 방송국과 기자들 그리고 후원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저들 앞에서 학생 대표 로서 개막식을 진행해야 한다.

“선배님, 저도 이만 자리로 가볼게 요.”

최서윤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 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늘 고마웠어.”

“아니에요. 선배님 그럼 화이팅!”

최서윤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녀의 힘찬 기운에 나까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그래. 어서 가봐.”

“넵.”

그 말을 끝으로 최서윤은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가 떠나자 이번에는 한세연이 나를 불렀다.

“……선우 학생?”

“네?”

“긴장하지 말고 잘해요.”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 후 교사의 신호를 받으며 천천 히 단상 위로 올라갔다.

나를 향한 수많은 시선.

그 시선을 침착하게 마주하며 말했다.

“지금부터 태휘제 개막식을 시작하 겠습니다.”

태휘제의 개막식이 모두 끝났다.

나는 학생 대표로서 개막식의 진행 을 깔끔하게 수행했고 특별한 실수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았다.

첫 경험이란 걸 생각하면 꽤 성공 적이라 생각한다.

[‘학생 대표’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강한 매 력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그렇게 1만 포인트라는 달달한 수 금을 마치고 단상 아래로 내려오자 교사들이 다가와 내게 한마디씩 던 졌다.

“선우 학생, 수고했어요.”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선우 학생, 오늘 멋지더라.”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사들을 받아주자 이번에 는 후원사 대표로 참석한 한세연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수고했어요.”

“아, 네. 한세연 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내 말에 한세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씁쓸함이 느껴졌다.

“……으음.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 늘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봬요.”

“아, 예.”

한세연은 그 말을 끝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유의 몸이 됐다 생각하는 순간,

익숙한 얼굴들이 내게 다가왔다.

“선우야! 너 진짜 멋지더라! 수고 했어!”

“선배님 수고하셨어요.”

윤하영과 최서윤이 웃는 얼굴로 내 게 말했다.

“수고했어. 깔끔하게 잘했네.”

그 뒤로 유아라가 작게 미소를 지 으며 말했고. 이어서 이서준이 내게 다가와 한 마디를 더했다.

“그러게. 아예 긴장도 안 하는 거 같던데.”

“쟤 원래 긴장 잘 안 하잖아.”

신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하더니 나 를 위아래로 살펴본다.

“근데 너 오늘 좀 멋지다?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확실히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나를 향한 시선이 이전과 조금 다른 게 느껴진다.

내가 봐도 좀 달라 보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개막식도 끝났는데 이제 뭐 할 거냐?”

3학년은 태휘제의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

이서준은 작게 기지개를 켜곤 유아

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일 있을 연극 준비해야지.”

그 말에 유아라의 표정이 굳는다. 어딘가 자신감이 없는 얼굴이다.

이서준은 내게 힐끔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너도 올 거지?”

“아니, 난 따로 할 일이 있어서.”

“..할 일?”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 내가 할 일은 태휘제에서 일 어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 업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생각하니, 개막식 때와 다르게 긴장감이 생겨 난다.

‘작은 사건’이라 말하긴 했지만, 스 케일이 좀 크다 보니.

다름 아니라 오늘 태휘제에서 터질 가장 큰 사건은…….

나는 시선올 돌렸다.

—아, 오늘따라 왜 이리 피곤하지.

—흐아아암. 그러게. 오늘 푹 자고 왔는데.

내 시선 끝에는 법학 교수가 느릿 느릿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 주변 학생들은 어지러움을 느끼 는지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다.

마법 학계에서조차 제대로 연구되 지 않은 제3의 능력인 ‘잠재 개성’.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법학 교수에게서 뿜어지는 저 특별 한 기운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잠들어 있었던 법학 교수의 ‘졸음 유발’이 폭주화의 전 조를 보이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꽤 위험할 수도 있으 니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평생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니.

그렇게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 을 정리하고 있는데, 뭔가 심각성을 느꼈는지 모두가 의문 어린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선배님?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나는 주변 구경이나 하려고.”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윤하영은 표정이 굳은 채 생각에 빠

진 얼굴이 되었다.

“……무슨 일 있나 보네.”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중얼거리는 윤하영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이상한 쪽으로 눈치가 빠른 윤하영이 웃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아니라고 하니 별일 아니겠지~ 그보다 서준이랑 아라는 연극 연습 하고. 나머지는 뭐 할 거야?”

윤하영의 주도하에 대화 흐름이 바 뀌자 최서윤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도 선배님 따라서 구경이나 다

닐까 하는데.”

최서윤의 말에 윤하영도 웃으며 말 했다.

“그럼 나도 선우 따라서 구경이나 해야지〜”

윤하영 저거 딱 봐도 사건의 냄새 를 맡고 일부러 따라온다는 거 같은 데.

“신영준 너는?”

그때 신영준이 무언가 수상함을 느 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 면서 턱을 매만지곤 입을 열었다.

“난 이서준 연극 연습 도와주기로 해서……

“그럼 정해졌네. 오늘은 따로 노는 거로!”

“그래.”

그렇게 두 팀으로 나뉘어 헤어지려 는 그때 뒤에서 신영준의 작은 목소 리가 들려왔다.

“흐으음. 김선우가 표정 굳히면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면 그날 꼭 뭔가 터지던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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