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7화 (376/535)

377화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 야? 왕을 올해 안으로 죽이겠다고?”

내 발언에 선화는 황당해하는 반응 을 보였다.

그녀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초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시 점, 올해가 끝나기까지 그리 긴 시 간이 남은 건 아니었으니까.

“못할 거 없지. 어차피 십마회는

붕괴 직전 상태가 아닌가?"

현재 십마회에 남은 S둥급 마인은 총 넷.

그중 왕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선화와 하령을 제외하면 고작 둘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다 마인 게이트 사건 이후 십 마회를 향한 협회의 추적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어 녀석들의 움직임에도 제한이 있을 테고.

“……그렇긴 하지. 1, 2년 사이에 네 손에 여섯이나 되는 S등급의 마인이 죽었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불 가능하지는 않겠지.”

그러더니 살짝 두려움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올해 안으로 왕을 죽이겠다니. 행동력이 대단하네. 역 시 그분의 예언은 틀리지 않은 건 가……

선화는 혼잣말하든 중얼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갑자기 실수해버린 게 아닌가 하 는 생각이 드네. 너 때문에 우리 일 족 모두가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어. 나

는 마인 자체에는 큰 악감정이 없거 든.”

내 말에 선화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큰 악감정이 없다고?”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마인의 왕 과 그 충신들이야. 이번 일이 끝나 면 마인 사냥은 그만둘 거야.”

이건 진심이었다.

마인이 인간의 피를 먹으며 살아가 는 종족이라고는 하나, 그들 역시 인간과 같은 자연의 일부.

인간에 해롭다는 이유로 모기를 멸 종시키지 않는 것처럼, 굳이 나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을 찾아 죽일 이유가 없었다.

“특이하네. 마인에게는 악감정이 없는데 왕을 죽이는 게 목표라니. 그럼 왕은 왜 노리는 건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게 나의 역할이니까.”

“......뭐?”

선화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피 식 웃었다.

“네 정해진 운명이라는 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되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바로 그때 어딘가에서 짙은 마기가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령. 이제 왔어?”

“선화.”

하령은 짧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더 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예언의 아이인가.”

하령의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원작에서 하령은 빌런이지만 꽤 많 은 사연과 비밀을 가진 인물로 통한

전대 왕을 통해 알게 된 미래의 지식.

그리고 전대 왕을 죽음으로 몰고 간 현세대 왕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서준’과 ‘윤하영’에게 몇 가지 힌 트와 도움을 주는 특이한 행동을 보 이기 때문이다.

하령의 포지션을 굳이 따지자면 빌 런과 선역 사이의 경계에 걸친 인물 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는 침착하게 그의 얼굴을 살펴보 다가 물었다.

“나를 만나고 싶었다고?”

“그래, 너는 내가 평생을 충성한 주군의 마지막 유언이자 현세대의 왕을 죽일 유일한 열쇠…… 꼭 한 번 만나보기를 고대하고 있었지.”

하령의 목소리에는 깊은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녀석에게 말했다.

“나에 대한 생각은 궁금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건 진천우의 네 번째 일지에 대한 단서야.”

하령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전에. 왜 네 번째 일지에 집착 하는 건지 알고 싶군.”

그 물음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네 번째 일지에 집착하는 이유.

이유는 단순했다.

이 세계에 나를 소환한 진천우의 진정한 목적, 혹은 나에 대한 비밀 이 그 안에 담겨 있지 않을까 싶어 서였으니까.

하지만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 을 순 없었다.

이것들을 설명하기 위해선 내가 다

른 세계에 왔다는 것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하령이 말했다.

“너는 혹시 그분과 같은 예언의 힘 을 갖고 있는 건가?”

……응?

예상치 못한 하령의 발언에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마주한 그의 두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깃들어 있었다.

“십마회의 존재를 아는 것도. 또 우리 일족의 움직임을 미리 예상하 고 움직였던 것도…… 예언의 힘이

있어 알아낸 게 아닌가?“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미래의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정확히 예언의 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네 말대로 어느 정도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건 맞아.”

“......역시.”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선화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뭐야. 너 예언의 힘도 있었어?”

“어, 완전하진 않지만.”

“……예언이라면 그분이랑 같은 능 력을 갖고 있다는 거잖아.”

선화의 얼굴에 깊은 혼란이 담겼 다. 그때 그녀가 눈을 가늘게 좁혔 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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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어떻게 예언의 능력을 갖 고 있을 수 있지? 그러고 보니 너 초재생능력도 있잖아.”

“초재생능력?”

하령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 저 녀석 인간인데 우리처럼

초재생능력을 쓸 수 있어.”

그 말에 지금까지 침착함을 유지했 던 하령의 두 눈이 처음으로 떨렸다.

“……어떻게 인간이 초재생능력

을?”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 설명 할 방법이 없었다.

외부자의 혜택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방법이 있어. 그 부분은 나 도 대답해 줄 수 없으니 묻지 마.”

“……그런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하령이 다시 입 을 열었다.

“예언의 아이,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무슨 부탁인데?”

“네 얼굴을 보고 싶다.”

내 얼굴을?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데 서로의 얼굴은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 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나는 모자와 마스크로 완전히 얼굴을 가린 상태.

이런 내 모습으로는 나를 신뢰할 수 없겠지.

그리고 어차피 녀석들은 나를 김선 우로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어쩌면 두 마인을 아군으로 회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 시점에서 굳이 불신의 씨앗을 남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조건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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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그 누

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 해. 그리고 내 질문에 진실만을 답 하겠다고 맹세하고.”

이건 혹시 모를 안전장치였다.

특히 하령과 같은 경우는 자운과 네 번째 일지와 관련하여 협력하고 있기에 내 정체가 김선우라는 게 다른 곳에 밝혀진다면 꽤 골치 아픈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좋다. 네가 말하는 맹세는 피의 맹세겠지?”

“맞아. 선화. 너도 마찬가지야.”

나는 선화를 돌아보았다.

선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또 해야 하네. 알았어.”

이후 하령과 선화는 피의 맹세를 사용했다.

마인의 검은 피가 떠오르며 둘의 팔뚝에 작은 술식이 떠오르더니 이 내 사라졌다.

그 술식은 그들의 마력을 타고 심 장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거로 됐나?”

“그래.”

“그럼 얼굴을 보여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자와 마

스크를 벗었다.

동시에 둘의 시선이 내 얼굴을 향 한다.

선화는 굳은 얼굴로 내 얼굴을 살 피곤 말했다.

“김선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진짜 어리네. 어떻게 저 나이에 그런 힘을 얻게 된 거 지.”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선 슬쩍 하령에게 시선을 돌 렸다. 하령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때 녀석이 말했다.

“김선우,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게 있다.”

“뭔데?”

“김진우는 네 또 다른 신분인가?”

순간 가슴이 철렁였다.

갑자기 김진우 이야기가 나올 줄 생각도 못 했는데.

“김진우는 왜 갑자기 왜 나와?”

“발뺌하는군. 내가 모를 줄 알았 나?”

하령의 말투에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었다. 그리고 그 발언에 선화가

다시 한번 놀란 눈이 되었다.

“김진우……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은근히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거 같은데.

설마 여기서 김진우의 이야기까지 나을 줄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리 고 그가 하는 말은 단순히 찔러보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물음에는 확신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김진우 로 활동할 때마다 하령이 내게 관심 과 흥미를 갖는다는 메시지가 떠올

랐던 걸 보면 충분히 눈치챘을 가능 성도 있네.

“……그래, 맞아. 내가 김진우야.”

어설픈 거짓말은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내 말에 하령은 표정을 굳히다가 이내 낮게 웃었다.

“……역시 동일 인물이었던 건가.”

그러면서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제야 여러 의문이 풀려나는군. 김진우와 김선우…… 미래를 아는 듯한 행동…… 그래서 그랬던 건 가……

하령이 나를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 거렸다.

이것으로 내 패는 모두 공개했다.

이제는 내가 물을 차례다.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

“좋다.”

“먼저 네 번째 일지의 행방에 대해 말해.”

하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전에, 너는 세계의 법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어. 알고 있어. 설명해도 돼.”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우선 네 번째 일지는 세계의 허점을 이용해 서 제작된 거다.”

세계의 허점.

그 말과 동시에 성무제에서 관측의 사도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정된 미래가 있고, 그 미래를 바꾸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회 귀자라 할지라도.

—아, 회피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네요. 세계의 허점을 이용하 면 되니까.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예시를 드리자면 방 금 그쪽이 보았던 ‘술식의 액자’가 세계의 허점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허점이란 일지나 그림 같 은 방식으로 ‘기록’해 세계의 법칙 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지는 세계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 에 숨겨 두었지.”

가상 세계.”

생각해보면 술식의 액자도 관측의 악마가 만들어낸 가상 세계에 있었

네.

“그리고 아마 가상 세계를 만들어 내는 신비에 숨겨놨을 가능성이 높 다.”

최씨 가문에서 얻은 유물인 [가상 현실 생성 장치] 같은 건가.

“그 가상 세계의 신비를 찾는 방법

은?”

“모른다. 그래서 찾고 있는 게 아 닌가. 다만 아프리카 대륙 어딘가에 단서가 있을 거다. 진천우가 생전에 왕께 조언을 구했으니까.”

나는 다음 질문을 하기로 했다.

전부터 궁금했던 것이었다.

“예언의 왕이 말했던 외부의 신에 대해 들었어. 하지만 외부의 신은 세계의 법칙에 속해있지 않아 예언 으로 관측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외부의 신이 등장할 것이라 예언한 거지?”

“외부의 신의 강림할 것이라 한 건 예언의 힘으로 알아낸 게 아니다.”

“그럼?”

“자유를 얻어 신이 되고자 하는 진 천우의 강한 야망…… 그리고 그의 행동력을 보고 왕께서 추측하신 거 다.”

뭐야. 예언이 아니었던 건가?

“하지만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세계를 어지럽히고 높은 확률로 파 멸과 혼란을 일으킬 외부의 신이 반 드시 강림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강림한다면, 더 큰 흔 란올 일으키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고.”

나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부의 신이 강림한다면 모두가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 을 테고,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아니다.”

하령이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세계의 법칙은 파멸과 혼란으로 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수단이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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