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6화 (375/535)

376화

“태휘제 학생 대표로 나가게 됐다 고‘?”

마법사관학교의 점심시간.

교내 식당에서 음식을 먹던 모두가 내 중대 발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꼭꼭 씹던 마나 새우 조림을 꿀꺽 삼키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

“......오.”

이서준의 눈이 반짝 빛난다.

윤하영은 축하한다 말했고 최서윤 은 기대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내 맞은편에 앉은 유아라는 무언가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슬쩍 이서준 과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잘됐네. 여기 학생 대표 경험자 많으니까 조언도 받아봐.”

“앗. 모르시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저 나름 작년 학생 대 표였거든요.”

최서윤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작게 웃어 주다가 유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아라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눈으 로 식판을 내려본 채 조물조물 음식 을 씹고 있었다.

예전부터 학생 대표라는 자리에 한 이 맺혀 있던 그녀답게 내가 학생 대표에 오르게 됐다고 하자 마음이 복잡해진 모양이다.

하긴, 회귀 첫날에도 학생 대표 선 서하던 이서준에게 분함을 느꼈던 그녀니까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 네.

그러다 보니 이전 삶에서 처음 학 생 대표에 올라 기뻐하던 유아라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나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도 있으니 원작보다 부족해진 자존감은 내가 채워주는 게 맞겠지.

나는 내 식판 위의 마나 새우 조 림 하나를 집어 그녀의 식판 위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유아라가 고개를 들어 올리 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인 다.

“……뭐야 이거?”

“너 많이 먹으라고.”

내 기행(?)에 옆자리에서 식사하던 최서윤이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이서준 역시 식사를 멈추곤 나를 미묘한 눈으로 바라본다.

유아라는 이 상황이 불편한지 주변 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나 새우 알레르기 있는데.”

그 말에 새우를 도로 가져왔다.

새우 못 먹는 건 몰랐지.

그나저나 이 맛있는 걸 못 먹는다 니. 내가 다 안타깝네.

점심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없어서 못 먹는 요리인데.

그러자 윤하영이 내게 식판을 내밀 었다.

“선우야. 새우 안 먹을 거면 나주 라.”

“미안. 내가 먹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새우를 입에 넣었다. 윤하영은 순간 할 말을 잃은 표 정을 지었다.

새우를 꿀꺽 삼키고는 사과 조각 하나를 집어 유아라의 식판 위에 을 려놓았다.

“그럼 이거 먹어.”

유아라가 젓가락질을 멈추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별 거 아니라는 둣 말했다.

“너 사과 좋아하잖아.”

“……내가 사과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혼자 맛있게 먹는 거 봤 어.”

물론 거짓말이다.

원작에 묘사된 짧은 문장을 기억하 고 있던 거니까.

유아라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사과 조각 하나 를 입에 넣는다.

의심과 경계 가득한 눈빛을 보내지 만, 사과를 좋아하다 보니 막상 싫 지는 않은 모양.

“하나 더 먹어라.”

사과 조각 하나를 더 올려놓자 그 녀가 눈을 찌푸린다.

“……갑자기 왜 그래?”

“뭘 그리 경계해. 그냥 호의를 베 푸는 건데.”

“거짓말하지 마. 다른 목적이 있을 거 아니야.”

“어허. 사람을 뭐로 보고. 그런 거 없어.”

내 말에 유아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서 사과를 베어 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맞다. 너 요즘 마법 엄청 늘었더 라. 구현 디테일이 장난 아니던데. 화염의 열기도 장난 아니고.”

“......그래?”

“어. 진짜로. 전설 속 염화의 마도 사도 네 나이에 그 정도는 아니었을 걸.”

여전히 경계하는 유아라의 눈빛. 하지만 미세하게 씰룩이는 입꼬리를 보면 은근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갑자기 칭찬해도 나오는 거 없어.”

“뭔가 바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니 까 그러네.”

그렇게 말하고선 나를 이상한 눈으 로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슬 쩍 홀겨보다가 유아라에게 속삭이듯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네가 이서준 보다 나아.”

좋아하는 그녀의 반웅에 너무 오바

해버린 걸까.

빈말임을 눈치챈 유아라의 시선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너 지금 나 약 올리는 거야?”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들여 시비 걸기’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늘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 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이희영의 종례가 끝나자 학생들이 짐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 작했다.

—흐아암. 드디어 끝났네.

—으, 피곤해. 오늘은 훈련 쉬어야 지.

소란스러운 교실 속.

윤하영이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자

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선우야. 오늘 같이 훈련할래?”

“오늘?”

갑작스러운 제안에 잠시 생각에 잠 겼다.

훈련이라. 아쉽지만, 오늘은 개인적 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미안,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선약?”

“응.”

내 말에 윤하영이 눈을 가늘게 뜨 더니 작게 속삭이둣 말했다.

“혹시 또 얼굴 가리고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지?”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작게 웃었다.

“이번엔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유아라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 자 윤하영이 그녀를 불렀다.

“아라야〜 오늘 같이 훈련할까?”

“훈련? 음, 좋아.”

유아라가 쿨하게 수락했다. 그러면 서 내게 시선을 돌린다.

“오랜만에 발현계 멤버끼리 하는 것도 괜찮겠네. 너도 같이 하는 거

지?”

이런 제안도 해주는 걸 보니 아까 의 행동으로 생긴 화는 다 풀린 모 양이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 오늘은 개인적인 일이 있거 드 ”

“……무슨 일인데?”

“그건 비밀.”

내 말에 유아라가 잠시 생각에 잠 기더니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

“다음에 하자. 내일이나 내일 모

레.”

“음, 그래.”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윤하 영과 함께 복도로 나갔다.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는 혼자 복도 로 걸어 나왔다.

그렇게 복도를 걷고 있는데 방금 종례가 끝난 B반의 이서준, 신영준, 이현주와 마주쳤다.

신영준은 장난스레 웃으며 내게 다 가왔다.

“김선우~ 소문 다 났어

“뭐가.”

“오늘 유아라 꼬시려다가 차였다 며?”

“어 진짜?”

이현주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래. 저리 비켜.”

어깨를 퍽 치고 지나가자 신영준이 억! 하며 물러섰다.

그렇게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 자 또다시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최서윤?”

“아, 선배님.”

최서윤이 작게 웃으며 나를 불렀다.

그때 그녀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학 생 둘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김선우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 진짜 팬이에요!”

“……어, 그래. 고맙다.”

고개를 끄덕이며 최서윤에게 시선 을 돌렸다.

“어디가?”

“태휘제 일로 준비할 게 있어서 요.”

“아, 노래 부른다고 했나.”

“네네.”

노래 부르는 최서윤이라……. 머릿 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괜히 내가 다 부끄럽다고 해야 하 나.

남들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뭐, 열심히 해봐.”

“넵. 선배님도 학생 대표 일로 궁 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여쭤봐 주 세요!”

“웅, 그럴게.”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다시 갈 길 을 가려는 그때, 최서윤이 나를 불

렀다.

“아 참, 선배님.”

“웅?”

“근데 유아라 선배님한테 오늘 왜 그런 거예요?”

어딘가 조심스러운 말투.

보아하니 은근 신경 쓰였던 모양이 다.

“별거 없어. 그냥 요즘 우울해 보 이길래 위로해주려고 한 거야.”

“아…… 하긴 요즘 그런 느낌이 들 긴 했어요. 성적 관련으로 스트레스 를 많이 받으시는 거 같더라고요.”

최서윤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의 여학생들은 대화를 이해 못 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서윤아. 무슨 이야기야?”

“웅? 아!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렇게 웃으며 말하더니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선배님, 그럼 저흰 이만 가볼게 요!”

그 말을 끝으로 최서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주요 둥장인물들과의 인사를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그레텔이 뛰어와 배꼽에 양손을 모으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한세연에게 팔아버리겠다는 발언 이후 엄청나게 예의 바라진 모습.

그 모습을 보자 쓴웃음이 나왔다.

“그레텔, 한세연한테 팔 일 없으니 까 편하게 있어도 돼.”

한세연의 이름이 나오자 그레텔이

흠칫한다.

한세연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데. 완전히 밉보였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워 그레텔을 꼬옥 안아주었다.

그렇게 그레텔을 안아주고는 소파 로 걸어갔다.

—크에에엑!

티비에서 웬 괴음이 들려왔다. 화면을 보자 좀비 영화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살던 세계의 좀비 영 화와는 조금 다르다.

좀비가 마법을 쓰며 날아다니고 있 다.

심지어 운석까지 뿌린다.

“……스케일 보소.”

그레텔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바닥에 놓고는 소파에 털썩 누웠다.

그렇게 약속 시간을 기다릴 겸 영 화에 집중하는 그레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문득 한세연이 생각 났다.

“생각해보니 최근 한세연한테 연락

이 없네.”

웬만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했 던 거 같은데.

한 사흘 전쯤부터 통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괜 히 걱정이 들어 스마트폰을 켰다.

[한세연 씨 요즘 어떻게 지내세 요?]

전송. 그리고 약 1분가량 기다리는 데 답장은 오지 않는다.

평소의 답장 속도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였다.

“……흠. 아직 퇴근 시간이 아니니 까.”

확인하면 금방 답장 주겠지.

바로 그때.

띠링.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도 사진]

[1 시간 뒤 여기서 만나]

메시지의 주인은 바로 오늘 만날 약속 상대였다.

나는 지도를 살펴보았다.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 걸친 인적이 드문 작 은 산지였다.

“그레텔, 잠깐 밖에 좀 다녀올게. 영화보면서 기다리고 있어.”

내 말에 그레텔이 자리에서 일어나 더니 배꼽에 손을 올리곤 고개를 숙 인다.

“응애.”

나는 기숙사 밖으로 나와 무형의를 통해 검은 모자를 쓴 의상으로 갈아 입고는 지도에 그려진 장소로 이동 했다.

마법사관학교와 거리는 꽤 멀었지만 게이트를 타고 이동하니 금방 도 착할 수 있었다.

“……귀신이라도 나올 거 같네.”

쌀쌀한 초겨울의 바람이 내 몸을 홀고 지나간다.

어느덧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주변에는 수풀이 울창해 주변에 어 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먼저 와 있었네.”

어디선가 느껴지는 인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어둠 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최정상급 마인에게만 허락된 능력 ‘암혹화’였다.

주변을 감싸던 검은 연기는 어느새 사람의 형상을 갖추더니 금발의 여 인으로 모습으로 변했다.

“선화.”

오늘의 약속 상대, S등급의 마인인 선화였다.

선화는 팔짱을 끼더니 웃으며 내게 말했다.

“또 모자에 마스크 쓰고 왔네. 어 차피 김선우인 거 다 아는데.”

나는 대답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왜 혼자 왔지? 내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당시 그녀는 내게 ‘하령’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그녀를 만난 이유는 하령에게

‘네 번째 일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말은 이미 해놨어. 다만 최근 ‘왕’ 의 감시가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늦을 거야. 너랑 있었던 일 때 문에 나랑 하령이 의심받고 있거 드 ”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유였기에 고 개를 끄덕였다.

하령과 선화가 이전 왕에게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마인 사 회에서도 유명한 사실일 테니까.

선화는 작게 웃더니 내게 말했다.

“하령이 오기 전까지 몇 가지 이야기를 해줄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왕이 네 정체를 알아냈어. 마법사관학교의 ‘김선우’라고 확신하 고 있더군.”

예상했던 상황이다. 그렇게 티를 냈는데 모를 수가 없지.

“참고로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얼마 안 가 왕 이 널 죽이려 할 거야. 반드시.”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나는 여 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라고 해. 크게 상관없어.”

자칫 여유로운 내 모습에 선화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예언의 아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 왕이 무섭지 않은 거 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차피 올해 안으로 내가 녀 석을 죽일 생각이거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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