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5화 (374/535)

375화

서울 어딘가의 작은 사무실로 위장 된 자운의 아지트.

“……미친. 이거 뭐야? 이거 그 녀 석이잖아.”

백은성의 중얼거림에 진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왜 또. 무슨 일인데.”

“이거 봐봐.”

백은성이 스마트 폰으로 영상 하나 를 재생해 그에게 보여주었다.

별생각 없이 영상을 살펴보던 진은 단숨에 표정을 굳혔다.

“……뭐야. 이거?”

영상 속에는 검은 모자를 쓴 남성이 4명의 특무 요원을 상대로 전투 를 벌이고 있었다.

익숙한 패션과 전투 스타일.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분명…….

“……김선우?”

“맞아. 그놈이야.”

김선우라는 말이 들려오자 나타샤 가 흥미를 느끼며 그들에게 다가갔

“김선우? 김선우가 갑자기 왜 나 와‘?”

백은성은 대답 대신 영상을 그녀에 게도 보여주었다.

영상을 살펴보던 나타샤는 굳은 눈 으로 그것을 보더니 이내 황당함에 찬 웃음을 흘렸다.

“저거 진짜 또라이네. 쟤는 우리한 테 시비 걸던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특무팀한테도 저러고 다니냐?”

“내 말이. 난 우리 애들이 젤 미친 놈들인 줄 알았는데 쟤는 한술 더 떠. 내 살다 살다 특무팀한테도 시

비 거는 놈은 처음 봤네.”

백은성이 화면 너머의 남성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서 마음에 들어. 겁나게 재수 없고 당장이라도 쳐 죽여버리 고 싶은데. 이놈 하는 짓 보면 조금 우리 스타일이야.”

“큭큭.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네. 그거 공감.”

나타샤가 낮게 웃었다.

그때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손에 검은 봉지를 든 금발의 여 인, 베르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 왔어. ……근데 너네 거기 모 여서 뭐 해?”

그렇게 말하던 베르트가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 뭔지 알겠네. 너네 김선우 영 상 보고 있구나?”

“응. 넌 이미 봤나 보네.”

“나도 방금 봤어.”

베르트는 손에 든 검은 봉지를 안 에서 컵라면을 꺼내며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뭐가?”

“저 영상 속에서 말이야. 특무팀 4

명을 상대로 저렇게 싸우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김선우가 그 정도는 아니잖아?”

“……음. 그렇긴 하지?”

확실히 영상 속 남성은 김선우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강한 힘을 갖 고 있었다.

김선우가 19살 답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의 괴물은 아니었으니까.

백은성은 물끄러미 영상을 다시 확 인했다.

시민이 촬영한 것이었기에 전투의 흐름이 완벽히 담기진 않았다.

최정상 마법사들의 전투답게 움직 임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녀석이 김덕현 을 포함한 특무 요원 4명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는 점이다.

“……놈이 저렇게 강하진 않았을 텐데.”

백은성은 녀석과의 만남을 다시 떠 올렸다.

생명의 잔을 훔쳐 갔던 인천 항구.

자신의 팔을 잘라갔던 마력함 아틀 란티스.

그리고 블러드 크리스탈을 훔쳐 갔

던 제주도.

……생각하니까 갑자기 혈압 오르 네.

“저 녀석, 설마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건가?”

백은성의 중얼거림에 베르트가 고 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야. 저 정도의 실력 이면 감출 이유가 없잖아. 진즉에 우리 중 몇 명도 죽였을 테고.”

“ 하긴......

확실히 저런 실력을 갖고 있다면 숨기고 다닐 이유가 없긴 하지.

베르트는 말을 이었다.

“평소의 김선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저 영상 속에서 보여주는 실력 은 19살이 보여줄 게 절대 아니야.”

“그럼 저 녀석이 김선우가 아닐 가 능성도 있다는 거네.”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베르트가 말끝을 흐렸다.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서 강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아, 맞아. 그런 게 있지.”

특정 상황에서 강해지는 특성.

마인의 ‘폭주화’라던가 몇몇 소수

일족이 가진 능력이 있다.

“……흐으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지, 저건 너무 강한 게 아닌 가?”

“아무튼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야. 놈이 갑자기 마인을 지킨 것부터가 뭔가 이상해.”

“하령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자운과 비밀리에 협약을 맺은 s등 급 마인, 하령.

김선우가 지켰던 마인은 하령의 동 료가 분명했다.

그 말에 나타샤가 손뼉을 쳤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 이청이 나 스카한테 연락하면 되려나?”

현재 이청과 스카는 네 번째 일지 를 찾고 있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네 번째 일지의 정보 를 알고 있는 하령과도 자주 연락하 는 관계다.

“혹시 모르니 일단 말은 해놓자 고.”

베르트가 그렇게 말하며 컵라면에 물을 넣었다.

따뜻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

“해야 할 일이 많네. 네 번째 일지 에…… 그분의 부활 준비에……

진이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분의 영혼을 부를 강령 술의 재료도 찾아야 하잖아.”

그때 베르트가 컵라면의 뚜껑을 덮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니까 강령술 재료를 찾는 걸 우선으로 하자.”

오전의 3학년 선택 수업, ‘마수 해 부학’의 중간 쉬는 시간.

나는 책상에 앉아 방금 나온 2차 중간시험의 성적 결과를 확인하고 있었다.

[3-2차 중간 평가 성적]

[김선우][3-A]

[실기 - 1위]

[이론 - 1위]

[최종 합산 - 3위]

“..흐”

딱 예상한 만큼의 결과가 나왔다.

실기, 이론 1위. 그리고 최종 합산 3위.

예상한 결과면서 당연했던 결과였 기에 기쁜 마음보다는 안도감의 감 정이 강했다.

그때 오른쪽 옆자리에서 이서준의 힘 없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이번에도 2둥이네.”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이서준.

본래 1등은 언제나 이서준의 몫이 었기에 성적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 는 그의 모습은 언제봐도 적응이 되 지 않는다.

그때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뭐야. 그 동정심 어린 눈빛은.”

“……내 눈빛이 어때서.”

“뭔가 안쓰럽다는 눈빛이잖아.”

……그랬나?

괜히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서는 내 앞자리에 앉은 유아 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아라 역시 이서준과 별 다를 바 없는 씁쓸한 얼굴로 성적을 확인하 고 있었다.

2위를 기록할 때에도 분함을 표출 했던 그녀였기에 3위로 떨어지는 그 순간의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그녀 역시 내 시선을 느꼈는 지 뒤를 돌며 내 눈을 마주한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

“……뭐야. 그 동정심 어린 눈빛 o w

아니, 내 눈빛이 어때서?

괜히 눈을 찌푸리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장난이야. 네가 1등이지? 축하 해.”

“어, 그래. 너도 3둥 축흐}—.”

이내 느껴지는 유아라의 살벌한 눈 빛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말실수했네.

유아라는 작게 한숨을 푹 내쉬더니 앞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4계통j 의 대본집을 꺼 내 읽기 시작했다.

어째 성적 발표 시즌만 되면 다들 예민해져 내가 더 신경 쓰인다.

다들 최상위권에 맞는 경쟁심과 숭 부욕을 가지고 있어 그런 거겠지.

그때 이서준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시험도 몇 개 안 남았네.”

“그러게.”

2차 중간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험은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과 ‘기말시험’이다.

하지만 기말시험은 내게 크게 중요 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종합 순위에서의 변동이 일어날 확 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서준과 유아라가 꼴찌를 해버리 면 모를까.

“야야. 김선우!”

바로 그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낯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자 이름 모르는 학생 두 명이 궁금증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야야. 궁금한 게 있는데 너 마법 독학으로 배운 거 맞아?’’

갑작스러운 질문.

그 물음과 동시에 교실 모두의 시 선이 나에게 향했다.

이서준 역시 내심 궁금했던 것인지 궁금증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자리에서 대본을 읽던 유아라도 마찬가지.

여기 모두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마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겠 지.

다만 어느 정도 내 정체를 알고 있던 왼쪽 옆자리의 윤하영은 불안 하게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 니 입을 열었다.

“……서, 선우 독학인데? 선우야 그치이?”

더 이상해 보이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제발.

윤하영의 말에 한 학생이 눈을 가 늘게 떴다.

“너한테 안 물었는데.”

“웅? 아니 내가 대답해 줄 수도 있지……

가만히 놔두다간 이상한 오해를 살 것 같아 끼어들었다.

“독학이야.”

나름 단호하게 말했지만 반응을 살 펴보니 믿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서준과 유아라는 의외로 별 반웅 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흠. 그래?”

“야야. 그럼 이번 서울 마인 사냥

꾼 사건 알지? 너 그 사람도 몰 라?”

이번에는 다른 학생이 내게 물었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이참에 잘됐다. 더 귀찮게 굴기 전 에 확실하게 끝내자.

“분명 말하는데 나랑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니까 이상한 소문 좀 그만 퍼트려.”

“……그러냐?”

내 단호한 말에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천장의 스피커에서 방송이 울렸다.

—3학년 A반 김선우 학생. 교무실 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뭐야. 교무실로 오라고?

갑작스러운 부름을 받은 나는 교무 실의 문 앞에 섰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혹시 어제 일로 협회의 조사를 받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짧게 숨을 내쉬고는 교무실 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 익一

오랜만에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교사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동시에 나를 향한 격한 반응이 쏟 아진다.

“선우 학생

“교무실에 오랜만이네〜”

교무실에 올 때마다 적웅되지 않는 분위기다.

수업 시간에 워낙 수업도 잘 듣고 예의 바르게 굴어서 그런지 나를 좋 아해 주는 교사가 생각보다 많다.

적당히 인사를 받아주자 한 교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희영 선생님께 가봐.”

“아,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희영 자 리로 이동했다.

자리에 도착하자 이희영이 웃으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우 학생 왔어요? 이번 시험 1 등 축하해요.”

“아, 예…… 근데 무슨 일로?”

“다름 아니라 제안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이희영이 살랑살랑 기분 좋은 웃음 을 흘리며 말했다.

“제안이요?”

“이제 곧 태휘제가 열리잖아요?”

“네. 그렇죠.”

“혹시 선우 학생이 이번 태휘제에서 학생 대표를 해줄 수 있을까 해

서요.”

……학생 대표?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아버렸다.

학생 대표라는 건 말 그대로 학교 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작년에는 최서윤이 맡았고 재작년 에는 이서준이 맡았던 만큼 뛰어난 성적과 스타성을 가진 학생이 맡는 역할이었다.

본래는 올해 유아라가 이서준 대신 처음으로 학생 대표가 될 예정이었다.

“아! 물론 부담되면 안 해도 돼요. 근데 요즘 선우 학생이 교외에서도

인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다른 선생 님들도 선우 학생을 많이 추천하시 더라고요.”

학생 대표 연설이라…….

외모적인 부분이 주요 등장인물들 에게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뛰어난 애들이 많다 보 니 예상도 하지 못해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릿속에 회귀 전 유아라가 학생 대표로 나와 연설 하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서준에게 밀리며 많은 상처를 받 았던 그녀였지만, 이런 별것 아닌

것에 자존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 여주기도 했었지.

그렇다면 역시 그녀를 위해 양보하 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음. 역시 요즘 여기저기서 말이 많으니 부담되면……

그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거 포인트를 벌 기회잖아.

“아뇨. 제가 할게요.”

나는 곧바로 제안을 수락했다.

유아라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

만 그녀의 떨어진 자존감은 내가 채 워주지 뭐.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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