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4화 (373/535)

374화

보름달이 떠오른 새벽.

간신히 협회의 추적을 따돌린 나는 오전 2시가 되어서야 마법사관학교 로 돌아올 수 있었다.

“."...후우.”

정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왔다.

두 다리에 아무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달의 가히의 효과로 육체의 힘이

넘치지만, 그 육체를 명령할 힘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마 육체 위에 정신이 있다는 증 거겠지.

짧은 한숨을 내쉬며 태휘제 준비로 꾸며진 마법사관학교의 공원을 가로 질러 걸어갔다.

주변을 살펴보는데 마인 암살을 위 해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학교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공원을 꾸며주는 멋진 장신구들과 각종 현수막, 홍보 포스터들.

나는 물끄러미 벽에 붙여진 포스터

하나를 바라보았다.

[+태휘제 문화 예술 대회 일정+]

[1. 구현 예술 대회]

[2. 창작 마나 요리 대회]

[3. 「4계통」 연극 공연(이서준, 유아라 주연 + 김선우]

그것들을 보자 축제가 코앞까지 다 가왔다는 게 실감이 됐다.

동시에 괜한 우울감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축제를 즐기기 위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 혼자 목숨 걸며 치열하게 살아가 는 거 같다고 해야 할까.

“……는 괜한 생각이겠지.”

다들 겉으로는 행복해 보여도 각자 의 고충이 있을 거다.

세상에 아무런 걱정 없이 속 편히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혼자 위안을 삼으며 기숙사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거실의 작은 조명 아래

에서 대자로 누워 쿨쿨 잠든 그레텔 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의 평온을 얻 고 있는데 우연히 그레텔의 머리에 난 열매가 내 눈에 들어왔다.

“……거의 다 익었네.”

크기도 색도 당장 따서 먹어도 될 만큼 잘 익었다.

외부자의 혜택으로 보아하니 한 3 일 정도 뒤에 따서 먹으면 딱 좋지 않을까.

“기대되네.”

이번에 영약도 많이 먹여서 효과도 엄청 증폭됐을 거 같은데.

거기다가 한세연에게 그레텔의 열 매를 영약으로 제조해달라 부탁할 거니 아마 효과가 훨씬 좋아지겠지.

“웅애……

그때 그레텔이 작게 중얼거리며 몸 을 뒤척인다.

나는 그런 그레텔을 보며 배를 천 천히 쓰다듬어 주다가 상의를 탈의 하고 거울 앞에 섰다.

탄탄한 근육 사이로 오늘 전투로 생긴 자잘한 상처들이 보였다.

큰 상처는 없었지만 이렇게 몸에 여러 개의 상처를 쌓은 건 이번에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초재생능력을 사용한다면 바로 전 부 회복할 수 있지만, 재사용 대기 시간은 3일이기에 당장 이 상처들을 회복할 순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포션을 바르고 상처 부위를 붕대로 감았다.

그러다 문득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랐다.

엘리나의 암살, 선화와의 대화, 특 무팀과의 대립…….

“홈. 너무 오바한 거 같기도 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충동적으 로 행동한 경향이 없잖아 있는 거 같다.

엘리나의 죽음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굳이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던 거 같은데.

덕분에 네 번째 일지와 선화 그리 고 하령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 어 결과가 나쁘진 않았지만…….

“문제는 왕이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예언의 아 이’의 존재를 아는 마인의 왕은 내 정체를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다.

체형, 성별, 전투 스타일. 그리 고…… 19살.

이것들을 종합하면, 그 내용은 자 연스레 김선우라는 결론이 나올 테

니까.

크게 상관없긴 하다.

녀석이 나를 노린다고 해도 무모하 게 마법사관학교를 습격할 일은 없 을 것이며,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 다고 하더라도 나는 쉽게 당해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졸업 전까지 ‘왕’을 포함한 십마회 전부를 박살 낼 계획이다.

“계획대로 잘 되면 좋겠네.”

흐아아암....

나는 크게 하품하며 소파에 털썩 드러누웠다.

동시에 눈이 감기며 잠이 몰려왔다.

그때.

띠링!

책상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부르르 진동이 울렸다.

이 새벽에 무슨 연락이지.

손을 뻗기 귀찮아서 외부자의 혜택 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속보] 마법사 협회 특무 요원 4 명, 괴한에 의해 충격적인 패배…… 괴한의 정체는 소문의 마인 사냥꾼 으로 예상되어…….j

뉴스 속보 알림이었다.

그것도 오늘 내가 벌인 일을 주제 로 한 기사였다.

터질 게 터졌구나.

나는 사르르 감기는 눈으로 기사를 읽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서울 마법사 협회 최상층, 회장실.

김진철은 홀로그램에 떠오른 보고 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마인 사냥꾼이라.”

보고서에는 최근 1, 2년 전부터 시 작되었던 마인 암살 사건과, 그 범 인으로 예상되는 ‘마인 사냥꾼’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장 뒷면에는 엘리나를 처치 후 다른 마인의 도주를 돕기 위해 특무 팀과 전투를 치렀다는 내용도 있었다.

“제법이군.”

김진철은 시민에 의해 촬영된 영상 을 살펴보았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의문의 남성.

남성은 믿기 힘들 만큼 뛰어난 움 직임을 보이며 특무 요원 4명을 동 시에 상대했다.

그 영상을 보며 김진철은 감탄했다.

특무팀을 상대로 이 정도 실력을 보일 수 있는 자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특무팀의 에이스이자 마법사 세계에서도 최상급의 실력을 가 졌다고 알려진 김덕현을 포함한 상 태로.

—회장님.

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 려왔다.

“들어와라.”

끼이익.

동시에 문이 열리더니 굳은 얼굴의 김덕현이 걸어왔다.

김진철은 그를 보며 장난스레 웃었다.

“흐흐.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개 망신당한 것 치고는 여유로워 보이 는구나.”

김덕현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할 뿐.

“그래, 소문의 마인 사냥꾼이라는 놈이랑 붙어보니 어떻더냐?”

그 물음에 김덕현은 잠시 입을 꾹 다물다가 대답했다.

“강합니다.”

“그걸 내가 몰라서 묻나? 너희가 4:1로 붙어서 깨진 건 전 국민이 안다.”

“……다시 싸우면 이깁니다.”

김덕현의 말에 김진철이 피식 웃었다.

“1:1도 아니고 4:1로 다시 붙으면 이긴다는 말을 참 쉽게 하는구나.”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녀석의 정체에 대해 알아 낸 거라던가 추측되는 게 있나?”

“있습니다.”

김덕현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

했다.

“누구지?”

“김선우입니다. 전투 스타일, 체형, 마법 형태…… 모두 김선우와 매우 흡사합니다. 물론 빛 속성을 다룬다 는 점과 19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강함의 출처가 뭔지 는 알 수 없지만……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제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감이라.”

김진철이 피식 웃었다.

김덕현의 예리한 감.

협회 내부에서도 그의 감은 빗나간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역시 그 녀석인가.”

김진철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더니 다시 창밖으로 걸어가 새 벽의 도심을 내려보았다.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뭐 하는 놈 인지 감이 오질 않는군.”

평범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다.

그리고 평소에 보여준 힘보다 더 강한 힘을 숨기고 있을 거라는 생각

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보인 그의 강함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그럼 수많은 마인을 암살하던 그 놈이 왜 이번에는 마인을 감쌌을 까?”

김진철은 그것이 의문이었다.

김선우는 지금까지 인간들 틈에 숨 은 수많은 마인을 암살해왔다.

마인이라는 집단에 개인적인 악감 정이 있나 싶올 정도로.

하지만 오늘 그는 마인을 지켰다.

그것도 특무팀을 상대할 상황을 만

들면서까지 말이다.

“회장님.”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김덕현이 말했다.

“제 생각에는 지금 당장은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덕현의 말에 김진철은 의문을 느 꼈다.

“바로 수사해야 한다고 할 줄 알았 는데 의외구나.”

김덕현은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 렸다.

김선우로 추측, 아니 확신하는 검

은 모자의 사내.

특무팀을 상대하는 그의 공격에는 살기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그 말은 특무팀을 죽이기 위함이 아닌, 어떠한 목적으로 인해 대립하 게 되었다는 증거였다.

“김선우는 우리를 죽일 의지가 없었습니다. 아마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목적을 알아내야 합니다.”

“동감이다.”

김선우는 정체를 숨기고 다시 모습 을 드러낼 것이다.

그의 진정한 목적을 알기 위해서는

미끼를 풀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수많은 메시지가 보 였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깊은 증오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에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나를 향한 깊은 중오.

보나 마나 뻔했다.

나를 ‘예언의 아이’라 생각하는 마인의 왕이겠지. 나한테 6명이나 되 는 십마회의 마인을 잃었으니 아마 엄청나게 약 오른 상태일 것이다.

예상했던 흐름이었기에 메시지를 치우고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으.”

몸을 일으키자마자 삭신이 쑤셨다.

평소보다 3배나 강한 힘을 사용했 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에 는 그 정도가 심하다.

근육이 떨려 걸음을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

“달의 가호만 믿고 까부는 것도 적 당히 해야겠네.”

“응애.”

그때 내가 걱정되는지 그레텔이 소 시지를 물며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그레텔을 내려보며 작게 미소

를 지었다.

“그레텔, 걱정해주는 거야?”

“웅애.”

그레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레텔의 시선을 맞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으니까 걱정 마.”

그렇게 말하며 간단하게 몸을 씻은 뒤 무형의를 교복 형태로 바꾸었다.

“그럼 그레텔, 다녀올게. 혼자 잘 놀고 있어.”

“응애.”

그 뒤 등교를 시작했다.

넓고 푸른 하늘, 차가운 초겨울의 아침 공기.

시끄럽게 떠들며 등교하는 학생 들…….

익숙한 풍경을 보며 길을 걷고 있 는데 내 옆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시에 누군가가 내 팔을 확 낚아 채며 나를 멈춰 세웠다.

고개를 돌리자 평소와 다르게 진지 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윤하영 의 얼굴이 보였다.

“윤하영?”

윤하영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가 내 팔을 잡았다.

“잠깐 얘기 좀 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나를 뒷골 목으로 끌고 갔다.

인적없는 뒷골목에 도착하자 윤하 영이 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선우야. 너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역시 나의 비밀을 알고 있던 윤하 영이기에 정체를 눈치챈 모양이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둣 어깨를 으 쓱였다.

“뭐긴, 평소 하던 대로 마인 암살 한 거지.”

“그럼 마인만 잡았어야지 특무팀이 랑은 왜 싸운 건데?”

그렇게 말하더니 스마트 학생 수첩 을 꺼내 내게 보였다.

“자, 이거 봐.”

화면 너머에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 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마인 사냥 꾼. 마인의 도주를 돕기 위해 특무 요원을 막아서…… 협회에서는 수사

착수.」

“협회에서 지금 너 찾겠다고 난리 라고.”

나는 멍하니 뉴스를 살펴보았다.

“그러네.”

“……그게 다야?”

윤하영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감당해야지.”

예상했던 상황이다.

그리고 아마 특무팀에서도 내 정체

를 파악했을 확률이 높겠지.

하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그들도 나를 찾기 위해 당장 움직이진 않을 거다.

김진철의 신중한 성격으로 봤을 때 나를 더 지켜볼 생각을 하겠지.

“근데 그것만 문제가 아니야. 댓글 여론 살펴보면 너 얘기도 나온다 고.”

“......웅?”

그녀의 말에 나는 댓글을 확인했다.

[저거 전투 영상 봤는데 은근 김선 우랑 비슷하던데 나만 느낌?]

1_[와 뭔가 낯이 익다 싶더니. 진 짜 좀 그런 게 보이네]

i-[근데 실력 보니까 19살은 절대 아님 거 킈 김선우는 아닐 듯]

i[혹시 김선우 스승 아니냐? 걔 하는 거 보면 독학은 절대 아니던 데.]

이건 또 뭐야.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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