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화
“……외부의 신?”
선화의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녀가 말한 ‘외부’라는 표현이 마 치 나를 가리키는 듯한 느낌이 들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이라니?
나는 신이 아니다. 평범…… 한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살아있는 인간 이다.
“자세히 설명해봐. 외부의 신이라 는 게 무엇인지.’’
“이름 그대로 다른 세계에서 온 신 을 말해. 아마 그 신은 필멸자들에 게는 없는 특별한 권능을 가지고 있 겠지. 그 이상은 나도 잘 몰라. 어 디까지나 그분의 말을 옮긴 것뿐이 니까.”
머리가 아파온다.
다른 필멸자들에게 없는 특별한 권 능을 가진 존재…….
생각해보면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는 없는 특별한 권능이 있었다.
바로 ‘외부자의 혜택’이다.
세계에 개입하여 포인트를 모을 수 있으며, 또 정해진 운명을 바꾸어 특별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과율을 모을 수도 있다.
거기다 세계의 법칙에서 자유로운 건 덤.
그러다 문득 진천우의 계획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녀석의 최종 목표는 ‘신’이 되는 것.
겉으로 알려진 그의 목표인 ‘불사’ 는 어디까지나 신이 되기 위한 단계 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를 이 세계에 소환한 것 이 바로 진천우…….
그런 진천우가 나를 소환했던 건 역시 ‘신’이 되기 위해 나의 무언가 가 필요했다는 건가.
“그럼 외부의 신이 오고 세계에 혼 란이 올 거라는 건 무슨 의미지?”
내 물음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 기더니 입을 열었다.
“일종의 종말론 같은 거야. 세계를 유지하던 법칙과 개념이 무너지고 혼란이 찾아온다. 그분의 말에 의하 면 그 혼란 이후 종말이 찾아올 수 도 있고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질 수
도 있다고 했어.”
그녀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네 번째 일지를 찾는 이유 도 그거야. 어떤 미래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종말이라면 반드시 막아야 하니까.”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예언의 중심에 내가 있기 때문 이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 세계에 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존재.
그래도 다행인 건 그 해답이 네 번째 일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고 는 다음 질문을 했다.
“진천우의 네 번째 일지는 어디에 있지?”
“.…”그건.”
바로 그때.
쿠우우웅…….
나와 선화를 감싸는 검은 결계에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외부에서 결계를 향해 강한 충격을
준 것이다.
상황을 확인한 선화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특무팀이 왔나 보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꽤 지났다.
지금쯤이라면 충분히 특무팀이 도 착했을 시간이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그렇게 계속해서 흔들리기 시작하 는 결계.
아무리 마인의 최상급 결계라 할지 라도 해도 특무팀과 같은 실력자들
이 공격한다면 언젠간 무너질 것이다.
“시간 없어. 딸리 질문에 대답해. 네 번째 일지는 어디에 있지?”
내 말에 선화가 입을 꾹 다물더니 입을 열었다.
“대답을 듣고 싶으면 내가 특무팀 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줘.”
“뭐‘?”
예상치 못한 제안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선화는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한 네 번째 일지의 행방을 알고 싶다면 만나야 할 사람이 있 어. 아마 그 녀석도 널 만나고 싶어 할 거야.”
나를 만나고 싶어 할 사람…….
설마 하령인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결정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 문을 해소하기 위해 하령과 만나고 싶었으니까.
“좋아. 도와줄게.”
특무팀과 대치해야 하는 만큼 부담 이 크지만 나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 세계는 내가 아는 원작의 스토 리 외에 너무나도 많은 비밀이 숨겨 져 있다.
그리고 ‘김선우’로 살아가기 위해 서는 그것들을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후우.”
내 대답에 선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내
밀었다.
“내 비상 연락처야. 일이 끝나면 여기로 연락해.”
종이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통 신 마도구에 사용되는 연결 번호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결계가 크게 울렸다.
선화는 다시 결계를 올려보더니 내 게 시선을 돌렸다.
“……근데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뭐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잖아. 예언
의 아이는 분명 19살일 텐데. 그 강 함도 말이 안 되고……
선화가 깊은 생각에 잠기며 중얼거 렸다.
나는 굳이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 껴서 입을 다물었다.
선화는 나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뭐, 대답해주기 싫으면 말고. 그나 저나 어떻게 도와줄 생각이야?”
“내가 특무팀을 막을게. 그사이에 도망쳐.”
내 말에 선화의 두 눈에 의문이 들었다.
“……최소 넷은 있을 텐데 혼자서 막겠다고?”
“어.”
[달의 가히 덕에 자신감이 차오르 긴 하지만, 특무팀 마법사 넷을 상 대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을 버는 건 어렵 지 않게 할 수 있겠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자연의 심장과 투쟁심도 아껴놓았고.
“……하긴, 네 실력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네. 넌 내가 아는 괴물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니까.”
다섯 손가락이라. 생각보다 많은데.
“그런데 그 다리로 괜찮겠어?”
선화의 시선이 내 허벅지를 향했다.
지금 내 어깨와 허벅지는 선화의 가시에 의해 근육과 뼈가 거의 박살 난 상태였다.
당연하겠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움 직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초재생능력’을 사용합니다.]
[모든 마나를 사용해 신체 일부를 빠르게 재생합니다.]
이내 허벅지와 어깨에 생겨난 상처 부위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찢어진 살이 돋아났으며 부러진 뼈 와 파열된 근육 역시 천천히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체내에 남아있던 모든 마나가 소멸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화의 두 눈이 강하게 떨렸다.
“재, 재생 능력……? 어, 어떻게
인간이……?”
나는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고 통 없이 제대로 잘 움직이고 있다.
“너 뭐야? 마인이었어……? 아니, 분명 인간인데…… 뭐지?’’
선화가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중얼 거리던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래의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6 상승합니다.]
그리고 다시 쿵!
결계가 흔들렸다. 전보다 훨씬 강 한 충격이 담겨 있었다.
선화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 다가 결계를 올려보았다.
“이제 정말 한계야. 3초 정도 뒤에 결계가 무너질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점검 했다.
초재생능력으로 모든 마나를 소모 해버렸지만,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 하면 해결이 된다.
그때 선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 곤 내게 말했다.
“그럼 나중에 만나자. 김선우.”
그 말과 동시에 결계가 무너졌다.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역시 19살이라는 강한 힌트를 갖 고 있어서 내 정체를 바로 눈치챈 모양이다.
나는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 았다.
처음 있었던 서울의 중심.
수많은 빌딩이 가득하고 부서진 콘 크리트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는 김덕현, 정현수, 백예진, 김문태. 4명의 특무 요원이 나와 선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침착하게 마주 했다.
나를 향한 그들의 눈빛에는 많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S등급의 마인을 둘 상대로 한 명 을 처치한 것을 확인하고는 경계하 는 것이었다.
“저게 그 소문의 마인 사냥꾼인가……
“2:1인데 그 와중에 엘리나까지 토 벌한 거 보면 보통 실력자가 아니긴
하네…… 대체 누구지?”
정현수가 바닥에 쓰러진 엘리나의 시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선화가 뒤를 돌더니 그대로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정현수가 움찔하며 크게 외쳤다.
“어? 도망친다!”
그렇게 정현수가 도망치는 선화를 쫓아가려는 그 순간.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
다.]
나는 빠르게 정현수의 앞을 막아 세웠다. 그는 당황하며 뒤로 잠시 물러섰다.
“야. 너 뭐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정현수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이어서 김문태와 백예진이 선화를 쫓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 다.
나는 이번에도 빠르게 몸을 움직여 김문태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김문태가 주먹에 마력을 모 으더니 내게 휘둘렀다.
나는 그 묵직한 공격을 피해내고는 빛 속성 구체를 약하게 구현해 그에 게 방출했다.
파앙!
“크윽!”
김문태는 몸을 웅크리며 마력 강기 를 구현해 막아냈다. 하지만 위력 때문인지 뒤로 크게 밀려났다.
이후 나는 뒤를 돌아 선화를 쫓는 백예진의 다리에 마법을 방출했다.
특무팀의 신입인 그녀는 이 중 최
약체였기에 내 공격을 피해내지 못 했다.
“끄악!”
당황한 듯 반응조차 하지 못한 그 녀의 허벅지에 구체가 강타한다.
앞으로 넘어질 정도의 충격이지만, 죽일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큰 피해 는 없을 것이다.
두 명이 그렇게 무너지자 나를 바 라보는 정현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내 손에 쥔 도검을 꽉 쥐며 말했다.
“……너 뭐야. 마법에 살기 하나 담지 않고, 싸우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내가 대답이 없자 정현수가 말을 이었다.
“마인과 한패냐?”
나는 슬그머니 뒤에서 조용히 의미 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덕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내 손에 쥔 창을 꽉 쥐고는 앞 으로 나섰다.
“마인과 무슨 거래가 있었나 보
군.”
김덕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 면서 내 앞에 섰다.
“우리의 의무는 저 마인을 토벌하 는 것이다. 비키지 않으면 너를 죽 일 수밖에 없다.”
담담한 어조였지만,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뚯 이니까.
나는 슬쩍 뒤를 돌았다.
저 멀리서 그녀의 몸이 암흑화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 것 같다.
그럼 목표는 완수했으니 나도 슬슬 도망가볼까.
그렇게 자리를 떠나려는 그때.
특무 요원 넷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나를 포위했다.
나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를 향한 그들의 시선. 하나같이 강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
본능적으로 쉽게 도망칠 수 없겠구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쉬고는 마법을 구현했다.
설마 특무팀과 이렇게 싸우게 될 날이 을 줄은 몰랐는데.
심지어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이들 이 크게 다치지 않게 하는 선에서 제압해야 한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자 나를 지켜보 는 시민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 의 눈빛에는 많은 의구심이 담겨 있었다.
황당함에 마스크 안에 숨은 내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때 정현수의 신형이 번쩍! 하며 사라졌다.
순간이동 하듯 사라지며 뒤를 노리
는 그의 패턴.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빠르 게 뒤로 마법 구체를 방출했다.
파앙!
“큭!”
정현수는 가까스로 도검을 휘두르 며 구체를 막아냈다. 이어서 김문태 의 공격이 이어졌다.
김문태는 마력이 응축된 주먹을 내 질렀다.
나는 이번에도 여유롭게 공격을 피 해냈다.
이후 빠르게 한 바퀴 돌아 그의
목을 가격했다.
“컥!”
그 틈을 노려 나는 도망을 위해 앞으로 달렸다.
하지만 내 이동 경로에 김덕현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특무팀의 에이스다운 뛰어난 판단력과 신체 능력.
[달의 가히의 효과를 받고 있음에 도 움직임을 쫓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기습 공격.
나는 [순간 가속]을 발동해 겨우겨 우 그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김덕현의 공격이 워낙 딸랐 기에 완전한 회피에 실패했다.
내 옆구리에 창이 스치며 작은 상 처를 일으켰다.
큰 상처는 아니었기에 고통을 참아 내고는 김덕현을 향해 빛 속성 구체 를 방출했다.
파앙!
김덕현은 창을 둥글게 회전하며 공 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내 [순간 가속]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깐의 틈.
나는 빠르게 김덕현에게 접근했다.
발현계를 주특기로 사용하는 나에 게는 도박 수였지만 원거리 공격은 그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 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나는 빠르게 그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내 눈에 빈틈으로 가득한 그의 등이 보였다.
이에 곧바로 마법 구체를 구현해 속사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어지는 정현수와 김문태, 백예진의 공격을 빠르게 피 한 뒤 3개의 마법 구체를 구현해 그들에게 방출했다.
파앙! 파앙! 파앙!
“끄으으윽!”
동시에 [순간 가속]의 시간이 끝나 며 체감되는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 왔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 며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최강의 조직이라 불리는 특무 요원 넷이 다친 부위를 부여잡으며 천천 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만약 [순간 가속]이 아니었다면 당 한 것은 내 쪽이었겠지.
나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주 변을 살펴보았다.
도시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충격 에 빠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트, 특무팀이…….
-……저 남자 대체 누구야?
나는 가만히 그 풍경을 지켜보다가
뒤를 돌아 빠르게 도망쳤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