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화
서울 외곽 어딘가의 작은 사무실.
“와. 김선우 봐라. 미쳤네.”
홀로그램 화면에 떠오른 영상을 보 며 진이 감탄했다.
그 한 마디에 백은성이 의문을 느 끼며 진에게 걸어갔다.
“……김선우? 뭐 보는데?”
“마법사관학교 시험 생중계. 너도 와서 봐봐.”
진의 말에 백은성이 화면으로 시선 을 돌렸다.
영상 속에는 김선우가 초대형 몬스 터인 거대 고래를 상대로 마법을 방 출하고 있었다.
오래 압축하여 만들어낸 황금빛의 마법. 그리고 미간을 정확히 맞추는 뛰어난 명중률까지.
백은성은 김선우의 활약을 보며 억 지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대단하네. 내 학창 시절 때랑 판박인데? 홈홈.”
“네 학창 시절이랑은 비교도 안 되 지. 솔직히 말해서 저건 10대 수준
이 아니야.”
“뭐, 뭐래? 나도 저 나이 때 저랬 거든? 당시 세계 유망주 랭킹 1위 였다고.”
백은성의 반박에 진이 피식 웃었다.
“우리 중에 그거 못 한 애들이 어 딨다고.”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유성진 이 안으로 들어섰다.
진과 백은성이 옹기종기 모여 무언 가를 보고 있자 그는 의문을 느꼈 다.
“뭐 봐‘?”
“어, 성진이 왔냐? 너도 와서 봐 봐. 프로 자격증 시험에서 네 경쟁 상대니까.”
내 경쟁 상대라고?
유성진은 의문을 느끼던 그때, 화면을 바라보던 백은성이 표정을 굳 혔다.
“……저게 그 소문의 폭우 마법인가?”
그 물음에 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응, 소문대로 엄청나네. 폭우보다
는 유성우(流星雨)에 가까워 보이기 는 하지만.”
“……저 나이에 저런 오리지널 마 법을 만들어내다니. 쟤 진짜 정체가 뭐지? 심지어 저거 보조계 시너지잖 아.”
“그렇지. 와. 근데 마법 진짜 아름 답다.”
유성진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의문 을 느꼈다.
대체 어떤 마법이길래 자존심 강한 저 둘이 저렇게 극찬하는 거지?
그렇게 둘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보던 유성진은 눈에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먹구름 사이에서 어둠을 밝히며 떨 어지는 수십 개의 아름다운 빛줄기 들.
그 빛줄기들은 우주에서 내리는 유 성의 비처럼 거대 고래를 향해 퍼부 어지고 있었다.
유성진은 저도 모르게 경외감과 위 대함을 느꼈다.
세상에 저런 마법이 존재하다니.
도대체 누가 저런 마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문을 느끼며 이 아름다운 마법을 시전하는 자에게 시선을 돌
렸다.
그 순간 유성진의 표정이 굳었다.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급수 시험에서 자신에게 굴욕을 남 겨주었던 녀석.
……김선우.
14시간의 ‘해양 몬스터 사냥’ 시험 이 모두 끝이 났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초대형 하나,
대형 셋.
그리고 남은 시간 중형과 소형 몬 스터들을 열 마리 잡으며 만족스러 운 결과를 얻어냈으니까.
전투 하나하나마다 능력을 쏟아부 었으니, 개인기여도 점수도 당연히 높을 터.
1등을 확정 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3년간 꾸준히 1위와 2위를 독식했던 이서준과 유아라의 종합 순위를 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광역 마법으로 단수의 적을 집중
포화해 쓰러트렸습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술식 이해력(B)’의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마법에 아 름다움을 느낍니다.]
[‘마력 예술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적응형 특성 ‘미적 감각(B)’이 추 가됩니다.]
[‘매력’。] 소폭 상승합니다.]
“......흐음.”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나는 시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얻 은 결과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각종 숙련도의 상숭. 그리고 3,000 포인트 획득했다.
추가로 [미적 감각]이라는 특이한 특성을 획득했는데……
미적 감각? 이런 특성도 있었나?
나는 곧바로 특성을 확인했다.
[미적 감각(B)]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미적 감각이 상승합니다. 또한 당신이 구현하는 마법이 더욱 화려한 빛을 뿜어냅니다.
좋은 거겠지?”
전투 용도로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
지만, 마법이 아름다워진 만큼 사람 들의 관심을 받기 쉬워질 것이다.
그럼 추가 포인트를 얻을 가능성도 늘어나겠지.
홈. 그래, 좋게 생각하자.
“선우야!”
그렇게 혼자 오늘 획득한 결과를 살피고 있는데 윤하영의 외침이 들 렸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실실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오늘 수고했어. 네 덕에 초대형 몬스터도 잡아봤네.”
“아냐. 너도 수고했어.”
윤하영은 오늘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타고난 마력을 바탕으로 바다를 얼 음 필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덕분에 해양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시험에 참관한 길드 스 카우트 사이에서 윤하영의 평가가 크게 상숭했겠지.
하지만 그녀의 1지망인 ‘특무팀’은 아직 그녀에게 큰 관심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실력이 크게 상승했다고는
하나 완벽을 원하는 특무팀의 시선 에는 조금 부족함이 느껴질 테니까.
그러나 그것도 잠깐.
2차 중간시험이 끝났고 졸업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슬슬 마인과 관 련된 ‘커다란 사건’이 터질 예정이 다.
그곳에서 윤하영의 ‘멸마’가 빛을 발하며 특무팀의 강한 관심을 끌겠 지.
“시험 결과는 언제 나온대?”
w 곧 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목소 리가 들려왔다.
[시험을 치르신 학생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점수 통계가 모두 끝났습니다.]
점수 통계가 끝났다는 말에 여기저 기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응을 살펴보니 이서준 팀이나 유 아라 팀이나 모두 자신감이 넘쳐 보 였다.
아마 이들 역시 ‘초대형’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에 성공했기에서로 자
신의 팀이 1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사냥 속도에서 분명한 차이 가 존재한다. 나는 우리 팀이 1등이 라고 확신한다.
[바로 시험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번쩍!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팀 순위+]
1둥 : 3팀 -21,500
2등 : 1팀 -15,350
3둥 : 2팀 -13,200
[개인기여도 순위]
1. 김선우 — 43,200
2. 이서준 - 35,720
3. 유아근} - 31,450
—와아!
작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멍 하니 결과표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 등.
예상한 결과였다.
—김선우 1등인데?
—발현계가 유리하긴 해도 2둥이랑
차이가 생각보다 있네.
주변에서는 이서준과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내 생각은 반대였다.
예상보다 격차가 작다.
원작에서 이서준이 처치했던 몬스
터보다 훨씬 많은 수를 처치했는데 도 말이다.
이건 아마 이서준이 원작의 흐름보 다 더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유아라 도 마찬가지고.
주요 등장인물의 성장에 왠지 모를 대견한 마음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
그러고서는 슬쩍 이서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광판을 올려보는 그의 표정에는 깊은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늦은 밤. 모든 시험을 끝내고 기숙 사로 돌아왔다.
14시간이나 이어진 시험이었기에 시간은 벌써 새벽.
하지만 마법사관학교에서 학생들의
컨디션을 위해 금요일인 내일 휴일 을 결정했고, 우리는 3일간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웅애!”
그레텔은 웬일로 새벽까지 잠들지 않았는지 웃으며 나를 반겼다.
“그레텔 왜 여태 안 잤어?”
나는 그런 그레텔을 들어 올리며 거실로 걸어갔다.
그 뒤 그레텔을 내려놓고는 소파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그나저나 이제부터 지 옥의 일정 시작인가.”
2차 중간시험이 끝나고 졸업까지.
수많은 사건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나의 ‘업보 청산’의 시기가 슬슬 가 까워지기도 했고.
앞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르기에 미리 처리하고 싶은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스마트 학생 수첩의 화면을 바라봤다.
「아직도 공석인 한성 그룹 회장
직…… 누가 이어받을까?J
한세진과 한세연의 경영권 다툼.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먼저 한성가 의 주인이 되는 건 한세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세진을 한성가의 주 인 자리에 올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계획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으 니까……
마인 게이트 사건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 오르는 지금이 기회다.
한세진도 나름대로의 대비를 하고 있겠지만 협회에서도 그를 집중적으 로 조사하고 있다.
중후반부의 주요 빌런이 될 한세진 을 생각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 도 모른다.
r또다시 검거된 마인 기업. 이번 달에만 3건…… 협회에서는 지속적 으로 그들 뒤에 있을 배후를 조사하 고 있다고 말하며…….□
“잘 진행되고 있구만.”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 터넷 창을 껐다. 그러고는 학교 커 유니티에 접속했다.
예상했던 대로 오늘 있었던 3학년 메인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 루고 있었다.
이서준에 대한 찬양. 그리고 나에 대한 찬양.
떡밥을 살펴보는데 졸업 후 스타 마법사가 가지게 될 ‘이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이서준의 이명은 뭐가 되려나?]
[검룡 어떰?]
I-[늙어 보임]
[존잘검]
니그건 좀.…]
1_[거 긔 긔긔 긔긔 =1 거거 긔 거]
그것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명이라.”
불의 마녀, 순신, 철혈, 검귀, 괴짜,
신창, 최강, 최악…….
스타 마법사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별명들.
참고로 원작의 이서준에게는 이명 따위는 없었다.
‘이서준’.
그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 겨졌기 때문이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이서준의 정체성을 담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하나 있 긴 했네.”
영웅.
혼한 표현이지만 역사상 그 누구도 갖지 못했던 이명.
먼 미래에 얻게 될 이명이지만 원 작을 읽던 그 시절이 생각나 미소가 지어졌다.
[김선우 이명은 뭐가 좋을 거 같 음?]
생각 없이 커뮤니티를 살펴보다가 내 이름이 보였다
“……내이명?”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이전 생의 나에겐 이명 따위는 없 었거든.
댓글을 살펴보자 수많은 의견이 달 려 있었다.
[돌연변이]
[마력의 폭우]
[유성]
[이단]
[술식 해석사]
엄청 많네.”
100개가 넘게 달렸다. 나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댓글을 확인하는데.
—띠링!
미리 설정해두었던 뉴스 속보 알람 이 울렸다.
뭔가 싶어서 바로 확인했다.
「[속보] 히말라야에서 정체불명의 거대 흑룡 발견…… 마법사 협회, ‘마력 등급 감지 측정 불가 재앙급 마수로 예상 ’j
“……거대 흑룡?”
뭐야?
나는 눈에 보이는 속보를 보며 크 게 당황했다.
거대 흑룡에 재앙급 마수라면 아마 크루아스일 텐데…….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며 강한 의 문을 느꼈다.
원작 속 크루아스의 첫 등장은 4 년 뒤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한세연은 오랜만에 본가로 돌아왔다.
그녀의 아버지인 한대현의 사망 이 후 방문할 일이 없었지만, 오늘은 목적이 있었다.
바로 차원 연구소에 다녀온 이후, 세계의 법칙을 조사했음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술식 학자들에게 물어봐도 마 찬가지.
분명 이필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는 않았을 텐데.
—신비를 쫓아보세요.
—신비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 면 원하시는 해답을 찾으실 수 있으 실 겁니다.
“......신비.”
사실 저 말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신비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라니.
신비는 물건이 아닌가? 신비에게 어떻게 대가를 치르라는 거지?
물론 신비에게 ‘의지’가 담겨 있다 는 얘기는 종종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세연은 이 의문의 해답을 아버지가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오래전부터 아버지는 신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셨으니까.
한세연은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 저 택 안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온 저택은 이전과 다르게 초라했다.
어두워진 거실의 불을 켜고는 서재 로 걸어갔다.
책장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각종 서적.
대충 훑어보기만 했는데 신비와 관 련된 책이 많다.
한세연은 그렇게 책장을 바라보다 가 낡은 고서 하나를 집었다.
'신비의 의지와 이면의 세계J
아버지가 자주 읽던 책.
책을 펼치자 책 속에 끼어있던 금 속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세연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봤 다.
“......열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