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화
‘해양 몬스터 사냥’ 시험의 팀이 모두 꾸려졌다.
상위권 학생들의 팀을 설명하자면 신영준은 이서준 팀으로 갔고, 이현주는 유아라 팀으로 갔다.
1위와 4위. 그리고 2위와 5위의 조합.
경계되는 건 역시 유아라, 이현주 팀이다.
유아라는 화염 속성을 다루는 만큼
해양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 이점 이 있고, 이현주는 비행 소환수를 다룰 수 있기에 해양에서 자유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력만큼은 6위라 할 수 있는 박인환은 우리 팀으로 데려왔다.
인성이 별로라 같이하고 싶지는 않 지만 그래도 다른 팀에 주고 싶지는 않아서.
“……흠. 팀은 나쁘지 않네.”
박인환은 내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 때문에 기죽은 듯한 느낌도 있
었지만, 팀 자체는 마음에 든 모양 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야. 너 이번에는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내가 왜 네 명령을 들어야 하 는데.”
“뭐라고?”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박인환이 홈칫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 선 머리를 긁적인다.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질문도 못 하나……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많이 순해졌다. 하도 나한테 당한 게 많아서 그 런 건가.
역시 미친놈들에겐 몽둥이가 약이 라니깐.
그때 시험 감독 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이 모두 꾸려졌습니다. 그럼 룰 설명의 보충을 시작하겠습니다. 해 양 몬스터의 등급에는 대형과 중형. 그리고 소형이 있습니다.”
감독 교사의 보충 설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각 등급 에 따라 주어지는 포인트가 달라집 니다. 대형은 1,000. 중형은 200. 소형은 30이며 개인의 기여도에 따 라 최대 3배의 추가 포인트가 주어 집니다.”
육지의 몬스터와 같이, 해양 몬스 터도 크기에 따른 분류가 있다.
대형은 많은 포인트를 주는 만큼 강력하며, 배가 파손될 확률이 높아 전략을 잘 짜서 상대해야 한다.
“또한 해양 몬스터의 심장에는 바 다의 마나를 흡수하는 마석, ‘블루 스톤’이 있습니다. 이 블루 스톤을
채취해야 점수가 인정되니 잊지 말 고 챙기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마법사들이 해양 몬스터를 사냥하는 이유 또한 이 블루 스톤 때문이다.
블루 스톤은 무기, 마법 부여, 에 너지 자원 둥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 며 육지에서 생성되는 ‘마정석’보다 더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성유물 ‘포세이돈’의 마이너 버전 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그리고 마지막 히든 룰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히든 룰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모두
의 시선이 교사를 향했다.
“이번 ‘해양 몬스터 사냥’ 시험에 는 ‘초대형’ 몬스터가 숨어 있습니다.”
“……초대형?”
동시에 학생들 사이에서 수군거림 이 들려왔다.
초대형 몬스터.
녀석들의 크기는 육지의 몬스터와 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의 마나를 홉수하는 ‘블루 스
톤’ 덕분에 육지에서보다 효율적으 로 마나를 홉수해 몸집을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시험에서 초대형 몬스 터를 우연히 마주칠 확률은 극히 낮 을 겁니다. 하지만 초대형 몬스터를 노리고 싶다면 방법은 있습니다. 그 부분은 각 캡틴에게 지도를 나눠줬 으니 확인하시면 됩니다.”
나는 곧장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받았던 가상 세계의 지도를 확인했다.
교사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초대형 몬스터 처치에 성공 한다면 10,0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실패 시 큰 리스크가 있으니 잘 생각해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학생들이 놀란 표정을 지 었다.
“야. 1만 포인트면 1등 거의 확정 아닌가?”
“1둥 확정이 아니라. 꼴찌 확정이 겠지. 잡기 전에 배부터 부서지겠구 만.”
“자자 조용!”
잠시 소란이 일자 교사가 크게 외 치며 상황을 정리했다.
“추가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시 간제한은 14시간. 그럼 바로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가상 훈련장 안으로 입장할 수 있는 포탈에 빛이 뿜어지기 시작 했다.
[가상 세계에 입장했습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가상 세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강 렬한 태양에 눈이 부셨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고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태양을 가리기 위해 손바닥을 천천 히 내리자 가장 먼저 드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배 위에서 시작하네.”
갑판 위에서 있다는 것을 눈치챈 윤하영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러 더니 나를 발견하곤 내 쪽으로 걸어 왔다.
“선우야. 이제 어쩔 거야?”
“뭐가?”
“네가 캡틴이잖아.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치를 건지 방향을 정해줘야 지.”
방향이라…….
방향은 이미 정해뒀다.
가상 세계에서 시험이 치러지는 덕 분에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된 상 태.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으니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초대형’을 노릴 생각이다.
또 앞으로 초대형 몬스터를 경험할
일이 많아질 예정이기에 미리 경험 해두고 싶었고.
애초에 초대형 몬스터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원작의 이서준도.
그리고 유아라도 초대형을 노렸거 든. 그래서 언론에서 마법 세계를 이끌어갈 차기 리더들의 과감한 선 택이라며 아주 난리가 났었지.
“우리는 초대형 몬스터를 노릴 거 야.”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불안한 표
정을 지었지만, 의외로 다른 학생들 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진심?”
“초대형은 조금 위험하지 않나?”
“……뭐, 김선우니까 계획이 있겠 지.”
“그치. 김선우잖냐. 의심하지 마.”
학생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를 들어보니 맹목적으로 나를 믿고 저러는 거 같긴 하지만.
덕분에 캡틴 역할이 편해지기는 했 다만…… 나를 너무 의지하는 게 아 닌가 걱정도 든다.
뭐, 나한테 의지하면 개인 기여도 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높아 지니 나만 좋지 뭐.
“그럼 각자 계열별로 모여봐. 특히 보조계나 빙속성 다루는 발현계는 왼쪽으로 모이고 대형 장막 구현 가 능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모여.”
배는 내가 지도를 보고 설정한 좌 표를 따라 쭉 이동했다.
좌표를 설정하면 알아서 운행하는
자동 시스템이 있기에 별다른 조작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지도를 따라 어두운 먹구름 이 낀 장소에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으스스한 환경이었다.
잠잠한 파도. 그리고 바닷속에는 생물체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다 바다는 약한 검은빛을 머금 고 있어 분위기가 더욱 그러했다.
“……분위기 엄청 무섭네. 생명체 의 흔적이 느껴지지도 않고. 여기 가상 세계 맞아?”
“가상 세계니까 이런 곳이 있는 거 지 멍청아.”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떠드는 그 들에게 말했다.
“실제 현실에도 이런 곳이 있어.”
“……어, 그래?”
“블랙 오션. 수업 시간에 배웠잖 아.”
재앙급 마수, 혹은 초대형 몬스터 의 서식지로 유명한 바다인 ‘블랙 오션’.
바다가 검은빛을 갖게 된 원인은 몬스터의 몸에서 뿜어지는 검은 마 기의 영향이다.
블랙 오션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면 초대형 몬스터들이 주변 생명체 를 모두 잡아먹어 생명의 흔적이 느 껴지지 않는다는 점.
“보아하니 제대로 도착했나 보네.”
나는 배의 스마트 작동 기기를 눌 러 배를 멈추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사냥을 시작 할 때이다.
“미끼부터 풀자.”
해양 몬스터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미끼를 풀어야 한다. 학생들은 각자 지급받은 ‘미끼 구슬’을 바다로 던 졌다.
몬스터가 좋아하는 성분이 담겨 있
으니 녀석이 곧 모습을 드러낼 터.
그렇게 약 3분가량의 시간이 홀렀 을까.
우우우우우웅一!
어디선가 느껴지는 소름 돋는 기운 과 함께 바다 아래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크게 외쳤다.
“보호 팀 준비해!”
내 말에 미리 모아두었던 정예 장 막팀 15명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배 전체에 동그란 장막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푸와아아악!
거대한 파도가 크게 출렁였다.
배가 뒤집히려는 찰나 배의 각 끝 에 모인 학생들이 바다를 향해 마법 을 방출하여 뒤집히지 않게 균형을 유지했다.
푸아아아악!
그때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처럼 거 대한 무언가가 바다 위에서 크게 튀 어 올랐다.
동시에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향해 덮쳤다.
나는 다시 외쳤다.
“빙속성 시작해!”
그 말과 동시에 윤하영을 포함한 빙속성 마법사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파도가 배를 덮치지 못하게 파도와 함께 주변 일대를 꽁꽁 얼렸다.
최근 최서윤과 함께 얼음 필드 마 법을 연구하던 윤하영이었기에 손쉽 게 막아낼 수 있었다.
초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가장 문제 되는, 배가 뒤집히는 상황은 이것으로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공격 대원 준비해!”
이제 남은 것은 본체와 싸우는 것.
이내 내 예상대로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 고래다.”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거대 고래가 파도 위에서 얼굴을 보이며 크게 날
아올랐다.
녀석은 몸 주변에 마력을 뿜은 채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곧바로 마법을 구현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전기’속성 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지만, 남들에 게 보일 수 없기에 무속성을 구현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자잘한 마법 공 격보단 강한 한 방을 먹이는 것이 좋기에 마력을 압축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시간 좀 끌어!”
“알았어!”
학생들은 각자 마법을 사용하며 거 대 고래를 향해 방출했다.
뜨거운 화염, 섬뜩하게 퍼지는 전 기. 그 외에도 수많은 마법이 고래 를 향해 쏘아졌다.
쾅! 쾅! 콰아아앙!
하지만 체급의 차이 때문인지 자잘 한 상처만 늘어날 뿐, 그리 효과적 이지는 못했다.
그때 고래가 배를 향해 머리를 들 이밀었다.
쿠웅!
15명의 학생이 구현한 장막이 크 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한 충격이 일자 배가 혼들리며 학생들이 균형을 잃었다.
“아으! 야! 이거 얼마 못 버텨!”
나는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내 손 위에 떠 오른 마법을 보았다.
황금빛의 마법.
재앙급 마수인 ‘질병의 마수’에게 도 제대로 먹혀들었던 황금빛의 마 법이 구현된 것이다.
그리고 녀석을 노려보았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하며 녀석의 약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녀석의 이마 중앙 부분이었다.
단 한방에, 확실하게 녀석의 약점 을 맞추어야만 숭기를 얻을 수 있
다.
나는 다시 크게 외쳤다.
“보조계!”
내 외침과 동시에 보조계 마법사들 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확실히 졸업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다들 얼타는 모습 없이 프로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마법을 사용했다.
이내 보조계 학생들 앞에 마법진이 구현되더니 고래의 몸통을 향해 날 아들었다.
빛의 줄기, 사슬, 채찍…… 다양한 형태의 속박 마법이 고래를 붙잡기 시작했다.
크기가 워낙 거대했기에 한계가 있 었지만 조금이라도 녀석을 둔화시키 는 데 성공하면 그걸로 됐다.
이어서 나는 다음 사용 효과를 발 동했다.
[사용 효과 ‘필중’을 사용합니다.]
동시에 발버둥치며 수시로 움직이 는 녀석의 약점이 슬로우모션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펼치고는 황금빛의 마법 을 녀석의 약점을 향해 조준했다.
숨을 들이마시고는 그대로 방출했다.
파아아아앙——
황금빛의 마나가 빠른 속도로 쏘아 졌다.
비현실의 가호의 효과 때문인지 예 상보다 거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레이저처럼 쏘아지는 황금빛의 구 체는 일자의 잔상을 남기며 녀석의 약점을 그대로 꿰뚫고 지나갔다.
—크어어어어어어어엉!
거대 고래의 비명이 진동처럼 울렸다. 녀석의 머리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자 옆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 려왔다.
“……와 미친.”
“바, 방금 황금색 마나 본 거 맞 지?”
“……어. 맞아.”
“와 진짜 미쳤네.”
당황스러운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 렸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한 채 다
음 ‘스킬’을 발동했다.
녀석이 고통에 괴로워하는 지금.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 다.
내 손바닥 위에서 마법진 하나가 구현되었다.
필중의 지속시간인 5초가 끝난 지 금, 거대한 크기의 녀석을 효과적으 로 패는 데에는 이것만 한 마법이 없을 테니까.
다수의 적인 아닌 단수를 위해 사 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나는 좌표를 설정했다.
워낙 몸체가 거대해 세세한 좌표까 진 필요 없었다.
그리고 먹구름 사이에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마법진이 하나가 구현되더 니 새하얀 빛의 구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앙!
—쿠우우우웅!
곧이어 하늘 위에 마법진이 증식하 듯 늘어나기 시작했다.
빛을 가렸던 먹구름으로 인해 어두 웠던 하늘은, 빛나는 마법진으로 환 하게 밝아졌다.
이내 마법진에서 마력의 폭우가 고 래를 향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