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4화 (363/535)

364화

회장실에서 나오자 문 앞에서 대기 하는 김덕현의 모습이 보였다.

김진철과의 대화가 꽤 길어졌는데 여태 밖에서 기다린 모양이다.

“이야기는 끝났나?”

“네.”

“그래, 수고했다. 가는 길까지 안내 해주마.”

김덕현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걸 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혹시 회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 지 묻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김덕현 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급수 시험 결과는 들었다. 마력 활용 1급을 받았다면서?”

“네. 그렇죠.”

“그럼 프로 마법사 시험에서 A등 급도 노려볼 만하겠는데.”

“일단은 노리고 있기는 한데 될지 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러자 김덕현이 피식 웃었다.

“이제와서 겸손한 척하기는. 네 능 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데.”

나도 따라 작게 웃었다.

“사실 어느 정도 자신 있어요.”

“그럼 졸업 후 진로는?”

“여기저기 좋은 제안을 많이 받긴 했는데 그래도 특무팀 쪽으로 생각 중이에요.”

“……흠. 그러냐?”

김덕현이 말끝을 흐렸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반 응을 보았을 때 나를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왜 저런 반웅을 보이나 궁금해져서 물었다.

“왜요?”

“아니, 단순한 내 감인데 특무팀 생활이 너와는 맞지 않을 것 같거 드 ”

……나랑 특무팀 생활이 맞지 않을 것 같다고?

김덕현은 내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 을 이었다.

“너는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원할 거 같다고 해야 할까…… 특무팀에 소속된다면 자유에 어느 정도 제약

이 생기니 답답함을 느낄 거다.”

그건 알고 있다.

특무팀에 소속된다는 게 무엇을 의 미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내게는 그의 말대로 특무팀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내가 특무팀을 선택하는 건 앞으로 일어날 메인 에피소드가 이서준을 중심으로 벌어지기 때문이 다.

“뭐, 개인 의견일 뿐이니 신경 쓰 지마라.”

혹시 내가 특무팀에 오는 것을 꺼 려 돌려 말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 이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 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김선우를 보내고 김덕현은 다시 회 장실로 올랐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상의를 탈의한 채 눈을 감고 마나 호홉을 하는 김진철의 모습이 보였다.

김덕현은 그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백발의 노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 큼의 패도적인 아우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근육에 는 오랜 세월 단련한 혼적이 느껴졌다.

김덕현은 그가 명상을 끝내기를 기

다렸다.

시간이 지나자 마나 호홉을 끝낸 김진철이 눈을 떴다.

“……후우. 방해하지 않아 줘서 고 맙군.”

“아닙니다. 그런데 웬일로 마나 호 흡을 하십니까?”

“조만간 힘을 써야 할 일이 있을 거 같아서 말이지.”

김덕현은 그 말에 의문을 느꼈다.

“회장님이라면 굳이 이렇게 준비하 지 않아도 전부 이기실 텐데요.”

“흐흐. 이번 상대는 나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만큼 위험한 놈이거 드 ”

천하의 김진철이 이런 평가를 내릴 정도라니.

대체 어떤 놈이길래?

“누가 보면 흔자 용이라도 사냥하 러 가는 줄 알겠습니다.”

“어, 용 맞다. 어떻게 알았냐?”

“예……?”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진짜였다고?

김진철이 몸을 일으키더니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았다.

“악룡 크루아스, 불사의 운명을 타

고난 재앙급 마수의 왕이지.”

재앙급 마수의 왕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존재였지만 그 정도 라면 역사상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 는 김진철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 도 당연했다.

하지만 김덕현은 또 다른 의문을 느꼈다.

“그런데 무슨 바람으로 그런 놈을 잡으시겠다는 겁니까? 설마 김선우 가?”

“그래, 그놈이 악룡을 처치해야 한다고 경고하더구나. 거짓말로 보이 지도 않고. 뭐, 재앙급 마수같이 위

험한 녀석을 그대로 둘 순 없으니 이참에 미리 처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진철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사 실일 것이다. 그 어떤 누구보다 예 민한 감각을 가진 그를 속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김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김선우는 믿을 만합니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협회 의 적은 아니야. 지금 당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진철은 바닥 의 옷가지를 주웠다.

“확실한 건 평범한 녀석은 아니라 는 것. 진짜 정체는 더 지켜봐야겠 지만 당장은 신뢰할만해.”

김진철은 손에 쥔 옷가지를 몸에 걸쳤다.

“그보다 도마뱀 사냥을 해야 하니 재앙급 마수 관련 자료를 모아주 게.”

늦은 저녁.

협회에서의 일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집 안은 불이 꺼져있고 거실에는 그레텔이 대자로 누워 쿨쿨 잠들어 있었다.

자는 모습이 이뻐 작은 조명하나를 켜고 구경하다가 소파에 앉았다.

“후우.”

그러고서는 오늘 있었던 협회에서 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긴장되었던 김진철과의 만남은 어 찌어찌 잘 넘어갔다.

중간에 ‘제약’이 발동하며 당황스 러웠던 상황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 한 게 아니었다.

혹여 협회를 적으로 돌릴지도 모르 는 상황에서 김진철의 신뢰를 어느 정도 얻게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내게 가장 골칫거리 였던 크루아스를 최강의 마법사인 김진철이 해결해 줄지도 모르는 결 과를 얻어냈다.

“……근데 김진철이 지지는 않겠 지?”

원작을 본 나에겐 김진철이 누군가 에게 패배한다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수십 개의 원반격.

아무리 많은 s등급의 마법사가 모 인다고 하더라도 그의 절대 방어를 뚫어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원반격의 사용자였기에 확 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나는 일본에서 구미호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녀석을 죽이는 건 불가 능하다. 설령 녀석보다 몇 배는 강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녀 석을 죽일 순 없다.

—녀석은 죽지 않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크루아스는 불사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김진철이 나와 같은 ‘혼돈’올 지니 고 있지 않은 이상 크루아스를 처치 하는 건 불가능하다.

혹시 몰라서 녀석이 불사라는 것을 김진철에게 설명하긴 했는데 당시 그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설마 봉인을 하려는 건가?” 확실히 봉인이라면 아무리 상대가

‘불사’라고 할지라도 제압할 수 있 긴 한데…….

“괜히 내가 떨리네.”

김진철과 크루아스의 대결이라

전투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명의 마법사이자 소설 〈현대 마법사〉의 독자로서 세계관 최강에 가까운 그 둘이 벌일 전투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기는 한다.

아마 원작의 중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최일현과 진천우의 대결만 큼이나 강렬하겠지.

“……최강자들의 대결이라.”

앞으로 벌어질 원작의 에피소드들 을 하나둘씩 떠올리자 입가에 씁쓸 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나 이서준이나 하루라도 빨리 그 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강해져야 할 텐데.

“마력 제어술 다음 등급까지 얼마 나 남았지.”

현재 내 마력 등급은 A.

S등급은 찍어 놔야 빌런들과 정면 에서 붙어볼 만할 텐데.

나는 곧바로 내 마력 제어술을 확 인했다.

[마력 제어술(A)][수련치 : 52%]

“52?”

A등급에 오른 지 1년밖에 되지 않 은 것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수련치 가 높았다.

일반적인 경우 A등급에서 S등급에 오르는데 아무리 빨라도 2-3년 이 상의 세월이 걸리니까.

평생을 으는커녕 A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마법사들이 수두룩하기도 하 고.

“2년 내로 S등급에는 충분히 오르 겠네.”

2년 뒤면 21살.

21살에 S등급이면 앞으로의 전개 에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말 이 안 되게 늘어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문득 오늘 김덕현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니, 단순한 내 감인데 특무팀 생활이 너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아 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 확실히 특무팀에 묶여있는 것보다 따로 움직이며 빌런들을 처치하고 다니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거 같기 는 하다.

“……그전까지 살아남는 게 우선이 겠지만.”

세계의 운명을 바꿔오며 내 안에 쌓인 업보.

예언에 따르면 그것이 터지는 건 내가 마법사관학교에서 졸업하는 시 점쯤이다.

이제 4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시간 참 빠르구나.

“아, 맞다.”

그때 내 머릿속에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최근 일부를 풀어내는 데 성공한 김창현의 술식.

시간 여행 통로에 관한 내용과 영 혼의 이동…….

나는 그것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그 뒤 메시지를 입력해 유아연에게 전송했다.

[사진]

[술식 일부를 풀어서 보냅니다. 제 생각에는 이건 술식의 형태를 가진 시간 이동 안내서나 설명서 같아 요.]

잠시 뒤 답장이 도착했다.

[고마워. 조만간 다시 연락할게]

동해가 보이는 경상북도의 해안가 에 고급 차량 하나가 미끄러지듯 멈 추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더니 코트를 입 은 검은 단발의 아름다운 여성, 한 세연이 걸어 나왔다.

“……여긴가.”

한세연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았

넓은 바다가 보이는 푸른 동해.

그리고 그 앞에는 연구소로 보이는 새하얀 건물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한국 차원 연구소]

한세연은 건물에 적힌 이름을 보고 는 품 안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

[한국 차원 연구소장 이필희]

제대로 도착한 것 같다.

한세연은 명함을 다시 품 안에 넣 어두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 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로…… 어 머.”

안내 직원이 한세연을 보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최근 올라간 주가를 증명이라도 하 듯, 단번에 그녀를 알아본 것이다.

“혹시 한성제약의 한세연 님……?”

“네, 맞습니다.”

한세연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 하자 그녀의 뒤에서 다른 직원이 헐 레벌떡 뛰어오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차원 연구소 5팀장 백종우입니다. 소장님께 오늘 방문 하신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한성제약의 한세연입니다.”

“하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소장님 께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세연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긴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 보이는 창문 너머 특수한

기계로 실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세연은 그것을 보며 궁금증을 느 꼈다.

“저건 무슨 기계인가요?”

“아! 저건 차원에 떠도는 전파나 에너지를 감지하는 기계입니다.”

“차원에 떠도는 전파나 에너지요?”

“네, 쉽게 설명하자면 이 기계를 통해서 다른 차원의 존재와 그곳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밝 혀내고 있습니다.”

“흐음. 전파가 감지된 적은 있나 요‘?”

한세연의 물음에 직원이 고개를 끄 덕였다.

“몇 번 있었죠. 특히 작년에 엄청 강력한 에너지가 감지되어 난리가 나기도 했고요. 물론 아직도 정체를 밝혀내진 못했지만요.”

“......으음.”

한세연은 의문을 느꼈지만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묻기로 했다.

그렇게 복도를 쭉 걷다 보니 어느 덧 작은 문 앞에 도착했다.

소장실에 도착한 것이다.

“소장님, 한세연 본부장님 오셨습

니다.”

—들어오시죠.

끼이 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뒷 짐올 진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필희 소장님.”

한세연의 말에 남성이 뒤를 돌았 다. 그녀는 그 얼굴을 보고는 홈짓 놀랐다.

반쯤 녹아 있는 괴물 같은 얼굴.

2년 전에 보았음에도, 적웅이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한세연은 티 내지 않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남성이 그녀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

“하하. 2년 만입니다. 한세연 씨. 앉으시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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