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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화 (361/535)

362화

모든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

개인 훈련을 모두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레텔이 찰 랑거리는 머리의 이파리를 흔들며 내 쪽으로 아장아장 걸어왔다.

“응애!”

“그레텔.”

나는 웃으며 그레텔을 맞이했다.

그레텔은 기분 좋은 웃음을 홀리더 니 영약을 몰래 갈아 넣은 소시지를 입에 물었다.

슬쩍 거실을 살피자 바닥에 버려진 소시지 껍질 4개가 보였다.

“오늘 할당량(?)은 모두 채웠네.”

“응애.”

그나저나 최근 영약을 많이 먹였더 니 그레텔의 몸집이 불어나는 속도 가 더 빨라졌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에는 키만 커졌는데 요즘에는 양옆으로 부피만 늘어난다고 해야 할까.

“흐음. 살이 찌는 건가.”

슬쩍 그레텔을 들어보니 제법 무게 가 느껴진다. 아령 대신 사용해도 되겠어.

“뭐, 귀여우니 됐겠지.”

건강에 안 좋다면 다이어트를 시켜 야 하겠지만 나무니까 커지면 좋은 게 아니겠는가?

“무럭무럭 크렴.”

어느덧 그레텔의 열매가 제법 무르 익었다.

크기도 커지고 색깔도 진해져 먹음 직스럽게 바뀌었다.

내 생각에는 한 이 주일 정도 뒤 에 따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레텔의 등을 쓰다듬어주다가 소파에 앉았다.

“......후우.”

그러고서는 스마트 학생 수첩을 켰 다.

수첩을 켜자마자 띠링- 띠링- 하 는 알람이 끝없이 울리더니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져나왔다.

급수 시험 이후 각종 길드에서 나 를 영입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쭉 내려보는데 다양한 조건들이 있

었다. 그런데 조건들이 하나같이 심 상치 않다.

그때 한 메시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매화 길드 부마스터 신설화입니다. 다름 아니라 매화 길 드에서 김선우 학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 저희와 함께하신다면 계약금은 1,500억. 그 외 원하시는 조건 있으시면 조율해 드리겠습니다. 또……]

와씨. 1,500억?”

순간 잘못 봤나 싶었다.

1,500억이라니.

이 정도면 거의 걸어 다니는 기업 수준이 아닌가?

“와…… 미쳤네. 진짠가 이거.”

……하긴 원작 속 이서준은 2,500 억 제안까지 받았으니 그렇게 놀랄 건 아니구나.

보통 길드가 저렇게 높은 계약금을 부르는 건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

‘스타 마법사’의 싹을 보고 여기저 기 광고와 홍보 모델로 부려 먹어 본전을 뽑겠다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서준이 2,500억이라는 제안을 받 은 것도 그만큼 스타 마법사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고.

그나저나 내 1,500억 제안과 이서준의 2,500억의 제안.

“…… 차이는 얼굴 차이 라는 건가?”

참나.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외모지상주의의 씁쓸한 현실보다 이서준과 나의 얼굴 차이가 천억이 라는, 구체적이면서 커다란 숫자라

는 것에 어이가 없어서였다.

“내 얼굴이 그 정도는 아닌데.”

물론 나도 양심이 있기에 이서준에 게 조금(?) 밀리는 건 인정하긴 한다.

하지만 나도 어디 가서 꿀릴 정도 는 아니라고.

“그래도 엄청나긴 하네. 1,500억이 라니……

이러니 다들 특무팀은 돈이 안 된 다고 피하지.

새삼 이서준을 포함한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모두 천문학적인 금액을 포기하고, 세계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선택을 했으니까.

“에휴. 술식이나 마저 풀어야겠다.”

이상한 잡생각과 함께 학생 수첩을 내려놓고는 아공간에서 공책을 꺼내 펼쳤다.

안에는 김창현이 조사한 술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 저녁 틈틈이 술식 해석을 시 도하고 있지만, 복잡한 암호처럼 이 곳저곳 퍼즐이 숨겨져 있어 쉽게 풀 리지 않는다.

“차원...... 미래......

세계의 법칙, 세계선의 간섭…….

영혼의 이식…… 자유…… 팽 창…… 연결…….

신비…….

봐도 이해 안 되는 흩어진 술식의 키워드를 찾아가고 있기를 한참, 문 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거 술식은 맞나?”

중간중간에 보이는 키워드를 살펴 보다 보니 술식이라기보다는 무언가 를 위한 설명서처럼 보였다.

아니면 안내문이라던가.

바로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정답이라는 건가.”

인과율이 1이나 상승했다.

꽤 높은 수치였기에 앞으로의 전개 에 중요한 힌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 아프네.”

계속 술식만 보고 있었더니 약간의

두통이 느껴졌다.

머리 좀 식힐 겸 샤워라도 해야겠 다.

그렇게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부우우웅.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전화 알람이 울렸다.

나는 멍하니 화면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특무팀 김덕현 팀장]

토요일 점심.

나는 서울 마법사 협회 본부에 도 착했다.

다름이 아니라 ‘진천우’와 관련된 문제로 김덕현이 호출했기 때문이 다.

예고되었던 일이긴 하다.

나와 진천우 사이에 숨겨진 무언가 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이상 협회 입장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테 니까.

“야야. 저기 김선우다.”

“어? 진짜네? 주말인데 여긴 왜 왔지?”

협회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알아본 듯 주변 이곳저곳에서 목소리가 들 려온다.

이제는 익숙해진 상황이었기에 신 경 쓰지 않고 임시 직원증을 보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가장 높은 충인 60층 버

튼을 꾸욱 눌렀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밖으로 나오 자 김덕현이 나를 맞이했다.

“김선우, 오느라 수고했다.”

“네. 근데 무슨 조사를 하시려고 여기에……

내게 제약이 걸려 있어 할 수 있 는 말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 을 텐데.

특히 김덕현은 직접 그 장면을 목 격하지 않았나?

내 대답 대신 김덕현은 희미한 미 소를 지었다.

“회장님께서 널 뵙고 싶어 한다.”

김진철이?

그 말을 끝으로 김덕현은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 다가 뒤를 따랐다.

긴 통로를 지나자 고급스러운 형태 의 다른 엘리베이터 하나가 보였다.

처음 와보는 장소였지만 원작에서 이것과 비슷한 풍경의 묘사를 본 적 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 는 것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협회의 초고위 간

부들을 위해 만들어진 61충부터 80 층. 즉, ‘특수층’으로 향하는 엘리베 이 터였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김덕현은 80 충을 눌렀다.

“회장님의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

“아뇨. 한번 뵌 적 있어요. 작년 마인 토벌 표창을 받을 때요.”

“……마인 토벌 표창? 가만 거기 나도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거기에도 김덕현이 있긴 했지.

인사는 따로 나누진 않았지만.

“아, 이제 기억나는군. 맞아. 그때 회장님이 너와 악수했었지.”

김덕현이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서, 그때 만나보니 어땠나?”

“덩치가 생각보다 더 크시더라고 요.”

그 말에 김덕현이 피식 웃었다.

“처음 그분을 뵐 때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곤 하지. 그분이 가진 특유 의 아우라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 거다.”

띵. 다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

이 열렸다.

동시에 보이는 커다란 문.

김덕현은 그 앞에서고는 말했다.

“회장님. 김선우 호출했습니다.”

느어와라.

끼이익. 문이 열리고 회장실의 안 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거대한 창문 너머로 푸른 하늘과 수많은 빌딩을 가득 채운 도 심의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긴 수염을 하 고 있는 노인, 김진철이 서 있었다.

[‘세계 권력의 중심’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여기에도 업적이 있구나.

세계 권력의 중심이라…….

딱히 틀린 표현이 아니니까

“덕현이 수고했다.”

“아닙니다. 회장님.”

자연스레 김진철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저도 모르게 서늘한 기분이 든다.

단순히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들 정도라니.

이전에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그래, 한대현 회장 장례식 이후로 처음 만나는 건가?”

“아, 네. ……가 아니라. 거기 저는

없었는데요?”

순간 당황했다.

‘김진우’의 신분으로 한대현의 장 례식에서 김진철을 만나긴 했지만 지금의 내 신분은 김선우.

김선우는 한대현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으허허. 미안하네. 잠시 헷갈렸군. 거기서 자네와 닮은 친구를 만나서 말이야.”

농담이었다는 듯 반응하는 김진철 이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농담 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뭐지. 설마 떠보는 건가?

그렇게 혼자 낄낄 웃던 김진철이 김덕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단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자 리 좀 비켜주게.”

“알겠습니다.”

김덕현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나는 인류 최강의 마법사이 자 진천우마저 두려워하는 김진철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김진철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 로 나를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테이 블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차를 타는 듯 빈 컵에 물을 따르더니 내게 내밀었다.

나는 혹시 차에 다른 성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했다. 다행히 평범한 차였다.

“안 받고 뭐 하나? 독이라도 탔을 줄 알고?”

“아뇨.”

나는 차를 받고는 홀짝 마셨다. 긴 장돼서 목이 말랐는데 좋네.

김진철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래,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저기서 많이 들었네. 이번에 마력

활용 610점을 달성했다며?”

“운이 좋았습니다.”

“대단한 업적이야. 서준이 녀석. 내 가 매번 모자르다고 혼내긴 하지만 사실 녀석의 재능에 깜짝깜짝 놀라 거든. 그런데 그보다 더 뛰어난 결 과를 만들어 내다니.”

김진천을 그렇게 말하며 창문 방향 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뜬금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네 그거 아나? 서준이 녀석이 가진 마법에 대한 재능은 하 늘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이서준은 무려 100만 포인트짜리 특성인 천재(SSS)를 지니고 있으니 까.

“그 아이는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가졌어. 인 간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의 끝이라 고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나는 김진철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그는 창문 앞에서서 창밖을 내 려보았다.

“하지만 자네는 이번 시험에서 서 준이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 었네. 믿기 힘든 일이지. 미세한 차

이도 아니고 꽤 큰 격차를 보였으니 까. 세간에는 새로운 천재가 탄생했 다며 칭송하고 있지만 나는 알고 있 어.”

김진철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인간에게 허용된 재능의 한계가 100이라면, 101이라는 수치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올.”

그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김진철이 내게 무엇을 말하 고 싶어 하는 지도 눈치챘다.

그는 내 마법 능력이 단순 재능이 뛰어나 나온 결과가 아니라 다른 무

언가와 연관되어 있다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대답이 없자 김진철이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자네가 나이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었 네. 그리고 이건 비밀이지만 내게는 상대방과 피부를 맞닿으면 상대의 능력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

잘 알고 있다.

김진철이 가진 특성 중 하나인 [마력 스캔].

“저번에 자네와 마주쳤을 때 느낀

건, 자네는 나이를 속이지 않았어. 피부로 느낀 자네의 신체나이는 10 대가 분명했으니까.”

그저 진천우와 관련된 조사를 받으 리라 생각했던 나였기에 지금 상황 에 잠시 혼란을 느꼈다.

김진철은 딱딱하게 굳은 내 얼굴을 보고는 잠시 웃었다.

“자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그 중엔 내 어리석은 제자인 진천우와 관련된 의문도 포함되어 있지. 그래 서 지금부터 자네에게 몇 가지 질문 을 던질걸세.”

그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게는 제약이一.”

“알고 있네. 자네에게 말 못 할 사 정이 있다는 건. 모든 질문에 대답 할 필요는 없어. 할 수 있는 대답만 해주면 돼.”

그 순간 김진철의 몸에서 아우라가 뿜어지더니 내 몸을 옥죄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이네.”

김진철이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 보았다.

“자네는 어디서 왔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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