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1화 (360/535)

361 화

내 말에 유성진의 이마에 혈관이 돋았다.

그러고선 죽일 듯이 살벌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만약 다른 S등급의 빌런이었으면 조금 떨렸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의 유성진은 아직 그 정도에 미치지 않아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야. 너 진짜 죽고 싶어서 환 장했냐?”

깊은 분노가 담긴 차가운 음성.

나는 다시 한번 녀석을 향해 피식 웃었다.

“죽이고 싶으면 죽여보던가. 그리 고 내가 틀린 말 했냐? 너 나보다 점수 낮은 거 맞잖아.”

“이 새끼가……

파지지지직——

유성진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옅은 전기의 마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녀석의 머리카락이 전류에 의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21살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의 엄청난 마력.

보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유아라만큼의 재능을 가진 자가 병 기로 길러지면 저렇게 되는 건가?

“근데 너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그러는 거지?”

나는 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이곳은 서울 마법사 협회의 부지.

소란을 일으켜서 좋을 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운과 같은 범죄자와 연 관되어있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유성진은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 긴듯했다.

아무리 뒤도 안 돌아보는 성격을 지닌 녀석이라 하더라도 협회 앞에서는 현실을 깨닫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거 같아?”

유성진은 코웃음 치더니 전기의 가 시를 구현해 속사하듯 방출했다.

파지지직!

깊은 마력이 압축된 가시는 번개처 럼 빠르게 쏘아졌다.

나는 곧장 장막을 펼쳐내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렇게 공격을 막은 그 순간.

방금까지만 해도 멀리 떨어져 있었 던 녀석이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 다.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

나 또한 녀석의 움직임에 맞추기 위해 [순간 가속]을 발동했다.

동시에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며 녀석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우웅!

이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녀석의 기습 공격을 피해냈다.

강력한 전기의 마력이 담긴 녀석의 손이 허공에 휘둘러졌고 그것과 동 시에 손바닥 위로 무속성 구체를 구 현했다.

그렇게 녀석의 배때기에 마법 구체 를 박아주려는 찰나.

후옹!

내 옆에서 나타난 검이 유성진을

향해 휘둘러졌다.

이서준이 휘두른 검이었다.

동시에 유성진의 몸이 번쩍이며 사 라지더니 한순간에 뒤로 후퇴했다.

“너……

유성진이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 았다.

혹시 더 공격하지 않을까 생각했는 데 녀석은 싸울 생각을 버린 듯 몸 에 흐르던 전기의 마력을 거두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만약 여기서 더 소란을 피운다면 정말로 일이 걷잡아질 수 없을 테니

까.

녀석은 나를 노려보고는 말했다.

“……협회만 아니었으면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어.”

녀석의 말에 나는 작게 미소를 지 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그 말에 유성진의 표정이 잠시 굳 었다. 그리고 혼자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작게 말했다.

“……너. 재밌네. 별로 신경은 안 쓰고 있었는데.”

유성진이 스산하게 웃었다.

“김선우. 얼굴 기억했다. 다음 프로 시험 때 다시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유성진은 뒤를 돌 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녀석이 사라진 장소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협회의 건물 을 올려보았다.

“……아쉽네.”

늦은 저녁.

협회에서의 일을 마친 유성진은 혼

자 인적 없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김선우와의 짧은 접 전이 떠오르고 있었다.

“.…”참나.”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속성화를 이용한 빠른 접근.

웬만한 S등급 마법사도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자신의 ‘진심’이 담 긴 공격이었다.

하지만 김선우는 아직도 믿기지 않 을 만큼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서준의 검격.

강하게 느껴진 살기에 유성진은 손 쉽게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후퇴하자마자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김선우의 손위로 구현되 어있는 마법 구체였다.

“……눈치채지 못했어.”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각’이다.

전투 중 이어지는 공격과 살기를 통해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 는 것.

마법사 세계에서 가진 마력이나 재 능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많은 경험을 가질수록 상대의 움직 임을 예측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하지만 그 당시 유성진은 김선우가 반격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가 예상했던 김선우의 다음 움직 임은 ‘회피’였으니까.

“……만약 이서준이 난입하지 않았 더라면.”

김선우의 반격에 크게 당했을지도 몰랐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거 진짜 19살 맞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생사결을 수십 번 경험한 베테랑과 겨루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김선우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차던 그때.

“수고했어.”

골목에서 여성이 걸어 나왔다. 유 성진은 그녀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 나타샤.”

여성은 그의 오랜 스승인 나타샤였다.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에서의 스 펙을 쌓기 위해 헤어진 이후 2년 만에 가지는 만남이었다.

“시험은 어떻게 됐어?”

“술식 해제 때고 전부 1급 받았 어.”

“잘했네. 사고 치진 않았고?”

유성진이 입을 다물자 나타샤가 눈 을 가늘게 떴다.

“사고 쳤구나. 설마 누구 죽인 건 아니지?”

“아니야. 가벼운 말다툼이야.”

“하아. 너는 진짜......

나타샤가 한숨을 내쉬며 지끈 이마 에 손을 얹었다.

“뭐, 큰 소란만 아니면 크게 상관 없겠지. 됐고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 진이랑 백은성도 와 있어.”

“어…… 웅.”

유성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타샤 는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유성진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불렀다.

“나타샤.”

“응?”

나타샤가 발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 았다.

“혹시 김선우에 대해 알아?”

“……김선우?”

순간 나타샤의 표정이 굳었다.

유성진은 그 얼굴을 보며 자운과 김선우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비밀 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건 왜?”

“아니, 오늘 시험장에서 봤는데 실 력이 꽤 뛰어나더라고. 보고 놀랐 어.”

나타샤는 유성진을 똑바로 보며 말

했다.

“경고하는데 그놈이랑 엮이지 마.”

평소 나타샤에게 볼 수 없는 단호 한 말투였다.

심지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살기까지 담겨 있었다.

대체 뭘까? 나타샤가 누군가를 향 해 살기를 내뿜는 모습은 처음 보는 데.

유성진은 무언가 묻고 싶은 게 있 었지만, 분위기상 더 묻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타샤는 그 대답에 굳은 얼굴을 풀고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어디론 가 걷기 시작했다.

유성진은 그런 나타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녀의 뒤를 따 라 걸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김선우와 있었 던 마지막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여기가 협회만 아니었으면 넌 이 미 내 손에 죽었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김선우가 했던 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만약 협회 앞이 아니었다면, 녀석 은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을 것이다.

3학년 학생들의 무거운 짐 중 하 나였던 ‘마법 급수’ 시험이 끝나고 그 결과는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끝까지 ‘김선우’를 저평가했던 소 수의 사람도 이제는 인정하기 시작 했고, 나를 찬양했던 기존의 ‘악질’ 이라 불리던 팬들은 이번 시험 결과 를 여기저기 설파하며 역대급 천재 가 탄생했다며 찬양했다.

[Star50 선정 19세 유망주 세계 랭 킹]

1. 이서준, 김선우

2. 유아라

3. 루크 팰런

4. 릴리 로즈

그리고 급수 시험 이후 나는 단번 에 이서준과 함께 전 세계 유망주 랭킹 공동 1위에 등극했다.

어차피 취업을 거의 확정 지었기에 명예 말고는 아무런 의미 없는 지표 였지만…….

[‘유망주 세계 랭킹 1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덕분에 포인트도 획득했으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찌 됐든 시험이 끝나고 목요일이 되었다.

마법 급수 시험이 끝났음에도 ‘2차 중간시험’이라던가 ‘이력서 작성’이 라던가 ‘스펙 쌓기’, ‘인턴 생활’, ‘기말시험’ 등 살인적인 일정이 남 아 있기에 학생들의 얼굴에는 어두 운 빛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관학교의 점심시간.

“……와. 미친. 나 지금 소름 돋는

주요 등장인물이 모인 교내 커피숍 에서 스마트 학생 수첩을 들여다보 던 신영준이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평소 신영준에게 볼 수 없는 진지 함이었기에 모두가 의문에 찬 표정 올 지었다.

“뭔데 갑자기?”

이서준의 물음에 신영준이 내게 시 선을 돌렸다.

“김선우. 얘 작년만 해도 전교 꼴 찌였어.”

“……어? 어?”

신영준의 폭탄 발언(?)에 모두가 큰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네? 김선우 작년에 꼴찌 였지?”

“와…… 나 지금 소름 돋았어.”

윤하영이 자신의 양팔을 쓸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이 마치 괴물이라도 보는 듯하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그녀에 게 말했다.

“뭐래, 너도 작년에 하위권이었잖 아.”

“……중위권이었거든? 82위인가

86위인가 그랬어.”

“75위 아래니까 중위권은 아니고 중하위권이네.”

“그 정도는 중위권이지!”

윤하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묘한 표정을 짓던 최서윤이 내게 말했다.

“그런데 선배님. 갑자기 궁금해졌 는데 전교 꼴찌였던 거 일부러 그런 거예요?”

“……어, 그거? 으음.”

사실 내가 전교 꼴찌가 된 데에는 남들에게 말 못 할 억울한 사연이

있다.

중간시험만큼이나 큰 성적의 비중 을 차지하는 순위 평가 시험에서 그 런 사고가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 가.

그리고 1학년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건 설정상 그렇게 되어 있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그때 신영준이 끼어들었다.

“당연히 일부러 그런 거겠지. 꼴찌 에서 이 정도의 실력 상숭 폭을 보 여주는 게 말이 돼?”

그 말에 아까부터 조용히 있던 유 아라가 공감하듯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꼴찌를 해야 하는 사연이 있었겠 지.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연이라...... 그러고 보니 김선우 과거 진짜 궁금하네. 너 뭐 하는 놈 이냐?”

모두가 의구심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들의 시선 을 멍하니 마주하며 당혹감을 느꼈 다.

아닌데.

나는 첫 시험부터 5등 안에 들려 고 노력했는데.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영준 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됐다. 그나저나 벌써 2차 시험이 코앞이네. 진짜 시간 빠르지 않냐?”

신영준의 말에 이서준이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번 2차 시험은 가볍게 진행한다고 하니까 한시름 덜었지.”

“……그렇긴 한데. 자격증 시험 볼 생각하니까 조금 무섭네.”

“하긴 선배님들 후기 들어보면 살 벌하긴 하더라. 3일 동안 엄청 고생 했다던데……

이서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프로 마법사 자격증 시험은 언제예요?”

그때 최서윤이 끼어들며 물었다. 이서준은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올해는 아마 기말시험 전에 할 거 야.”

“기말시험 전이라……

최서윤이 생각에 잠기더니 내게 시 선을 돌렸다.

“맞다. 선배님 하나 뻬고 전부 1급 받으셨다면서요. 그럼 B등급은 이미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네요?”

“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시험에서 어지간히 못 한 게 아니 면 기본 스펙이 있기에 최소한 B등 급은 나올 것이다.

“선배님이라면 A둥급도 노려보실 수 있을 거 같은데……

“웅, 그래서 이번에 노려보려고.”

처음부터 A등급을 달성하는 건 하 늘의 별 따기지만 지금의 나는 꽤 자신감에 찬 상태다.

그러고선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너도 A등급 노려봐야지.”

“......나?”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피 식 웃었다.

“응, 그래야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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