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8화 (357/535)

358화

미래. 그리고 영혼의 이동이라…….

이게 과연 무엇을 뜻하는 걸까?

둘 사이에서로 연관될 내용은 없 어 보이는데.

그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오늘 오전 에 알게 되었던 술식의 다른 키워드 들이 떠올랐다.

시간 이동, 포탈, 차원…….

혹시 이 키워드들을 조합해보면 무 언가 나오지 않을까?

이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자 제 법 그럴싸한 문장이 생겨났다.

‘시간 이동 포탈을 이용해 영혼을 이동시킨다.’

당장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다.

남은 키워드인 ‘미래’는 시간 이동 의 좌표가 ‘미래로’냐, ‘미래에서’냐 의 문제일 테고.

물론, 이건 한정된 정보를 이용해 끼워 맞춘 나의 추측에 불과하다.

술식 속에는 밝혀지지 않은 정보가

아직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와 영혼의 이동이라…….

그렇다는 건 김창현은 지금 새로운 회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까?

아니면 말 그대로 다른 누군가의 영혼을 옮기기 위한, 내가 모르는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데 우연히 내 맞은편에 앉은 한세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내 온몸이 굳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이 마치 나를 관찰하는 듯한 느 낌이 주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왠지 모를 섬뜩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세연 씨? 혹시 무슨 하실 말 씀이 라도?”

내 물음에 그녀는 약 3초간 내 눈 을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진우 씨.”

“네.”

“혹시 하나 물어봐도 돼요?”

“네…… 뭐든 물어보세요.”

“그 술식은 왜 조사하는 거예요?”

……역시 그게 궁금했나?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했다.

나는 미리 준비한 대사를 말했다.

“유적지를 돌다 술식을 발견했는데 흥미롭더라고요. 그런데 혼자 풀어 내기 조금 어려워서 세연 씨한테 도 움 요청을 드린 겁니다.”

이 정도면 꽤 그럴싸한 대답이 되 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듯 한세연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 았다.

그저 테이블 위의 술잔을 매만지며 내 눈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런데 나를 향한 그녀의 눈빛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세연 씨?”

“……아, 죄송해요.”

한세연이 굳은 입가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감정을 숨기기 위해 억지로 짓는 미소였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아무 일 없어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아무것도 아니긴. 딱 봐도 무 슨 일 있는 거 같은데.

뭐지? 내가 뭔가 실수했나?

괜히 머릿속이 복잡해져 생각에 잠 겨 있는데 한세연이 술잔을 채웠다. 그러고서는 내 잔에도 술잔을 함께 채웠다.

“한잔해요.”

“……네. 그러죠.”

짠.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는 쭉 들 이 켰다.

고급스러운 향과 함께 달고 쓴 액 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원래라면 기분이 좋아야 할 상황인 데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술잔을 내려놓자 맞은 편에서 쪼르르, 술잔을 채우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한세연이 그새를 못 참고 새 잔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더니 말없이 혼자서 쭉 들이킨 다.

“……세연 씨? 너무 달리시는 거 아니에요?”

“오늘은 좀 달리고 싶네요.”

한세연은 내 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빈 잔 을 채우곤 쭉 들이켰다.

갑자기 왜 저러지.

나한테 무언가 불만이 있긴 한 것 같은데…….

절제력을 잃은 듯한 한세연의 모습 은 원작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이라 당혹감이 느껴진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술잔을 들 이켜려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천천히 마셔요. 같이 마셔야죠.”

한세연은 내 눈을 바라보더니 고개 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혼자 너무 달렸네요.”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무슨 실수 라도……?”

내 물음에 한세연은 다시 한번 내 얼굴을 뺀히 바라봤다.

잠깐 사이에 술기운이 돌았는지 그 녀의 양 뺨이 옅게 상기되어 있었다.

한세연은 내 물음에 다른 대답을 했다.

“맞다. 제가 저번에 좋은 술 하나 생겼다고 했잖아요. 그거 마셔요.”

한세연이 나를 향해 작게 웃더니

가방 안에서 고급스러운 술병 하나 를 꺼냈다. 투명한 병 안에 노란빛 이 감도는 술이었다.

나는 술병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술이에요?”

“화이트 파우나. 솔직한 대화를 나 눌 수 있게 해준다고 알려진 술이에 요.”

“아.”

화이트 파우나.

특수한 마법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진 희귀 술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술을 마시면 거짓

없는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한데, 이건 어디까 지나 꾸며진 이야기고 실제로 그런 효과는 없다.

바로 그때.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 되었다.

[화이트 파우나(B)]

설명 : 감정의 마력이 담긴 술. 일 시적으로 솔직함이 15% 상숭한다. (특별 성분이 추가되어있습니다. 솔 직함이 5% 상숭하고, 새로운 향이 추가. 그리고 일주일간 마력 성장력

이 10% 상승합니다.)

……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 짜구나.

그때 한세연이 내 잔에 화이트 파 우나를 따랐다.

그러고는 자신의 잔에도 따르더니 술잔을 들어 올렸다.

“자자, 어서 들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술잔을 내려보았 다.

솔직함이 상승한다는 부분에서 말

실수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들지 만 20%면 뭐, 문제없겠지.

그보다 이 귀환 술을 어떻게 안 마셔?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술잔을 부딪치고 쭈욱 들이 켰다.

처음 느껴보는 상쾌한 향이 목구멍 을 타고 흘렀다.

[‘화이트 파우나(B)’를 섭취했습니다.]

[솔직함이 20%, 일주일간 마력 성 장력이 10% 상승합니다.]

[‘마력 주 섭취’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으, 좋네요.”

진짜 좋다.

내가 마셔본 술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왜 비싼 값에 거래되는지도 단번에

이해가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화이트 파우나가 원래 노 란 빛이에요?”

분명 투명한 색으로 알고 있는데, 이름도 ‘화이트 파우나’이지 않은가.

그렇게 물으며 빈 잔에 술잔을 채 우고는 다시 짠, 술을 들이켰다.

한세연이 술잔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아뇨. 원래는 투명한 색인데 진우 씨에게 받은 그레텔의 나뭇잎을 담 궜더니 색이 바뀌더라고요.”

“쿨럭! 쿨럭!”

순간 놀라서 술을 들이켜다가 헛기 침을 했다.

“……그레텔의 나뭇잎을요?”

“네. 남은 나뭇잎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담가봤는데 향도 깊고 좋아지 던데. 어때요? 괜찮죠?”

……확실히 괜찮기는 하다.

설마 그레텔의 나뭇잎에 이런 효능 이 있을 줄이야.

한세연이 왜 갑자기 좋은 술이 생 겼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 다.

“……흠흠. 확실히 좋네요.”

그때 한세연과 다시 눈이 마주쳤 다.

술기운이 담긴 그녀의 눈동자에 그 윽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궁금증 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나저나 아까 저한테 섭섭한 점 있으신 거 같던데.”

내 물음에 한세연은 잠시 생각에 잠긴 둣 손가락 끝으로 술잔의 입구 를 둥글게 문지르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잠깐 심술 났어요.”

“……심술이요?”

내 물음에 한세연의 시선이 다시 내두 눈을 향했다.

“진우 씨는 저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저는 진우 씨 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서요.”

예상치 못한 한세연의 대답.

그녀는 술기운과 솔직함의 마력을 빌려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서 느껴지는 감 정을 보아,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

던 부분인 것 같았다.

그 말에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김진우’는 진짜 가 아니다. ‘김진우’는 어디까지나 ‘김선우’의 신분을 숨기기 위한 가 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니까.

어찌 보면 나는, 나를 믿고 신뢰하 는 그녀를 상대로 기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왠지 모를 씁쓸함.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녀가 내 두 눈을 똑바로 웅시하며 말했다.

“진우 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요.”

세계 어딘가에 숨겨진 십마회의 은 신처.

어둠 속의 왕좌 앞에서 S등급의

마인, ‘정환’이 무릎을 꿇은 채 보고 를 올리고 있었다.

“유철은 죽기 전 ‘멸마의 힘’을 언 급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예언의 아 이가 소속된 마법사관학교의 학생들 이 수학여행으로 같은 호텔에 투숙 중이었습니다. 범인은 ‘예언의 아이’ 가 분명합니다.”

정환의 보고에 왕은 왕좌에 앉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보통이 아니군. 설마 이번 일 에도 예언의 아이가 나설 줄은 생각 도 못 했는데.”

이것으로 예언의 아이가 마인을 구

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심중이 확증되었다.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만약 예언의 아이가 정체를 밝혀 협회의 보호를 받게 된다면, 마인에 게는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릴 테니까.

“아주 영악한 놈이야……

작년부터 이어진 녀석의 행동 패 턴.

놈은 아주 교활하게 움직인다.

남들의 시선에 띄지 않으려 하고 조용히 행동하며 1:1로 마인을 상대 하려 한다.

마치 마인이 멸마의 힘을 가진 ‘예 언의 아이’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 고 있다는 듯이.

놈이 마의 천적이라 불리는 멸마의 힘을 지녔다는 사실보다, 녀석이 지 금까지 보인 행동과 결과들로 인해 왕은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느 껴야만 했다.

그때 정환이 말했다.

“왕이시여. 안 좋은 소식이 한 가 지 더 있는데 괜찮습니까?”

“무엇이지?”

“협회의 수사망이 크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최근 갑작스레 터진 ‘마인 게이트’ 에 의해 생겨난 협회의 특별 수사 팀.

감시가 한층 강해져 마인이 설 자 리가 더욱 좁아졌다.

심지어 블러드 크리스탈까지 강탈 당해 피를 공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상황이 꼬이는군.”

“그나마 다행인 건, 협회에서 일족 보다는 그 뒷배경인 ‘한성가’와의 관계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듯 보입 니다.”

“……한성가를?”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인간 사회에 숨은 마인들의 정체가 하나씩 밝혀지며 한성가와의 숨겨진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시점.

아마 협회 입장에서는 당장 눈앞의 적인 마인보다는 그들의 뒤에 숨어 이득을 챙기는 ‘인간 세력’, 한성가 가 더욱 거슬릴 수도 있었다.

“한세진의 반응은?”

“무언가 준비를 하는 것 같긴 한데 확실하게 알 순 없습니다.”

왕은 피식 웃었다.

“……뭐, 보나 마나 한세연에게 덮

어씌울 생각을 하겠지.”

한세진, 그놈은 우리 일족보다 잔 인한 녀석이니까.

취기가 올라 어딘가 흐트러진 한세 연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고마워요.”

한세연이 인사를 건넸다.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 추운데 어서 들어가세 요.”

내 말에 한세연은 아파트로 들어가 는가 싶더니 발걸음을 멈추곤 획 나 를 바라봤다.

“……진우 씨.”

“ 네?”

“결국 아무것도 말 안 해주셨네요. 이번에도 얼렁뚱땅……

한세연이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기에 말없이 웃음만 지었다.

“또 당했네.”

한세연은 그렇게 한마디를 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그녀의 입 주변에서 작은 입김이 새어 나왔다.

화이트 파우나의 솔직함 효과 때문 인지는 몰라도 평소 알던 한세연의 모습과는 뭔가 다르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언젠간 전 부 이야기해 주겠다고.”

“그러니까 그 언젠간이 언제인데 요? 억울한 일이나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뭐든 도와드린다니까요?”

한세연이 화난 듯 언성을 높였다.

협회 다음가는 세력인 한성가의 한 세연이 나를 도와준다는 말이 상당

히 의지가 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부담감과 미안 한 마음만 커질 뿐이다.

“뭔데요. 빨리 말해줘요.”

그리고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화 이트 파우나의 솔직함의 상숭은 고 작 20%가 아닌 것 같다.

완전히 뒤바뀐 한세연의 모습을 보 면 20%는커녕 100%는 되어야 할 거 같으니까.

내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자 한세 연이 포기한 듯 내 두 눈을 바라보 았다.

“……그럼 약속한 거라도 지켜요.

6개월 내로 모두 말해주겠다고 한 거.”

……술집에서 분위기에 이끌려 나 도 모르게 그런 약속을 해버리긴 했 었지.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지금까지 그녀 를 속인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시 간이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후회도 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너무 충동적으로 굴지 않았나.

이거 취소 못 하려나.

“왜 대답이 없어요?”

왠지 모를 강압적인 말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이서준 때도 그랬듯, 한세연과도 쭉 함께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 다.

그래서 김진우라는 가면에 숨어 그 녀를 더 속이고 싶지 않다.

물론 이 행동으로 한세연이 내게 실망을 느끼고 나와 완전히 갈라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의 전개에 많 은 불편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느끼 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 거다.

“약속해요.”

한세연이 내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손가락을 바라보 고는 내 손가락을 걸어 잠궜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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