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수학여행의 마지막 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간단한 개인 훈련과 마력 온천을 즐기고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I시 10분.
즐거웠던 하루를 끝내고 자야 할 시간이 왔다.
물론 나에겐 마인 암살을 포함해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 기는 하지만.
“후우. 이틀 동안 즐거웠다.”
마사지 의자에 앉은 신영준이 행복 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침대 에 반쯤 누워있던 이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러게. 내일이면 다시 학교로 돌 아가야 하네.”
“근데 김선우. 아까부터 수첩으로 뭘 그렇게 보고 있냐?”
신영준의 물음에 스마트 학생 수첩 화면을 두들기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톡하고 있는데.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근데 이 새 벽에 누구야~?”
“몰라도 돼.”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스마트 학생 수첩을 바라봤다.
[윤하영 : 거거응. 우리도 슬슬 자 려고!]
[최서윤 : 그럼 다음 여행으로 해 상열차는 어때요??]
사실 톡하고 있는 건 한 명이 아 니다.
윤하영, 최서윤……
거기다 스마트폰 동기화로 온 메시 지를 포함하면 더 많다.
[한세연 : 저 이제 집에 들어왔어 요. 벌써 1시가 넘었네요. 진우 씨 는 언제 주무실 거예요?]
[양태민 : 넵.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쇼!]
그렇게 스마트 학생 수첩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데 신영준이 말했다.
“아~ 누군지 알겠네. 최서윤이지? 맞지?”
“……최서윤도 있고.”
“최서윤도 있고? 뭐야? 최서윤 말 고 다른 사람이랑도 연락해?”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묻는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톡하는 게 저 렇게 놀랄 정도의 일인가.
“나한테 관심 꺼.”
“……흐음. 가만 보면 김선우 얘도 안 그런 척하면서 어장 관리 장난 아니라니까?”
신영준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나
는 어이없어서 말했다.
“어장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 리 하지 마.”
“아니, 진짜로. 너 좀 그래. 야. 이서준. 너도 공감하지?”
신영준이 이서준에게 물었다. 이서준은 나를 힐끔 보더니 생각에 잠긴 둣 턱을 매만진다.
“으음.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거봐라. 내 말 맞지?”
[‘어장남’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이건 또 뭔데.
내가 눈을 찌푸리자 이서준이 멋쩍 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의도한 건 아닐 거야. 선 우가 이런 쪽에선 은근히 순수하거 든.”
“순수라……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
……자꾸 뭐라는 거야.
둘의 말을 무시하고는 다시 스마트 학생 수첩을 두들겼다.
윤하영에게는 대충 ‘잘자’라는 답 장을.
그리고 최서윤의 메시지를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다음 여행으로 해상열차는 어때요??]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메시지 안 에는 꽤 중요한 ‘떡밥’이 숨겨져 있 다.
해상열차.
이름 그대로 바다를 달리는 열차인 이곳은 나중에 있을 중요한 에피소 드의 배경이 된다.
하지만 이건 원작에서도 꽤 나중의 일…….
5년 정도 후의 이야기려나?
물론 ‘미래의 사건’이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5년 뒤까지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누가 알아.
“흐아암…… 뭔가 이대로 끝나기
아쉽네. 야야. 이렇게 된 거 오늘 밤새고 놀까?”
신영준이 말했다.
10대 청춘답게 마지막까지 불태우 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너희를 딸리 재우고 해야 할 일이 있거든.
“뭘 밤새우고 놀아. 오늘 종일 놀 아놓고.”
“왜. 이현주 쪽 애들도 불러서 놀 자. 안 자는 거 같은데.”
“싫어. 피곤해. 잘 거야.”
“……쯧. 재미없네.”
신영준은 입을 삐죽이더니 마사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래, 잠이나 자자~ 나도 피곤하 네.”
그러곤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눕는 다. 이서준은 그런 신영준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따라 누웠다.
나는 최서윤에게 ‘생각해볼게.’라고 답장하고, 이어서 동기화 기능을 이 용해 한세연에게도 답장을 보냈다.
[네, 저도 이제 잘 생각입니다. 일 이 끝났거든요.]
그렇게 따라서 침대에 누우려는 그 때. 답장이 왔다.
[그래요. 아! 그리고 좋은 술이 하 나 생겼는데 언제 같이 마셔요.]
……좋은 술?
고급 입맛을 가진 한세연이 좋다고 할 정도면 진짜 좋은 술인데.
꿀꺽.
침을 삼켰다.
술..… 술…….
생각해보니 술 안 마신 지도 오래
됐구나…….
톡톡. 바로 답장을 입력했다.
[정확한 날짜 잡죠.]
“……야. 김선우 입꼬리 올라가는 거 뭐냐?”
옆의 침대에서 놀란 신영준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와. 나 살면서 김선우 저런 표정 처음 보는데? 누구냐?”
벽시계 소리와 작은 숨소리만이 들 려오는 호텔의 방안.
밤새 떠들던 신영준과 이서준을 겨 우 재운 나는 슬그머니 침대에서 몸 을 일으켰다.
슬쩍 옆의 침대를 보아하니 이서준 과 신영준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지금이라면 몰래 나와도 눈치채지 못할 터.
나는 [은밀한 발걸음]으로 기척을
숨기곤 천천히 침대 밖으로 걸어 나왔다.
“......후우.”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 56분]
원작 속 유철이 이건용을 암살한 시각이 3-4시쯤이니 아직 시간 여 유는 있다.
나는 이서준과 신영준이 제대로 자 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무형의 를 이용하여 의상을 바꿨다.
검은 자켓과 모자. 그리고 마스크.
마지막으로 확실한 암살을 위해 ‘마력 은폐의 비약’을 구매해 마셨 다.
그 뒤 반쯤 열려있는 창문으로 걸 어갔다. 복도에는 CCTV가 있어 나 갈 길이 창문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 계획을 다시 머릿속 으로 정리했다.
이곳은 802호.
그리고 유철의 방은 1201호.
창문을 통해 4층 위로 올라가면 된다.
파앗!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자마자 ‘에어 워크’를 발동했다.
동시에 허공을 밟으며 순식간에 12층의 가장 왼쪽 창문에 올랐다.
안을 들여다보자 내부가 보인다. 이곳이 유철이 묵은 12이호, 나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잠입했다.
“......흐음.”
12충부터 15충까지는 호텔의 최고 급 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묵던 숙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가 느껴졌다.
훨씬 고급스럽고, 방도 여러 개다.
그렇게 은밀한 발걸음을 이용해 문 쪽으로 이동하는데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싶어서 방문을 활짝 열고 나 오자 유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얘 어디 갔어?”
분명 호텔 안에 들어선 걸 확인했 었는데.
나는 입술을 깨물고는 급하게 [제3 의 눈]을 사용했다.
유철이 방에 없다는 건 이건용이 가진 ‘블러드 크리스탈’을 노리러 갔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용의 방은 1206호.
제3의 눈을 1206호로 보내자 내부 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피로 뒤덮인 끔찍한 현장.
주검이 되어버린 이건용과 블러드 크리스탈을 한 손에 쥔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유철.
-……블러드 크리스탈, 회수했습니다.
내 예상대로 유철은 블러드 크리스 탈의 회수를 위해 이건용의 방에 있었다.
……한발 늦은 건가.
아니, 아직 늦은 건 아니다.
이건용의 죽음은 안타깝게 됐지만, 이것 역시 원작의 흐름.
녀석의 목표인 블러드 크리스탈만 회수할 수 있다면 늦은 건 아니다.
나는 서둘러 1206호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창문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벽을 넘어 이건용의 방인 1206호에 들어섰다.
같은 공간이지만 방이 달랐기에 유 철은 내가 잠입한 것을 모른 채 통 화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네. 아, 네. 뒤처 리는 깔끔하게 하겠습니다.
나는 숨을 죽이곤 손바닥을 펼쳐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마력은 구체의 형태가 되고 이내 빛 속성을 머금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아주 쉽다.
빛 속성 마법은 평소에도 애용하던 마법 이었으니까.
문제는 이다음.
빛 속성과 멸마의 힘을 시너지로 합쳐야 한다.
나의 ‘멸마’는 둥급이 낮아 홀로 사용하기엔 위력이 약하기 때문이 다.
빛 속성과 멸마를 합친다는 건 꽤 어려운 작업이지만 연습에서 성공한 전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후.”
나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선 ‘멸마’ 를 사용했다.
우우우웅!
빛의 구체가 크게 떨렸다. 이내 오 묘한 빛을 내뿜는 ‘멸마’의 마력이 집어삼키듯 섞이기 시작했다.
완성.
멸마와 빛 속성의 시너지를 완벽히 구현했다.
이것이라면…… 모두에게 들키지 않고 한 번에 녀석을 처치할 수 있 다.
나는 방 밖으로 나왔다. 녀석의 뒷 모습이 보였다.
은밀한 발걸음의 효과로 기척을 완 벽히 지웠기에 녀석은 아직도 눈치 채지 못했다.
[사용 효과, ‘승전보’ 효과를 발동
합니다.]
[표적 대상은 ‘유철’입니다.]
[표적과의 전투에서 숭리 시, 무작 위로 추가 능력치, 혹은 특성을 얻 습니다.]
그때 녀석이 뒤를 돌았다. 눈이 마 주치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는다.
“……너, 뭐야. 누구야?”
파앙!
내 손 위에 구현된 마법이 총알처 럼 녀석을 향해 쏘아졌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방출이 불안정
했지만 거리가 가까워 빗맞힐 가능 성은 없다.
마법은 그대로 녀석의 가슴을 소리 없이 꿰뚫었다.
“크아아악!”
강한 충격이 터져 나오며 녀석의 몸이 벽에 박히었다. 최고급 보안을 가진 호텔답게 벽과 바닥이 무너지 는 일은 없었다.
“크으윽!”
마인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더니 두 눈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인의 폭주화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멸마의 힘
에 의해 녀석의 마기가 억제되었다.
재생력 또한 마찬가지.
과연 마인의 천적이라 불릴만한 힘 이었다.
-……유철? 무슨 일이지? 유철?
유철이 놓친 스마트폰에서 누군가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쿨럭……! 이, 이 힘은……
유철이 검은 피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멸마의 마력은 녀석의 상처를 불태우며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녀석은 나를 보며 떨리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며, 멸마의 힘……
그 말을 끝으로 유철은 죽음을 맞 이했다.
[A급 빌런 ‘유철’을 성공적으로 토 벌했습니다.]
[미래의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숭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멸마’의 숙련도 가 10% 상승합니다.]
[‘멸마의 힘으로 마인 처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최초 마인 처치 보너스로 ‘멸마’의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나는 눈앞에 떠오른 창을 치우고는 바닥에 떨어진 붉은 크리스탈을 손 에 쥐었다.
[블러드 크리스탈(유물)]
설명 : 크리스탈에 마력을 주입해 피를 공급한다.
눈앞에 떠오르는 정보를 봤을 때 확실한 진품.
드디어 회수했다. 이로써 앞으로의 마인 에피소드에 큰 이점을 얻게 되 었다.
블러드 크리스탈을 필두로 한 마인
의 부홍 시기가 조금이나마 미뤄질 테니까.
—……방금 멸마의 힘이라고? 어떻게 그런……
그 순간 스마트폰에서 떨리는 목소 리가 들려왔다.
나는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아마 이 목소리의 주인은 십마회의 간부 일 것이다.
너는 예언의 아이인가?
아마 내게 묻는 것 같다. 굳이 대 답할 필요는 못 느꼈기에 입을 다물 었다.
—……설마 이번 일까지 끼어들 줄 은 생각 못 했는데. 어떻게 우리의 계획을 알아낸 거지? 대체 어떻게…….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녀석이 말 을 이었다.
-……후후. 그런가. 일이 재밌게 홀러가는군. 너와는 다시 만날 것 같구나. 그럼 다음에 보자. 예언의 아이.
녀석은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온통 피로 가득한 공간과 참혹한 모습으로 바뀐 두 구의 시 체.
마인인 유철의 시체는 그렇다 치더 라도 이건용의 시체까지 옆에 나란
히 있으니 내가 한 것 같은 찝찝함 이 느껴진다.
“……이대로 놔둬도 상관없겠지.”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이건용의 모습에 안타깝지만, 아침이 되면 호 텔 직원에 의해 현장이 발견될 것이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고 돌아가려 는 그때.
어디선가 소름 돋는 인기척이 느껴 졌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탁!
창문 방향에서 착지하는 발걸음이 들려오더니 목소리가 들렸다.
“읏챠!”
나는 목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 렸다. 그들을 보자 내 몸이 딱딱하 게 굳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두 명의 남녀가 서 있었다.
인피면구로 얼굴이 숨겼지만, 단번 에 그들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자운.
백은성과 베르트이다.
둘 역시 나를 보고는 이런 상황을 예상 못 한 듯 눈을 깜빡이고 있었
특히 백은성은 이 옷차림의 나를 여러 번 만났기에 두 눈이 크게 떨 리고 있었다.
“……저, 저거. 그때 룬의 일족?”
그러더니 피로 가득한 주변 풍경과 내 손에 얹어진 블러드 크리스탈을 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둣 웃음을 홀린다.
“허허…… 이런 상황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곤 나를 노려보며 뿌득, 뿌드 득. 손가락의 관절을 풀었다.
“너 딱 걸렸다. 야. 너 김선우 맞
지? 이리 와. 마스크 벗겨줄게.”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이런 상황을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녀석들이라면 경매가 아닌, 강탈이 라는 방법으로 블러드 크리스탈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 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
그건 바로…….
도망이 다.
나는 곧바로 등 뒤에 몰래 압축 구현해 놓았던 구체를 녀석들을 향 해 쏘아냈다.
마력이 은폐된 상태였기에 녀석들 은 내가 마법 구체를 구현해 놓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동시에 백은성이 마법 구체에 정통 으로 맞으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크윽!”
그 뒤로 나는 문을 열고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씨! 저놈 잡아!”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