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4화 (353/535)

354화

예상치 못한 이건용과의 만남에 잠 시 의문을 느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김선우 맞습니다.”

“오. 역시!”

이건용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딱 보고 알았습니다. 성무제 우숭 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선우 학생 에게 관심이 있었거든요.”

유명 연예인을 만난 듯 어딘가 신

난 듯한 목소리였다.

혹시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을까. 의 심했는데, 지금 모습을 보아하니 순 수한 의도로 내게 접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선우 학생이 더 유명해지기 전에 우리 회사로 스카웃하려 했는 데.. 아! 제 소개를 하자면一”

“케이 컴퍼니 이건용 회장님. 맞으 시죠?”

케이 컴퍼니.

던전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이 며 마법사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가 ‘블러드 크리스탈’을 노리는 이유 역시 던전을 공략하는 마법사 들에게 의료 상품을 제공하기 위함 이었다.

내가 알아보자 이건용이 흐뭇하게 웃었다.

“저를 알아보실 줄 몰랐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저를 잘 모르더라고 요.”

“김 선우.”

그때 내가 혼자 뒤처지자 이서준이 다가왔다.

이건용은 이서준을 보고는 다시 반 가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서준 학생도 있네요. 반갑습니다.”

이서준 역시 이건용을 알아본 듯 고개를 숙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리고.

“어어? 김선우랑 이서준이다.”

“유아라도 있네.”

“안녕하세요. 오라클 신비부 기자, 백성철입니다. 혹시 짧은 인터뷰 가 능하실까요?”

우리를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파가 쌓여 혼란스러운 분 위기가 되려는 그때.

[안내드립니다. 1시간 뒤, 신비 경 매에 참여하실 분들은 1층 데스크에서 명단을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천장의 스피커 너머에서 안내 목소 리가 들려왔다.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잠잠해지 고, 이건용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내게 말했다.

“아쉽지만 이만 가봐야겠군요. 혹

시 회사에 관심이 있다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여기로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됩니다.”

이건용은 우리에게 명함을 내밀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른 인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신비 경매에 참여하려는 것인지 순 식간에 사라졌다.

“후.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이현주가 한숨을 덜었다. 윤하영은 나를 보고는 장난스레 말했다.

“선우 너 요즘 너무 유명해진 거 아니야?”

“……그러게.”

요새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늘 어 피곤하다. 이서준은 아마 나보다 더 피곤하겠지.

“근데 혹시 경매 참가할 사람 없 어?”

이서준이 모두에게 물었다.

“난 용돈 다 써서 못해.”

“ 나도.”

신영준과 이현주가 말했다.

“선우 너는? 넌 돈 많지 않아?”

이서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 없어.”

작년에 참가했던 ‘지하 경매’처럼 익명으로 하는 경매라면 참가했겠지 만, 이번 경매는 공개 경매이다.

누가 어떤 물건을 낙찰했는지 모두 알 수 있기에 괜히 ‘김선우’의 신분 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서 좋을 건 없다.

“그래?”

“응, 근데 경매 구경은 하려고.”

내 예상이 맞다면 자운은 이번 신 비 경매에 반드시 참가할 것이다.

‘블러드 크리스탈’을 노릴 가능성 이 높겠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다른 신비를 노릴 가능성도 있으니 지켜

봐야 한다.

그래야 계속해서 변화하는 미래에서, 녀석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이따 같이 경매 구경도 하 자. 일단 신비 전시부터 보고 나서.”

전시된 신비를 정신없이 구경했다.

전시장인 만큼 난해한 것들보다는 직관적이고 예술품에 가까운 신비들 이 전시되어 있었다.

보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미술품이라던가, 특수한 힘을 가진 돌하르방이 라던가.

그 결과.

[‘신비 예술품 관람’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신비 예술품을 관람했습니

다.]

[모든 능력치가 0.5 상승하고, 습

득 능력이 일주일간 30% 상승합니다.]

[매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다양한 버프 효과를 얻어내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다른 공연을 거 르고 전시장에 다녀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리고 오후 8시.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신비 경매’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경매 관람을 위해 4충의 홀로 모였다.

경매 참가자들은 중앙 의자에 앉아 있고, 관람객들은 위층 난간에서 있었다.

우리는 관람객 입장이었기에 난간 에 몸을 기대 아래층의 경매 현장을 내려 보았다.

—신비 경매에 참여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진행자가 인사

를 올렸다.

시끄럽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요 해지고 나는 참가자들을 살펴보며 한 명씩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총 100명.

대충 둘러보는데 언론에서 보았던 유명 마법사, 기업 인사의 얼굴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하나 봐.”

옆에서 윤하영이 내게 말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 사건의 중요 인물들의 얼굴을 찾았 다.

우선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이번 경 매의 핵심 상품인 ‘블러드 크리스 탈’을 낙찰하게 될 예정인 이건용.

이건용은 여유로운 얼굴로 의자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경매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 진 인물답게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오늘, 그 자신감 때문 에 호텔 방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될 것이다.

그다음은 마인 유철.

그는 오른쪽 끝에서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마인의 주식량이라고 할 수 있는 피의 공급이 어려워진 지금, ‘블러 드 크리스탈’은 그들에게 반드시 얻 어야 할 물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운.

얘네는 어디 숨은 거지?

쭉 주변을 둘러보다가 왼쪽 구석에 베르트와 백은성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그런데 그 둘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트는 생각을 알 수 없는 눈으 로. 백은성은 어딘가 열받은 눈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범죄 자 둘의 시선을 마주하자 괜히 등골 이 서렸다.

무섭네 무서워.

—첫 번째 경매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경매 진행의 설명을 마친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됐다.

드르르륵!

이내 바닥이 열리더니 전시된 무언 가가 나타났다.

—첫 번째 경매 상품은 S등급의 제작 재료, ‘해왕의 비늘’입니다. 그 럼 3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동시에 베르트가 손을 들어 올렸다.

내 예상과 다르게 베르트는 경매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공개된 3개의 상품 중 벌써 2개를 낙찰받았으니까.

4번째 핵심 상품인 ‘블러드 크리스 탈’을 노리기 위해 돈을 아낄 것이 라는 내 예상이 빗겨 난 것이다.

무슨 속셈일까?

녀석들이라면 이건용이 블러드 크 리스탈을 노리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텐데.

—네 번째 상품을 공개하겠습니다.

다시 바닥이 열리며 무언가가 올라 왔다.

붉은색의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작은 크리스탈.

오늘 신비 경매의 메인 물품이자, 가장 치열한 싸움의 시발점이 되는 물건, ‘블러드 크리스탈’이었다.

—5년 전 런던 지하철 폭발 사고 에서 176명의 목숨을 구할 때 사용 되었던 의료용 신비, ‘블러드 크리 스탈’입니다!

—오오....

사람들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경매가 시작되었다.

원작의 흐름대로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이건용이었다.

이어서 유철이 손을 들고.

그것을 받아, 이건용이 다시 손을 들었다.

“……와. 저 사람 아까 너한테 인 사했던 사람 아니야?”

윤하영은 경매 현장을 바라보며 놀 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맞아.”

—80억 나왔습니다!

“엄청난 분이셨네. 벌써 80억이 넘 어가는데……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안 할 수 있지?”

평소 만원에도 끙끙 앓는 윤하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피식 웃었다.

“너도 졸업하면 그렇게 벌 수 있을 거야.”

마법사는 위험한 직업인 만큼 돈이

된다. 윤하영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 으니 단숨에 스타 마법사 자리에 오 를 것이다.

“……그렇게 돈을 번다 해도 나는 저축만 할 것 같아.”

“막상 돈 벌면 또 다를걸.”

—100억 나왔습니다!

—오…….

잠깐 사이에 100억이 넘어섰다.

웬만한 성유물 뺨치는 금액이다. 단순 유물임에도 경제적 가치가 높

아 가능한 금액이었다.

나는 슬쩍 자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베르트와 백은성은 이번 경매에 홍 미가 없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 보고 있었다.

—흐아암. 피곤하네.

백은성은 졸린 지 크게 하품까지 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 며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블러드 크리스탈이 목적이 아 닌 건가?

—7번에서 180억 나왔습니다. 190 억. 190억. 없습니까?

7번, 이건용이 결국 180억을 불렀다.

그리고 원작의 흐름과 같다면 유철 은 여기서 포기하며 이건용을 암살 하여 뺏을 계획을 세운다.

슬쩍 유철의 얼굴올 바라보니 입술 을 깨물며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

다.

—쳇……!

—190억 없습니까? 그럼 카운트를 세겠습니다. 10, 9, 8…….

나는 다시 자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인 만큼 반전처럼 끼어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아니면 흔한 자운의 클리셰처럼 갑 작스레 테러를 일으킨다거나…….

-4, 3, 2, 1

하지만 그 둘은 여전히 관심 없는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백은성은 하품으로 모자라서 이제 는 귀까지 후빈다.

그 태연한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 황했다.

—180억! 낙찰되었습니다!

약 2시간가량 이어진 신비 경매가 모두 끝이 났다.

올라온 상품은 총 25개.

자운은 그중 3개의 신비를 낙찰받 았다.

해왕의 비늘, 천공의 눈, 헤스티아 의 불. 원작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만큼 구매한 목적을 알 수 없는 신 비들이 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네. 야야. 베르 트, 해왕의 비늘로 옷이나 만들어

입자. 커플복 어때?

—싫어. 내 돈으로 산 거야.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오늘 그들이 구매한 신비는 꽤 충동적으 로 구매한 것 같았다.

어제 백은성과의 대화를 생각해보 면 분명 다른 목적이 있는 거 같은 데.

“ 흐음......

“근데 얘는 아까부터 왜 이리 표정 이 심각하냐?”

이서준 일행과 호텔로 돌아가는

길.

신영준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모두가 의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마지막 불꽃놀이가 이뻐 서. 그거 생각하고 있었어.”

대충 지어내서 말하자 생각났다는 듯 신영준이 말했다.

“어어, 맞아. 거의 태휘제 불꽃놀이 뺨치던데?”

마법사관학교의 축제인 ‘태휘제’의 불꽃놀이는 총장 장봉진이 직접 제 작한 만큼 세계 3대 불꽃놀이로 불

려질 만큼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 다.

“응, 엄청 화려하더라. 사진도 많이 찍었어.”

윤하영이 스마트 학생 수첩으로 불 꽃놀이 사진을 보였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이현주가 말 했다.

“오…… 잘 찍었네. 나 그거 보내 줘.”

“그럼 찍은 거 전부 단톡방에 올릴 게.”

투투두

윤하영이 스마트 학생 수첩을 두들 겼다.

동시에 모두의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윤하영 : (불꽃놀이 사진)]

[윤하영 : (분수 쇼 사진)]

[윤하영 : (전시회장 단체 사진)]

[윤하영 : (호텔 앞 단체 사진)]

[최서윤 : (외로운 다람쥐 이모티

콘)]

“앗, 서윤이 생각 못 했네.”

윤하영이 메시지를 보며 중얼거리 자 신영준과 이서준이 작게 웃었다.

“뭐 어때 나중에 최서윤 끼고 따로 가기로 했잖아.”

“그렇긴 하지.”

시간이 지나 우리는 호텔 앞에 도 착했다.

이서준은 정문 앞에서 호텔을 올려 보고는 중얼거렸다.

“오늘 자면 수학여행도 끝이네.”

“그러게. 뭔가 아쉽다.”

수학여행은 2박 3일로 오늘 자면 끝이 난다.

그때 윤하영이 웃으며 말했다.

“또 놀러 가자. 서윤이랑도 가고, 졸업 여행도 가고, 졸업 이후에도.”

“졸업 이후라…… 좋지.”

이서준이 중얼거렸다.

“근데 김선우. 졸업 이후에 갑자기 연락 끊긴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신영준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걱정 마. 그럴 일 없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으로 수학여행의 공 식 일정이 모두 끝났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마인 유철이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녀석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저번에 새롭게 얻은 능력인 ‘멸마’도 사용해볼 기회인데 놓칠 수 없지.

어찌 됐든 블러드 크리스탈이 마인 에게 넘어가서 좋을 건 없으니까.

참고로 녀석의 방 위치도 미리 조 사해놨다.

녀석의 방은 12()1호이다.

밤 12시. 호텔 1502호.

베르트는 검은 자켓의 지퍼를 올리 고선 고개를 돌렸다.

“준비됐어?”

그 물음에 백은성 역시 지퍼를 잠 그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어. 이건용의 방. 1206호 맞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