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1화 (350/535)

351 화

김선우와의 대련 이후, 이서준은 산에 혼자 남아 방금 있었던 대련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간단히 져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순식간에 끝날 거라는 김선우의 말.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 었기에 할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

었다. 그리고 김선우는 실력으로 중 명했다.

“역시 대단하네.”

김선우의 강함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마법사관학교 내부에서 자신 만큼 김선우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 확신하고 있을 정도로.

하지만 자신 역시 또래와의 1:1 대결에서 패배한 경험이 없는 몸.

아무리 훈련으로 지친 상태고, 검 기 하나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만큼 기량이 하락한 상태라 하더라도 쉽 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 전력을 다한다면 충분히 이 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만했던 건 나였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김선우의 실력의 끝은 어디까지일 까? 자신을 상대로 최선을 다한 건 맞는 걸까?

이서준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 다가 소백천을 다시 쥐었다.

세계에서는 나를 천재라고 칭송하 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오늘, 그것을 다시 느꼈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자신의 또래에 게만큼은.

“후우......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눈을 감아 마력을 집중했다.

동시에 그가 쥔 소백천에서 빛의 마력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이서준은 눈을 뜨고는 검신을 바라 보았다.

그의 검기는 더 이상 불안정하게 떨리지 않았다.

[‘심리 치료사(물리)’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기숙사로 돌아오자 웬 메시지가 떠 올랐다.

심리 치료사(물리).

보자마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홀러 나왔다.

“그래도 슬럼프 극복에 도움이 됐

나 보네.”

이서준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 요하다고 해서 나도 꽤 진지하게 임 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달빛’ 효과 의 패널티를 없애려 야외에 나왔고 ‘투쟁심’과 ‘대자연의 심장’ 그리고 ‘순간 가속’까지 시작부터 사용했으 니까.

단순한 대련치고는 많은 능력을 투 자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서준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아으, 근데 은근 아프네.”

이서준과의 대련으로 몸 구석구석

에 칼자국이 생겨났다.

대련 과정에서 이서준에게 스치듯 허용한 공격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 문이다.

정작 내가 이서준에게 성공했던 공 격은 등 뒤의 발길질 하나.

입은 데미지만 따지자면 완전 손해 다.

“쯧, 상처뿐인 승리네.”

이겼는데도 진 것 같은 이 기분.

……괜히 억울하네.

바로 그때.

띠링.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알람이 울렸다.

[다음 주 3학년 수학여행 공지입니다.]

[수학여행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학생들은 4-6인으로 자유롭게 조를 구성하여 내일 밤 12시까지 제출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학여행 일정이 정해졌다.

장소는 제주도. 그리고 메인 이벤 트는 제주시에서 주관, 그리고 한성

그룹에서 지원하는 ‘제주 가을 축 제’이다.

참고로 이 제주 가을 축제에는 회 귀 전에도 수학여행으로 갔었는데 그곳에서 터지게 될 ‘작은 사건’과 는 별개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이 많았 는데, 그땐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사 먹지 못했거든.

“돈 많이 챙겨가야지.”

띠링.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가 다시 울렸다.

[신영준 : 다들 수학여행 공지 봤 어?‘?]

이서준, 신영준, 윤하영, 유아라, 최서윤, 이현주가 속한 단톡방이었다.

나는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평소 말 많은 신영준과 윤하영이 거의 독 점하다시피 사용하고 있다.

[윤하영 : 옹 거거 제주도 하니까 박람회 때 생각난당]

[신영준 : 그때 갑자기 마인 테러

로 난리긴 했지 거거게

[윤하영 : 그래서 조는 여기 그대 로 가는 거야?]

[신영준 : 그래야지. 다들 조 같이 짤 거지?]

[신영준 : 뭐냐? 다들 읽어놓고 왜 대답이 없음? 봤으면 답장 좀 해라]

[유아라 :.]

[이현주 : 여기 6명으로 해]

보아하니 단톡방 멤버끼리 수학여 행 조를 짜려는 모양이다.

주요 등장인물끼리 뭉친다는 데 나

로서는 나쁠 게 없다.

[최서윤 : 저도 제주도 파티 끼워 줘요]

[신영준 : 맞다. 2학년은 수학여행 부산 간다며?? 우리 2학년 땐 영국 갔는데 거거]

[최서윤 : (우울한 강아지 이모티 콘)]

[신영준 : 근데 김선우랑 이서준은 왜 답장이 없냐? 조 같이 짤 거?]

나는 멍하니 단톡방을 보다가 메시

지를 입력했다.

[김선우 : 1]

[신영준 : 답장 성의 봐라. 근데 이서준 얘는 왜 아까부터 채팅을 안 봐.]

내 예상이 맞다면 이서준은 아직 산에 남아서 훈련을 하고 있을 거 다.

[김선우 : 아마 훈련 중일 거야.]

[신영준 : 엥? 이 시각에? 근데 훈

련하는 건 어캐 아냐?]

[이서준 : 뭐야? 나 찾았어?]

이서준이 뒤늦게 등장했다. 방금 훈련이 끝났나 보다.

[신영준 : 수학여행 조 짜야 돼서 이야기하고 있었지.]

그렇게 멍하니 단톡방을 보고 있는 데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을 찬양하고 추종하는 사람이 2,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야. 이건?”

갑작스럽게 5천 포인트를 획득했다.

2천 명의 사람이 나를 찬양하고 추종한다는 이유였다.

……갑자기 왜?

그리고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3,000명의 사람이 당신에게 열광 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뭔데.”

보통 이런 상황이 생기는 원인은 나를 주제로 한 기사 같은 것이 올 라왔을 때이다.

그 순간 단톡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신영준 : 야. 이서준. 너 오늘 김

선우랑 대련했어?]

[이서준 : ? 어떻게 알았어?]

[신영준 : 대현자의 숲에 글 하나 올라왔는데?]

“……대현자의 숲에?”

나는 곧바로 대현자의 숲에 접속했다.

그러자 상단에 떠오른〈오늘의 화 제〉목록이 눈에 보였다.

〈오늘의 화제〉

1. 오늘 자 이서준 VS 김선우 실전 대련 영상

2. 역대 마법사관학교 수석 졸업생 들 근황

3. 이번 달 마법사 랭킹

나는 멍하니 화제 글의 첫 번째를 바라보았다.

‘오늘 자 이서준 VS 김선우 실전 대련 영상’.

“뭐여?”

잠시 황당함을 느끼다가 내용을 확 인했다.

게시글에는 영상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오늘 나와 이서준의 대련을 처음부 터 끝까지 찍은 영상이었다.

“아니, 언제 찍은 거야?”

나는 멍하니 영상을 보다가 댓글을 확인했다.

[댓글 2,356개]

[거거거거거거와. 김선우 뭐냐? 이 정도면 그냥 압살 아닌가?]

[아니, 이거 합성아님?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내가 뭐랬냐. 김선우 얘는 걍 괴 물이라니까 긔긔긔]

[그냥 종일 맞다가 마지막에 기회 잡고 역전한 거 같은데거긔]

내 예상대로 폭발적인 반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잠시 머리가 띵해짐 을 느끼던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

올랐다.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다음 날 아침.

등굣길을 걷는데 나를 향한 학생들 의 속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저기 김선우 선배님이다.

—어제 영상 올라온 거 봤냐? 장 난 아니던데.

—나도 보고 깜짝 놀랐잖아. 이서준 선배님이 위라고 생각했는데.

“......하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에 올라온 나와 이서준의 대 련 영상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 을 정도로 전 세계에 빠르게 퍼져나 갔다.

덕분에 이것저것 추가 포인트를 얻 어 총 2만 포인트를 획득했다.

2만 포인트면 괜찮은 특성 하나를 구매할 수 있는 큰 수치였지만 주인 공인 이서준의 평판을 내가 깎아버 린 느낌이라 기쁨보다는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부담감과 죄책감이 느껴 졌다.

이서준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자 영 웅으로서, 앞으로 많은 사람의 존경 과 관심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었으 니까.

“선배님!”

그렇게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최서윤과 송승아가 내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마법사관학교의 유명 학생인 둘이 다가오자 학생들의 이목이 더욱 집 중되었다.

“어, 안녕.”

담백하게 인사를 하자 옆의 송승아 가 물었다.

“선배님, 어제 영상 올라오신 거 진짜예요?”

송승아의 물음에 주변이 잠시 조용 해졌다. 나는 주변을 잠시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진짜야.”

내 말에 송승아와 주변 학생들의 눈에 놀라움이 담겼다.

“와. 그럼 선배님이 이서준 선배님 보다……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근데 그 영상은 어느 정도 과장된 거야.”

“과장이요?”

“이서준은 풀 컨디션이 아니었거 드 ”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최 서윤이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모두

가 들으라는 듯 말했다.

“아〜 이서준 선배님이 요즘 슬럼 프라는 소문이 돌던데 그거 때문에 선배님이 도와준 거예요?’’

“……뭐, 그런 셈이지.”

그 말에 주변 학생들이 다시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아, 뭐야. 그런 거였어? 며칠 전 부터 이서준 선배님이 슬럼프라는 소문이 돌긴 하던데.

-……흐음. 그런 것치고는 싸움 수준이 말도 안 되던데.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해명이 됐겠 지.

“김선우!”

그때 다시 한번 나를 부르는 목소 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자 이서준과 이현주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등굣길에 마법사관학교의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구경꾼들이 더 늘 어났다.

그런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이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서윤이랑 승아도 있네.”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자 이서준도 가 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 분위 기가 왜 그래?”

“아, 그게……

송승아가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어제 선배님이랑 김선우 선배님의 대련 영상 퍼진 거 진짜인가 궁금해 서 묻고 있었어요.”

“아, 그거? 그거 제대로 붙은 거 맞아. 김선우 엄청 강하더라고. 하

하. 뭔가 부끄럽네.”

이서준이 어딘가 민망해하는 목소 리로 말했다.

동시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진짜인 거야?

나는 그런 이서준을 보며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게 겨우 해명해놨더니.

이서준의 발언은 교내를 넘어 각종 커뮤니티와 언론에 빠르게 퍼져나갔 다.

이게 이렇게 커질 사건인 건가 싶 었지만, 그만큼 이서준이 가진 스타 성과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약 일주일간 각종 커뮤니티 에서 이서준과 나 사이에 누가 더 강한가에 대한 쓸데없는 토론이 이 어졌다.

[아니, 이서준이 풀 컨디션이 아니 었대잖아 긔거거 김선우 본인이 인 정함.]

[그건 겸손이고. 컨디션을 넘는 실 력 차이 못 봤냐?]

[대형 길드 선호도 1위 이서준 A 기]

[웅, 그건 작년 기록이고 한 달 전 에 김선우가 역전함 긔게

[어휴; 정작 본인들끼리는 친한데 팬덤끼리 쳐 싸우네 거거긔 현생을 사세요.]

결국 끝없이 이어진 이 토론의 결 론은 ‘풀 컨디션일 때 싸워봐야 안 다.’ 로 결정 났다.

몇몇 대중들은 이것도 인정 못 하 고 계속 싸워댔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떡밥도 식어갔다.

그 사이 1차 중간시험의 결과가 나왔다.

[종합 성적 3위]

상위권 학생 모두가 심연 탐험 시 험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았기에 다

행히 종합 3위를 유지했다.

특무팀 합격을 거의 확정 지은 내 게 성적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내 명성이 곧 포인트로 이어 지니 어느 정도의 품위 유지(?)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자, 3학년 모두 모이세요! 지금부 터 조원끼리 모입니다!”

그렇게 3일의 시간이 다시 지났다.

학생들은 어딘가 들뜬 얼굴로 이른 아침부터 마법사관학교 정문의 게이 트에 모였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법사 관학교의 마지막 수학여행이 시작되

는 날이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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