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9화 (348/535)

349화

[심연의 거울]에서 강한 빛이 번쩍 이더니 이서준을 포함한 6명이 현실 로 돌아왔다.

“와, 드디어 돌아왔다……

익숙한 대강당의 풍경.

윤하영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 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무의식에서 생겨났던 상처와 혼적

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생각보다 훨씬 오 래 걸렸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안철의 목소 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텅 빈 대강당 앞에 장안철이 혼자 서 있었다.

“단체로 돌아오지 않아서 뭔가 이 상하다 싶더니…… 6명 모두 함께 있었던 건가?”

“아뇨.”

이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김선우까지 7명이 함께 있었어

요.”

“김 선우?”

장안철이 모두의 얼굴을 살폈다.

“근데 김선우는 어디 가고 너희만 왔지?”

“남아서 할 일이 있다고 하더라고 요.”

무슨 일이 남은 것인지는 모르겠지 만 그때 보았던 김선우의 분위기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씁쓸함과 그 리움이 담겨 있었다.

아마 무의식 속에서 그리운 무언가 를 찾으려는 것 같던데.

그러다 보니 또다시 궁금해진다.

김선우는 대체 어떤 과거를 살아왔 던 것일까?

무의식에서 보았던 배경과 친구들 의 모습을 보면 분명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보낸 것 같기는 한데.

단순한 추측이지만, 김선우는 자신 의 친구들과 이별한 것처럼 보였으 니까.

“……그런가. 뭐, 예전 이 시험이 폐지되기 전에도 이런 일이 가끔 있 기는 했지. 오랜 시간 무의식에 스 스로 남아서 나오지 않는 녀석들 말 이다. 말 그대로 심연에 빠져든 것

이지.”

장안철은 알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제는 안전장치가 마련되 어 있으니 그런 일은 없을 거다. 그 리고 너희도 예상하고 있겠지만 너 흰 이번 시험에서 최하점이다.”

다들 마음속으로 각오하고 있던 일 이라 크게 당황하는 반응은 없었다. 장안철은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 었다.

“이 시험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지. 상위권 학생이 하위권을 기록하는 건…… 그래도 김선우 덕에 꼴찌는

피했으니 된 건가?”

“아무튼 시간이 늦었다. 많이 피곤 할 텐데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 어라.”

장안철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대강 당 창문 사이로 향했다.

어두운 밤하늘과 밝게 빛나는 별들 이 보였다.

무의식에 입장하기 전에는 낮이었 는데 벌써 밤이 되었다.

“전 여기 남아서 선우 기다릴게 요.”

윤하영이 말했다.

그러자 최서윤도 그 의견에 따랐다.

“저도요. 저도 남아서 선배님 기다 릴게요.”

신영준은 모두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럴까? 뭐, 금방 따라 온다고 했으니까. 곧 나오겠지.”

“그래, 그러자. 시험도 같이 봤는데 먼저 갈 순 없잖아. 꼴찌도 양보받 았고.”

“그래.”

어느덧 모두가 김선우를 기다리는 형태가 되었다.

장안철은 그런 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의식의 늦은 밤.

나는 추억에 잠긴 채 천천히 길거 리를 걷고 있었다.

낮에도 옛 생각에 그리운 기분이 들었지만, 밤에 다시 걸으니 느낌이 또 사뭇 다르다.

늦은 밤까지 공부를 마치고 하교하 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 고.

“……진짜 현실 같네.”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무의 식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이곳은 현실이 아닌데.

내겐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돌아가야 할 곳이 다른 세계라는 것도 웃기네.”

정작 돌아가야 할 장소는 따로 있 는데 말이야.

피식 혼자 웃으며 눈앞의 풍경을 담았다.

투박한 상가 건물과 조명.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 들…….

그렇게 옛 추억에 잠기며 길을 걷 던 나는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우뚝 솟은 아 파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8충 건물에서 비치는 불빛을 보자 괜히 가슴이 떨렸다.

“……후우.”

짧게 심호흡을 하고선 안으로 들어

섰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8층에 도착했다. 짧은 복도를 걸어 문 앞에 섰 다.

[8()1 히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다시 한번 심호홉을 하고는 자기 최면을 하듯 마음을 다잡았다.

짧게 얼굴만 보고 돌아가자.

오래 있을 생각은 없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나의 무의식이 구현한 세계. 현실이 될 수 없으니 까.

그렇게 자기 최면을 하는데, 문 너 머에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선우가 많이 늦네. 전화해봐 야 하나.

—금방 오겠지. 잠깐 친구 만난 걸 지도 모르고.

그리운 목소리. 자연스럽게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며 씁쓸한 미소가 지 어졌다.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길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는 데.

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손잡이 를 잡아 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틈 사이로 익숙한 향기가 느껴진 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선우 왔니?

나는 활기차게 대답했다.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곱게 차려

진 밥상과 그 앞에 오순도순 모인가족들.

마치 어릴 적 그때로 돌아간 기분 을 느꼈다.

물론 진짜, 추억 속에 있던 과거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경 험과 추억을 새롭게 쌓아나갔다.

그렇게 꿈만 같던 시간을 보내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우야?

어머니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나

를 불렀다.

“이만 가볼게요.”

—……이 시간에? 이 시간에 어딜 간다고?

“약속한 게 있어서요. 늦어서 뺄리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그럼 자고 내일 가렴. 지금은 너 무 늦었어.

발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따뜻 한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 가야 해요.”

—어딜 가야하는데 그러니?

나는 잠시 입을 꾹 다물다가 대답 했다.

“친구들이 있는 곳이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정체되어있는 시간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나는 지금보다 더욱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쌓기 위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내 말에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 서 가보렴.

“네, ……기회가 된다면 현실에서 다시 봬요.”

그렇게 말하고는 달려 나가듯 빠른 발걸음으로 현관의 문을 열었다.

번쩍!

새하얀 빛과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천천히 눈올 뜨자 실내의 강한 조명에 눈이 부셨다.

텅 비어있는 넓은 공간. 마법사관 학교의 대강당이었다.

“선배님!”

최서윤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야. 여태 기다렸어?”

“금방 오신다고 하셔서, 같이 돌아 가려고요.”

뒤를 이어서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

이 따라 걸어왔다.

“야, 김선우 금방 온다더니 3시간 이나 지났잖아.”

신영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미안. 생각보다 더 늦었네. 진짜로 바로 오려 했었는데.”

내 사과에 뻘쭘했는지 신영준이 머 리를 긁적였다.

“뭐, 그럴 수 있지. ……근데 너 울었냐?”

신영준의 말과 함께 모두의 시선이 내 얼굴에 집중된다.

윤하영은 내 앞으로 달려오더니 요

리조리 내 얼굴을 뜯어본다.

“……어? 선우야. 너 진짜로 울었 어?”

“선배님?”

이번에는 최서윤이. 그다음으로는 이서준과 유아라가 놀란 눈으로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부담감을 느 끼며 바로 해명했다.

“울긴 누가 울어? 태어날 때 빼고 울어본 적도 없는데.”

“뭐래, 눈 주변이 저렇게 빨간데.”

“추워서 그런 거겠지. 가을이잖아.”

내 해명에도 모두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어딘가 안쓰러움과 동정심 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답답함과 억울함에 한마디를 더했다.

“아니, 진짜 안 울었다니까?”

“……뭐,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 겠지. 그렇다고 쳐주자!”

신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말이다.

“그래도 얼굴은 후련해 보이네.”

이서준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련하긴 해. 나름 즐거운 경험이 었거든.”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다.

이 기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 겠지만, 당분간은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때 였다.

“수고했다. 김선우.”

[심연 탐험] 시험의 담당 교사, 장 안철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것으로 ‘심연 탐험 시험’이 종 료되었다. 너에게는 아쉬운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네가 가장 마지막으 로 나왔다.”

[‘시험 꼴찌’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장안철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하던 결과였기에 실망을 느낀 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상위권 애들도 꼴찌만 아닐 뿐이지 모두 최하위 성적을 기록해 그렇게 치명적인 결과는 아니었고.

아마 종합 순위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꼴찌를 함으로써 포 인트를 획득했으니 이득인가?

“아쉬움은 없어 보여서 다행이구 나.”

“네, 뭐…… 기존 순위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럼 된 거다. ‘심연 탐험’은 시험 의 결과보다 무엇을 얻었는지가 중 요한 거니까.”

모두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신영준이 크게 기지개를 켜고 는 말했다.

“으으음! 그럼 시험 끝났으니 가도 되죠?”

“그래, 피곤할 텐데 빨리 돌아가서 쉬어라.”

그렇게 우리는 장안철에게 인사를

한 뒤 대강당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밤공기가 피 부를 스쳤다.

탁해졌던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기분이다.

“으으음! 시험도 끝났으니 당분간 은 자유네.”

“그러게. 이참에 같이 어디 놀러 갈까?”

윤하영의 말에 모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 좋네. 어디 놀러 갈래?”

“뭐, 해외라던가. 주변 휴양지라던

가……

그때 유아라가 모두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어차피 곧 수학여행이잖아.”

“아, 맞아. 이제 곧 수학여행이구 나.”

수학여행이라는 말에 모두의 얼굴 에 기대감이 잔뜩 차올랐다.

나 역시 그 말을 들으며 잠시 혼 자 생각에 잠겼다.

수학여행이라.......

언제나 그렇듯 특정 이벤트가 시작 되면 ‘사건’이 당연스럽게 따라온다.

3학년 수학여행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수학여행에서는 그렇게 큰 사건이 터지거나 하 지는 않다는 것.

하지만 미래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 으니 방심은 금물이다.

“근데 정확한 일정 나온 게 있나?”

신영준의 물음에 유아라가 대답했다.

“정확히 나온 건 아닌데 중간시험 끝나고 2주 정도 뒤에 간다고 들었 어.”

“흐음. 2주 뒤면 작년 수학여행처 럼 도중에 시험 치르지는 않겠네.”

작년 영국에서의 수학여행을 떠올 린 듯 윤하영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신영준이 킥킥 웃었다.

“큭큭. 작년 수학여행은 좀 아니긴 했지.”

“그럼 어디 따로 놀러 갈 필요는 없는 건가?”

“그렇지. 수학여행 때 이 멤버로 같이 다니면 되니까. 으~ 기대되네. 빨리 가고 싶다.”

바로 그때 최서윤이 슬그머니 손을 들어 올렸다.

“저는 2학년이라 같이 못 가는데

요……

늦은 밤. 기숙사로 돌아오자 그레 텔이 나를 반겼다.

“응애!”

나는 웃으며 그레텔을 안았다.

“그레텔, 잘 있었어?”

“응애.”

나는 부드럽게 그레텔의 등을 두들

겨 주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오는 길이 라 그런지 평소보다 그레텔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소시지는 다 먹었고?”

“응애!”

한세연의 영약을 갈아 만든 소시지 껍질이 한 곳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몇몇 분야에 고집을 부려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내 말을 참 잘 따른다.

나는 웃으며 그레텔의 머리를 바라 보았다.

작게 생겨난 열매의 크기는 아직 변화가 없었다.

열매가 맺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았 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평소와는 다른 조금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오?”

열매의 색깔이 진한 붉은 빛으로 변했다.

크기는 작지만 색깔만큼은 완전히 자란 열매처럼 변한 것이다.

그레텔이 먹은 영양분이 열매에 큰 영향을 끼치니, 아마 몰래몰래 먹였 던 영약의 효과가 이제야 드러난 거

겠지.

몰래 입맛을 다시자 그레텔이 잠시 내게서 떨어지더니 경계에 찬 눈빛 을 보냈다.

“아니야. 그레텔.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맞지만, 아닌 척 다시 그 레텔을 품에 안았다.

그보다 그레텔과 이어진 [유대] 특 성, 이거 득보다 실이 많은 거 같은 데 없앨 방법 없으려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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