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화
“살려줘!”
갑작스레 쏟아지는 검은 마수 떼에 교내에서 큰 소란이 일었다.
학생과 교사들은 마수를 피해 도망 치기 시작했고, 우리는 끝도 없이 밀려오는 검은 마수들에 뒤로 밀려 나는 형태가 되었다.
“도, 도와줘!”
“이게 뭐야?!”
“꺄아아악!”
중앙 계단은 이미 패닉에 빠진 학 생들로 포화 상태였다.
마수들은 계단을 가득 채운 학생들 을 공격하며 끔찍한 학살의 현장을 만들었다.
비록 무의식이 만들어낸 거짓된 세 상이라고는 하나 눈앞에서 학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자 심장이 떨렸다.
“김 선우!”
그때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외침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황은현이 다급한 얼 굴로 내게 다가와 있었다.
“야! 계단은 위험해! 뒤에 비상 계 단이 있……
—크어 어 엉!
“으악!”
검은 마수 하나가 황은현을 덮쳤 다.
검은 마수의 밑에 깔린 황은현은 녀석의 목을 잡고는 온 힘을 다해 버텨내었다.
“크으윽! 야! 김선우! 너라도 도 망……
나는 잠시 녀석을 보았다.
이곳은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세계.
눈앞의 황은현은 진짜가 아니다. 무시하고 지나가도 크게 상관없을 터.
……하지만, 아무리 진짜가 아니라 해도 녀석이 죽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순 없었다.
스으으.
마력을 끌어올려 검은 마수의 머리 를 향해 방출했다.
파앙!
—끼에에엑!
검은 마수의 머리가 터지며 쓰러졌다.
황은현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을 깔 아뭉갠 검은 마수를 밀어내더니 거 칠게 숨을 내쉬곤 떨리는 눈으로 나 를 올려보았다.
“……김선우? 바, 방금 뭐야?”
—크어 어어 엉!
다시 한번 복도에서 검은 마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 상태에서 는 녀석들을 감당할 수 없다.
나는 최서윤과 윤하영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1층으로 내려가자.”
그대로 창문으로 몸을 던져 뛰어내 렸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황은현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밖으로 나오자 넓은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끄아아악!”
“살려줘!”
운동장의 풍경 역시 교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지옥이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거지?
—끼에에에엑!
“윽!”
그 순간 하늘 위에서 귀를 찢는
듯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를 막고선 하늘 위를 올려보았 다. 거대한 날개를 휘젓는 혹룡의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내 온몸이 굳었다.
“……크루아스?”
녀석의 정체는 이서준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재앙급 마수, 크루아스였다.
검은 마수가 나오길래 ‘질병의 마 수’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나는 녀석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트라우마 제대로 자극하네.”
“김선우!”
그때 나를 부르는 외침이 들려왔다.
정문 너머에서 익숙한 실루엣의 4 명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윤하영의 얼굴에 깊은 반가움 이 깃들었다.
“어? 서준아!”
—끼에에에엑!
크루아스가 다시 크게 울었다.
그리고.
O O O O
1 I 厂石
크루아스의 머리 위에서 검은 마력 을 담은 구체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무의식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만큼의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나는 다급하게 모두에게 외쳤다.
“모두 도망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구체가
지상을 폭격했다.
“……와. 진짜 겨우 살았네. 갑자기 무슨 상황이야 이게?”
신영 고둥학교와 멀리 떨어진 작은 공원.
내 무의식에, 마법사관학교의 ‘주 요 등장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모두의 얼굴에 는 반가움보다는 황당함이 가득했다.
“그러게. 웬 용이…… 그보다 이거 누구의 무의식이야?”
이현주의 물음에 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내 무의식이야.”
“네 무의식이라고? 아니, 뭔데 너 혼자 무의식 스케일이 이렇게 큰 거 야?”
“나야 모르지.”
그때 신영준이 나와 최서윤, 윤하 영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물었다.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그 교 복은 뭐야?”
“아, 이건……
최서윤이 옷매무새를 매만지더니 나 대신 긴 설명을 시작했다.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또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던 이서준은 무언가 깊 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 었다.
“정리하자면 이 세계는 네가 꾸는 꿈이 실현화된 거란 말이지?”
“맞아.”
“그 교복을 왜 입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것도 맞아.”
나에 대해 가장 깊게 알고 있는 이서준답게 설명을 듣자 생각이 깊 어진 얼굴이 되었다. 유아라 역시 마찬가지.
최서윤과 윤하영이 보였던 반응과 는 사뭇 달랐다.
“그럼 아까 용은 뭐야? 그것도 네 상상이야?”
“......그건.”
이서준의 질문에 잠시 갈등이 생겼 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단순히 내 상상이라고 대답해야 할 까, 아니면 앞으로의 전개상 크루아스와의 격돌은 피할 수 없으니 미리 이들에게 각인시켜 놓아야 할까.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을 거듭하다 결국 결정했다.
“그 용은 상상이 아니야. 실제로 존재하는 녀석이야.”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녀석의 이름은 크루아스. 모든 재 앙급 마수의 왕과 같은 존재지.”
“……재앙급 마수의 왕?”
최서윤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깐, 뭔가 이상한데? 저런 마수 가 있는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넌 어떻게 저런 걸 알고 있는 거야? 아니, 그보다 저런 게 왜 네 무의식 에 튀어나와?”
이현주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다 시 한번 모두의 이목이 내게 집중됐 다.
“……자세한 건 비밀이야.”
“야. 그런 게 어딨어? 뭔데 말해줘 봐.”
신영준이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이서준이 끼어들었다.
“됐어. 너무 묻지 말자. 트라우마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 뭐 말 못 할 사정이 있 겠지.”
유아라도 이서준을 따라 끼어들었다.
보아하니 내게 걸린 ‘제약’을 생각 하고 배려한 모양인데.
그러자 신영준이 황당해하는 표정 을 지었다.
“뭐냐? 너희 둘? 뭔가 알고 있 지?”
“몰라. 아는 거 없으니까 묻지마.”
“……에휴 됐다.”
신영준이 포기한 듯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래, 일단 여기서 나갈 방법이나 찾자. 어찌 됐든 시험이니까 탈출하 는 게 중요하잖아?”
윤하영이 상황을 중재시키려는 듯 끼어들었다.
“그러게. 그나저나 이 시험, 왜 폐 지됐는지 알겠네. 왜 전통적으로 상 위권 학생들이 하위권, 꼴찌를 기록 했는지도 알 거 같고.”
“형평성은 개나 줬지. 이게 뭐야. 진짜. 단체로 꼴찌 하게 생겼네.”
신영준이 입을 삐죽였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쓴웃음 을 지었다.
“잡담은 이제 그만하고 작전부터 짜자.”
지금은 이 무의식에서 탈출하는 게 우선이다.
시간이 지나 저녁이 되었다.
작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모두에게 설명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내 무의식의 결 정체는 크루아스가 아니라 학교 5층 에 숨겨진 다른 물건이야.”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학교는 크루아스가 지키고 있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그 렇다고 우리 수준으로 크루아스를 잡는 건 불가능하고.’’
무의식의 세계인지라 본체보다 훨 씬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녀석이 가 진 힘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다.
정면 돌파로 녀석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 하다.
“나와 유아라, 신영준. 셋이서 5층 으로 침투할 거야. 나머지는 안전한 위치에서 크루아스의 시선만 끌어주 면 돼.”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에 유아라 만 한 인물이 없고, 근접전에서는 이서준을 제외하면 신영준만 한 인 물이 없다.
나를 포함한 이 셋이라면 교내의 검은 마수들을 뚫고 5층에 다시 오 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서준이라는 최강의 패가 있 으면 더욱 좋긴 하겠지만 녀석은 혹 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크루아스를
막아야 한다.
“작전의 큰 틀은 이렇고, 세세한 건 각자 알아서 하는 거로. 그럼 가 자.”
시간이 홀러 우리는 신영 고등학교 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천천히 주 변을 둘러보았다.
타오르는 건물, 바닥에 쌓인 시체 들.
추억의 공간이 몇 시간 만에 끔찍 한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착잡함을 느끼며 운동장 위에서 날갯짓하는 크루아스를 을려보았
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엄청 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바로 시작하자.”
« o ”
흐.
이현주와 최서윤, 윤하영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동시에 수많은 얼음 마법과 마력으 로 만들어진 거대한 새가 구현되더 니 크루아스를 향해 쏘아졌다.
그것과 동시에 나와 신영준, 유아 라는 옆으로 달려나갔다.
—끼에에에엑!
이어서 들려오는 크루아스의 외침.
갑작스러운 기습에 녀석의 시선이 끌린 것이다.
지금이 기회였다. 우리는 곧바로 담을 넘어 교내로 진입했다.
«..으 »
1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이 절 로 찌푸려졌다.
교내를 가득 채운 검은 마수에 의 해 주변 풍경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살아있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만이 주 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독하네.”
“……그러게.”
—크륵, 크르르륵!
검은 마수 하나가 우리를 발견하더 니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내가 처치할게.”
신영준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더니 창끝에 마력을 웅축시키고는 허공을
향해 찔러넣었다.
파앗!
동시에 창끝에서 날카로운 마력이 레이저처럼 앞으로 쏘아지더니 검은 마수의 머리를 꿰뚫었다.
—끼에엑!
그 여파로 다른 검은 마수들의 시 선이 우리 쪽으로 쏠렸다.
—크어어엉!
이내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검은 마수 군단.
그 모습을 본 유아라가 화염 구체 를 구현하고는 녀석들을 향해 쏘아 냈다.
콰아아앙!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데 능한 유아 라답게 그녀의 마법 한방에 수많은 검은 마수들이 쓰러져나갔다.
“가자!”
1충의 정리를 마치고 우리는 중앙 계단 방향으로 달려갔다.
계단에 도착하자 새로운 검은 마수 들이 침을 질질 홀리며 우리를 기다 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신영준이 표정을 굳혔 다.
“쓰읍. 끝도 없네.”
—크어 어 엉!
그리고 우리를 향해 다시 달려드는 검은 마수 떼.
신영준이 창을 꽉 쥐더니 내게 외 쳤다.
“아, 진짜! 네 무의식은 왜 이 모 양이야!”
“그걸 왜 나한테 따져.”
“그럼 너 말고 누구한테 따지냐?!”
우우웅!
나는 신영준의 말을 무시하고는 바 람 속성의 구체를 구현하고 방출했다.
휘이이이잉!
구체는 넓게 퍼지며 주변의 마수들 을 날카롭게 베었다.
—커어엉!
그 기회를 틈타 신영준도 앞으로 나섰다.
“흐라아아압一!”
마수의 중앙에 선 신영준. 그리고 묘기를 펼치듯 원형으로 창을 넓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은 마수들이 믹서기에 갈 려나가듯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오.”
이서준과 유아라에 묻혀서 그렇지 역시 원작의 최상위 3명 라인답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실력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는 확신을 얻었다.
5충까지 오르는 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서둘러 올라가자.”
하늘을 비행하던 이현주의 소환수 가 크루아스가 쏘아낸 검은 구체에 소멸되었다.
소름 돋는 불길한 마력에 최서윤과 윤하영은 긴장하며 뒷걸음질했다.
눈앞의 용은 무의식이 만들어냈다 고는 믿기 힘들 만큼 강한 힘을 지 니고 있었다.
“……큭! 시선만 잠깐 잡아끌려 했 는데.”
그때 크루아스가 소리를 크게 질렀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끄으으윽!”
귀를 찢을 듯한 거대한 소리. 모두 가 괴로음을 느끼며 귀를 움켜 막았
다.
하지만 녀석의 포효에 담긴 마력으 로 인해 손가락으로 귀를 막는 것으 로는 한계가 있었다.
“으으윽!”
귀를 막으며 고통을 호소하던 윤하 영이 몸을 웅크렸다.
녀석의 비명은 끝날 새를 보이지 않았다.
최서윤은 귀를 막던 손을 풀어내고 는 떨리는 손으로 얼음의 창을 구현 했다.
녀석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먼 저 공격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 통 때문에 구현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허공에 구현되었던 얼음의 창 이 힘을 잃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으윽!”
그 순간.
파아아앗——
반원 형태의 빛 속성 검기가 크루아스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기는 크루아스의 날개 를 잘라내었다.
—끼에에에엑!
고통에 찬 크루아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현주는 막았던 귀를 풀어내고는 크루아스의 앞에 선 자를 바라보았 다.
“……이서준?”
크루아스는 잘린 날개를 재생시키 더니 날갯짓을 했다.
녀석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선 이서준을 향했다.
[……크으윽. 너는?]
크루아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준은 긴장감을 느끼며 검을 쥔 손에 힘을 꽉 쥐었다.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는 거 지?]
크루아스의 말에 이서준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뭐야. 나를 알고 있나?”
잠시 고요가 일었다. 그리고 낮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흐흐. 그렇군. 드디어 온 건 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유를 쫓는 자의 혈족이여…….]
동시에 이서준의 두 눈이 크게 떨 렸다.
“……나를 기다렸다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