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서울 마법사 협회 최상층, 회장실.
김진철은 김덕현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진천우가 김선우에게서 감정의 변 화를 보였다고?”
“네, 반대로 이서준을 봤을 땐 그 어떤 감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흐음.”
김진철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진천우가 김창현 외에도 몇 가지 비밀을 숨기고 있으리라 생각은 했 지만 설마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이 김선우였다니.
“김선우 그놈.이 평범하진 않을 거 라 생각은 했는데……
김진철 회장은 ‘김선우’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확인했다.
정보가 수상할 정도로 비어있다.
협회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건 불가 능한 일일 텐데.
자신이 직접 한 게 아니고서야.
“……김선우가 진천우의 스파이가
아닌 건 확실한가?”
“정황상 스파이보다는 피해자에 가 깝다고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더 지켜볼 필요는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김덕현이 조심 스레 물었다.
“……근데 정말로 회장님도 모르시 는 겁니까?”
“웅? 뭐가?”
“아뇨. 혹시 직접 조작하신 게 아 닌가 싶어서요.”
“내가? 뭐하러?”
“……숨겨진 손자라던가?”
김진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 수하게 황당함에서 나오는 표정이었다.
그 진실된 감정을 김덕현은 순식간 에 눈치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실수했구나. 조졌다.
“농담입니다. 회장님.”
“에라이, 나가!”
김덕현은 그대로 고개를 숙이곤 회 장실 밖으로 나갔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마법사 관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서준과 유아라는 잠시 본가에 다 녀온다며 사라졌기에 학교에 도착한 건 나 혼자였다.
나는 숙소가 아닌 발현계 마법 훈 련장으로 향했다.
바람 속성 제어술의 등급 상승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참에 전부 채워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개인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 훈련을 시작했다.
[표적을 생성합니다.]
[표적의 등급을 ‘최고’로 설정합니다.]
그렇게 3시간 정도 훈련을 반복했 을까.
슬슬 육체에 한계가 느껴지려는 때 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람 속성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바람 속성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바람 속성 제어술 등급이 상승했
습니다!]
“……됐다.”
바람 속성 제어술 등급 상승.
빛, 전기 속성에 이어 바람 속성까 지.
3가지의 속성을 완전히 나의 것으 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감격에 차오르던 순간, 눈 앞에 메시지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삼중 속성 완전 습득’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당신의 육체가 다양한 마력 속성 에 적응합니다!]
[‘속성 친화력〈B)’을 획득합니다!]
“와. 뭐야?”
새로운 특성까지 얻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예상치 못한 수확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나는 곧바로 특성을 확인했다.
[속성 친화력 (B)]
설명 : 마법의 속성 친화력이 상숭 합니다.
[지속 효과]
►속성 친화력
모든 속성의 습득력이 15% 상승 합니다.
모든 속성의 파괴력이 10% 상승 합니다.
모든 속성의 이해력이 10% 상승 합니다.
“오......
괜찮은 특성이 생겨났다.
속성 마법에 여러 이점을 주는 특 성이었다.
이것이라면 이후에 얻게 될 속성의 숙련도를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 겠지.
“허허허.”
이제 남은 건 [형태 없는 정령의
유산]에 다음 속성인 ‘얼음 속성’을 담는 것뿐.
“근데 얼음을 어디서 구하지.”
……편의점에서 사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개인 훈련실 밖 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 우연히 옆문이 동시에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순간 놀라서 뒷걸음질을 했다.
“……선배님?”
“선우?”
옆문에서 등장한 건 다름 아닌 최 서윤과 윤하영이었다.
같은 훈련실에서 나온 걸 보아하니 함께 훈련이라도 한 모양.
그런데 둘이 같이 훈련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와~ 뭐야? 선우야. 너 우리 옆방 에 있었어?”
윤하영이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 지처럼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게. 나도 몰랐네. 근데……”
나는 윤하영과 최서윤의 얼굴을 번 갈아 바라봤다.
“너네 꼴이 왜 그러냐?”
윤하영과 최서윤은 마치 설산이라
도 다녀온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 지 서리가 잔뜩 껴 있었다.
얼굴은 또 창백하고…… 왜 저래?
그러자 최서윤이 머쓱한 미소를 홀 렸다.
“아, 그게…… 저희가 훈련을 좀 격하게 했거든요.”
“훈련을 얼마나 격하게 했길……
그러다 아주 우연히 둘이 나온 훈 련실 안을 보게 되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훈련실 내부 전체가 마치 냉동실처 럼 꽁꽁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훈련장 관리인이 저거 보면 뒷목 잡고 쓰러지겠는데.
“……훈련을 어떻게 했길래 방이 저렇게 된 거야?”
“얼음 속성 마법이 주변 환경의 영 향을 많이 받잖아요. 그래서 자연의 마나를 얼려서 유리한 환경으로 바 꾸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최서윤이 주 변 환경을 바꿔버리는 방법에 대해 내게 이야기하기도 했었는데.
조금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눈앞의 저걸 보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재능이 미쳤네.
“……뭐, 그래. 잘 해봐.”
“헤헤.”
최서윤이 머쓱한 미소를 홀렸다.
“아! 그럼 저흰 훈련실 얼음 때문 에 관리인분께 다녀와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
“어, 그래.”
그 말을 끝으로 최서윤과 윤하영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사라진 그 둘의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꽁꽁 얼어붙은 훈련실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얼음을 따로 살 필요는 없겠 네.”
나는 [형태 없는 정령의 유산]에 마력을 주입하고는 벽의 얼음에 가 져다 대었다. 동시에 반지의 색이 흰색으로 바뀌었다.
손바닥을 펼치고 마력을 집중했다.
동시에 손위에 떠오른 마력이 얼어 붙더니 얼음 형태의 구체로 바뀌었다.
기숙사 문을 열자 거실 안이 어두 껌껌했다.
평소엔 불이 항상 켜져 있는데 뭔 가 싶어서 둘러보자 거실 바닥에 누 워 쿨쿨 잠을 자는 그레텔이 보였다.
“자려고 불 껐구나.”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레텔 의 딱딱한 둥을 쓰다듬었다.
사춘기(?)가 와서 성격이 조금 날 카로워졌지만 자는 모습은 여전히 귀엽다.
불을 켜면 깰까 봐 작은 조명 하 나를 켜두고는 샤워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몸을 깨끗하게 씻고 나와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후. 역시 집이 최고네.”
소파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심신 이 안정된다.
내 성격이 그렇게 외향적이지 않아 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매일매일 밖 에서 사투를 벌인 영향도 컸다.
“아포리아 사건도 끝났으니 당분간 마인 사건이랑 김창현에만 집중하면 되려나……
진천우의 부활까지는 꽤 시간이 필 요할 거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데에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천우의 부활에 필수 재 료인 ‘이서준’이 자운의 표현을 빌 리자면 아직 숙성되지 않았다.
“숙성......
그때 아주 우연히 내 눈에 그레텔 의 머리에 생겨난 무언가가 눈에 들 어왔다.
저거 설마…….
나는 천천히 그레텔에게 다가갔다.
“......있다.”
그레텔의 머리 위에 작은 열매,
[신비한 마계수 열매]가 달려 있었다.
크기를 보아하니 생겨난 지는 하루 도 안 된 것 같다.
“ 흐음......
이번 열매는 완전히 숙성되는 데 얼마나 걸리려나.
그러다 문득 그레텔이 먹는 음식에 따라서 열매의 효과가 바뀌던 것이 떠올랐다.
“……영약 같은 걸 먹여 볼까?”
고기를 너무 좋아해, 항상 고기만 먹였는데, 가끔은 채소 아니, 몸에 좋은 것도 먹어야 하는 게 맞지 않
을까?
“영약...... 영약......
영약을 공급해줄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고 메시지를 입력했다.
같은 시각.
한세연은 저택에서 한성 그룹 소속 소속 정보 길드장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룹 내부에 있는 신비 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김창현이 다른 차원의 통로를 열려는 것 같아 보인다 합니다.]
“……차원의 통로요?”
한세연은 황당함을 느꼈다.
차원의 통로라니.
기껏해야 ‘테러’…… 아니, 크게 생각해서 ‘세계 멸망’ 정도를 생각했 던 한세연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세계 멸망보다 더 큰 스케일 이 아닌가.
“다른 차원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확인되지 않은 분야라 확답을 드 릴 순 없지만…… 이론상 존재할 가 능성이 높긴 합니다. 어떤 세계인지 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다른 차원을 열려는 목적은요? 설 마 외계인을 불러서 세계를 멸망시 킨다. 이런 거예요?”
[그건 아닐 겁니다. 이론상 물질이 차원을 넘는 게 불가능합니다.]
“물질의 이동이 불가능하면 뭘 이 동시킬 수 있는데요?”
[‘개념’……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념이요?”
[예를 들면 어떤 분야의 이론이라 던가 영혼이라던가 술식…… 이런
것들이죠.]
한세연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김창현은 자 신의 목표를 위해 김진우를 이용하 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표가 다른 차원의 문 을 여는 거라니.
그렇다면 김진우는 그것과 무슨 관 계가 있는 걸까?
“……일단 알겠습니다. 새로운 정 보가 나오면 바로 보고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겼다.
“하아......
한세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
회사 일부터 해서 오빠, 한세진의 일까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온 신경이 김진우에게 쏠 린 기분이다.
거기다 차원의 통로 같은 이야기까
지 들으니 더더욱 머리가 복잡하다.
띠링.
바로 그때 스마트폰에서 메시지 알 람이 울렸다.
정보 길드장의 메시지라고 생각한 그녀는 별생각 없이 내용을 확인했다.
[한세연 씨, 부탁 하나만 드리고 싶습니다.]
김진우에게 온 메시지였다.
아포리아 사건 이후 벌써 3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와 이서준, 유아라는 마법사관학 교에서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 고, 다가올 중간시험을 대비해 각자 훈련에 돌입했다.
당연하겠지만 자운의 아포리아 테 러 사건은 전 세계에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협회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온갖 기사가 퍼져나갔으며, 협회장인 김 진철은 변명 없이 대국민 사과를 했
다.
“응애!”
그리고 방과 후.
나는 인적없는 강화도의 산 아래에서 그레텔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의 산책에 그레텔은 싱글벙 글 웃으며 주변을 뛰어다녔다.
바로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 졌다.
고개를 돌리자 오늘의 약속 상대, 한세연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언제 봐도 시선을 잡아끄는 화려한
얼굴이다.
“진우 씨.”
한세연이 웃으며 나를 반겼다.
한 달 만에 보는 것인데 자주 연 락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본 느낌은 아니었다.
나도 그녀를 따라 살짝 미소를 지 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 좀 남았는데 빨리 오셨네요.”
“진우 씨가 항상 빨리 오니까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손에 든 가방 을 내밀었다.
“아, 이건 부탁하신 영약 세트에 요.”
“앗. 감사합니다.”
나는 두 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버섯’ ‘삼’ ‘복승아’ 같은 가공되지 않은 영약 재료들이 있었다.
이것들은 그레텔에게 먹이기 위해 내가 따로 부탁한 영약의 재료들이 었다.
제조되어 판매되는 영약의 특성상 영약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없어 한 세연의 도움을 구한 것이다.
그때 한세연의 시선이 그레텔을 향
했다. 무언가 신기한 눈으로 그것을 보더니 말했다.
“저 아이가 먹을 영약이죠? 근데 저번에 봤을 때보다 조금 커졌네 요.”
예전에 한세연을 습격한 마인을 그 레텔과 힘을 합쳐 쓰러트린 적이 있었다.
첫 만남은 아니었기에 그레텔을 보 고 크게 놀라는 눈빛은 아니었다.
“네, 맞습니다. 조금씩이지만 계속 성장하더라고요. 그레텔!”
내 부름에 공원을 뛰어다니던 그레 텔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한세연을 보곤 눈을 반짝 이며 달려온다.
“응애!”
한세연은 그레텔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말했다.
“얘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그 물음에 나는 그레텔의 다리 사 이(?)를 보았다.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만져도 안 물겠죠?”
“아, 네. 개도 아니고……
한세연이 콕 그레텔이 볼을 눌렀다. 그러자 그레텔이 해맑게 웃으며 한세연의 손가락을 양손으로 콕 잡 았다.
그레텔의 웃음에 애교가 넘쳐 흐른 다.
요즘 나한테는 저런 귀여운 모습을 안 보여줬는데.
“세연 씨가 마음에 드나 보네요.”
“……어, 그런가요?”
그때 한세연의 시선이 그레텔의 머 리에 달린 열매를 향했다.
“……이게 진우 씨가 말한 그거에
요?”
“네, 맞습니다. 혹시 이걸 가공해 서……
바로 그때. 그레텔이 내 말에 담긴 의미를 눈치를 챘는지 화들짝 놀라 며 한세연의 뒤로 숨었다.
“응애!”
“……이래서 눈치 빠른 애들은 싫 다니까.”
“응애응애!”
한세연은 그런 그레텔이 귀여운지 웃으며 그레텔을 들어 올렸다.
그레텔은 한세연의 품에 그대로 푹
안겼다.
나보다 한세연이 더 좋다 이거지?
한세연은 다시 한번 후후 웃더니 말했다.
“그건 이따가 이야기해요. 근데 이 아이가 불사라는 게 사실이에요?”
“네. 사실입니다.”
“……불사라. 생명력이 엄청나겠네 요.”
한세연이 그레텔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그런데 그레텔을 향한 시선이 단순 한 ‘귀여워하는 감정’。] 아니었다.
한성가의 피에 흐르는 ‘탐욕’이라 고 할까.
한세연은 자신의 품에 안긴 그레텔 의 나뭇가지를 만지다가 말했다.
“……혹시 나뭇가지 하나 잘라가도 돼요?”
그 순간.
“응애!”
그레텔이 기겁하며 한세연의 몸에서 떨어져 나오더니 나에게 안겨들 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