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화
“……와. 이걸 피하네.”
제3의 눈으로 내 장거리 기습 공 격을 피해낸 진과 테리사를 보며 헛 웃음을 홀렸다.
마력 은폐 비약의 효과로 기척을 숨겼는데 [필중]을 사용한 공격을 피해냈다.
보아하니 살기를 감지하곤 본능적 으로 피한 거 같긴 한데…… 무서운 감각이네.
[사용 효과 ‘필중’의 지속시간이 종 료되었습니다.]
“흐음. 뭔가 아쉬운데……
원래 내 계획은 필중의 지속시간인 5초 안에 혈귀와 테리사를 암살하는 것이었다.
오랜 수감 생활로 약해진 지금이 그 둘을 적은 리스크로 처치할 절호 의 기회였으니까.
“……혈귀를 죽인 거로 만족해야 하나. 쯧.”
혈귀는 아포리아 사건 이후 자운에 새롭게 합류하는 인물이다.
녀석이 나중에 저지를 사건들을 생각하면 미리 싹을 자른 것이라 분명 한 이득이기는 하다.
하지만 내 목표가 [필중]의 지속시 간 내에 둘을 동시에 처치하는 것이 었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후우.”
아쉬움을 한숨으로 털어내고는 마 법 구체를 다시 구현했다.
‘마나 은폐의 비약’의 지속시간이 1(분 가까이 남았으니까 아직 기회
는 남아 있다.
나는 손을 뻗어 테리사를 조준한 뒤 마법 구체를 방출했다.
파아앙!
방출과 동시에 나는 최일현에게 배 운 이동 마법인 [공간 도약]을 사용 했다.
아직 미숙하기는 하지만 틈틈이 연 습해두었기에 세세한 좌표 설정하는 것만 아니면 실패할 걱정은 없었다.
진과 테리사는 내 마법을 아슬아슬
하게 피하더니 마법이 쏘아진 방향 을 노려보았다.
—거기냐!
진의 머리 위에서 얼음의 가시가 빠르게 구현되더니 내가 마법을 방 출했던 방향으로 쏘아졌다.
피웅!
하지만 나는 이미 [공간 도약]으로 장소를 옮긴 상태.
얼음의 가시는 허공에 박히며 거대 한 먼지를 일으켰다.
콰아아앙!
—……뭐야? 분명 저기서 날라왔는 데?
나는 숲속에서 장소를 계속 옮기며 녀석을 향해 마법을 방출했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마법이 계속 해서 쏘아지자 테리사와 진의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크윽! 어떻게 사방팔방에서 마법을 쏘아대는데 기척이 안 느껴 지는 거야?!
분노가 섞인 테리사의 외침.
나는 그런 녀석들을 보며 작게 미 소를 지었다.
녀석들은 절대 나를 찾을 수 없다.
[마나 은폐]뿐만이 아니라 [달의 안식체로 존재감까지 지운 지금.
[공간 도약]으로 장소만 계속 옮길
수 있다면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모 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을 테니까.
파앙!
파앙!
나는 계속해서 둥글게 숲을 이동하 며 마법을 방출했다.
지금 당장은 녀석들도 공격을 잘 피해내고 있지만 기계가 아닌 이상 언젠간 틈을 보일 터.
그렇게 계속해서 마법을 방출하자
테리사의 어깨와 양쪽 허벅지에 마 법을 적중시킬 수 있었다.
—끄아아악!
테리사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 더니 그대로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이어서 열심히 내 공격을 피해내던 진 역시 종아리에 마법이 적중하며 유효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_크윽......!
피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는지 진은 테리사의 앞에서서 얼음의 벽을 구 현했다.
우드드득!
콰앙! 콰앙!
몇 번의 공격이 벽에 완벽하게 막 히자 어쩔 수 없이 나는 공격을 멈 추었다.
지금과 같은 공격으로는 저 벽을 뚫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게도 방법이 있다.
[사용 효과 ‘투쟁심’올 사용합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 합니다.]
몸 안에 강렬한 마력이 솟아오르며 손바닥 위로 모여들었다.
마력은 곧 은은한 금빛을 머금은 구체의 형태가 되었다.
이 정도라면 장막을 뚫어낼 수 있 을 테지.
—……이거 큰일 난 거 같은데.
그때 제3의 눈을 통해 진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내 의도를 눈치챈 모양이다.
—야. 테리사.
—크으윽…… 왜.
—미안한데 둘 중 하나는 살아서 못 돌아갈 거 같다.
진의 말에 바닥에 웅크리며 고통을 호소하던 테리사의 두 눈이 동그래
졌다.
—……뭐? 아니, 잠깐. 진? 아니, 씹 야. 너 설마 나 버리고 가게?
—너도 알잖아 둘 다 못 살아가는 거. 나도 지금 상태 안 좋고, 다른 애들도 각자 계획이 있어서 바빠.
그러고선 진이 중얼거렸다.
—저 숲만 없었으면 어떻게 방법이 생겼을 텐데. 녀석이 전략적으로 이 곳을 선택한 거겠지.
—야! 고대 방벽 있잖아! 그거로 막아!
진이 뒤를 돌아 유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것도 안 되는 게, 고대 방벽에 집중하다가 쟤한테 뒤통수를 당할 가능성이 있어. 그렇다고 먼저 공격 하는 것도 안 되거든.
바로 그때 내 손위에 화려한 금빛 을 머금은 거대한 마법 구체가 완벽
하게 구현되었다.
나는 손을 뻗고는 녀석을 향해 조 준했다.
—……아, 그리고 혹시 이 말을 듣 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이 혼자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나에게 하는 말인 모양이다.
—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서 죽여주마.
“그러시던지.’’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마법을 방출 했다.
파아아앙——
금빛의 마법 구체가 녀석을 향해 쏘아졌다.
진은 강한 살기를 느꼈는지 모든 마력을 사용하여 자리에서 벗어났 다.
혼자 남은 테리사는 멍한 눈으로
쏘아지는 금빛의 마법을 보았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성벽 위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S급 빌런, ‘테리사’를 처치했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술식 이해력’이 10% 상승합니다.]
[‘전략적 숭리’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공간 마법을 이용해 전투에서 승 리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술식 이해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피어오르는 거대한 연기.
바람이 불어오자 테리사가 있던 장 소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손을 내려놓고는 제3의 눈으 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친 허벅지를 이끌며 어디론가 달 려가는 진의 모습이 보였다.
“……쫓아가면 내가 죽겠지.”
다쳤다고는 하나 상대는 자운의 진, 정면 승부는 가망이 없다.
테리사. 그리고 혈귀를 미리 제거 했다는 것에서 만족해야겠지.
“아, 맞다. 이서준은 잘하고 있으려 나.”
이서준은 아까 나와 헤어진 뒤 협 회 사람들을 돕겠다며 수용소로 이 동했다.
지금쯤이면 아마 감옥 내부에서 풀 려난 범죄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치 르고 있을 텐데.
제3의 눈을 움직여 수감실 내부를 살폈다.
내 예상대로 이서준은 풀려난 범죄 자들을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치르 고 있었다.
“크게 신경 안 써도 괜찮겠지.”
오랜 수감 생활로 약해진 자들이 다. 혈귀나 테리사 급 범죄자가 아 닌 이상 이서준 혼자 잘 이겨낼 것이다.
그때 몸에 넘쳐흐르던 힘이 사라지 는 것이 느껴졌다.
[은폐 비약]의 효과와 그 외 [대자 연의 심장], [투쟁심]의 효과가 끝난 것이다.
“후우.”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으니 여기 서 조금 쉬어야겠다.
“……드디어 왔네.”
백은성, 진, 이청 등 자운의 멤버 들이 협회의 시선을 끌고 있을 때.
베르트와 나타샤. 그리고 애런은 진천우의 영혼과 이어진 지하 통로 의 끝에 도착했다.
처음 입구에 들어섰을 때 복잡한 온갖 술식들로 인해 오랜 시간을 잡 아먹었지만 다행히도 여유 시간은 남아 있었다.
[……설마 베르트냐?]
그때 공간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베르트는 오랜만에 듣는 익숙한 목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애던?”
자운의 전 행동대장, 애던의 목소 리.
그리고 잠시 뒤 유령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애던. 죽어서 유령이 됐구나.”
슬픔이 담긴 베르트의 말에 애던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너희는 그분을 되 찾으러 온 건가?]
“응. 약속이었으니까.”
베르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때 통신 마도구에서 음성이 들려 왔다.
—베르트, 헤더랑 벨이 최일현한테 당했어!
스카의 다급한 목소리.
베르트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헤더랑 벨이 당했다고?”
헤더와 벨. 그리고 스카가 맡은 임 무는 최일현을 쫓아 시간을 끄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동 방해’ 효 과를 가진 고대 병기를 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습격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둘이나 당하다니.
베르트는 이를 악물었다.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나타샤가 끼 어들었다.
“애던, 만나서 반가운데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
[알고 있어. 난 신경 쓰지 마.]
그 말과 함께 애던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
베르트와 나타샤는 천장의 술식을 살펴보더니 [대마도정화기기]에 마력을 주입했다.
이내 강렬한 마나가 [대마도정화기
기]에 뭉쳐지더니 천장을 향해 크게 쏘아졌다.
콰아아앙!
보안 술식으로 이루어져 단단함을 자랑하던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베르트와 나타샤, 이청은 침을 꿀 꺽 삼키고는 천장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희미한 형태 의 유령을 보자 눈물이 고이기 시작 했다.
“……드, 드디어.”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14년 만에 영접하게 된 신의 모습 을 보는 순간 반가움과 동시에 강한 죄책감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부족함으로 인해 신께서 이런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했 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금방 구출해드리겠습니다.”
이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리 준비해놓은 성유물, [대마력 흡수 장치]를 발동했다.
주변의 마나를 홉수해 각종 마도구 에 오류를 일으키는 성유물이었다.
지금까지 저질러 온 수많은 테러와 성유물들을 훔쳐 온 것도 이날을 위 해서였다.
파직, 파지지직!
[대마력 홉수 장치]가 발동되자 진 천우의 봉인을 유지하던 술식과 각 종 보안 마도구의 빛이 불안정하게 깜딱이기 시작했다.
모든 상황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 다.
이제 곧 그분의 봉인이 풀려날 것이다.
“……나타샤 ‘영혼함(靈魂函)’을 꺼 내.”
나타샤가 영혼을 봉인해 담아둘 수 있는 유일한 신비, ‘영혼함’을 꺼냈 다.
풀려난 신의 영혼을 영혼함에 봉인 하는 순간 아포리아에서의 임무는 모두 끝이 난다.
바로 그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 던 애던이 말했다.
[근데 혹시 이서준과 함께 다니는 또래의 녀석을 알고 있나?]
베르트가 하던 일을 멈추곤 애던에 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김선우를 말하는 거야?”
[이름은 몰라. 짙은 갈색 머리의 남자였던 걸 빼면.]
짙은 갈색 머리의 남자.
김선우가 분명하다.
“그럼 김선우가 맞을 거야. 근데 김선우는 네가 어떻게 알고 있어?”
[그 녀석이 이서준을 데리고 그분 을 강령술로 불러냈거든.]
“……그분을 불러냈다고?”
강령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마법 이 아니다.
많은 재료가 필요할뿐더러 협회가 지정한 ‘제한 마법’ 중 하나였기에 섣불리 시도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거기다 이서준과 비숫한 또래의 녀 석이라면 김선우를 말하는 거 같은 데.
[그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 르겠지만.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 보이더군. 이서준이 아니라 김선우 라는 녀석이 말이야. 보아하니 이서준도 모르게 독자적으로 준비한 거 같던데.]
그 말에 베르트는 강한 의문을 느 꼈다.
……김선우가 설마 그런 짓을 벌였 다니.
김선우에게 느낀 수상함이 한두가 지가 아니라 생각은 했지만…….
베르트는 잠시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머릿속을 정리했다.
무언가 의심스러운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급한 것이 존재했다.
당장의 목표는 그분의 영혼을 가지 고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이었으니 까.
“일단 알았어. 정보 고마워.”
베르트는 다시 [대마력 흡수 장치] 를 이용해 진천우에게 걸린 봉인식 을 하나둘씩 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진천우을 속박하던 봉 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됐다.”
스으으으
진천우의 영혼이 연기처럼 넓게 퍼 지기 시작했다.
나타샤는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영혼함을 열었다.
“……신이시여. 저희가 안전하게 모셔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영혼함에서 희미한 빛이 뿜 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진천우의 영혼이 다시 한번 연기처럼 퍼지더니 영혼함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영혼의 재봉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천우의 영혼이 모두 담기 자 나타샤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닫 았다.
“……그분이 우리에게 돌아왔어.”
나타샤가 작게 중얼거렸다.
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곤 지하를 내려 보았다.
“그럼 빨리 이곳에서 탈출하자.”
“웅.”
그렇게 베르트와 나타샤, 애런은 다시 지하로 내려왔다.
그리고 ‘설치용 포탈’과 연결된 ‘소 형 게이트’를 꺼내 들었다.
그때 통신 마도구에서 다시 들려왔다.
—테리사가 죽었어.
진의 침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리사도 죽은 건가.”
베르트가 작게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어. 희생은 각오했던 일이야.”
나타샤의 말에 베르트는 고개를 끄 덕이곤 통신 마도구에 말했다.
“근데 진, 테리사는 누구에게 당했 어?”
—몰라.
“……모른다고?”
—녀석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격했거든.
그 말에 베르트의 두 눈이 잠시 떨렸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마법.
작년 자신의 저택에서 그것과 같은 마법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랜 추리로 그 마법을 사 용한 자의 정체를 개인적으로 확신 하고 있었다.
바로 김선우였다.
그렇다는 건 설마 김선우가?
바로 그때 통신 마도구에서 백은성 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마나가 안 느껴졌다고? 그거 룬의 일족 그 녀석인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