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9화 (338/535)

339화

진천우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됐다니? 이곳에 온 건 내 의지야.”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외부자인 네가 이 세계에 있는 것을 말하는 거다.]

내가 이 세계에 있는 것을?

“잠깐, 날 이곳에 부른 건 너잖아. 왜 이제와서 내가 이 세계에 있는

게 문제라는 건데?”

황당함을 느끼며 반박하자 녀석이 말했다.

[널 끌어들인 건 ‘나’지만 내가 아 니다.]

……지금 나랑 말장난 하자는 건 가?

“알아듣게 설명해.”

[말 그대로다. 나, ‘진천우’가 너를 부른 건 맞지만, 지금의 내가 널 부 른 게 아니다.]

진천우가 말을 이었다.

[너는 어디까지나 나의 ‘계획’. 내 계획대로라면 너는 이 세계에 있어 서는 안 됐어.]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불러놓고 자신이 부른 게 아니라니.

무슨 또 하나의 자아라도 있다는 건가?

[김선우.]

진천우가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네가 많은 의문을 느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모든 것 을 설명할 의무는 없다. 너는 그저 이 세계에서 네 뜻대로 살아가면 되 는 거야.]

“......너.”

그 순간.

머릿속에 진천우가 했던 말들이 다 시금 떠올랐다.

‘진천우 자신이 불렀지만, 지금의 진천우가 부른 게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계획이다.’

‘계획과 달라졌다.’

……설마.

나는 진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설마 외부 세계의 나를 끌어들 인 시점이 미래고, 미래의 너는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 야?”

[…….]

진천우가 입을 다물었다.

[킥킥…… 킥킥킥…….]

그리고 옆에서 있던 신비가 흐느 끼듯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기분 나쁘게 웃는지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다.

바로 그때.

진천우의 영혼이 연기가 되어 조금 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킥킥 킥…….]

다시 한번 신비의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신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이거 왜 이래?”

내 물음에 신비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미안한데 5분이 지났어.]

“5 분?”

[강령술의 제한 시간은 5분. 너도 알고 있잖아.]

“영혼의 가루라면 더 있어.”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영혼의 가루는 충분히 챙겨놓았다.

하지만 신비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 했다.

[미안한데 그 이상은 안 돼.]

“그런 게 어딨어. 이유가 뭔데?”

[너희가 나눈 대화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심하거든.]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니.

나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진천우에게 물어볼 것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를 이 세계에 부른 목적, 그리고 김창현의 정체, 네 번째 일지…….

나는 하나라도 더 묻기 위해 서둘 러 진천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서 있던 자리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라졌네.”

조용히 지켜보던 이서준이 작게 중 얼거렸다.

나는 허탈함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 었다.

이서준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눈으 로 진천우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 다가 신비에게 물었다.

“나는 왜 둘의 대화가 제대로 들리 지 않는 거지?”

그 물음에 신비가 말했다.

[아직 자격이 없어서 그래.]

“자격?”

[자세한 건 알려줄 순 없어. 스스 로 연구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서 알아내라고.]

이서준은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 신비는 작게 웃더니 말했다.

[슬슬 작별 시간이네. 덕분에 재밌 었어.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안녕!]

신비가 손을 흔듬과 동시에 강한 빛이 번쩍였다.

동시에 우리가 서 있던 공간이 바 뀌었다.

강령술을 사용하기 전에 있었던 지 하 통로였다.

이서준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머리 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대체 뭐가 뭔지……

쿠우우우웅!

그때 거대한 진동이 울리며 천장의 흙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천장을 올려보았다.

방금 이 진동, 자운의 공격으로 생 긴 것이 분명했다.

녀석들의 침공이 시작됐으니 진천 우의 영혼을 훔치기 위해 놈들이 이

곳에 모여들겠지.

하지만 나와 이서준의 힘으론 이곳 으로 몰려들 자운을 막는 건 불가능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의 방법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 는 것.

그리고 성벽에서 시선을 끌 자운의 일행을 막아내는 것.

“일단 올라가자.”

14명의 자운의 일행은 육지에 진 입 후 빠르게 흩어졌다.

그들을 막기 위해 협회의 마법사들 이 나섰지만 압도적인 무력에 속수 무책 당할 뿐이었다.

“크아아악!”

“입구부터 막아!”

우우우웅!

아포리아의 보안 마도구들이 작동 하기 시작했다.

강렬한 마력이 한 군데에 뭉쳐지더 니 중앙을 달리던 진을 향해 쏘아졌다.

파아아앙——

그 순간 진은 둥에 메고 있던 거 대한 방패를 꺼내 들었다.

겉으론 낡은 방패의 모습이었지만 마력을 주입하자, 새하얀 빛의 거대 한 방어막이 구현되더니 마력포를 막아내었다.

콰아아아앙!

고대방벽.

마력을 완전 차단하는 능력을 가진 성유물이었다.

“저게 뭐야……

“계속 공격해!”

이어서 하늘 위에서 수십 개의 발 현계 마법이 떠오르더니 진이 서 있 는 지상을 폭격했다.

하지만 진은 이번에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고대 방벽으로 모든 공격 을 막아냈다.

약 1분간 이어졌던 공세가 멈추자 진은 고대 방벽을 들어 올리며 다시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그의 귀에 꽂혀있는 통신용 마도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치용 포탈 완성했어.

설치용 포탈.

1회용 유물로 짧은 시간 동료에게 이동할 수 있는 마도구였다.

던전, 유적지, 탑을 포함해 5년에 한 개가 나올까 말까 할 만큼 희소 성이 높은 물건이었다.

“알았어. 그럼 바로 진입할 테니 시선을 끌어줘. 아, 그리고 최일현은

어딨어?”

—최일현은 그분의 영혼이 봉인된 장소로 이미 이동한 것 같아. 침투 조들은 조심하고.

그때 진을 막기 위해 협회의 마법사들이 쏟아져 내리듯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압도적인 숫자.

수많은 신비를 가지고 있는, 자운 의 진이라 할지라도 저 정도의 인력 을 감당할 순 없었다.

“야야. 도와줘. 빨리.”

—모두 귀 막아!

동료의 신호에 진은 서둘러 마력의 장막을 구현해 외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귀를 찢는 소리가 주변을 크게 울렸다.

협회의 마법사들은 고통을 느끼며 귀를 막았다.

“끄아악!”

“뭐, 뭐야?!”

소리를 들은 협회의 마법사들은 하 나둘씩 초점을 잃었다.

자운이 소유한 또 다른 고대 병기, [환영의 메아리]의 효과로 환술에 빠진 것이었다.

“……좋아. 계획대로 잘 되고 있 네.”

진이 낮게 웃으며 성벽 안으로 들 어섰다.

주변을 둘러보자 환술에 빠진 마법사, 그리고 힘겹게 맨정신을 유지하 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적들이 무력화된 지금 미리 제거해 두는 것도 좋지만 괜히 힘을 빼고 싶진 않았기에 진은 그들을 무시했다.

바로 그때.

“죽어랏……!”

두 명의 마법사가 검을 들고 진의 뒤를 노렸다.

동시에 진의 머리 위로 두 개의 얼음 가시가 구현되더니 두 마법사 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털썩!

“……후우.”

진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협회의 마법사 대부분을 무력화하 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이런 잔챙 이들이 남아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강렬한 시선이 느껴 졌다. 진은 여유롭게 시선을 돌렸다.

그 얼굴을 보자마자 홈칫 놀랐다.

“……아씨, 불의 마녀인 줄 알고 쫄았네.”

바람에 홑날리는 혹발.

마법사관학교의 유아라였다.

본능적으로 얼음의 가시로 그녀를 죽이려 했던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아, 맞다. 맞다. 피의 맹세.”

진은 뒤늦게 김선우와의 피의 맹세 를 떠올렸다.

‘김선우의 주변 인물은 절대 건들 지 않는다.’

불의 마녀와 닮은 얼굴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죽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꼬맹이, 운이 좋아. 김선우와의 피 의 맹세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죽었 을 텐데.”

유아라는 그 말에 입술을 꽉 깨물 었다.

눈앞의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김선우와 자운 사이에 있었던 피의 맹세에 대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 으니까.

하지만 눈앞에 원수가 있음에도 아 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에 유아라는 참담함을 느꼈다.

만약 억지로 덤볐다간 분명 개죽음

을 당할 게 뻔하니까.

그렇게 된다면 복수의 기회도 사라 지게 된다.

“너……

“뭐, 죽고 싶으면 날 방해하라고. 우리 계획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자는 죽일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거든.”

진이 낮게 웃었다.

그 순간.

콰아앙!

어디선가 강렬한 마력 에너지가 느 껴 졌다.

고개를 돌려 성벽 아래를 바라보자 서로 창을 휘두르며 전투를 하는 김덕현과 백은성의 모습이 보였다.

진은 턱을 매만지며 그 둘의 전투 를 잠시 지켜보았다.

기세를 보아하니 김덕현이 조금 더 우세해 보이긴 한데…….

“……안 도와줘도 되겠지?”

백은성이라면 알아서 잘 살아남을 것이다.

끈질김과 근성 하나는 자운 내부에서도 따라올 녀석이 없으니.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진은 품 안에서 붉은빛의 크리스탈 을 꺼내고는 통신 마도구로 말했다.

“[근원 생성기] 바로 발동할게.”

진은 손에 쥐고 있던 붉은 크리스 탈, [근원 생성기]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크리스탈의 표면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쨍그랑!

크리스탈이 부서짐과 동시에 원형

의 붉은 파동이 일대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흐흐.”

근원 생성기.

평생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 는 힘을 가진 [근원 파괴기]와 반대 되는 성유물이었다.

즉, 이 파동에 휩쓸리게 된 자들은 잃어버렸던 ‘마력의 근원’을 되찾게 된다.

단점이 있다면 [근원 파괴기]와 달 리 1회용이라는 것이지만, 광역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으로 근원을 잃은 아포리아의

수감자들은 원래의 힘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투명 망토]로 감옥 내부에 잠입한 ‘이청’이 수감 수들의 구속구들을 풀어놨겠지.

“이제 곧인가.”

진은 손목의 시간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감옥 내부에서 엄청난 폭발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 살이 난 건물.

뚜벅뚜벅…….

활활 타오르는 건물 안에서 말라비 틀어진, 익숙한 얼굴이 천천히 자신 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진은 반가움에 크게 외쳤다.

“테리사!”

“흐흐…… 진 오랜만이야.”

테리사가 낮게 웃었다.

“몸 상태는 어때?”

“안 좋아.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 한의 식사만 했거든. 뭐, 보다시피

마력은 어느 정도 돌아오긴 했지 만.”

테리사가 손 위로 마력을 끌어올리 며 말했다.

“아참. 나 그리고 여기서 친구도 사귀었—.”

“크하하하하!”

어디선가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터 져 나왔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한 남성이 튀어나오더니 손에 쥔 검을 휘두르 며 협회의 마법사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있었다.

진은 황당함에 찬 눈으로 남성을

바라보다가 테리사에게 물었다.

“……혹시 쟤가 새로 사귄 친구 야?”

“어…… 맞아. 조금 미친놈이긴 한 데…… 구경하는 맛이 있어.”

진은 눈을 깜빡이며 남성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저 정도의 실력자면 분명 자신이 아는 인물일 텐데.

“이름이 뭔데?”

“본명은 모르고, 그…… 혈귀라던 데?”

“……혈귀? 잠깐, 설마 그 혈귀?”

혈귀.

자운 이전에 활동하던 악명 높았던 마법 범죄자였다.

“……와. 거의 몇십 년을 갇혀 있 었는데 저런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고?”

진은 놀란 눈으로 혈귀의 전투를 바라보았다.

근육은 다 빠져 앙상했지만, 마력 으로 강화한 신체 능력으로 저런 엄 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체 전성기의 실력은 어땠던 거 지.

“괴물이네……

“야! 혈귀!”

테리사의 외침에 혈귀가 눈앞의 마법사를 검으로 베어내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너 근데 그 검은 어디서 났냐?”

혈귀가 씨익 웃으며 피로 얼룩진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흐흐…… 이거? 얘네한테 땟은 건 데?”

혈귀가 바닥에 쓰러진 협회의 마법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그러냐?”

테리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혈귀는 테리사 옆의 진을 발 견했다.

“근데 얘도 네 친구인가?”

“뭐, 그렇지……

진은 왠지 모를 꺼림칙함을 느끼며 작게 손을 혼들었다.

“어, 안녕.”

혈귀는 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유아라가 있었다.

“……저 애는.”

혈귀는 유아라의 마력에 익숙함을 느꼈다.

최일현과 함께 있던, 누군가의 마력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뭐야. 저런 꼬맹이였나?”

혈귀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검을 꽉 쥐었다.

진은 혈귀를 말렸다

“야야. 잠깐. 쟤는 안돼.”

“..2”

혈귀가 발걸음을 멈추며 진에게 의 문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김선우와 했던 피의 맹세의 계약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다른 동료들도 김선우의 주변 인 물을 건들지 못 하게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혈귀는 자신의 동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혈귀가 무슨 짓을 저지르 든 자신과 상관없는 게 아닌가?

진이 낮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마음대로 해.”

“......뭐야?”

혈귀는 이상함을 느끼다가 다시 유 아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는지 유아라 또한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화르르륵!

동시에 그녀의 머리 위로 수십 개 의 화염 구체가 구현되었다.

혈귀는 그것을 보며 잠시 놀란 표 정을 지었다.

진과 테리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아라가 보여주는 마법은 자신의 예상보다 수준이 높았으니까.

“……와. 이서준이랑 쌍으로 묶이

는 이유가 있네.”

혈귀가 비릿한 미소를 짓다가 유아 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유아라는 곧바로 화염 구체를 방출 하며 혈귀의 움직임에 대응했다.

콰아아앙!

“큭!”

혈귀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전투는 생각보다 치열했다.

물론 유아라의 마법 수준이 크게 발전한 이유도 있었다.

“그래봤자 풋내기지!”

혈귀는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화염

구체를 홀려내고는 유아라의 코앞까 지 빠르게 접근했다.

그러나 유아라는 이서준과 수많은 스파링으로 강화계 마법사와의 전투 경험이 꽤 쌓인 상태였다.

유아라는 침착하게 바닥에 화염 구 체를 터트려 연기를 일으켰다.

눈앞의 시야가 흐려짐과 동시에 폭 발의 여파로 혈귀의 몸이 뒤로 밀려 났다.

“……큭! 잔머리를!”

후우웅!

연기 위에서 유아라가 크게 점프하 며 하늘 위로 도약했다.

그러고선 머리 위로 수많은 화염 구체를 구현했다.

공중에서 마법의 폭우를 쏘아내던 김선우의 전투에서 영감을 받은 기 술이었다.

“하아아앗!’

유아라의 외침과 함께 하늘 위에서 수많은 화염 구체가 혈귀를 향해 떨 어지기 시작했다.

혈귀는 급히 호신강기를 발동해 공

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화염에 담긴 마력량이 방대해 막아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크으윽! 건방지게!”

결국 혈귀는 자신의 마력을 검에 쥐어 짜내고는 크게 휘둘렀다.

부우우우옹!

동시에 혈귀를 중심으로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크게 퍼져나갔다.

파동에 휩쓸린 유아라는 허공에서 중심을 잃은 채 그대로 바닥으로 떨 어졌다.

“끄으윽!”

유아라가 몸을 웅크리며 바닥에 피 를 토해냈다. 끔찍한 고통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터벅터벅.

혈귀는 바닥에 쓰러진 유아라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도 제법이었다. 그 나이에 이 정도 실력이라니. 크흐흐.”

유아라는 겨우 정신을 차리곤 고개 를 들었다.

두 손에 검을 쥔 혈귀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그녀는 체념했다.

……여기서 끝인 건가?

“그럼 이제 끝이——

바로 그때.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무언가가 혈귀의 이마를 뚫고 지나갔다.

유아라는 크게 뜬 눈으로 혈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혈귀의 이마에 동그란 구멍이 생겨 피가 주르륵 홀러내리고 있었다.

털썩.

혈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뒤에서 지켜보던 진이 멍하니 중얼 거렸다.

“……방금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는 데?”

테리사 역시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진은 본능적으로 테리사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내 일직선의 빛줄기가 테리사가 서 있던 방향에 번쩍였다.

진은 식은땀을 홀렸다.

“……이게 뭐야?”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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