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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화 (334/535)

335화

이서준 일행이 아포리아에 도착한 이후.

최일현과 김덕현은 잠시 밖으로 나 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진천우의 영흔이 정말로 두려워하 는 감정을 보였습니까?”

김덕현이 황당함을 느끼며 물었다. 최일현은 담배 연기를 뿜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이라고 정의할 순 없지만,

녀석이 크게 동요한 건 사실이야. 영혼의 색 변화는 감정의 변화를 느 낄 때 생기는 거니까.”

“……김창현을 언급하자 진천우가 동요를 했다라.”

김덕현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 겼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진천우와 김창 현 사이에는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심지어 그 ‘진천우’가 두려움을 느 낄 정도라니.

과연 그게 뭘까?

진천우의 숨겨진 계획…….

‘불사’와 관련이 있는 걸까?

그렇게 혼자 생각을 하던 김덕현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김창현은 진천우의 실 험체인데 그럼 김창현에 대해 물었 을 때 기쁨을 느꼈어야 정상이 아닌 가?”

“나도 그게 이상하다.”

최일현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공 감하듯 말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폈을 때 김창 현의 존재는 진천우 계획의 일부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면 김창현의 소식에 기쁨을 느꼈어야 할 것이 당연할 터인데.

왜 두려움을 느낀단 말인가?

“……원래의 계획과 틀어지고 있다 는 건가?”

“그건 천천히 조사해봐야겠지. 김 창현이라는 녀석을 찾게 되면 알아 서 녀석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뭐, 너도 뭔가 정보가 나오면 내게 공유해라.”

“네. 알겠습니다.”

최일현은 마력으로 담뱃불을 끄고 는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는 이서준과 유아라. 그리고 김선우가 있었다.

“그리고 저 애들은 잠시 내가 데리 고 있으마.”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혹시 영혼을 보여줄 생각입니까?”

김덕현의 물음에 최일현은 잠시 입 을 다문 채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니 까. 동기부여를 하는데 도움이 되겠 지. 그리고…… 그 애들을 마주친 녀석의 반웅이 궁금하기도 하고.”

“……분위기가 으스스하네. 그나저 나 정말로 이 섬에 진천우의 영혼이 봉인되어있는 건가?”

“그렇겠지. 어디에 봉인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서준과 유아라가 아포리아의 풍 경을 둘러보며 감상을 나누고 있을 때.

나는 제3의 눈을 이용해 김덕현과 최일현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진천우는 김창현을 언급하자 두 려움을 느꼈다.

최일현이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진천우가 김창현에게 두려움을 느 꼈다니.

내가 조사한 바로는 김창현은 진천 우의 실험체이자 사도였다.

진천우가 김창현을 두려워할 이유 는 없을 텐데?

“뭐지......

생각해보면 만월의 밤에서 마주쳤 던 김창현이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은 자운과 한패가 아니라고.

그렇다는 건 김창현과 진천우는 적 대 관계라는 걸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대화 를 마친 최일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거기 삼총사. 이런 끔찍한 장소에서도 아주 여유가 넘쳐 흐르는 구 나.”

최일현의 말에 모두가 그에게 시선 을 돌렸다. 최일현은 장난기가 담긴

미소를 씨익 지었다.

“그나저나 마법사관학교 1, 2, 3등. 어째 너희 셋은 항상 같이 다니는 거 같냐?”

“……우연이에요.”

유아라가 짧게 말하자 최일현이 눈 을 가늘게 떴다.

“까칠하긴, 지호랑 똑 닮은 성격은 여전하네.”

자신의 아버지 이름이 들려오자 유 아라가 입을 꾹 다물었다.

최일현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뭐, 보기 좋긴 하네. 나도 너희

나이 때 삼총사처럼 같이 다니던 친 구들이 있었거든.”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지만 그 안 에 씁쓸한 감정이 느껴졌다.

최일현의 사연을 알고 있기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순간 눈이 마주쳤다.

“너 눈빛이 왜 그러냐?”

“……제 눈빛이 왜요?”

“스승님을 그런 동정의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라.”

“......아, 예.”

최일현은 우리를 다시 한번 둘러보

더니 말했다.

“뭐, 아무튼. 아포리아 안내 겸 너 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니 따 라오도록.”

“……보여주고 싶은 거요?”

그렇게 우리는 최일현의 안내에 따 라 아포리아의 주변 풍경을 둘러보 게 되었다.

거대한 석조 건물. 그리고 주변에 는 넓은 들판과 작은 숲이 보였다.

“아포리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앞장서서 걷던 최일현이 물었다.

“감옥이라는 거랑 진천우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이서준이 대답했다.

“그래, 네 말대로 이 섬에는 진천 우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다. 그럼 진천우의 영혼을 아포리아에 가둔 이유는 알고 있나?”

“아포리아의 특수한 현상 때문이라 고 듣긴 했는데……

“맞다. 아포리아에는 특수한 마법 현상이 있다. 바로 사자의 영혼을 붙잡는 힘이지.”

“……영혼을 붙잡는 힘?”

유아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포리아에서 죽은 자는 아포리아 에 영혼이 귀속된다. 그래서 예전에 는 아포리아가 ‘유령의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었지. 물론 이 섬의 이름이 아포리아로 바뀌면서 그 이름은 다른 섬에 붙여졌지만.”

유령의 섬.

태휘제 때 이벤트로 방문했던 섬을 말하는 거다.

“뭐, 그런 이유로 밤 7시 이후에는 깜짝 놀랄 일을 겪을 수 있으니 마 음 단단히 먹어라.”

“무슨 일이 있는데요?”

유아라의 물음에 최일현이 뒤를 돌 며 낮게 웃었다.

“유령이 나타나거든. 흐흐.”

우리는 최일현의 뒤를 따라 석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미로와 같은 긴 복도가 보였다.

그리고 양옆에 철장으로 막힌 감옥 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수여줘. 죽여줘. 죽여줘. 죽여줘.

.....흐 .&호 石..흐흐 石「호’흐石.흐호

어디선가 들려오는 죄수의 목소리 에 이서준은 표정을 굳혔다.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적당히 무시 해라. 마력을 폐쇄당한 채 오랜 수 감 생활을 하면서 미쳐버렸거든.”

나는 주변을 살피며 수감자들의 모 즙을 보았다.

하나같이 몸이 뼈처럼 앙상하고 피 부에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수감자들을 바라보 는 유아라의 얼굴이 보였다.

무언가 복잡한 생각에 잠긴 눈빛. 동정의 시선은 아니었다.

그때 내 시선을 느낀 듯 유아라가 고개를 돌렸다.

“어때?”

뜬금없는 물음에 고개를 반대로 물 었다.

“뭐가?”

“저 사람들 보니까 어떤 기분이 드 는지 궁금해서.”

“별생각 안 들어. 여기 모두가 흉 악 범죄자잖아.”

아포리아는 단순한 마법 범죄자를

가두는 장소가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만 가두는 곳이다.

“……그렇지.”

유아라가 공감하듯 작게 고개를 끄 덕이고는 다시 말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죽 는 것보다 차라리 아포리아에 갇혀 이런 삶을 사는 게 그들에게는 더 끔찍한 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

“흠. 그럴지도 모르겠네.”

당장 이곳에만 해도 죽여달라고 비 는 녀석들이 깔려있으니.

내 짧은 대답에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언젠가 자운도 아포리아에 수감 될 날이 오겠지?”

앞으로의 전개에 자운이 아포리아 에 수감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벌은 받을 것이다.

“웅.”

그때 나와 유아라의 대화를 엿듣던 이서준이 생각났다는 둣 말했다.

“그런데 자운이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

이서준의 물음에 최일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포리아에 침입자가 생기면 대결 계에 먼저 반웅이 온다. 그때 움직 여도 충분해.”

“흐음.”

그렇게 복도를 쭉 걷다 보니 새로 운 장소에 도착했다.

아까의 수감실과 같았지만, 분위기 는 조금 달랐다. 이곳은 비교적 조 용했다.

-……최일현.

그 순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슬로 전신이 묶인 한 남성이 우리를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단숨에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혈귀, 백우철.

아포리아 습격 에피소드에서 변수 가 될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나는 턱을 매만지며 녀석을 계속 관찰했다. 그때 혈귀의 고개가 내 쪽으로 움직였다.

안대로 눈이 가려져 있지만, 뭔가 시선이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희한한 마력을 풍기는군.

바로 그때 또 다른 어딘가에서 목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이서준인가?

그 순간 이서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구속구에 전신이 묶인 한 여성이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테 리사……

작년에 체포된 자운의 멤버.

당연하게도 그녀 역시 아포리아에 수감되어 있다.

“뭐냐. 아는 녀석이냐?”

“네, 자운의 멤버인데 체포될 때 저도 있었거든요.”

—크흐흐, 이서준…… 그런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흐른 건가…….

테리사가 실성하듯 웃으며 중얼거 렸다.

최일현은 그녀를 무시하곤 다시 복 도를 걸었다.

어느덧 우리는 지하에 도착했다.

복잡한 술식이 그려진 문.

나는 이곳이 어딘지 바로 눈치챘 다.

결국 원작의 흐름대로 이곳에 방문 하게 되었구나.

최일현은 굳은 얼굴로 그 앞에 멈 춰서다가 우리에게 말했다.

“이 앞에는 진천우가 봉인되어 있

다.”

네?”

이서준과 유아라가 깜짝 놀란 표정 을 지었다.

최일현은 곧바로 술식에 손을 가져 다 대었다.

우우우웅.

끼이이 익一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동시에 문틈 사이로 신비의 기운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포리아 최심부, 영혼의 제단’에 입장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문을 열었더니 한순간에 1만 포인 트를 획득했다.

아포리아 최심부, 영혼의 제단.

원작의 최종 보스, ‘진천우’의 영혼 이 봉인된 장소이다.

평범한 장소가 아니다 보니 주는

포인트도 엄청나구나.

그때 이서준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 며 안으로 걸어갔다.

솨아아아一

다시 한번 신비로운 기운이 우리들 의 몸을 스쳤다.

나는 정면을 응시했다.

거대한 방과 복잡하게 그려진 술식 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신비와 마도 구.

그 중앙에 일렁이고 있는 희뿌연 한 연기.

“……진천우.”

유아라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서준의 반응 역시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떨리는 눈으로 눈앞의 영혼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때 연기. 아니, 영혼이 뭉쳐지며 희미한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입장하는 순간 느꼈던 기운이 다시 금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영혼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 지 않았다.

아까 들었던 최일현의 말처럼 동요 를 보인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원작과 같은 흐름이 다.

내가 보았던 원작의 진천우는, 이

서준에게 특별한 감정 혹은 애정을 품고 있지 않다.

자신의 피가 이어진 혈육이었지만 진천우는 이서준을 철저하게 자신의 불사를 위한 재료로 생각했다.

그리고 원작의 묘사에 따르면 이미 이서준은 자신을 향한 진천우의 감 정을 파악했을 것이다.

이서준이 가진 ‘감정 감지’ 능력은 영혼에게도 통하니까.

이 상황을 지켜보던 최일현 역시 씁쓸함을 느꼈는지 팔짱을 끼었다.

“진천우 너는……

나는 진천우의 영혼을 천천히 바라

보았다.

지금 당장 녀석에게 묻고 싶은 것 들이 많았다.

하지만 영혼이 된 녀석과는 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진천우의 일지’를 통해 나 는 녀석과 소통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강령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이윤경의 영혼을 부를 때 사용했었던 [만트라 지팡이]와 [영혼의 가루]도 아공간에 미리 챙 겨놓았으니까.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잠든 밤, 이

곳으로 다시 잠입해 강령술을 사용 할 생각이다.

그때 였다.

진천우의 영혼의 시선이 이서준과 유아라를 지나 내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약 3초 정도 시선을 마주 했을까?

솨아아아!

진천우의 영혼이 적빛으로 물들며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운이 우리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 다.

[세계의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2.0 상승합니다.]

[인과율이 30이 되었습니다.]

[권능이 하나 해금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황과 메시지에 잠시 당황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곤 주변 을 살폈다.

최일현, 이서준, 유아라가 놀란 눈 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선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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