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화
가을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마법사 관학교의 늦은 밤.
나는 중앙 도서관에서 술식 관련 서적을 읽고 있었다.
「지금 당신의 앞에 신비가 묻혀있 는 잠금 술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풀이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1,500만 개의 거짓 정보가 섞 여 있다고 합시다. 이 암호를 푸는
데 필요한 것은……J
한글로 적혀 있지만, 도저히 한국 어로 보이지 않는 문장들.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 아파 져 오지만 술식 공부의 필요성을 느 껴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과몰입’ 상태 로 정신없이 책을 읽었을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술식의 구조 이해와 실전 요령’을 완벽히 독해했습니다.]
[‘술식 이해력(B)’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예비 술식 학자’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뭐여.”
나는 멍하니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를 바라봤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술식 이해도의 숙련도가 상승하고 포인트
가 상승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포인트 획 득 유형에 기분이 좋아지려는 그때.
메시지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당신의 뇌가 독서에 적응합니다.]
[‘독해(C)’를 획득했습니다.]
……독해?
곧바로 특성을 확인했다.
[독해 (C)]
설명 : 독서의 이해력이 상승합니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완독 후 추가 능력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대박.”
생각보다 괜찮은 특성이 생겨났다.
보아하니 [진화와 적웅]의 효과로 얻은 거 같은데…….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진화와 적응] 만한 효자 특성이 없다.
아주 사춘기 온 우리 그레텔보다
더 효자야.
“허허.”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책 을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도서관의 풍경을 둘 러보았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서관에 남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 지 않았다.
“……슬슬 돌아갈까.”
시간이 늦었다.
내일 스케줄을 위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一
바로 그때, 내 맞은편에 익숙한 정 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바라보 았다.
그것은,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잠든 최서윤이었다.
“……뭐야. 얘 아직도 안 갔네.”
아까 이서준, 이현주, 윤하영, 송승 아가 나갈 때 같이 간 줄 알았는데.
혼자 남은 건가.
“그나저나 얘도 은근 무방비하네.”
우연인지는 몰라도 유독 다른 애들 보다 잠든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
다.
심지어 학년이 달라서 마주칠 기회 가 적은데도.
나는 녀석의 정수리를 가볍게 콕 찔렀다.
반웅이 없다.
이번에는 전보다 좀 더 힘을 주고 콕 찔렀다.
동시에 이마를 감싸고 있던 그녀의 팔꿈치가 살짝 움직이며 반웅했다.
하지만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은
듯 가만히 있다.
어느 정도의 힘으로 찔러야 깰지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으음......?”
바로 그때 최서윤이 잠에서 깨어났 다.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이더니 머 리를 매만지며 내게 말했다.
“……으, 지금 몇 시예요?”
“11 시.”
.........
최서윤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 개를 들었다. 잠에서 확 깬 얼굴이
다.
“늦었어. 어서 일어나.”
“아...... 넵.”
그렇게 나와 최서윤은 기숙사로 돌 아가기 위해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소등되어 어두워진 복도를 쭉 걸었다.
뚜벅뚜벅.
고요함 속에서 발소리만이 작게 울 려 퍼졌다.
최서윤은 나를 힐끔 보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아, 맞다. 선배님, 중간고사 얘기
들었어요?"
“들었어. 심연 탐험인가 그거 말하 는 거지?”
“네, 듣기로는 꽤 전통이 있던 시 험인가 보더라고요. 자기 극복을 위 한 시험이라던……
“잠깐.”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고는 손을 들어 그녀의 앞길을 막아 세웠다.
최서윤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있어.”
“……뭔가 있다고요?”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한 채 어두운 복도를 응시했다.
최서윤도 나를 따라 어둠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나는 대답 대신 손을 뻗어 마법
구체를 구현했다.
동시에 깜깜한 복도의 어둠이 환하 게 밝혀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앞 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인의 눈에만 보이지 않 을 뿐, 외부자의 혜택을 통한 내 눈 에는 내 앞에 생겨난 마력의 뒤틀림 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환술이 다.
그렇게 마력을 이용해 마력의 뒤를 림을 풀어내려는 그때, 공간이 일그 러지더니 한 남성이 귀신처럼 모습 을 드러냈다.
“꺅!”
동시에 최서윤이 깜짝 놀란 둣 내 팔을 강하게 휘감았다.
우리 앞에서 있는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최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초, 총장님?”
남성은 다름 아닌 마법사관학교 총 장, 장봉진이었다.
김진철과 함께 전설적인 마법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진천우와 최일현의 또 다른 스승이기도 했다.
“김선우, 최서윤 학생…… 이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뭐 하셨습니까?”
총장이 가늘게 뜬 눈으로 물었다.
“혹시 학교에서 불건전한……
“아, 아뇨!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방금 나오는 길이에요!”
최서윤이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 말에 총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며 미소를 지었다.
“하하. 장난입니다. 아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봐서 놀래키려 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원작의 이서준도 총장의 장난에 한 번 당한 적이 있었으니까.
“뭐,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수 면 시간은 제대로 지켜야 합니다. 수면이 마법 컨디션에 주는 영향력 은 엄청나니까요.”
그렇게 말하더니 총장이 내게 시선 을 돌렸다.
가늘게 뜬 눈 때문에 표정을 알 수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흐음. 그나저나 김선우 학생은 소 문처럼 대단하네요. 제 은신은 ‘그 녀석들’도 졸업 전까지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말이죠.”
“......네?”
내 물음에 총장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40년 역사상 제 장난을 눈치챈 학생은 선우 학생이 처음이라는 겁 니다. 홀륭한 감각을 가졌네요!”
총장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곳을 멍 하니 바라보았다.
……이건 또 뭐야?
시간이 지나 토요일 아침.
드디어 중요 메인 에피소드 중 하 나인, ‘자운 아포리아 습격 사건’ 당 일이 찾아왔다.
앞으로의 전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기에 나는 마지막까지 필요
한 것들을 확인했다.
“흐음.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몇몇 준비물과 함정 술식들을 아공간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레텔, 그럼 다녀올게.”
“응애.”
그레텔이 다녀오라며 손을 혼들었다.
예전만큼 살갑지는 않아도 인사성 은 여전히 바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며 소집 장소인 동해의 작은 항구로 이동했다.
장소에 도착하자 협회의 마법사들 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숫자는 종 8명.
적어 보이는 숫자지만 아포리아 습 격이 예고된 이후, 이미 수많은 병 력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전력이 부족할 일은 없다.
“김선우!”
그때 어디선가 이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이서준과 유아라가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입은 유아라의 의상이
뭔가 심상치 않다.
외형은 붉은빛의 자켓이지만, 분명 마도구인 것 같단 말이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외부자의 혜택 을 발동했다.
[고대 화염 술사의 망토(A)]
설명 : 고대 화염 술사가 즐겨 입 던 망토. 화염계 마법을 증폭시켜주 는 힘이 담겨있다.
분류 : 옷
[지속 효과]
►화염 친화력
화염 속성 제어술의 효과가 30% 상승합니다.
화염 속성 저항력이 40% 상승합니다.
“......오.”
무려 A등급의 의상이었다.
거기다 주류 마법인 ‘화염 계열’ 의상이라 희귀성이 높은 옷이다.
“그 옷 뭐야?”
내 말에 유아라가 씨익 미소를 지 으며 자신의 겉옷을 만졌다.
“역시 바로 눈치채네. 언니한테 선 물 받은 거야.”
유아연?
원작에서는 유아연에게 이런 옷을 선물 받는 상황이 없었는데.
어떤 심경 변화가 있던 거지.
“엉? 뭐야. 이거 마도구였어? 등급 은 뭔데?”
이서준이 물었다.
“A 둥급.”
“A? 와…… 엄청 비싸겠네.”
이서준이 유아라의 옷을 빤히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두 눈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참고로 나랑 유아라와 달리 이서준 의 옷은 평범한 옷이다.
물론 장갑이라던가 몇몇 액세서리 는 마도구이긴 하지만.
김진철 회장이란 뒷배경을 생각하 면 참 검소한(?) 옷차림이라 할 수 있다.
“난 언제 저런 거 입어 보냐.”
“내가 비슷한 거로 하나 사줄까?”
내 물음에 이서준이 획 내게 시선 을 돌렸다. 그러더니 눈을 잔뜩 찌 푸린다.
“……뭔가 다른 애도 아니고 네가 그러니까 농담처럼 안 들리네.”
어, 진짜 농담 아닌데.
그때, 우리들을 둘러보던 김덕현이 말했다.
“신난 거 봐라. 너네 견학 왔냐?”
“......흠흠.”
이서준이 헛기침을 했다.
김덕현은 쯧쯧 혀를 차다가 말했다.
“……뭐, 모두 모인 것 같군. 비 출항할 거니 모두 배에 올라타라.
솨아아아一
마법사를 태운 거대한 함선이 해안 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배가 향하는 곳은 정확한 좌표 없 이는 들어갈 수도, 발견도 할 수 없는 신비의 섬, ‘아포리아’.
약 5시간 정도의 향해 끝에 우리 는 아포리아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
었다.
“……와. 이게 결계인가.”
갑판 위로 올라온 나는 아포리아를 두르는 거대한 결계를 보며 감탄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결계 마법을 보았 지만, 과연 원작에 묘사됐던 것처럼 세상 그 어떤 결계보다 거대하면서 도 단단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열쇠를 만들기 위 해 자운이 소비한 몇 달의 시간도 짧다 느껴질 정도.
[‘세계 3대 결계’를 마주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술식 이해력의 숙련도가 큰 폭으 로 상승합니다.]
[‘술식 이해력(B)’의 등급이 A로 상승합니다!]
“……어, 뭐야.”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술식 이해력 이 상숭한다고?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수확에 어리둥 절하고 있던 그때.
김덕현의 옆에 있던 한 마법사가 품 안에서 작은 보석 같은 것을 꺼 냈다.
그리고 보석에 마력을 주입하자 거 대한 빛이 뿜어지며 결계를 향해 쏘 아지기 시작했다.
저 보석의 정체는 바로 결계의 열 쇠였다.
우우웅……
그리고 결계의 일부가 허물어지더 니 배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솨아아아’—
얼마 안 가 작은 섬이 눈에 들어 왔다.
아포리아에 도착했음을 깨닫곤 선 박 안으로 들어가 이서준과 유아라 를 불렀다.
“슬슬 준비해.”
시간이 지나 아포리아에 도착했다.
[‘아포리아’에 입장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4 상승합니다.]
협회의 마법사들은 하나둘씩 배에서 내려 육지를 밟았다.
그러고선 눈앞의 거대한 성벽을 올 려보았다.
“……여기가 아포리아인가.”
“뭔가 으스스하네.”
협회의 마법사들도 아포리아 방문 은 처음인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여러 번의 아포리아 방문 경 험이 있던 김덕현은 무표정한 얼굴 로 앞장서서 걸었다.
그렇게 우리는 김덕현을 따라 아포 리아의 성문에 도착했다.
그때 문지기로 보이는 사람이 김덕현을 발견하곤 경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어, 그래. 수고해라.”
김덕현이 탁탁 문지기의 어깨를 두 들겼다.
문지기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뭔 가 심상치 않아서 슬쩍 [인물 간파]
를 사용해 보았다.
이름 : 원민현
나이 : 38 종족 : 인간 상태 : 평안 마력 등급 : S 관심도 : 0
와. 무슨 문지기가 S등급이냐.
“자, 모두 따라 들어와라.”
우리는 김덕현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왔다.
내부는 생각보다 투박했다.
마치 중세의 감옥을 보는 듯한 석 조 건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건물 사이사이에 배치된 협 회의 마법사들이 보였다. 눈올 마주 치자 자기들끼리 작게 속삭인다.
—저거 김선우랑 이서준이지?
—어, 그런 거 같은데. 쟤네 실습 빡세게 하네. 큭큭.
김덕현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몇몇 건물은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는 6급 수용소이고, 저곳은 신비 통제실. 그리고 너희가 생활할 숙소는 저기 있다.”
우리는 김덕현의 손이 가리키는 것 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따로 안내는 해주지 않겠다. 각자 가볍게 둘러보면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김덕현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접근 금지 구역이라고
적힌 장소들은 절대 들어가면 안 된 다. 알겠냐?”
“금지 구역에 뭐가 있는데요?”
유아라가 물었다.
“저번에 말하지 않았냐. 영혼이 봉 인되어 있다고.”
“......아.”
유아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흐음......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앞으로의 계 획을 떠올렸다.
금지 구역이라고는 하지만 진천우 의 영혼을 꼭 한 번 보고 싶기에
기회를 엿봐 몰래 들어갈 생각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자운의 습격까지 는 아직 10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 다.
물론 원작과 달라질 수도 있는 부 분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밤 12시, 아포리아 섬의 담긴 신비 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시간이니까.
바로 그때.
“제자, 이제 왔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최일현이 반갑게 미 소를 짓고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