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화
나는 눈앞의 여우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옆에서 존경의 눈빛을 보 내는 엘린과 렌처럼 내 능력을 보고 이상한 착각에 빠져든 모양이다.
……도대체가 이놈의 특성과 스킬 들은 무슨 사연이 이리 많은 건지.
“……하아.”
귀찮아 죽겠네.
나는 엘린과 렌의 눈치를 살피다가 여우에게 말했다.
“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 니까 오해하지 마.”
[……음? 그런 게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내 말에 방금까지만 해도 한충 공 손해졌던 말투가 처음의 건방진 말 투로 돌아왔다.
마수 주제에 뭔가 성격이 입체적인 데.
“그러니까…… 흐음.”
나는 녀석을 앞에 두고 잠시 고민
에 빠졌다.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주변의 시선 이 많아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꺼려 진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무슨 상황인지 알겠군.]
그 순간.
사아아아악——
내가 서 있던 풍경이 한순간에 바 뀌었다.
잠시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공 간.
나는 이 공간이 여우의 환술로 만 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 았다.
[은월환절]을 이용해 풀어버릴까 고민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이곳이라면 안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혼돈의 힘을 가진 자여.”
내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또렷하
게 들려왔다.
뒤를 돌자 고풍스러운 일본 여성 전통복을 입은 누군가가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엉덩이에 아홉 개의 꼬리가 달려있었고, 얼굴은 금 색 털을 가진 여우의 것이라는 점.
“뭐야. 그 모습은?”
“눈높이를 맞춰야 그대와 대화하기 가 편할 것 같아 잠시 둔갑을 했다. 왜 이상하느냐? 아니면……
여우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의 얼굴이 아름다운 인 간 여성의 것으로 변했다.
“이쪽이 더 취향인가?”
나는 물끄러미 녀석의 머리 위에 달린 여우 귀를 바라보았다.
뭔가 만화에 나올 것 같이 생겼네.
“뭐든 상관없어.”
“재미없군.”
여우가 팔짱을 끼었다.
“그럼 아까의 대화를 이어가지. 그 래서, 그대는 나와 같은 달의 축복 을 받은 요괴가 아니라는 게 사실인가?”
“사실이야. 난 인간이니까.”
요괴인 척 연기해 녀석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어설픈 거짓말 을 들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 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오해 받는 상황에 조 금 실증을 느끼기도 했고.
그때 내 말이 조금 의외였는지 여 우의 두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래? 분명 그대에게서 나와 같은 요괴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여우가 생각에 잠긴 둣 턱을 매만 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작스러운 작은 의문이 생겨났다.
“근데 구미호가 언제부터 달을 수
호하는 요괴였지?”
내 기억엔 구미호에게 그런 설정은 없었다. 세계 내에 존재하는 관련 논문을 살펴보아도 그렇다.
내 물음에 여우가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말했다.
“뭔가 잘못 알고 있군. ‘달의 가호’ 는 구미호라는 종족의 힘이 아닌 선 택받은 요괴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다.”
“선택받은 요괴?”
내 중얼거림에 여우가 미간을 잠시 좁혔다.
“정말로 모르는 건가?”
“모르니까 묻는 거잖아.”
“흐음〜 보아하니 정말로 모르나 보군. 그럼 그대에게 느껴지는 이 친화력은 대체…… 아하. 그런 거군.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아.”
그렇게 중얼거리던 여우의 두 눈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기울어졌다.
“혼돈을 품은 인간이여. 달을 수호 하는 요괴의 정보를 듣고 싶다면 조 건이 있다. 내 안전을 보장하거라!”
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순간 여우의 두 눈이 떨리기 시작
했다.
여우의 모습일 때도 표정을 읽기 쉬웠는데 인간의 얼굴을 하니 더더 욱 읽기 쉽다.
“……그, 그대는 달의 가호가 어떤 힘인지 궁금하지 않나?”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갑인 척 나한테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거야. 너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내 손에 죽 을 테니까.”
“......큭!”
여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하지만 모든 것을 대 답해줄 순 없다. 제약이 있기 때문 이다.”
“그 정돈 알아.”
내 말에 여우가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그럼 달의 가호부터 설명해주겠 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달의 가호는 대요괴가 되기 위한 자질이다. 몇몇 인간들이 특별한 힘을 가지고 태어 나는 것처럼 소수의 요괴에게만 내 려지는 축복이지.”
그렇게 말하니 대충 이해가 됐다.
빛 속성, 멸마, 혹은 천재같이 태 생적으로 타고나는 힘을 말하는 거 다.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별거 없어 보이는데.
……아니지. 천재 특성은 100만 포 인트니까 별거 아닌 건 아니구나.
“뭐, 대충 알았어. 그럼 다음 질문.”
“진천우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아 는데, 어떤 대화를 나눴지?”
사실 굳이 이 여우 요괴를 봉인에
서 푼 건 바로 이것에 관한 비밀을 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여우는 내 물음에도 멍하니 눈을 깜빡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진천우? 그게 누구지?”
“네 봉인을 풀었다가 다시 재봉인 한 남자 있잖아.”
바로 그때.
여우의 동공이 붉게 물들더니 강렬 한 살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가 붉어지며 혈관이 솟아 오르더니 마치 악귀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 망할 놈의 이름이 진천우인가……
뭐야.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지?
이 정도면 유 씨 자매들보다 악감 정이 높아 보이는데.
“진천우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 냐?”
“그놈은 나를 속였다……!”
“속였다고?”
“그래, 녀석은 나를 봉인에서 풀어 놓고는 고대 마법의 저주를 걸었다.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 하면 풀어주겠다고 약속했지! 하지
만 녀석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고대 마법의 저주는 또 뭐야?
그때 여우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어? 잠깐! 잠시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봉인의 저주를 풀어야 한다.”
“무슨 봉인의 저주? 봉인은 이미 우리가 풀어줬잖아.”
“그 봉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진 천우가 내게 건 봉인의 저주를 말하 는 거다.”
여우가 말을 이었다.
“그 망할 놈이 내게 고대 마법인 영겁의 봉인술을 걸었다. 봉인이 풀 려도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봉인 석에 봉인돼버리는 아주 악랄한 마 법이지.”
영겁의 봉인술.
나조차도 처음 듣는 마법이다.
“잠깐, 분명 겐사쿠는 진천우가 걸 었던 봉인이 불안정하다고 했는데?”
“겐사쿠? 혹시 누라리흔의 후손들 을 말하는 건가?”
“그건 모르겠고. 아까 내 옆에 있 던 녀석들 말하는 건데.”
“흥. 그 녀석들이 뭘 알겠나? 고작 해야 미래나 조금 볼 줄 알던 요괴 들인데. 예지 능력은 내가 신비의 사도가 되어 부가적으로 얻었을 정 도로 하찮은 것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여우가 자신의 손을 내려보았다.
녀석의 손등 위로 복잡한 술식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아악! 봉인이!”
그러더니 자신의 손바닥에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술식을 멍하니 바라보았 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
며 그 안에 담긴 술식의 정보가 머 릿속에 들어왔다.
“와…… 세상에 이런 봉인술이 있 네.”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봉인술보 다 아름다운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마력 회로와 방향. 그리고 그 내부 에는 복잡하면서도 어울릴 수 없는 정보와 수식들이 마치 하나가 된 것 처럼 딱 떨어져 있었다.
이게 바로 고대 마법인가. 진천우 는 저런 술식을 어디서 얻었대.
“너 한 10분 뒤에 다시 봉인되겠
는데?”
“……으으윽! 기다려라. 지금 당장 풀어버릴 테니.”
“그거 여기서 못 풀어. 절대로.”
내 말에 여우가 행동을 멈추곤 내 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냐?”
“어. 딱 보면 알아.”
저 술식을 풀어내려면 외부자의 혜 택을 사용한다 해도 2주의 시간은 족히 필요하다.
그 말과 동시에 여우의 귀가 축 늘어졌다.
세상 다 잃은 표정이다.
“그럴 수가.”
“이왕 이렇게 내 질문에 대답이나 마저 하고 가라.”
“....♦.뭐라?”
이미 봉인에 걸릴 운명.
태도를 보아하니 내 질문에 대답하 지 않으려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조건을 걸었다.
“네 대답에 따라 나중에 시간 나면 네 저주를 풀어줄게.”
“……저, 정말이냐?”
“믿기 싫으면 말던가.”
“크웅. 좋다. 진천우가 내게 무엇을 물었는지 궁금하다 했지?”
“맞아.”
여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녀석이 가장 먼저 물은 건 크루아스를 죽이는 방법이었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었다.
동시에 나도 궁금증이 생겼다.
이서준을 살리기 위해선 크루아스 를 막아야 한다. 녀석을 어떻게 처
치해야 할까.
“녀석을 죽이는 방법이 뭐지?”
“ 없다.”
«..
없다고?
“녀석은 무슨 수를 써도 죽일 수 없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불사라도 된다 는 거야?”
여우가 고개를 저었다.
“신비의 사도라고 할지라도 녀석은 필멸자. 사도의 왕이라 불리는 녀석 에게도 ‘죽음’이라는 개념은 존재한
다. 아마 목을 자른다면 죽게 되겠 지.”
여우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녀석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설령 녀석보다 몇 배는 강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녀석을 죽일 순 없다.”
여우가 또렷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 았다.
“녀석은 죽지 않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죽지 않을 운명?”
“그렇다. 흑룡왕은 그 누구에게도 죽지 않는 운명을 타고났다. 세계가
그렇다고 결정해놓은 것이기에 그 누가 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결정된 운명…….
그때 여우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 더니 말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존재하 지.”
무엇을 말하려는 지 곧바로 눈치챘 다.
“혼돈을 말하는 거네.”
“맞아. 외부에서 온 혼돈은 정해진 운명을 어지럽힌다. 흑룡이 죽지 않
는 운명을 타고났어도 혼돈이 그 운 명을 바꿔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 어지지.”
세계의 외부자인 내가 혼돈이라는 것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결국 나만이 그 녀석을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리고 진천우는 당시 내게 혼돈 을 끌어올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뭐?”
여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 앞에 나타난 널 보아하니 계획
엔 성공한 모양이구나.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정말 믿기 힘들 정도 로 놀랍군.”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진천우가 외부 세계의 나를 끌어들 였다는 거야?”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잠시 황당함에 말이 나오질 않았 다.
진천우의 계획에 내가 포함되어 있 을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지와 같은 방식을 통해
내가 등장할 것을 예측했다고 생각 했다.
그런데 나를 이 소설 속 세계에 끌어들인 것도 진천우였다고?
그게 가능해?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이구나. 어디 까지나 나의 예측이니 의미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후후.”
여우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웃 었다.
방금까지 우울해하던 녀석이 맞나 싶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음 것을 물었다. 여우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까.
“진천우의 다음 질문은 무엇이지?”
“신비가 사도를 꾸리는 이유와 그 목적에 대해서 물었다.”
사도를 꾸리는 이유와 목적이 라…….
“대답은?”
“신비가 사도를 꾸리는 건,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다. 모든 신비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신비들은 세계의 사도라 할 수 있거든. 세계의 법칙 을 어지럽힌 자를 심판하기 위해 사 도를 만든 것이지.”
세계의 흐름을 어지럽힐 자를 심판
한다.
악룡이 이서준을 죽일 때도 이것과 비숫한 말을 했었다.
세계의 법칙을 어지럽힐 씨앗이니 죽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이서준은 진천우의 ‘불사’를 위한 재료였을 뿐일 텐데. 왜 이서준을 노린 거지.
“아무튼 그 망할 놈과의 대화는 여 기까지다. 더 나눈 이야기도 있지만 네게 중요하지 않아 보이니 굳이 하 진 않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많은 의구심이 남았지만 그래 도 몇 가지 의문은 풀렸다.
그때 여우의 목 위로 술식이 올라 오기 시작했다. 새하얀 배경의 이 공간도 점차 검게 물들었다.
여우의 재봉인이 거의 코앞까지 다 가온 것이다.
나는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다가 물 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
“뭐지?”
“최근 한 예언자로부터 곧 내가 죽 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인과율의 흐름을 읽었다면서.”
어쩌면 미래에 있을 내 위기를 피 할 방법이 없을까 물어보았다.
그때 여우가 눈을 껌뻑이며 나를 보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하하하……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재밌구나.”
그러곤 관찰하듯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확실히. 지금 너에게는 수없이 쌓 여 있는 업보가 보이는구나.”
“업보라고?”
“그래, 네가 저지른 수많은 일들. 세계 곳곳에 뿌려놓은 혼돈. 너는 결정되어 있던 수많은 운명을 바꿔 왔고 그것이 네 안에 쌓여 업보가 되었지. 너는 멀지 않은 날에 그 업 보들을 청산받올 것이다.”
고블린에 이어 이 녀석까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내게 뭔가 큰 일이 생기긴 하려나 보다.
거기다 업보라는 단어까지 나오니 내가 무슨 수를 써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하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내 죽음은 못 피하는 거야?”
“업보 청산이라는 게 꼭 죽음의 형 태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고, 네가 이룬 모 든 것이 파탄 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말끝을 흐리던 여우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숨겨놓은 비밀이 만천하에 밝혀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그건 조금. 아니, 많이 무섭네.
“만약 그렇게 업보 청산을 했는데 내가 살아남는다면, 그럼 그 뒤로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가?”
“아니지. 업보를 청산했으면 0에서 부터 다시 쌓이겠지. 네놈이라면 또 여기저기 일을 벌일 게 눈에 보이는 데.”
반박을 못 하겠네.
“그럼 먼 훗날 두 번째 업보 청산 날이 찾아오겠지. 그리고 만약 두 번째에서도 견뎌낸다면…… 정말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엄청난 일이라면?”
“잘 모르지만,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한다.”
그때 술식이 녀석의 얼굴을 뒤덮였다.
그리고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우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다가 말했다.
“이제 작별 시간이구나. 내게 약속 한 것이 있으니 꼭 내 봉인을 풀어 주길 바란다.”
우우우웅!
번쩍!
정신을 차려보니 공간이 바뀌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우와 전투를 치 렀던 뒷산이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거대한 여우, 구 미호의 몸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녀석을 올려보았다.
그때 커다란 음성이 들려왔다.
[그대여. 꼭 약속 지켜라…….]
그 말을 끝으로 여우는 처음 보았 던 바위의 형태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여우의 재봉인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뭐야? 여우가 다시 봉인됐잖 아.”
엘린이 옆에서 놀란 눈으로 중얼거 렸다.
그때 렌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숙님, 구미호의 환술 속에서 대
화를 나누신 겁니까?”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역시. 근데 마지막에 여우가 약속 을 지키라고 하던데 그건 뭔가요? 혹시 봉인을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아직 봉인을 풀어줄 생각은 없으니.”
잠깐 정보를 공유받았다고 해도 상 대는 재앙급 마수.
이름 그대로 인간들에게 재앙을 주 는 괴물인데 함부로 바깥세상에 풀 어줄 수는 없지.
하지만 약속을 하긴 했으니 언젠간 풀어줄 생각이기는 하다.
물론 족쇄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겼 을 때겠지만.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