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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화 (328/535)

329화

[인물 간파]를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에 잠시 당황했다.

지금까지 인간의 형태를 한 자에게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까.

[인물 간파]가 사용되지 않은 경우 는 보통 이렇다.

인간과 마인처럼 ‘인간과 관련된 종족’이 아닌 경우.

그렇다는 건 눈앞의 아베노 겐사쿠

는 인간의 형태를 한다른 무언가라 는 의미다.

“……내게서 무언가를 보았나 보 군.”

겐사쿠가 내 표정을 살피더니 먼저 말했다.

어차피 상대도 눈치챈 것 같아 질 질 끌 것도 없이 본론으로 물었다.

“당신, 인간이 아니군.”

“……어떻게 그걸?”

렌이 놀란 눈으로 내게 시선을 돌 렸다.

보아하니 렌도 겐사쿠의 정체를 이

미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엘린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 지 못한 듯 ‘으응?’ 거리며 나와 겐 사쿠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설마 이렇게 빨리 눈치챌 줄이야. 역시는 역시인가...... 맞소. 나는 인간이 아니오.”

겐사쿠가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지 었다.

“나는 요괴요. 종족은 누라…… 아 니, 이건 굳이 이야기할 필요 없겠 군.”

“요괴‘?”

요괴라면 일본에서 태어나는 특이

한 형태의 몬스터를 말한다.

보통 지능이 높아 간교하다는 특징 이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요괴가 그 런 건 또 아니다.

그리고 겐사쿠의 말에 엘린이 잠시 자세를 잡으며 경계에 돌입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괜찮다 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내 촉이지만 겐사쿠에게서 살기라 고 할 만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까.

특히 렌을 대하는 태도를 보았을 때 녀석은 인간에게 호의적이었다.

나는 먼저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

었다.

“어떻게 요괴가 인간의 모습을 하 고 있지?”

“우리 일족의 조상은 오래전 신비 의 저주를 받았소. 그 탓에 우리 일 족은 가지고 있던 힘을 대부분 잃고 인간과 같은 외형을 갖게 되었지.”

신비의 저주를 받았다고?

“잠깐, 신비의 저주를 받았다는 게 뭐야? 어쩌다 신비의 저주를 받게 된 건데?”

겐사쿠가 잠시 생각에 잠기며 엘린 과 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입을 열 었다.

“내게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군. 나도 그대에게 흥미가 있으니 대답 해주겠소. 우리가 저주를 받은 건 신비의 사도가 되라는 제안을 거절 했기 때문이오.”

“……신비의 사도?”

“그렇소. 먼 과거, 신비는 몇몇 선 택받은 종족들에게 자신의 사도가 될 것을 제안했소. 제안을 수락한 자들은 강한 힘을 얻어 인간들에게 ‘재앙급 마수’라 불리는 존재가 되 었고, 거절한 자들은 우리와 같은 저주를 받게 되었지.”

나는 말 없이 겐사쿠를 바라보았

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녀석이 거짓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 다.

그리고 녀석의 말 중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재앙급 마수 중에는 내 회귀의 원 인인 ‘이서준’을 죽인 악룡, 크루아스가 있었다.

현재 나의 최우선 목표는 크루아스 의 토벌이라 할 수 있기에 녀석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었다.

“혹시 악룡, 크루아스를 알고 있 나?”

내 물음에 겐사쿠가 잠시 신음을 홀렸다.

“크루아스…… 모든 사도의 왕이자 신비의 앞잡이지.”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것보다 신비의 사도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혹시 크루아스의 목적이 뭔지도 알 고 있는 건가?”

차원 관측으로 본 이전 생에서 크루아스는 이서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녀석이 왜 이서준을 노리고 있냐는 거다.

겐사쿠는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오.” 나는 눈을 찌푸렸다.

“말했다시피 우리는 신비의 제안을 거절한 몸. 거기다 저주로 인해 가 지고 있던 힘도 대부분 잃었기에 내 가 아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이서준의 죽음에 관한 몇 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 는데.

그때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렌과 엘린은 어리둥절한 표정

을 지었다.

“……무슨 대화를 하시는 거지? 크루아스? 그게 뭐야?”

“나도 몰라. 종사님이 쫓고 계신 악의 무리의 머리인 모양인데.”

“악의 무리?”

엘린의 중얼거림에 렌이 고개를 갸 웃했다.

그때 겐사쿠가 미소를 지었다.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군. 그쪽 이 도와준다면 일족이 잃은 힘 일부 를 되찾을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몇 가지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소.”

겐사쿠가 말을 이었다.

“뭐, 겐야의 일지를 확인하는 과정 에서 거쳐야 할 과정이겠지만. 그럼 따라오시오.”

겐사쿠가 앞을 걷기 시작했다.

렌과 엘린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그의 뒤를 따라갔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녀석을 불렀다.

“겐사쿠.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 어.”

내 부름에 겐사쿠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는 돌아봤다.

“네 조상은 왜 사도의 제안을 거절 한 거지?”

“거절한 이유라……

겐사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 늘을 올려보았다.

“먼 훗날 혼돈에 의해 파멸될 미래 를 예측했기 때문이오.”

겐사쿠를 따라가자 우리는 작은 사 찰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진 계단. 그 위에는 제단

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무언가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장소 였다.

그리고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하더 니 계단 앞에 펼쳐진 강한 결계가 눈에 보였다.

“……결계군.”

“역시 바로 눈치채는군. 맞소. 함부 로 일지를 열람하지 못하게 겐야가 결계 술사에게 부탁해 제작한 것이 지.”

나는 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나와 엘린을 부른 거군. 이 결계를 풀어내기 위해.”

렌은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숙님이 정말로 룬의 일족의 종사가 맞다면, 이 결계를 풀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아하니 아직 완전히 나를 룬의 일족의 종사로 믿은 건 아닌 모양이 다.

하긴, 제대로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그럴 수 있긴 하지. 애초 에 진짜 종사가 아니긴 하지만.

나는 결계를 내려보았다.

복잡한 술식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자세히 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형태

로 되어있다.

엘란은 결계를 유심히 살피더니 중 얼거렸다.

“으음. 생각보다 복잡해 보이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 같은데요.”

“내가 하겠다.”

나는 결계 앞으로 걸어가 바닥의 술식을 살폈다.

그리고 바닥에 손을 짚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뿜어지는 강력한 빛.

얼마 안 가 결계가 완전히 해제되 었다.

이 정도는 기본이지.

“……와아. 이렇게 빨리.”

엘린이 반짝반짝 존경에 담긴 눈으 로 나를 올려보았다.

그 시선이 괜히 부담스러워서 고개 를 돌렸다.

그렇게 우리는 계단 위에 올라 제 단에 도착했다.

그 위에는 허름한 책 하나가 놓여 있었다.

렌은 책을 집더니 말했다.

“겐야 님은 진천우와 깊은 연관을 가진 누군가가 등장하면 이 일지를 확인시키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행방불명 되셨죠.”

진천우와 깊은 연관을 가진 누군 가.

김창현을 말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내 이름은 나키리 겐야. 나키리 류 13대 전승자이다. 나는 이 책에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려

한다.J

일본어로 길게 이어진 문장.

그 안에는 그의 출생,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 겨 있었다.

궁금하지 않은 내용을 쭉쭉 넘기다 가 한 50페이지 정도를 넘겨서야 찾고자 했던 내용을 발견했다.

r한국에서 한 남자가 찾아왔다. 하늘에서 내려준 것만 같은 재능을 가진 사내. 그자는 자신을 진천우라 소개했다.□

진천우 얘는 언제 일본까지 다녀온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읽다가 다음 문 장을 보고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신비의 사도라 불리는 재앙 급 마수를 처치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자신의 정해진 운 명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했다.」

진천우가 재앙급 마수를 처치할 방 법을 찾고 있었다고?

나는 눈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재앙급 마수를 처치해야 한다…….

나는 그 말이 마치 미래에 이서준 이 죽을 것을 미리 알고 이서준을 지켜야 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동시에 김창현이 내게 했던 말이 함께 떠올랐다.

—너는 그냥 네 역할만 잘 수행하 면 돼. 세계에 숨은 나쁜 녀석들 많 잖아. 마인이라던가 자운이라던 가…… 또 재앙급 마수라던가?

—너는 그렇게 하나씩 악당들을 처 치해가면서 강해지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면 되는 거야.

나는 머릿속에 흩어진 퍼즐 조각들 을 하나씩 맞춰보았다.

진천우는 재앙급 마수를 처치할 방 법을 찾고 있다……

김창현은 나를 잘 알고 있으며, 내 가 재앙급 마수를 처치해주길 원하 고 있다.

진천우는 이서준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이서준이 죽자, 나는 회귀했다.

“……종사님?”

엘린의 부름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웅. 아니, 그래.”

“표정이 심각하시길래……

“아무것도 아니다.”

갑자기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었다.

진천우의 거대한 계획에 내가 포함 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거

기서 자유로운 ‘외부자’인 나를 이 용해서.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소설 속 인물이 소설 밖의 인 물을 이용하려 한다고?

'나키리 신사에 봉인된 재앙급 마 수가 있다. 진천우는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곳을 습격해 내 제자를 죽이고 마수의 봉인을 풀었다.」

「다행히 마수는 진천우가 다시 봉 인했다. 아마 진천우는 마수에게 묻 고 싶었던 것이 있던 모양이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만났던 진천우는 마수와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았다.」

일지의 내용은 여기서 끝이었다.

엘린과 렌은 일지의 내용을 이해하 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운

명?”

“……진천우가 마수의 봉인을 풀었

다고?”

나는 둘의 대화를 무시하고는 겐사 쿠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말하는 봉인된 마수는 당 신의 일족을 말하는 건가?’’

“아니오. 여기서 말하는 마수는 우리 일족을 대신해 선택 받은 다른 대요괴를 말하오.”

“……봉인을 풀면 어떻게 되지?”

“글쎄. 아마 이 땅에 거대한 재앙 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데.”

거대한 재앙…….

“마수의 강함은?”

“그건 알 수 없소. 다만, 봉인이 200년간 이루어진 만큼 많이 약화 되었겠지. 아마 전성기의 절반. 혹은 그 이하.”

“……사숙님?”

렌이 나를 불렀다.

나는 그의 부름을 무시하고는 겐사 쿠에게 물었다.

“너의 일족이 잃어버린 힘을 되찾 는 것과 봉인된 마수를 처치하는 것 이 연관되어 있겠군.”

“그렇소. 역시 바로 알아채는군.”

그때 렌이 말했다.

“……혹시 마수의 봉인을 풀려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진천우의 흔적을 쫓고 있다. 그럼 적어도 진천우가 마수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 나.”

진천우와 마수가 했던 대화엔 중요 한 정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 다.

진천우와 이서준, 나조차 모르는 그들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녀석을 막을 충분한 준비를 해야겠지.

그때 렌이 말했다.

“마수의 힘이 아무리 약해졌다고 한들 재앙급 마수의 봉인을 함부로 풀면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렌의 말에 엘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도 그래요. 너무 무모해 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겐사쿠 에게 물었다.

“마수에게 걸린 봉인은 어떻게 풀

수 있지?”

“봉인을 풀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소.”

“그게 언제지?”

“봉인된 마수의 요력이 강해지는 날이오.”

요력이 강해지는 날?

“바로 보름달이 뜨는 순간. 오늘 밤이오.”

그 말에 나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푸른 빛의 하늘.

아직 해가 저물기에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나저나 오늘이 보름달이 뜨는 날 이었구나.

그때 엘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보름달이 뜬 날이면 더 위험 한 게 아니에요? 요력이 더 강해지 면 그만큼 마수도 더 강해질 텐데.”

“나중을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달이나 다다음달로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요.”

만약 오늘이 아니라면 다음 달로 미뤄야 한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

무엇보다 이제 곧 자운의 습격을 막기 위해 아포리아에 다녀와야 하 는 상황.

그곳에서 어쩌면 ‘진천우의 영혼’ 을 마주하게 될 상황이 올지도 모른 다.

그렇다면 그 전에 미리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어 두는 게 중요 하다.

그리고. 보름달이 뜬 날이라면 오 히려 내게 더 유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늘 바로 진행한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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