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5화 (324/535)

325화

렌의 말에 엘린은 다소 놀랐지만 침착한 눈으로 그의 시선을 마주하 다가 물었다.

“……김선우? 김선우는 왜?”

“그냥 여러 가지 관심이 생기더라 고.”

렌이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 쓱이더니 말을 이었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 김선우가 사 용하는 마법 중에 [순간 가속]이 있

거든.”

“그냥 비슷한 마법 아니야? 육체를 가속하는 마법은 꽤 흔해.”

실제로도 육체 가속 마법은 꽤 많 다.

육체를 짧은 시간 속성화 하여 빠 르게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 는 자도 많으니까.

하지만 엘린의 말에 렌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흔하기야 하지. 근데 [순간 가속] 은 일반적인가속 마법과는 달라. 자세히 설명해줄 순 없지만, 순간 가속은 시공간을 이용하는 마법이거

드 ”

“시공간을 이용한다고?”

엘린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일반적인가속 마법과 다르다는 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설마 시 공간을 사용하는 마법이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종사님은 어떻게 그런 고난도 의 마법을 사용하는 거지.

엘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종…… 아니, 김선우는 나도 그날 짧게 본 거라 해줄 말이 없어.”

그러자 렌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너한테서 크게 알아낼 생각 은 없으니 걱정 마. 그냥 네가 느낀 작고 작은 감상을 듣고 싶은 것뿐이 니까.”

부담을 덜어주려는 말이었지만 엘 린은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렌은, 무언가 작은 수상함을 느끼는 순간 그것을 집중 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엘린은 무거운 입술 을 열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재능 뛰어난 학생 중 하나였어. 그

리고 녀석이 사용했던 가속 마법도 단순히 속도가 빨라지는 마법이지 네가 사용하는 순간 가속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흐음. 그래?”

렌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엘린을 바라보았다.

엘린은 침착하게 그 시선을 마주하 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느낌 김선우는 그랬어. 그냥 재능 좀 있는 평범한 마법사관학교 의 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 야.”

엘린의 말이 끝나자 렌은 톡톡 팔

짱을 낀 손가락으로 팔뚝을 두들겼 다.

“……엘린, 김선우에 대한 평가가 묘하게 방어적이네.”

그 말에 엘린이 크게 어깨를 들썩 였다.

“웅? 그, 그게 무슨 소릴까? 방어 적이라니? 난 아주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

“너 김선우랑 무슨 일 있었구나?”

무언가 많은 의문을 남겼던 점심 식사 이후.

나는 다음 수업인 ‘가상 스테이지 공략 체험’을 위해 가상 훈련장에 도착했다.

안을 둘러보자 이미 많은 학생이 자리에 앉아 수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도 몇 보였다.

이서준과 신영준. 그리고 윤하영과 유아라다.

그들 주변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 기에 나는 그들과 적당히 떨어진 곳 에 앉았다.

“졸업 여행은 어디로 가려나.”

“수학 여행도 아직 안 갔는데 얘는 벌써 졸업 여행부터 생각하네.”

그렇게 자리에 앉자 어디선가 여행 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 맞다. 수학 여행이 있구나. 수 학여행은 언제 가지?”

여행이라…….

원작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수학여 행은 1차 중간시험이 끝난 뒤에 가 게되고. 졸업 여행은 기말시험이 끝 난 뒤에 가게 된다.

참고로 ‘성무제’는 2차 중간시험이

끝나고 난 뒤 치러진다.

“ 흐음......

그렇게 앞으로 있을 일정과 사건들 을 떠올리던 그때.

“지금부터 ‘가상 스테이지 공략 체 험’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상 훈련장 안으로 들어온 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룰은 간단합니다. 포탈 안으로 입 장하시면 랜덤으로 팀원이 배정됩니다. 그리고 배정된 팀원과 함께 스 테이지를 공략해주시면 됩니다!”

교사의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 들이 포탈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포탈 안으로 이동했다.

번쩍!

순식간에 공간이 바뀌었다.

[가상 세계에 입장했습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앞의 풍경은 새하얀 배경의 탑 내부를 보는 듯했다.

즉, 전형적인 ‘스테이지’형 던전이 라 할수있다.

이런 스테이지는 단서를 모으면 되 는 것이기에 외부자의 혜택을 사용 하면 쉽게 탈출할 수 있다.

그리고.

번쩍!

내 옆에서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랜덤으로 배정된 팀원이 모습을 드 러냈다.

그런데 꽤 반가운 얼굴이다.

“윤하영?”

“어? 선우야!”

윤하영이 반가워하는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양손을 불끈 쥐어 올리더 니 크게 외쳤다.

“오예! 1등 뽑기 성공!”

잠시 황당해서 가만히 있자 윤하영 이 머쓱한 미소를 홀렸다.

“아! 미안. 1등 확정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헤헤.”

“……뭐, 그럴 수 있지.”

누구랑 조를 짜도 1등할 자신이 있는 건 맞으니까.

그때 윤하영이 주변을 둘러보거니 말했다.

“그럼 선우야. 우리 뭐부터 할까?”

“단서부터 찾아야지.”

“오케이.”

그렇게 나와 윤하영은 스테이지에 숨은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외부자의 혜택이 있기에 단서를 찾 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 스테이지를 공략했습니다.]

덜컹!

“와. 금방 열었네.”

문을 열자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스테이지로 향하는 통로였다.

“가자.”

나와 윤하영은 곧장 통로 안을 걸 었다.

그렇게 말없이 통로를 걷다가 궁금 한 게 생겨 갑자기 생각난 척 연기 하며 물었다.

“아, 맞다. 근데 아까 너네 무슨 얘기했어?”

“응? 얘기라니?”

“식당에서 말이야. 나 빼고 모여서 무슨 심각한 얘기 나누는 거 같던 데.”

“ 아〜”

윤하영이 생각났다는 듯 입을 벌렸다.

“별거 아니야. 애들이 선우 널 많 이 신경 쓰더라고.”

윤하영이 씨익 새하얀 이를 드러내 며 웃었다.

“뭘 신경 쓰는데?”

“여러 가지 있잖아. 음……

윤하영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눈치를 살피는지 바로 알아챘다.

“시험이 아니라서 녹음은 안 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 웅.”

윤하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선우 네가 비밀이 많은 거랑 그리 고……

윤하영이 말끝을 흐리곤 내게 시선 을 돌렸다.

“사계의 탑에서 들었던 예언 때문

에 애들이 걱정을 많이하고 있어.”

“......그래?”

저번부터 느끼는 거지만 어째 나보 다 얘들이 더 예언을 신경 쓰는 것 같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나를 걱정한다 는 이야기에 왠지 이상하면서도 묘 한 기분이 든다.

나를 신경 써준다는 소리라 기분이 나쁜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 이 된다.

괜히 나를 도우려다가 안 좋은 일 이 생길 가능성도 생기는 거니까.

그렇게 진지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윤하영이 말했다.

“선우야.”

“......어, 웅.”

고개를 돌리자 윤하영이 그녀답지 않게 사뭇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신분이라던가 다른 비밀로 하고 있는 부분들…… 그냥 애들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나는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 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 돼.”

마음 같아서는 나도 감추는 것 없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싶다. 그게 속 도 편하고.

하지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 다.

내가 가진 능력들과 내가 상대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까지.

그러다 보면 결국 이 세계가 ‘소설 속’이라는 것올 말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가 소설 속 세계이고 나는 소설의 독자였다고 설명하는 것을 그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 까?

어쩌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잃

은 채 관계가 파탄 날 수도 있는 일이다.

……적어도.

적어도 이 세계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나는 그 어떤 얘기도 해줄 수 없다.

“나중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꼭 이야기해 줄게.”

윤하영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 니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웅. 기다릴게.”

바로 그때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이서준, 유아라, 김선우. 방과 후 교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김덕현의 메시지였다.

한편, 서울 마법사 협회 본부 최상 층.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김진철 회 장의 방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 섰다.

“여기는 변한 게 없네.”

남성이 까끌까끌한 수염을 매만지 며 중얼거렸다.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넓 은 창문.

그 밑에 놓여진 마력을 머금은 여 러 개의 화초.

몇 년만에 방문했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화초를 키우는 취향도 여 전하시네.”

남성이 화초를 들여다보며 중얼거 리자 어딘가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있다.

“오랜만에 건방진 제자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남성 은 상체를 일으키고는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방 안에서 흰 수염의 남성, 김진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락도 없이 남의 방에 들락날락 하는 건방진 태도는 여전하고. 넌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는 거냐?”

김진철의 말에 남성, 최일현이 씨 익 웃었다.

“흐흐. 영감. 오랜만입니다.”

“이게 스승한테 영감이라 부르는 말버릇은…… 쯧. 그나저나 연구하 느라 바쁘다더니.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연구가 잘 안 되나 보지?”

“……연구. 뭐,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일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김진철 은 그 얼굴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번엔 뭘 이용해 먹으려고 오랜만에 스승을 찾아온 거냐?”

“다름 아니라 협회에서 김창현 특 별 수사팀을 꾸렸다고 들었습니다.”

최일현의 말에 김진철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웅을 보였다.

“그래서?”

“저도 최근 녀석한테 작은 관심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녀석과 관련된 단서가 나오면 저에게도 공유해줬으 면 합니다.”

김진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최일 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와 행동으로 보았을 때 협회에서 모르는 무언가를 아는 듯 싶었다.

“김창현에 대해 뭔가를 아는군.”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의심되는 건 있습니다. 최근 녀석이 일을 벌였다

는 부유 섬의 유적지에 다녀왔거든 요.”

“유적지에 다녀왔다고?”

“네, 그곳에서 단서가 될 만한 걸 알아냈습니다.”

“……그게 뭐지?”

김진철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망나니 같은 제자였지만 그가 가진 능력과 통찰력은 김진철도 내심 인 정하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최일현은 진천우와 절친 한 친구 사이로 함께 오랜 시간 동 안 수많은 연구를 해왔다.

“다른 차원의 통로를 열려는 게 아 닐까 싶습니다.”

“……다른 차원의 통로를 연다고?”

김진철의 물음에 최일현은 대답 없 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차원의 통로를 열어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유야 여러가지 있죠. 정확한 이 유는 차차 알아봐야겠지만요.”

“다른 차원의 통로라……

김진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 에 잠겼다.

“일단 알겠다. 뭔가 정보가 생기면

바로 공유해주마.”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 습니다.”

“또? 무슨 부탁이지?”

최일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포리아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모든 수업이 끝난 저녁.

나와 이서준, 유아라는 김덕현과의 만남올 위해 교문 앞에 모였다.

“갑자기 왜 부르신 거지?”

“그러게.”

갑작스러운 호출이었기에 이서준과 유아라는 전혀 의문에 가득찬 표정 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떤 이유로 우리를 부른 것인지 알고 있었다.

보나마나 자운의 다음 테러 장소인 아포리아의 방어를 위해 부른 것이 겠지.

그렇게 약 3분쯤 기다리자 멀리서 익숙한 덩치의 남성이 다가왔다.

“먼저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군.”

김덕현이 흡족한 얼굴로 우리를 둘 러보며 말했다.

“오늘 모이라 한 건 다음 실습 일 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다음 실습이요?”

이서준이 의외라는 말투로 물었다.

“곧 자운의 테러가 있을 예정이 다.”

“..r

자운의 테러라는 말에 이서준과 유 아라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둘의 눈 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위치는요?”

“특수 마법 교도소, 아포리아다.”

“……아포리아? 자운이 아포리아를 노린다고요?”

“그래.”

아포리아라는 말에 이서준의 두 눈 이 살짝 커졌다.

절대로 뚫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그것이 대중들이 아포리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으니까.

“……날짜는요?”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 다만

거리가 멀고 습격 날짜도 모르다 보 니 경계 인원이 모자라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아포리아는 태평양 어딘가에 숨겨 진 섬에 있다.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 배 없 이는 이동할 수 없을뿐더러 대한민 국에서 이동하는데 8시간이 넘게 걸 려 경계 인원을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너희도 알다시피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지다 보니 아포리 아에 병력을 집중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다음 실습 때 너희는 아포리아에서 이틀간 경계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운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포리 아엔 뛰어난 마법사들이 함께하고, 수많은 신비로 무장되어 있으니.”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유아라가 물었다.

“그런데 자운이 아포리아를 왜 노 리는 거예요? 녀석들한테 얻을 이득 이 뭐가 있다고?”

유아라의 질문에 김덕현은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 니 입을 열었다.

“……임무를 위해서는 너희도 알아 야 할 필요가 있겠지. 아포리아가 범죄자를 가두는 교도소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다른 어떤 것을 가두 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다.”

“……다른 어떤 것?”

김덕현이 입을 열었다.

“아포리아엔 강령술을 이용한 부활 을 막기 위해 진천우의 영혼이 봉인 되어 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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