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개학 1주 차 첫 수업은 법학 수업 이었다.
‘졸음 유발’이라는 잠재 개성을 가 진 법학 교수의 강의에 오늘도 학생 들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17조 3항에 보면
“......흐암.”
졸음 유발이 작게나마 내게도 영향 을 미쳤는지 하품이 나왔다.
교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어느덧 수업을 듣는 학생이 거의 없을 만큼 대부분의 학생이 잠에 빠 져 있었다.
법학 교사의 잠재 개성, ‘졸음 유 발’의 힘이 점점 강해지며 폭주의 전조를 보이는 것이다.
“..흐”
I三T .
생각해보니 법학 교수가 폭주하며 일으키게 될 ‘작은 해프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새삼 졸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 낀다.
“선우야.”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그 때, 옆자리의 윤하영이 속삭이듯 나 를 불렀다.
그녀는 근 1년간 엄청난 마법 성 장을 이루었기에 졸음 유발에 큰 영 향을 받지 않았다.
“ 웅?”
내 물음에 윤하영이 슬쩍 내게 종 이 한 장을 보였다.
보조계 중급자가 다룰 만한 간단한 술식이 그려져 있었다.
“창작 술식 수업 과제인데 봐줄 수
있나 해서.”
창작 술식 수업?
“그런 수업이 있었나?”
“웅, 비인기 과목이라 수강생은 몇 없지만.”
나는 멍하니 윤하영의 창작 술식을 바라보았다.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하지 않았음 에도, 술식 안에 담긴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술식을 읽어오며 생긴 경험치의 결과였다.
“냉기와 기둥, 발동 트리거…… 함
정 술식이네.”
“오~ 역시 바로 알아보네. 헤헤.”
윤하영이 해맑게 웃었다.
“여기서 뭔가 고칠 게 없을까?”
“고칠 거라……
나는 윤하영의 창작 술식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술식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다. 학교 과제용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사실 슬식이라는 게 마법 실력보다 는 ‘두뇌’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대 체로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술식도
잘 다룬다.
윤하영이 가끔 백치미 있는 모습을 보여도 필기시험에서는 항상 최상위 권의 학생이었다.
즉, 머리가 좋다.
“괜찮네. 완성도도 높고 좋아.”
“그래?”
“웅, 다 좋은데……
나는 책상 위에 올려진 수업용 ‘스 마트 패드’에 그녀가 그린 술식을 따라 휘갈겼다.
그리고 술식의 문제점을 고쳐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단점이 더 보완될 거 야. 발동은 ‘즉발형’으로. 그리고 자 연 마나를 더 효과적으로 홉수할 수 있게 ‘마나 흡수’도 추가하고.”
“오......
윤하영이 신기해하는 눈으로 술식 을 바라보았다.
“그러네. 훨씬 낫네.”
나는 대답 대신 씩 미소를 지었다.
외부자의 혜택을 사용하지 않고 만 들어낸 순수한 결과물이었기에 괜한 만족스러움과 뿌둣함이 느껴졌다.
혹시 잘못된 부분이 없나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술식을 다시 확인했 지만 다행히 틀린 부분은 보이지 않 았다.
그나저나 나 정말로 보조계에 재능 좀 있는 거 같은데…….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술식 창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중급 술식을 완전히 이해하셨습니
다!]
[‘술식 이해력(B)’의 숙련도가 대폭 상숭합니다.]
[‘술식 이해력’의 숙련도가 40% 상 승합니다.]
오…….
술식 이해력의 숙련도가 40%나 상승했다.
포인트를 얻은 건 덤.
이렇게 쉽게 숙련도를 올릴 수 있 을 줄 알았으면 술식 풀이 집이라도 사서 평소에 풀어볼 걸 그랬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수확에 속으로 기뻐하던 그때.
띠링!
눈앞에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나는 멍하니 새롭게 떠오른 메시지 를 바라보았다.
뭐야?
모든 수업이 끝난 7시.
한세연에게 선물 받은 영약, [폭풍 의 심장]을 먹고 바람 속성 훈련에 돌입했다.
‘아포리아’ 습격 사건이 시작되기 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새로 운 속성을 습득하고 싶은 욕심이 있 었기 때문이다.
폭풍의 심장은 30일간 바람 속성
숙련도의 성장 속도를 2배나 상승시 켜주기에 평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바람 속성 제어술’의 숙련도가 크 게 상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개인 훈련을 마친 나는 학교 밖으로 나왔다.
그 뒤, 무형의를 이용해 옷의 형태 를 바꾸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뒤 게이트로 이동했다.
내가 이동한 곳은 근교의 산이었다.
산책로가 아닌 험한 길을 이용해 올랐기에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 았다.
그렇게 도착한 산 중턱.
작은 몬스터 필드였다.
나는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는 자연 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후. 시원하네.”
그러고선 곧바로 마력을 주입했다. 동시에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그레텔 이 튀어나왔다.
“응애!”
오랜만에 나온 나들01(?)에 그레텔 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레텔, 매일 집에만 있어서 답답 했지?”
“응애!”
그 대답을 듣자 괜히 미안한 기분 이 들었다.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면 자주 데 려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방방 뛰는 그레텔을 쪼그려 앉아 구경했다.
그레텔은 신난 듯 필드를 뛰어다녔
다. 나중에는 화려하게 공중제비까 지 한다.
“......이야.”
그렇게 그레텔을 구경하는 것도 잠 시.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에는 그레 텔의 산책뿐만이 아니라 몇 가지 이 유가 더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와의 ‘약속’ 이었지만 이번에 습득한 빛 속성과 멸마의 힘을 빨리 시험해보고 싶었 거든.
다행히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사냥을 위해
등장할 때가 되었다.
아마 동굴에 숨어 있던 ‘악마형’ 몬스터들도 서서히 밖으로 나와 사 냥을 시작하겠지.
그때.
—끼에에에엑!
때마침 어디선가 귀를 찌르는 비명 이 울려왔다.
윤하영과 ‘마’와 관련된 던전들을 공략하며 수도 없이 들었던 소리였다.
그레텔도 소리를 들었는지 놀이를 멈추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응애!”
마치 나를 지켜주겠다는 둣 듬직한 외침이다. 기특함에 미소를 지어주 고는 말했다.
“그레텔 따라와.”
“응애!”
그렇게 나는 그레텔과 함께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괴한 외형 의 악마 몬스터가 걸어 다니고 있었다.
“……와. 엄청 크네.”
덩치가 무슨 건물 2층 높이다.
녹색의 피부에 이마엔 뿔이 달렸고 등에 거대한 박쥐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저 몬스터는 A등급의 몬스터로 알 려진 ‘가고일’이었다.
“그레텔. 묶어!”
내 외침과 동시에 그레텔이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땅에서 수십 개의 나무줄기가 솟아오르더니 가고 일의 팔과 다리를 꽉 묶었다.
—키엑! 케엑? 케에엑?!
온몸이 꽁꽁 묶인가고일이 발버둥 을 쳤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꼼짝없이 묶인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거로 실험 대상은 준비됐고.”
처음 윤하영에게 멸마를 가르칠 때 도 이렇게 실험용 악마를 하나 묶어 뒀었지.
“바로 해볼까.”
나는 곧장 빛 속성 구체를 구현했다. 눈 부신 빛이 어둠을 밝히자 가 고일의 표정에 공포가 드리운다.
—키이이익! 키익! 케엑!
나는 침착하게 손 위에 떠 오른 마법 구체에 멸마를 담았다.
빛의 구체에 오묘한 빛이 섞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의지력이 소모되며 순간 어 지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흐트러지지 않게 정신을 집 중했다.
“홉!”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그대로 방 출했다.
파아앙!
멸마와 빛 속성이 섞인 구체가 오 묘한 빛을 내뿜으며 쏘아졌다.
아직 익숙한 형태의 마법이 아니었 기에 방출 도중 구체가 불안정하게 떨렸지만, 가속도가 붙더니 엄청난 속도로 가고일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잠시 뒤.
콰아아아앙!
구체가 가고일의 몸에 닿으며 폭발 했다.
[‘멸마’를 이용하여 악마를 최초로 처치했습니다!]
[빛 속성과의 시너지를 이용해 처 치했습니다!]
[멸마의 숙련도가 22% 상승합니 다!]
“와. 엄청 오르네.”
숙련도가 무려 22%나 상승했다.
사실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테 스트해보고 싶었는데 녀석이 완전히 산산이 조각나버려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으, 확실히 의지력 소모가 크네.”
나는 다시금 어지러움을 느끼며 머 리에 손을 얹었다.
그때, 부스럭,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자를 뒤 집어쓴 엘린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번에 전신에 껴입고 있던 S등급 마도구들은 한세진에게 반납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왔냐, 아니 왔나?”
“룬의 일족의 엘린이 종사님을 뵙 습니다.”
엘린이 공손하게 배꼽 인사를 했다.
원작에서 혼자 폭주하던 엘린의 성 격을 생각하면 언제봐도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때 엘린의 시선이 내 옆의 그레 텔을 향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건.”
“내 소환수다.”
“응애!”
그레텔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엘린은 그런 그레텔을 물끄러미 바 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적 있습니다. 종사님께서 한세연을 마인으로부터 구해주셨을 때요.”
그러더니 한마디를 더했다.
“근데 실제로 보니 뭔가 무섭게 생 겼네요. 분명 나무인데 인간을 섞은 듯한, 불쾌한 골짜기 같다고 할
까……
……그레텔이 불쾌한 골짜기라고?
내가 찌릿 노려보자 엘린이 실수했 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앗! 죄송합니다!”
“다시 보니 귀여운 것 같습니다. 팔과 달린 게 특히요!”
아무 말을 막 내뱉네.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왜 부른 거지?”
오늘 그녀와의 만남은 그녀가 원해 서였다.
“한성가와 관련해서 말씀드려야 할 게 있어서입니다.”
“……한성가?”
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협회에서 한성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인과의 교류를 중 점으로 두고 수사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협회의 실습생 신분으로 직접 조사 를 하기도 했고.
“그건 알고 있다. 혼적을 남겼으니 당연한 흐름이지.”
“문제는 한세진이 이 사건을 한세 연에게 덮어씌우려는 움직임을 보이 고 있습니다.”
“한세진이?”
“네.”
흐음. 뭔가 상황이 귀찮게 홀러가 려 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또 아니지 만
“……그 정도면 직접 만나서 보고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전화나 메
시지로 해도 괜찮고.”
“아 그게……
엘린이 말끝을 흐렸다.
“……저, 종사님?”
“더 할 말이 있나?”
“다름 아니라 부탁하고 싶은 게 직 접 뵈자고 한 것 입니다.”
엘린이 쭈뼛쭈뗫 말했다. 무슨 부 탁이길래 저러는 걸까?
“무슨 부탁이지?”
“종사님께 배움을…… 그러니까 룬 의 속박을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
S등급의 엘린이 A등급 수준의 나 에게 부족하다며 가르침을 원하고 있다.
내가 누굴 가르칠 입장이 아닌데.
사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 하기도 했다.
엘린이 나를 종사님이라고 떠받들 어주는 것도 ‘룬의 속박’이 있어서 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룬의 속박을 가르쳐줄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정답만 알지 과정과 풀이법을 모르니까.
그리고, 정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정과 풀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는 척하다가 입 을 열었다.
“아직 이르다.”
“종사님!”
엘린이 외쳤다.
“종사님에 비하면 아직 새파란 어 린아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저 엘린, 협회에서 S등급 판정을 받
았습니다!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 합니다.”
충분하지.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S등급이면 마법사 세계에서 상위 0.001%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만큼 극 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거다.
그런데 가르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해.
나를 향한 저 눈빛을 보니 엘린은 절대 넘어갈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나는 마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손 바닥 위로 술식을 구현했다.
룬의 속박을 구현하는 술식이었다.
엘린은 그것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 게 떴다.
“ 그건......
“네가 원하던 일족의 비기, 룬의 속박 술식 형태이다.”
“..I”
엘린이 입을 벌렸다.
나는 술식을 보이기 쉽게 더 크게 구현했다.
“머릿속에 똑똑히 익혀둬라.”
엘린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들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앗! 감사합니다! 그런데…… 구 현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술식은 일종의 종이접기나 고무줄 놀이와 비슷하다.
완성된 형태를 보아도 만드는 방법 을 모르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뻔뻔하게 굴기로 했다.
“형태를 보고 스스로 터득하라.”
“……네? 그게 무슨.”
엘린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 라봤다.
당연한 반응이다.
거대한 종이 성을 보여주고는 똑같 이 만들라고 한 것과 다를 바 없었 으니까.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일족의 비기란 고뇌와 번뇌를 통 해 터득할 수 있는 것. 깨달음을 얻 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말을 이었다.
“……그런 과정을 겪었을 때, 비로 소 일족의 비기를 얻을 자격이 주어 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렇게 내뱉는 내 말에 엘린의 표정이 한충 진지해졌다.
“……그, 그렇군요.”
엘린은 내 말에 무언가를 깊이 느 낀 모양이다.
다시 한번 격정에 차오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룬의 속박은 단순한 일족의 비기 가 아니라, 종사가 되기 위한 자격 시험인 거군요?”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 그렇다. 잘 아는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