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3화 (322/535)

323화

개학 1주 차 첫 수업은 법학 수업 이었다.

‘졸음 유발’이라는 잠재 개성을 가 진 법학 교수의 강의에 오늘도 학생 들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17조 3항에 보면

“......흐암.”

졸음 유발이 작게나마 내게도 영향 을 미쳤는지 하품이 나왔다.

교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어느덧 수업을 듣는 학생이 거의 없을 만큼 대부분의 학생이 잠에 빠 져 있었다.

법학 교사의 잠재 개성, ‘졸음 유 발’의 힘이 점점 강해지며 폭주의 전조를 보이는 것이다.

“..흐”

I三T .

생각해보니 법학 교수가 폭주하며 일으키게 될 ‘작은 해프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새삼 졸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 낀다.

“선우야.”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그 때, 옆자리의 윤하영이 속삭이듯 나 를 불렀다.

그녀는 근 1년간 엄청난 마법 성 장을 이루었기에 졸음 유발에 큰 영 향을 받지 않았다.

“ 웅?”

내 물음에 윤하영이 슬쩍 내게 종 이 한 장을 보였다.

보조계 중급자가 다룰 만한 간단한 술식이 그려져 있었다.

“창작 술식 수업 과제인데 봐줄 수

있나 해서.”

창작 술식 수업?

“그런 수업이 있었나?”

“웅, 비인기 과목이라 수강생은 몇 없지만.”

나는 멍하니 윤하영의 창작 술식을 바라보았다.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하지 않았음 에도, 술식 안에 담긴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술식을 읽어오며 생긴 경험치의 결과였다.

“냉기와 기둥, 발동 트리거…… 함

정 술식이네.”

“오~ 역시 바로 알아보네. 헤헤.”

윤하영이 해맑게 웃었다.

“여기서 뭔가 고칠 게 없을까?”

“고칠 거라……

나는 윤하영의 창작 술식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술식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었다. 학교 과제용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사실 슬식이라는 게 마법 실력보다 는 ‘두뇌’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대 체로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술식도

잘 다룬다.

윤하영이 가끔 백치미 있는 모습을 보여도 필기시험에서는 항상 최상위 권의 학생이었다.

즉, 머리가 좋다.

“괜찮네. 완성도도 높고 좋아.”

“그래?”

“웅, 다 좋은데……

나는 책상 위에 올려진 수업용 ‘스 마트 패드’에 그녀가 그린 술식을 따라 휘갈겼다.

그리고 술식의 문제점을 고쳐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단점이 더 보완될 거 야. 발동은 ‘즉발형’으로. 그리고 자 연 마나를 더 효과적으로 홉수할 수 있게 ‘마나 흡수’도 추가하고.”

“오......

윤하영이 신기해하는 눈으로 술식 을 바라보았다.

“그러네. 훨씬 낫네.”

나는 대답 대신 씩 미소를 지었다.

외부자의 혜택을 사용하지 않고 만 들어낸 순수한 결과물이었기에 괜한 만족스러움과 뿌둣함이 느껴졌다.

혹시 잘못된 부분이 없나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술식을 다시 확인했 지만 다행히 틀린 부분은 보이지 않 았다.

그나저나 나 정말로 보조계에 재능 좀 있는 거 같은데…….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술식 창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중급 술식을 완전히 이해하셨습니

다!]

[‘술식 이해력(B)’의 숙련도가 대폭 상숭합니다.]

[‘술식 이해력’의 숙련도가 40% 상 승합니다.]

오…….

술식 이해력의 숙련도가 40%나 상승했다.

포인트를 얻은 건 덤.

이렇게 쉽게 숙련도를 올릴 수 있 을 줄 알았으면 술식 풀이 집이라도 사서 평소에 풀어볼 걸 그랬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수확에 속으로 기뻐하던 그때.

띠링!

눈앞에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나는 멍하니 새롭게 떠오른 메시지 를 바라보았다.

뭐야?

모든 수업이 끝난 7시.

한세연에게 선물 받은 영약, [폭풍 의 심장]을 먹고 바람 속성 훈련에 돌입했다.

‘아포리아’ 습격 사건이 시작되기 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새로 운 속성을 습득하고 싶은 욕심이 있 었기 때문이다.

폭풍의 심장은 30일간 바람 속성

숙련도의 성장 속도를 2배나 상승시 켜주기에 평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바람 속성 제어술’의 숙련도가 크 게 상승합니다!]

[대자연의 축복 효과로 숙련도를 추가 획득합니다.]

그렇게 만족스러웠던 개인 훈련을 마친 나는 학교 밖으로 나왔다.

그 뒤, 무형의를 이용해 옷의 형태 를 바꾸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뒤 게이트로 이동했다.

내가 이동한 곳은 근교의 산이었다.

산책로가 아닌 험한 길을 이용해 올랐기에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 았다.

그렇게 도착한 산 중턱.

작은 몬스터 필드였다.

나는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는 자연 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후. 시원하네.”

그러고선 곧바로 마력을 주입했다. 동시에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그레텔 이 튀어나왔다.

“응애!”

오랜만에 나온 나들01(?)에 그레텔 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레텔, 매일 집에만 있어서 답답 했지?”

“응애!”

그 대답을 듣자 괜히 미안한 기분 이 들었다.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면 자주 데 려왔어야 했는데.

그렇게 방방 뛰는 그레텔을 쪼그려 앉아 구경했다.

그레텔은 신난 듯 필드를 뛰어다녔

다. 나중에는 화려하게 공중제비까 지 한다.

“......이야.”

그렇게 그레텔을 구경하는 것도 잠 시.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에는 그레 텔의 산책뿐만이 아니라 몇 가지 이 유가 더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와의 ‘약속’ 이었지만 이번에 습득한 빛 속성과 멸마의 힘을 빨리 시험해보고 싶었 거든.

다행히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사냥을 위해

등장할 때가 되었다.

아마 동굴에 숨어 있던 ‘악마형’ 몬스터들도 서서히 밖으로 나와 사 냥을 시작하겠지.

그때.

—끼에에에엑!

때마침 어디선가 귀를 찌르는 비명 이 울려왔다.

윤하영과 ‘마’와 관련된 던전들을 공략하며 수도 없이 들었던 소리였다.

그레텔도 소리를 들었는지 놀이를 멈추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응애!”

마치 나를 지켜주겠다는 둣 듬직한 외침이다. 기특함에 미소를 지어주 고는 말했다.

“그레텔 따라와.”

“응애!”

그렇게 나는 그레텔과 함께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괴한 외형 의 악마 몬스터가 걸어 다니고 있었다.

“……와. 엄청 크네.”

덩치가 무슨 건물 2층 높이다.

녹색의 피부에 이마엔 뿔이 달렸고 등에 거대한 박쥐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저 몬스터는 A등급의 몬스터로 알 려진 ‘가고일’이었다.

“그레텔. 묶어!”

내 외침과 동시에 그레텔이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땅에서 수십 개의 나무줄기가 솟아오르더니 가고 일의 팔과 다리를 꽉 묶었다.

—키엑! 케엑? 케에엑?!

온몸이 꽁꽁 묶인가고일이 발버둥 을 쳤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꼼짝없이 묶인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거로 실험 대상은 준비됐고.”

처음 윤하영에게 멸마를 가르칠 때 도 이렇게 실험용 악마를 하나 묶어 뒀었지.

“바로 해볼까.”

나는 곧장 빛 속성 구체를 구현했다. 눈 부신 빛이 어둠을 밝히자 가 고일의 표정에 공포가 드리운다.

—키이이익! 키익! 케엑!

나는 침착하게 손 위에 떠 오른 마법 구체에 멸마를 담았다.

빛의 구체에 오묘한 빛이 섞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의지력이 소모되며 순간 어 지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흐트러지지 않게 정신을 집 중했다.

“홉!”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그대로 방 출했다.

파아앙!

멸마와 빛 속성이 섞인 구체가 오 묘한 빛을 내뿜으며 쏘아졌다.

아직 익숙한 형태의 마법이 아니었 기에 방출 도중 구체가 불안정하게 떨렸지만, 가속도가 붙더니 엄청난 속도로 가고일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잠시 뒤.

콰아아아앙!

구체가 가고일의 몸에 닿으며 폭발 했다.

[‘멸마’를 이용하여 악마를 최초로 처치했습니다!]

[빛 속성과의 시너지를 이용해 처 치했습니다!]

[멸마의 숙련도가 22% 상승합니 다!]

“와. 엄청 오르네.”

숙련도가 무려 22%나 상승했다.

사실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테 스트해보고 싶었는데 녀석이 완전히 산산이 조각나버려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으, 확실히 의지력 소모가 크네.”

나는 다시금 어지러움을 느끼며 머 리에 손을 얹었다.

그때, 부스럭,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자를 뒤 집어쓴 엘린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번에 전신에 껴입고 있던 S등급 마도구들은 한세진에게 반납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왔냐, 아니 왔나?”

“룬의 일족의 엘린이 종사님을 뵙 습니다.”

엘린이 공손하게 배꼽 인사를 했다.

원작에서 혼자 폭주하던 엘린의 성 격을 생각하면 언제봐도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때 엘린의 시선이 내 옆의 그레 텔을 향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건.”

“내 소환수다.”

“응애!”

그레텔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엘린은 그런 그레텔을 물끄러미 바 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적 있습니다. 종사님께서 한세연을 마인으로부터 구해주셨을 때요.”

그러더니 한마디를 더했다.

“근데 실제로 보니 뭔가 무섭게 생 겼네요. 분명 나무인데 인간을 섞은 듯한, 불쾌한 골짜기 같다고 할

까……

……그레텔이 불쾌한 골짜기라고?

내가 찌릿 노려보자 엘린이 실수했 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앗! 죄송합니다!”

“다시 보니 귀여운 것 같습니다. 팔과 달린 게 특히요!”

아무 말을 막 내뱉네.

한마디 하려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왜 부른 거지?”

오늘 그녀와의 만남은 그녀가 원해 서였다.

“한성가와 관련해서 말씀드려야 할 게 있어서입니다.”

“……한성가?”

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협회에서 한성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인과의 교류를 중 점으로 두고 수사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협회의 실습생 신분으로 직접 조사 를 하기도 했고.

“그건 알고 있다. 혼적을 남겼으니 당연한 흐름이지.”

“문제는 한세진이 이 사건을 한세 연에게 덮어씌우려는 움직임을 보이 고 있습니다.”

“한세진이?”

“네.”

흐음. 뭔가 상황이 귀찮게 홀러가 려 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또 아니지 만

“……그 정도면 직접 만나서 보고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전화나 메

시지로 해도 괜찮고.”

“아 그게……

엘린이 말끝을 흐렸다.

“……저, 종사님?”

“더 할 말이 있나?”

“다름 아니라 부탁하고 싶은 게 직 접 뵈자고 한 것 입니다.”

엘린이 쭈뼛쭈뗫 말했다. 무슨 부 탁이길래 저러는 걸까?

“무슨 부탁이지?”

“종사님께 배움을…… 그러니까 룬 의 속박을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

S등급의 엘린이 A등급 수준의 나 에게 부족하다며 가르침을 원하고 있다.

내가 누굴 가르칠 입장이 아닌데.

사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 하기도 했다.

엘린이 나를 종사님이라고 떠받들 어주는 것도 ‘룬의 속박’이 있어서 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룬의 속박을 가르쳐줄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정답만 알지 과정과 풀이법을 모르니까.

그리고, 정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정과 풀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는 척하다가 입 을 열었다.

“아직 이르다.”

“종사님!”

엘린이 외쳤다.

“종사님에 비하면 아직 새파란 어 린아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저 엘린, 협회에서 S등급 판정을 받

았습니다!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 합니다.”

충분하지. 충분하다 못해 넘치지.

S등급이면 마법사 세계에서 상위 0.001%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만큼 극 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거다.

그런데 가르칠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해.

나를 향한 저 눈빛을 보니 엘린은 절대 넘어갈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나는 마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손 바닥 위로 술식을 구현했다.

룬의 속박을 구현하는 술식이었다.

엘린은 그것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 게 떴다.

“ 그건......

“네가 원하던 일족의 비기, 룬의 속박 술식 형태이다.”

“..I”

엘린이 입을 벌렸다.

나는 술식을 보이기 쉽게 더 크게 구현했다.

“머릿속에 똑똑히 익혀둬라.”

엘린은 그것을 보더니 고개를 들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아앗! 감사합니다! 그런데…… 구 현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술식은 일종의 종이접기나 고무줄 놀이와 비슷하다.

완성된 형태를 보아도 만드는 방법 을 모르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뻔뻔하게 굴기로 했다.

“형태를 보고 스스로 터득하라.”

“……네? 그게 무슨.”

엘린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 라봤다.

당연한 반응이다.

거대한 종이 성을 보여주고는 똑같 이 만들라고 한 것과 다를 바 없었 으니까.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일족의 비기란 고뇌와 번뇌를 통 해 터득할 수 있는 것. 깨달음을 얻 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말을 이었다.

“……그런 과정을 겪었을 때, 비로 소 일족의 비기를 얻을 자격이 주어 지게 되는 것이다.”

아무렇게 내뱉는 내 말에 엘린의 표정이 한충 진지해졌다.

“……그, 그렇군요.”

엘린은 내 말에 무언가를 깊이 느 낀 모양이다.

다시 한번 격정에 차오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룬의 속박은 단순한 일족의 비기 가 아니라, 종사가 되기 위한 자격 시험인 거군요?”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 그렇다. 잘 아는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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