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놀랍군. 유적지에 이런 장소 가 숨겨져 있었다니.”
김덕현은 중앙섬 유적지의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특무팀이자 한 명의 마법사로서 수 많은 유적지를 돌아다녀본 그였지 만, 이렇게 다양한 술식이 가득한 장소는 처음이었다.
“선배님!”
그렇게 주변 석판에 그려진 술식을
보며 생각에 잠기던 그때, 정현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뭔가 알아낸 게 있나?”
“신현교의 사체에서 빛 속성이 감 지되었습니다.”
빛 속성.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도 익숙한 상황이었다.
김덕현은 저 멀리 혼자 서 있는 김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태는?”
“적중당한 머리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자세한 형태는 알 수 없습니
다. 하지만 주변 흔적을 살펴보면 구체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김덕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김창현의 행방은?”
“현재 조사하고 있긴 합니다만…… 김선우의 말대로 김창현이 부유섬에 출입한 혼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말에 김덕현은 깊은 생각에 잠 겼다.
김창현.
마법사관학교 수석 졸업생으로 앞 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던 특급 유망 주였다.
수많은 길드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 해 노력했고, 특무팀 역시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김창현은 그 어떤 길드와도 접촉하지 않았고, 졸업 후 소리소문 없이 행방을 감추었다.
“……부유섬에 김창현이 출입한 게 사실이었단 말이지.”
한층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창현이라니.
“엘린이라고 했던가?”
“네.”
“김선우와 엘린이 입을 맞췄을 가
능성은?”
“뭐, 없다고 봐야죠. 둘 사이에 숨 겨진 관계라고 할 만한 것도 보이지 않고요.”
“으음.”
김덕현은 짧게 신음을 홀렸다.
김선우 혼자만의 주장이었으면 모 를까, 다른 목격자의 주장까지 겹치 니 정말로 김창현이 저지른 짓이라 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김덕현은 오랜 시간 특무 팀에 활동하면서 알게 된 ‘선현 가 문’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바로 협회에서 극비로 숨기고 있는
진천우의 비밀 실험에 관한 내용이 었다.
“김창현……
정말 녀석이 결계를 풀어내고 신현 교를 처치한 걸까?
대체 무슨 이유로?
하지만 범인이 김창현이라고 완전 히 믿어버리기에는 한 가지 의구심 이 남아 있었다.
“빛 속성……
마법사관학교 시절, 김창현의 주 속성은 전기속성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주 속성이라는 거
지 연습과 훈련을 통해 다른 속성을 익혔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빛 속성은 예외다.
빛 속성은 타고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속성이니까.
“김창현이 빛 속성을 다룰 수 있던 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다.
뒤늦게 새로운 속성의 재능을 깨우 치는 일도 없잖아 있다.
김덕현은 다시 김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선우는 유적지의 술식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금까지 마인 토벌 사건의 범 인은 김선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잘못 생각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각, 엘린은 부유섬 사교회 장의 개인실로 이동했다.
문을 열자 의자에 앉아 불만스러운 얼굴로 기다리는 한세진의 모습이 보였다.
“신현교의 죽음이 김창현의 짓이라 는 게 사실입니까?”
다짜고짜 물어오는 질문에 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마인 녀석을 따라 도 우려고 했는데 상대가 말이 안 되게 강하더라고. 같이 힘을 합쳐서 싸웠 는데 어림도 없었어.”
“……김창현이 말입니까?”
“그래.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엘린의 목소리에는 거짓이 없다는 둣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흔란을 느끼고 있었다.
종사님의 명령에 따라 ‘김창현’이 그랬다고 말해버리기는 했는데, 정 말 그분의 말대로 김창현이 부유섬 에 출입한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 이다.
“일이 꼬이는군……
한세진이 의자의 팔걸이를 손가락 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김진우 암살은 물론이고, 신현교 의 죽음에, 행사까지 망쳤어.”
한세진은 이를 악물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근 1년간,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 기점은 김진우의 등장 이후였던 것 같다.
“……김창현.”
한세진의 분노는 어느덧 김진우가 아닌 김창현을 향하고 있었다.
중앙섬의 비밀 유적지에서 벌어진 사건의 여파로 ‘만월의 밤’ 행사는 모두 중단되었다.
한세연은 깨어나지 못한 채 병실에서 안정을 취했고, 특무팀과 한성가
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김창현’의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 이 밝혀졌다.
만월의 결계를 무너트린 사람이 바 로 김창현이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특무팀에서는 김창현 에게 ‘결계 해제의 신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남겼 다.
그리고 계속해서 밝혀지는 김창현 의 흔적에 나와 엘린의 주장도 점점 힘이 붙었다.
결국 모든 화살은 김창현을 향하게 되었고, 나는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으음.”
그리고 지금.
호텔로 돌아온 나는 현교를 처치하 며 얻은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
[당신의 육체가 마인과의 전투에 맞게 ‘진화’합니다.]
[당신의 마력에 아주 미세한 ‘멸마 (滅魔)’가 담깁니다.]
긴 메시지를 쭉 살피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멸마.
불사와도 가까운 ‘마인의 왕’을 처 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윤하영이 가진 대마인전 최강의 특 성인 ‘멸마’였다.
“멸마를 얻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메시지 내용을 보아하니 [진화와 적응] 특성으로 얻은 능력인 것 같 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 ‘적웅합
니다.’라는 메시지만 떠올랐던 것과 다르게 처음으로 ‘진화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마인 사냥에 최적화되게 진화했다 는 건가?”
흐음.
뭔가 신기하네.
하긴 내가 처치한 고등급 마인의 숫자만 해도 다섯이 넘어가는데, 이 쯤 되면 멸마의 힘도 줄 만하기도 하지.
나는 곧바로 ‘멸마’를 확인했다.
[멸마(B)][숙련도 : 0%]
설명 : 마(魔)를 멸하는 힘.
[사용 효과]
►심판
마력에 멸마의 힘을 담습니다.
마(魔)와 관련된 모든 적을 상대로 20% 추가 피해를 입히고, 상대의 재생 능력을 30% 감소시킵니다.
“오.”
내용만 보면 윤하영이 가진 멸마와 큰 차이는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등급과 추가 피 해량의 숫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윤하영의 멸마는 SS둥급이고, 내건 B 둥급이었으니까.
“……근데 B등급이라 그런지 조금 아쉽네.”
지금 당장 추가 피해량만 보면 빛 속성과 크게 다르진 않다.
아니, 20% 추가 피해면 오히려 빛 속성보다 화력이 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재생 억제 효과에서 큰 차이가 나 는 건 같긴 하지만, 내가 알던 최강 의 대마인전 특성, ‘멸마’를 생각하 면 많이 아쉽다.
“뭐, 꾸준히 연습하면 어떻게든 되 겠지.”
고정형 특성도 아니고 성장형 특성 이니, 꾸준히 사용하다 보면 A등급 을 넘어 S등급까지 성장시킬 수 있 을 테니까.
“그럼 바로 사용해볼까.”
손바닥을 펼치고 마법 구체를 구현 했다.
우우웅!
동시에 떠오르는 무속성 구체.
그 어떤 속성과 특성도 담지 않은 순수한 마법 구체이다.
이제 이 구체 안에 멸마의 마력을 담을 것이다.
“후우.”
그렇게 정신을 집중하고, 멸마의 힘을 사용했다.
그런데.
“……음? 왜 안 되지?”
멸마의 힘이 담겨지지 않는다.
몇 번의 시도를 해도 마찬가지.
“......뭐여?”
뭔가 빼먹은 게 있나?
“……아닌데.”
특성을 획득하면 보통 특성의 사용 법이 자동으로 몸에 습득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멸마의 사용법 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으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과거 윤
하영과 함께 던전에서 멸마의 힘을 연습할 때를 떠올렸다.
“……의지력.”
멸마의 힘의 발동 조건은 사용자의 강한 의지이다.
바로 눈앞의 마를 처치하겠다는 강 한 의지.
당시 윤하영도 멸마의 힘을 구현하 지 못하고 있다가 강한 의지를 부여 해주고 나서야 구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땐 눈앞에 사냥할 마인이라도 있었는데.”
의지력은 단순히 생각만으로 움직
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눈앞에 동기가 될 만한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발현된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마와 관련된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
연습을 위해 어디 던전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 으음......
그렇게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번득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의지력을 발현시킬 기가 막힌 방 법.
나는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지금 내 눈앞에 마인이 있고, 당장 녀석을 처치해야 한다고…….
그렇게 최면을 걸자 메시지가 떠올 랐다.
[잠재 개성, ‘과몰입’을 발동합니
다.]
동시에 손바닥 위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빛은 점차 뭉쳐지더니 뭉글뭉글한 빛을 뿜어내는 구체가 되었다.
빛 속성 구체가 조금 날카로운 느
낌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면, 지금 내가 구현한 구체는 조금 오묘하면 서도 신비로운 느낌이다.
“됐다......
윤하영과 비교하면 미안할 수준이 지만 분명 멸마의 마력이 담겨 있 다.
[최초의 멸마의 마력 구현에 성공 하셨습니다.]
[멸마(B)의 숙련도가 10% 상승합니다.]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찌 됐든 멸마의 힘을 얻게 되었 다는 건 큰 호재이다.
거기다 고정 특성도 아닌, 성장형 특성이기에 훈련을 통해 등급 상승 도 기대할 수 있기도 하고.
물론 최대치인 SS등급에 오르는 건 많이 힘들 것 같지만, 나에게는 ‘과몰입’이 있다.
이것만 잘 이용한다면 A까지는 금 방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그때.
“......읏?”
머리가 핑 돌더니 현기증이 느껴졌다.
나는 멸마의 마법을 풀어내고는 이 마를 부여잡았다.
“……으, 뭐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탈진 현상이 온 것처럼.
멸마의 힘을 사용하다가 마력 탈진 현상이라도 온 건가 몸을 체크해보 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 정신적인 문 제에 가까웠다.
“……의지력의 부족인가.”
의지력에 의존하는 마법이나 특성 에는 이런 단점이 있다.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흔히 알려진 것이기에 딱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 았다.
윤하영도 처음에 의지력의 부족으 로 고생을 하기도 했고.
“ 후우......
나는 침대에 누워 심호흡했다.
눈을 감고 몸 안의 마력을 느끼며 머릿속을 비웠다.
시간이 지나자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온갖 회복 특성 덕분인지 빠른 회 복 속도였다.
“제대로 다루려면 시간이 좀 필요 하겠네.”
위력도 그렇고 실전에서 써먹는 건 아직 힘들 것 같다.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려는 그때.
내 머릿속에 어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빛 속성과 멸마의 마력을 중첩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론 상 못할 건 없지.”
당장 윤하영도 멸마의 힘을 사용할 때 얼음 속성 위에 덮어씌우는 방식 을 사용하니까.
그리고 만약 빛 속성과 멸마의 힘 을 중첩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멸마의 단점을 모두 상 쇄할 수 있다.
“……되면 대박인데.”
꿀꺽. 침을 삼키고는 다시 손바닥 을 펼쳤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 빛의 구체를 구현했다.
여기까지는 아주 쉽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빛 속성에 멸마의 힘을 덮어씌우는 것이다.
“바로 가자.”
[잠재 개성, ‘과몰입’을 발동합니다.]
나는 눈을 감고 빛 속성 구체 안 에 ‘멸마’를 주입했다.
그러자 빛 속성 구체에서 오묘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우우웅!
하나의 구체에서 두 가지 성질의 빛이 뿜어졌다.
둘은 점점 얽히더니 화려한 빛을 보였다.
그리고.
[‘다른 성질 마력의 시너지 구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멸마(B)의 숙련도가 13% 상승합니다.]
[잠재 개성을 이용한 수련에 성공 하셨습니다.]
[‘과몰입’의 효과가 더욱 강해집니다.]
[마법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법 이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15% 상승합니다.]
[빛 속성 제어술의 둥급이 2로 상
승합니다!]
눈앞에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져 내 렸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