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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화 (315/535)

316화

예상하지 못한 김덕현과의 마주침 에 나는 가만히 멈춰 서서 그를 바 라보았다.

김덕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와 한세연을 번갈아 보며 내 대답을 기 다리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솔직하게 ‘마도구를 소지하다가 걸 렸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 이고.

으음…….

“그게 지나가다……

“안녕하세요. 김덕현 마법사님.”

그때 한세연이 내 말을 자르며 김덕현에게 인사했다.

김덕현은 그녀를 보고는 작게 고개 를 끄덕였다.

“……오랜만입니다. 한세연 본부장 님. 덕분에 연회는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부하와는 무슨 일로?”

“개인적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옮기

고 있었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한세연이 여유를 가장한 미소를 지 었다. 그러자 김덕현은 힐끔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건 아닙니다만. 무슨 이야기가 있으시길래?”

“김선우 학생이 한성 제약의 후원 학생이라서요. 그것과 관련해서 논 의하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그렇 죠‘?”

한세연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 니 눈웃음을 지었다.

왜 거짓말로 나를 감싸주는지 모르

겠지만 그래도 마도구에 대한 이야기는 숨겨주었기에 일단 그녀에게 맞장구를 쳐주기로 했다.

“뭐. 그렇죠.”

“……논의라.”

김덕현은 어딘가 미심쩍은지 턱을 매만지며 나와 한세연을 바라보았 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던 건 아 닙니까?”

“다른 이유요? 다른 이유라고 할 만한 게 있나요?”

“그건......

말끝을 흐리던 김덕현이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두 사람 사 이에 이렇다 할 친분은 없는 거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투로 김덕현 이 말했다.

“그런데 혹시 본부장님의 친우분은 여기 안 오셨습니까?”

김덕현의 물음에 한세연의 두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친우라면?”

“있잖습니까. 얼마 전에도 뉴스에

나왔던 김一”

그때 였다.

파아아앙一

어디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 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기운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 낸 에너지였다.

하지만 그사이에 섞인 인공적인 마력의 기운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한 형태의 파동.

그때 이 기운을 느낀 것은 나뿐만 이 아니었는지, 시끄럽던 연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방금 나만 느꼈어?”

“나도 느꼈어. 뭐지?”

잠깐의 고요함. 그리고 연회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김덕현은 심각해진 얼굴로 에너지 가 느껴졌던 방향을 바라보더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선우.”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계 해제의 파동이에요.”

“……결계 해제의 파동?”

결계가 해제되는 순간, 짧은 시간 일어나는 파동이다.

소형이나 중형 결계에서는 쉽게 느 낄 수 없는 기운이기에 보조계 마법사가 아니라면 이 기운이 낯설게 느 껴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외부자의 혜택으로 수많은 결계를 해제해왔기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연회장 모두가 눈치챌 만큼 의 거대한 파동이 일어났다는 건…… 아마 엄청난 크기의 대결계

가 해제되었다는 증거.

그러니까 이건…….

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자, 잠깐만요!”

한세연이 나를 따라 내려왔다.

그렇게 나는 연회장 밖으로 나와 중앙섬의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미 몇몇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만월의 결계가 펼쳐진 중앙섬을 바 라보고 있었다.

뒤늦게 밖으로 나온 한세연과 김덕현도 중앙섬을 보더니 홈칫 놀란 표 정을 지었다.

“……결계가?”

중앙섬의 결계가 거대한 파동을 일 으키며 불안정하게 혼들리고 있었다.

동시에 폭풍 같은 강한 바람이 불 어오며 숨어있던 새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 둠.

부유섬에 걸려있는 ‘관측 억제 현 상’ 때문에 아직 달은 보이지 않았 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한 얼굴의 이서준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정현수, 백예진…… 다른 특무 요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따라 나온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 도 한 듯 중앙섬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의문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중에는 한세진도 포함되어 있었 는데, 그 역시 지금의 상황을 예상 하지 못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에 원작에선 이런 전개가 없었

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게 무슨……

잠시 뒤 지금까지 연회장에서 모습 을 보이지 않던 엘린과 현교가 등장 했다.

엘린은 결계를 보다가 눈을 찌푸리 더니 한세진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 이듯 말했다.

“……설마 이것도 네 계획이야?”

“아닙니다.”

그렇게 대답하던 한세진이 작은 목 소리로 중얼거렸다.

“오전에 미세한 충격파가 결계에서

감지됐다고 했는데…… 그것과 연관 있는 건가?”

아침의 미세한 충격파.

생각해보니 한세연과 아침 약속도 이것 때문에 파기되었지.

나는 왜 이런 상황이 생겨났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원작에는 없던 상황.

그러면서 이 정도 스케일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나를 제외 하면 단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는 다.

바로 김창현이다.

그때.

쩌저적!

결계 주변의 빈 공간이 갈라지더니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금은 이내 균열이 되어, 기괴한 형 태가 되며 분열하듯 늘어났다.

나는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차원 균열……

몇몇 유적지에서 간혹 나타난다고

알려진 마법 현상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질 사실이지만 중앙섬에서도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했다.

우우우우웅!

그때 다시 한번 귀를 울리는 거대 한 진동이 울렸다. 이내 가공할만한 에너지가 균열에 모이기 시작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갈라진 균열이 커지더니 동그란 원

형의 파동이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앙!

파동은 곧장 우리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한세연의 손목을 잡아채고는 호신강기로 전신을 보호 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찰나의 순간, 내 등 뒤로 강렬한 충격이 터져 나왔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달콤한 향기 를 느끼며 한세연은 정신을 차렸다.

“……진우 씨?”

잠결처럼 그녀는 김진우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느껴지는 향기가 김진우의 냄 새와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맡아볼 수 없는 특별한 향기였기에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세연은 강한 두통에 잠시 눈을

찌푸리다가 천천히 천장을 바라봤 다.

처음 보는 낯선 천장이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동굴.

왜 이런 장소에 있게 된 걸까? 의 문을 느끼며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무언가에 깔린 것처럼 무거웠다.

금세 이유를 깨달았다.

한 남성이 마치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것인지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순간 죽 은 건 아닐까 겁이나 숨소리를 확인 했다.

새근새근.

다행히 숨은 고르게 쉬고 있다. 가 쁘지도 힘겹지도 않은, 평온하면서 도 고른 숨소리였다.

“……휴.”

한세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그녀는 가만히 누워 그의 체형과 향기를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성은 김진우

와 홉사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김진우가 아닌 김선우라 는 것을…….

“……선우 학생.”

한세연은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 렀다.

하지만 기절한 것처럼 김선우는 그 어떤 반웅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세연은 온 힘을 다해 김선우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 뒤 김선우가 다치지 않게 조심 스레 그의 몸을 바닥에 눕혔다.

그녀는 가장 먼저 그가 다친 부분 이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앞모습은 아주 약간의 타박 상만 있을 뿐 크게 위험한 혼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자신을 향해 쏘아지던 마력의 파동 을 김선우가 등으로 받은 것을 기억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세연은 그의 몸을 옆으로 눕혀 등을 확인했다.

동시에 한세연은 입술을 깨물며 짧 은 신음을 내었다.

웃.”

그의 등은 보랏빛의 괴상한 상처로 가득했다.

그가 입은 셔츠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 등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 는데, 신기한 것은 그의 옷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꿈틀꿈틀 움직 이며 재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의 상처 부위를 감싸고 있는 것이 마치 치료해주는 것 같았 다.

이 옷이 특수한 마도구인 것은 아 까 연회장에서 보았기에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세연은 그의 다친 등을 보 며 강한 미안함을 느꼈다.

갑자기 생겨난 균열.

그리고 쏘아지는 에너지로부터 자 신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시 그를 편안하게 눕혔 다.

그러곤 잠든 얼굴을 바라보는데, 자연스럽게 김진우가 떠올랐다.

손을 뻗어 그의 입을 가리고 머리 카락을 조금 만져 보았다.

그러자 김선우의 얼굴이 놀라울 만

큼 김진우와 똑같이 변했다.

이번에는 얼굴을 조금 가까이 가져 다 대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수염처럼 만들어 보았다.

그러자 전보다 더 김진우처럼 보였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상황.

하지만 한세연은 지금 상황에 진지 했다.

“......으음.”

그때 김선우가 짧은 신음을 내었다.

한세연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 어 김선우에게서 떨어졌다.

“어…… 정신이 들어요?”

“……으으. 네.”

김선우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통에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러더니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여긴......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곳에 있었어 요. 어딘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김선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워있어요. 아프실 텐데

“괜찮습니다. 제가 고통엔 둔감한 편이라.”

김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로 고통에 둔감한 것인지 그는 눈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자신을 배려해 아프지 않은 척을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김선우는 몸 상태를 살피곤 침착한 발걸음으로 벽을 바라보더니 손으로 쓰다듬었다.

“흐음. 보니까 차원 균열에 휩쓸린 거 같네요.”

“……차원 균열이요?”

“몇몇 유적지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데, 음…… 스테이지 형 던전 들어보셨죠? 그것처럼 유적지 의 한 종류라 보시면 돼요. 차원 속 을 탐험하면서 마지막 차원까지 이 동하는 거죠. 물론 잘못하다간 ‘차 원 미아’가 될 수도 있지만요.”

알아듣기 쉬운 설명에 그녀는 바로 이해했다.

“……하지만 중앙섬의 유적지에 한 번도 차원 균열이 일어난 적이 없는

데 그게 가능해요?”

“중앙섬의 유적지는 완전히 공략되 지 않았잖아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 지금 일어난 거죠.”

“그런데 그게 왜 지금……

한세연이 중얼거리자 김선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지금부터 알아보죠.”

그 말에 한세연은 왠지 모를 안도 감을 느끼며 지금 상황에 느끼던 불 안감이 조금 사라졌다.

김선우는 마법 구체를 구현하여 동 굴을 환하게 밝혔다.

그러자 벽에 숨겨져 있던 술식이 보였다.

김선우는 그것올 멍하니 바라보고 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왠지 차원과 관련된 술식 유 물이 많다 싶더니.”

그러고는 한세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슬슬 움직이죠.”

“네?”

“여기서 탈출해야죠.”

같은 시각, 또 다른 차원의 균열.

“아이고 허리야……

엘린이 고통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 다.

갑작스럽게 휩쓸린 마력의 파동에 온몸이 타박상으로 가득했다.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주는 ‘문신 술 식 마법’을 사용하는 그녀였기에 이 정도의 고통은 견딜 만했다.

“……어후. 장비 없었으면 진짜 죽 을 뻔.”

엘린이 전신에 걸쳐진 S등급의 마 도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 다가 옆을 돌아봤다.

옆에는 비교적 멀쩡한 남성이 서 있었다.

“와. 멀쩡한 것 봐라. 재생력 하나 는 진짜 부럽네.”

현교는 그 말을 무시하고는 뚜득, 자신의 몸 관절을 풀었다.

“……차원 균열인가?”

“그런 거 같아. 원인은 알 수 없지

신비와 술식과 연관이 깊은 보조계

를 주특기로 익힌 그녀였기에 지금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한세진이 계획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지?”

“맞아.”

“……귀찮게 됐군. 오늘 목표는 김 진우 암살이었는데.”

현교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엘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렇긴 하지. 김진우가 만약 차원에 휩쓸렸으면 찾아가서 죽이면 그만이지만 아까 거기에 김진우는 없었잖아. 에휴. 망했네. 임무.”

엘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몇 주간 열심히 준비해놨는데, 아 쉬우면서도 안심이 드는 미묘한 감 정.

그때 현교가 생각났다는 둣 입을 벌렸다.

“……한세 연.”

“......웅?”

현교의 뜬금없는 말에 엘린이 고개 를 돌렸다.

“김진우를 노리는 이유는 한세진이 한성가의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함. 그렇다면 한세연만 없으면 되는 게

아닌가?”

“……너 무슨 소리를.”

엘린이 현교를 노려보자 그가 음습 한 미소를 지었다.

“한세연이 차원 균열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있어. 사고사로 위장하기 도 딱 좋으니. 이건 오히려 기회가 아닌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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