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화
김창현을 놓친 나는 여러 의문에 사로잡힌 채 부유섬의 도로를 걷고 있었다.
“……김창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부유 섬에 김창현이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부유섬을 찾아올 만 한 이유를 추측하자면 아마 [만월의 밤]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 다.
당연한 것이 만월의 결계 안에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마법과 신비의 비밀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 이다.
“……유적지 안에 뭔가 있는 건 가‘?”
하지만 유적지 내부에 뭐가 있는지 는 원작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 았다.
다만 결계 안에 어떤 ‘마법 현상’ 이 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 흐음......
유아연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김 창현은 어떤 술식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는 데.
그렇다는 건 녀석이 원하는 것이 유적지 안에 있다는 건가?
“에휴.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서 백날 추리해 봤자 나오는 건 없다.
만월의 결계가 해제되어야 무언가 단서라도 나오겠지.
그래, 만월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 리자.
그렇게 김창현을 머릿속에 지우고 약속 장소인 ‘부유섬 종합 연구소’ 에 도착했다.
건물은 5층으로 벽이 특수한 재질 의 유리로 되어 있었다.
입구를 지키던 직원에게 VIP 초대 장을 보이자 손쉽게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흐음.”
연구소 내부의 풍경은 일반 기업의 1충 로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희한한 마공학 도구들이 종종 보인다는 점.
정확한 쓰임새는 알 수 없지만 공 기 청정이나 마력 분사기 같은 한성 마공학의 최첨단 기계가 아닐까 싶
다.
그나저나 한세연은 어딨지?
1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 직 도착하지 않은 듯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약속 시간은 칼 같이 지키는 사람 인데……
그렇게 그녀에게 연락할까 고민하 던 그때, 아주 우연히 [부유섬 유물 전시회]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부유섬의 유적지와 관련하여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기에 나는 본능적 으로 전시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 겼다.
내부로 들어서자 다양한 술식이 그 려진 석판이 박물관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술식들, 뭔가 낯이 익 다.
“이거 그거구나.”
1년 뒤 마법과 신비 연구의 발전 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한성가에서 공개했던 유물.
아마 VIP 초대를 받은 사람을 한 정하여 미리 공개하는 모양이다.
나는 홍미로운 눈으로 술식을 살펴 보았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안에 담긴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고대 마법, 시간. 그리고…… 차원 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웬 벽화가 그려 져 있다.
“......저건.”
여러 개의 별.
그 중심에 그려진 사람.
과거에 본 적이 있던 그림이었다.
겨울 방학 중 이서준과 함께 갔던 수중 유적지, ‘마에 물든 신전’에서 이것과 똑같은 그림을 봤었으니까.
그때 보았을 때는 별생각이 안 들 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니 느낌 이 사뭇 다르다.
“저 그림의 이름은 ‘다른 세계에서 온 신’이에요.”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중년의 여성이 내 옆에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 유적지에서 동일하게 발견되 는 그림인데, 그러다 보니 학자들 사이에서 붙은 이름이에요.”
그러더니 여성이 손가락으로 석판 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옆의 별들은 차원, 제약, 법칙, 수명…… 이런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의미하고, 중앙의 사람은 모든 제약 을 벗어난 절대적인 존재를 의미해 요. 언젠간 이런 절대적인 존재가 강림하여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 한다는 내용이죠. 데우스 엑스 마키 나라고 할까요?”
“……누구세요?”
“아! 저는 부유섬 연구위원, 윤민 정이라고 합니다.”
윤민정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 사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행동
이 여유가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 그림을 전에도 본 적 이 있으신가 봐요? 엄청 뚫어지게 보시던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적지에서 한번 봤습니다.”
“오…… 역시. 사실 아까도 그쪽과 같이 이 석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을 봤거든요. 그 사람도 이 석 판을 아주 오래전에 봤다고 하더라 고요.”
«..
내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 사람 혹시 마른 남성에 모 자를 쓰고 있었습니까?”
내 물음에 윤민정이 깜짝 놀란 표 정을 지었다.
“어? 네, 어떻게 알았어요?”
……역시.
김창현이 분명하다.
녀석도 여기에 다녀왔구나.
“혹시 말 걸어보셨습니까?”
“네, 이 그림에 관해 설명하려 하 니까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하더라 고요.”
그런가요?”
나는 다시 그림을 바라보았다.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도 따로 숨 겨진 무언가가 보이진 않았다.
김창현이 관심을 가질 정도면 뭔가 숨겨진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 였다.
우우웅.
스마트폰에서 전화 알람이 울렸다.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해보니 ‘한세 연’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그 모습을 본 윤민정이 옅은 미소 를 보이더니 ‘그럼 저는 이만’이라
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주변을 살피곤 전화를 받았 다.
“여보세요?”
[진우 씨, 혹시 도착했어요?]
어딘가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네, 도착했습니다. 세연 씨는요?”
[으, 정말 죄송한데 지금 급한 문
제가 생겨서 지금 못 볼 거 같아 요…….]
수화기 너머에서 한세연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VIP 초대장이 있어 자유롭 게 행동할 수 있으니 굳이 동행하지 않아도 상관없기는 한데.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런데 급한 일이 뭡니까?”
[그게, 으음…….]
한세연이 말끝을 흐렸다.
[만월의 결계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고 하네요.]
결계에요?”
[네, 결계에서 미세한 충격파가 흘 러나왔다고 해요. 평소에는 없던 일 이라 원인을 조사하고 있긴 한데 아 마 큰 문제는 아닐 거에요. 결계도 정상 작동되고 있다고 하고요.]
결계에서 충격파가 흘러나왔다는 건 그냥 넘어갈 만한 일은 아니다
누군가가 결계에 손을 대었다는 이야기니까.
동시에 여러 의구심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김창현과 관련하여.
“일단 알겠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일하세요.”
[네, 죄송해요…… 그럼 연회 때 봬요!]
뚝.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 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내 예상 범위 밖의 일이 일어날 것 같 은느낌…….
나는 다시 석판의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 개의 별과 중앙의 사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내 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처
럼 보인다.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래의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김선우!”
연회 시작 30분 전.
특무팀 약속 장소인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멀리서 이서준이 손을 크 게 흔들며 나를 불렀다.
그쪽으로 걸어가자 연회를 위해 꾸 며 입은 7명의 특무 요원이 보였다.
이서준은 나를 위아래로 내려보았 다.
“옷 갈아입었네?”
“어, 연회니까. 아예 편하게 갈 순 없을 거 같아서.”
가볍게 셔츠의 소매를 매만졌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른 쪽 길목을 손으로 가리킨다.
“맞다. 저기에 해산물 식당 있는데
엄청 맛있더라. 마나 랍스타 꼭 먹 어봐.”
마나 랍스타. 이름만 들어도 맛있 을 거 같기는 하네.
해산물 앞에 ‘마나’라는 이름이 붙 으면 열에 아홉은 맛있으니까.
“근데 만월의 밤 끝나면 문 닫지 않을까.”
“그러려나? 그럼 낼 아침에 같이 먹을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국인이면 아침은 밥 먹어야지.”
그렇게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던
그때, 김덕현이 말했다.
“모두 모인 것 같군. 그럼 이동한다.”
“넵.”
그렇게 우리는 준비된 차를 타고 이동했다.
20분 쯤 지났올까, 우리는 ‘만월의 밤’ 연회가 열리는 거대 홀에 도착 했다.
“와. 엄청 크다.”
차에서 내린 백예진이 눈앞의 건물 을 올려보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연회가 열리는 건물은 6충으로 마 치 거대한 백화점을 보는 듯했다.
“엄청 화려하긴 하네. 6충 전체를 다 사용하는 건가?”
“너무 넓어서 작전 수행하기엔 불 편할 거 같은데.”
각자 감상을 남긴 뒤, 우리는 건물 의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를 지나자 멋들어진 정장을 입 은 직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만월의 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초대장을 확인하겠습니다.”
우리는 초대장을 내밀었다. 정식
초대장인 것을 확인한 직원이 네모 난 도구를 꺼냈다.
“그럼 반입 금지 물품이 있는지 확 인하겠습니다.”
“반입 금지 물품이요?”
정현수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정현수의 몸을 스치던 네모난 도구에서 뼥- 소리가 났다.
정현수의 등에 멘 가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직원이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확인가능할까요?”
“어, 그게……
정현수가 김덕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불안감에 찬 눈빛.
김덕현은 그 눈빛을 마주보더니 고 개를 끄덕였다. 정현수는 머리를 긁 적이고는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예. 확인하세요.”
“그럼 확인하겠습니다.”
직원은 정현수의 가방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확인하다가 아 공간 가방이라 끝도 없어서 바닥에 털었다.
동시에 가방 안에서 온갖 마도구가 쏟아져 나왔다.
도검부터 시작해서 단검, 연막탄, 방탄복, 폭탄, 그 외 잡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도구들…….
김덕현은 그 모습을 보고는 머리에 손을 얹었다.
“ 아오......
직원은 그것들을 보더니 당황한 얼 굴로 뒷걸음질했다.
“……어, 지원 부탁드립니다. 여기 테러리스트가……
“자, 잠깐만요!”
정현수가 급히 해명을 시도했다.
“전 특무팀 요원입니다!”
정현수가 품 안에서 특무팀 요원중 올 꺼냈다.
직원은 요원증을 보더니 행동을 멈 추었다. 그러곤 김덕현과 우리들의 얼굴을 보았다.
“어? 그러고 보니……
이제야 김덕현과 이서준. 그 외 사 람들을 알아본 모양이다.
“죄송합니다만 특무 요원이라도 무 기는 반입 금지입니다.”
“……이거 어쩌죠?”
정현수가 김덕현에게 물었다.
“뭐, 금지라는데 어쩔 수 없지.”
김덕현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 응이다.
“보관소는 있죠?”
“네, 여기 보관 마도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직원이 옆에 세워진 네모난 상자를 가리켰다.
아공간으로 만들어진 최고급 보관 상자였다.
“에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현수가
자신의 무기를 아공간 안에 집어넣 는다.
그러면서 슬쩍 가방을 챙겼다.
그때 직원이 막아 세웠다.
“그 가방 안에 든 물건들도 전부 금지 입니다.”
“무기만 없으면 되는 거 아니에 요?”
“마도구 반입은 절대 안 된다는 지 침이 내려왔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김덕현도 이건 예상 못 했는지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나는 이렇게 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작년 ‘선구자의 밤’에서 자운에게 테러를 당하며 세계적인 망신을 당 한 한세진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이 다.
결국 정현수는 모든 마도구를 빼앗 겼다.
다른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봐주시면 안 될까요? 단순한 체력 회복 반지거든요……?”
“통신 마도구인데. 이걸 왜 가져가 요? 길 잃을 때 쓰려는 건데.”
“아, 너무 깐깐하시네. 보호구는 정 도는 봐주셔야죠.”
결국 온갖 마도구로 무장했던 다른 요원들도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직원 앞에 섰다.
직원은 탐지기로 내 몸을 쭉 스캔 했다. 툭툭 내 몸에 탐지기를 가져 다 대는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다.
“……뭐야. 얜 왜 반웅이 없냐?”
“그러게?”
그때 삑- 소리가 울렸다. 내 주머 니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물건올 꺼냈다.
“통신 마도구입니다.”
“반입 금지 물건입니다. 보관 상자 에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 마도구 를 보관 아공간에 넣었다.
그 뒤로 추가 반응은 없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직원은 더욱 꼼꼼히 내 몸을 살폈지만 여전했다.
그러자 모두가 의외라는 눈빛을 보
내왔다.
“김선우…… 너 지금까지 순정이었 냐‘?”
“아니, 템빨 없이 100% 순정으로 저 실력이라고? 좀 충격인데.”
다들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대다수 마법사가 D나 도등급의 낮 은 아이템이라도 착용하는 건 아주 일반적인 일이었기에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아공간에 무형 의를 포함해서 마도구는 전부 넣어 놨는데 다행이네.
그나저나 셔츠 소매 때문에 가려져 서 그런가.
평소에 착용하던 시계랑 팔찌를 뺐 는데도 요원들은 내가 마도구를 미 리 떼놓은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 고 있다.
“에이, 어떻게 쟤가 순정이야. 시험 때 하늘 날아다니는 거 내가 봤는 데.”
그때 한 명이 내 발을 가리켰다.
“저거 발도 스캔해봐요!”
그러자 김덕현이 찌릿 요원올 노려 보았다.
“이게 동료한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할망정……
“ 흠흠......
요원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다 물었다.
직원은 내 발까지 스캔했다. 하지 만 아무 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뭐야. 그럼 하늘은 어떻게 날 아다닌 거냐? 저거 고장 난 거 아 니야?”
직원도 이상함을 느끼곤 다른 마도 구에 가져다 대었다.
삐 빅-
정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다시 소 리가 울렸다.
“됐죠?”
내 말에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인했습니다. 이대로 들어가 시면 됩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먼저 입구를 지나 들어갔다.
이따 화장실 가는 척 마도구를 다 시 착용해야지.
그렇게 안으로 쭉 들어서는데 동료 들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싶어서 뒤를 돌자 아까 그
자리에서 동료들이 신기해하는 눈으 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