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화
김덕현의 말에 특무팀 모두의 시선 이 나를 향했다.
나는 담담하게 그 시선을 마주했지 만 속으로 당황했다.
설마 안 간다는 사람에게 명령할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리고 문제는 거절할 명분이 없다 는 것이다.
언제 어떤 테러가 일어날지 모르는 이 세계의 특성상, 특무팀은 주말
출근과 야근이 일상이었기 때문이 다.
그렇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 민하던 찰나, 요원들 사이에서 누군 가가 파박! 손을 들었다.
“선배님! 김선우는 손 안 들었습니다!”
백예진이었다. 그러자 정현수가 백 예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야. 안 간다는 거 일부러 데 려가신다는 거잖아.”
“아, 그런 겁니까? 근데 왜요?”
“……됐고, 손부터 내려.”
백예진이 머쓱한 미소를 짓더니 슬 그머니 팔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본 몇몇 요원이 쟤 뭐 하냐며 킥킥 웃었다.
시간이 지나 모두의 시선이 다시 내게 집중됐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김덕현의 시 선을 마주하다가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째서지?”
“그…… 바빠서요.”
생각나는 핑계가 안 떠올라서 일단 내뱉었다.
김덕현은 내 말에 황당함을 느꼈는 지 어이없어하는 웃음을 홀렸다.
“신입이 뭐 하는데 바빠? 너 일 없잖아.”
“퇴근 후에 친구랑 약속 있습니다.”
그러자 이서준이 획 내게 시선을 돌렸다.
“……친구? 누구?”
아, 실수했네.
“홈홈. 친구가 아니라……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가족도 안 되고, 애인? 이건 절대
안 되고.
뭐가 있지?
짧은 시간 빠르게 고민하다가 한숨 을 푹 내쉬었다.
“사실 연장 근무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시간도 필요하고요.”
그러자 김덕현이 피식 웃었다.
“연장 근무하면 보상 휴가 이틀 주 마. 됐냐?”
“어? 어어? 잠깐만요! 그럼 저희도 휴가 2일 주는 거예요?”
정현수가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만월의 밤 참가를 확정지은 다른 요
원들도 흥분된 표정으로 김덕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던 다른 요 원들도 하나둘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아, 뭐야! 보상 휴가 2일 주는 거 알았으면 나도 갔지!”
“선배님, 김선우 대신 제가 가겠습니다!”
휴가 2일의 위력은 엄청났다.
보상에 눈이 먼 지원자들이 소란을 일으키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 었다.
김덕현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그들
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것들이 지원받을 땐 손도 안 들 더니…… 다른 참가자들은 보상 휴 가 하루로 만족해. 그래도 반나절 일하고 하루 챙겨주는 게 어디냐?”
“아니, 차별 뭡니까? 그럼 나도 안 갑니다.”
만월의 밤 참가를 확정 지은 한 요원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김덕현은 코웃음을 치더니 팔짱을 꼈다.
“그래, 싫으면 가지 마라. 지원자는 많으니까.”
갑작스레 변한 내부의 분위기.
언론에서 다뤄지는 특무팀의 진중 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가볍기 짝이 없다.
그때 김덕현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어찌 됐든 김선우. 넌 참가다. 거 부권은 없어.”
“……네, 알겠습니다.”
결국, 김선우의 신분으로도 만월의 밤에 참가하게 되었다.
김선우와 김진우 모두 한자리에 있 어야 한다니.
일이 귀찮게 꼬여간다는 생각이 들 었지만, 원작 전개를 생각하면 개인 시간도 충분히 주어질 예정이니 잘 만 하면 이중 신분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특무팀의 움직임을 실시간 으로 알 수 있으니 이걸 역으로 이 용할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고.
김덕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를 옹시하더니 모두를 돌아보았다.
“이것으로 참가자가 모두 정해졌 군. 그럼 지금부터 만월의 밤 작전 을 설명하겠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한성 그룹과 마인 기업 간의 관계
조사. 그리고……
말끝을 흐리던 김덕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AY 생명 회장, 신현교의 토벌이 다.”
만월의 밤 작전 설명이 모두 끝난 개인 시간.
김덕현은 팀장실 의자에 앉아 밀린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마인과 한성 그룹. 그리고 사라진
자운…….
최근 여러 사건을 일으키며 소란을 만들었던 마인과 달리 자운은 어느 순간 소리 없이 활동을 중지했다.
그들이 가진 야망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덕현이었기에 갑작 스레 잠잠해진 자운의 행동에 의구 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자운보다 김덕현의 관 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양손에 커피잔을 쥔 정현수가 안으 로 들어섰다.
정현수는 웃으며 커피잔 하나를 김덕현의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무슨 일이냐?”
“다른 건 아니고 만월의 밤 관련으 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정현수가 커피를 홀짝 마시며 말했다.
“이번 작전에 김선우 참가 시킨 거 요. 다른 이유가 있어서예요?”
“최근 김선우 실적이 좋잖아. 이번 에도 뭔가 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 에 데려가는 거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맞았다.
바로 이번 작전의 배경이 ‘한성가 의 행사’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김덕현은 김선우와 관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김진우’가 한세연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 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둘의 친분 은 이미 언론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자주 술 마시는 사이라고 했던가.
무엇이 됐든 연애 스캔들도 터졌던 사이다.
그리고 김덕현은 이번 행사에서 김 진우가 참여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김선우도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두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
강원도 어딘가에 숨겨진 한세진의 별장.
한세진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종이 를 물끄러미 내려보고 있었다.
[나 한대현은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
며칠 전, 검귀, 장수기에 의해 공 개된 아버지의 유언장이었다.
그 안에는 한성가의 차기 주인을 결정 지을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열 줄로 이어진 장문과 복잡한 내 용이 담겨 있었지만 요약하자면 이 러했다.
“나의 사후 6개월, 혈육 한세진과
한세연은 공정한 경쟁을 한다. 그리 고 더 큰 실적을 남긴 자에게 모든 지분을 상속한다……
이 실적에 대한 부분이 단순한 회 사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 점이 섞여 있어 복잡했지만, 어찌 됐든 한대현의 의도는 이것이었다.
‘6개월만 싸워라.’
한세진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남매간의 분쟁을 원하지 않는 아버 지의 걱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6개월 뒤에 모든 게 결정 나
겠네.”
이번 만월의 밤 행사를 반드시 성 공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작년 ‘선구자의 밤’ 행사를 완전히 망친 전적이 있어 불안하기도 했지 만, 그런 것보다는 ‘한세진’의 이미 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중 요했다.
한세진은 유언장을 옆에 치워두고 는 테이블 위에 쌓인 서류 하나를 집었다.
“김진우……
서류에는 김진우의 정보가 담겨 있
었다.
한세연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어떠 한 정보도 알 수 없어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다행인 건 김진우가 이번 만월의 밤에 참가한다는 것.
혹여나 그가 참여하지 않게 된다면 다른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할 생각 이었지만 그런 상황까지 오지 않아 서 다행이었다.
그때 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한세진의 말에 끼익 문이 열리고 큰 덩치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한세진은 그를 바라보며 가벼운 미 소를 지었다.
“오셨습니까?”
“왜 불렀지?”
남성은 AY 생명 회장이자 마인, 신현교였다.
“받으세요.”
한세진이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현교는 봉투를 받더니 내용을 살폈 다.
“만월의 밤에 참가 의사를 밝힌 특 무팀 요원 명단입니다.”
“특무팀?”
현교는 내용을 살폈다.
김덕현, 정현수, 이서준…… 하나같 이 언론을 통해 이름을 들어본 유명 마법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렇게 쭉 내려보던 중 현교는 누 군가의 사진올 보고는 멈추었다.
“으음. 순간 놀랐군.”
한세진은 피식 웃었다. 본능적으로 그가 왜 놀랐는지 알아차렸기 때문 이다.
“김선우 학생을 말하는 거죠? 이전 에 마주친 적이 있는데 저도 놀랐습니다. 김진우와 너무 닮아서요.”
“얘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겠 지?”
현교의 물음에 한세진은 잠시 생각 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의 목표는 김진우니까요.”
시간은 빠르게 홀러.
이번 여름의 최대 이벤트라 할 수 있는 ‘만월의 밤’ 전날이 되었다.
만월의 밤에 일어날 사건이라고 하 면 역시 특무팀의 S둥급 마인, ‘현 교 토벌’이다.
걱정은 크게 없다.
특무팀의 에이스인 김덕현이 있기 에 변수라고 할 만한 위협은 없기 때문이다.
생길 수 있는 변수라고 해봤자 이
번 행사에 현교를 제외하고도 다른 S둥급 마인들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인데…… 아마 그들은 이번 사건 을 통해 협회의 조사가 꽤 진전됐다 는 것을 깨닫고 발을 빼려 할 것이다.
어찌 됐든 내일 S등급의 빌런 하 나가 토벌될 예정이니 나에겐 좋은 일이다.
그리고 오늘.
양태민에게 의뢰했던 옷을 받기 위 해 JWK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태민이 기다리 고 있었다는 둣 웃으며 나를 반겼
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탁하셨던 의상이 완성됐습니다.”
양태민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그의 제작 실력은 언제나 신뢰하고 있기에 괜히 기대감이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간을 딱 맞춰 주셨네요.”
“네, 아슬아슬하긴 했는데, 다행히 기간에 맞춰 결과물도 괜찮게 나온 것 같습니다.”
양태민은 나를 향해 실실 웃더니 옷을 내밀었다.
“이겁니다.”
옷의 형태는 기다란 흰색의 띠였다.
마도구나 방어구로…… 아니, 옷이 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형태였다.
“참고로 이건 기본 형태입니다. 저 번에 말씀해 주셨던 ‘위장’ 효과로 디자인은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직접 착용해서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이 의상은 ‘전용’으로 제작된 것이라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을 받았 다.
그리고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내 용을 확인했다.
[??‘?(S)]
분류 : 의류
설명 : 주인을 섬기는 이름 없는 옷. 이름을 지어주면 주인이 된다.
[지속 효과]
►전용
최초의 착용자만이 사용할 수 있습
니다.
►포식
집어삼켜, 성장합니다.
►자동 보온
환경에 맞게 적정 체온을 유지해줍 니다. 또한 능력치를 보조해 마력과 체력이 5% 상승합니다.
►겨울의 수호
최적화 : 사용자의 신체에 맞게 변 화하고, 옷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워집니다.
품질 보중 : 망가지면 스스로 수리 합니다.
보호 : 받는 피해량이 30% 감소합니다.
안정감 : 체력과 마력, 상처 회복 속도가 100% 상승합니다. 또한 고 통 내성이 200% 상승합니다.
증폭 : 마법의 위력이 20% 상승합니다.
[사용 효과]
►위장
이 옷은 무한한 형태로 변화합니다.
디자인을 저장해 변경할 수도 있습
니다.
내구 : B
“오……
옷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S등급 아이템 중에서도 이 정도면 최상급이 아닐까 싶다.
내구가 B인 게 조금 흠이기는 하 지만…… 겨울의 수호 효과가 있으 니 문제는 없지 않을까.
‘근데 포식은 뭐지?’
다른 효과는 다 이해가 되는데 지 속 효과에 있는 ‘포식’은 아무리 봐 도 모르겠다.
성장하는 아이템인가?
그때 양태민이 말했다.
“그럼 옷의 이름을 정해주시죠.”
제작 아이템은 이름을 정해야 효력 이 발동된다.
“이름......
복잡한 이름보다는 부르기 쉬운 이 름이 좋을 거 같은데.
“무형의(無形衣)로 하죠.”
형태가 없는 옷이라는 뜻인데 이것 과 어울리는 것 같다.
“무형의라…… 괜찮은데요?”
양태민도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작명을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천 위에 작은 글씨 로 ‘무형의’를 새겨 넣었다.
[‘전용 아이템 습득’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됐나?”
곧바로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해 확 인했다.
[무형의 (S)]
분류 ‘ 의류
제대로 작명이 됐네.
“된 거 같은데 바로 입어보시죠.”
“흐음.”
이걸 몸에 두르면 된다는 거지?
나는 조심스럽게 천을 몸에 감쌌 다.
그러자 천 옷에 마력이 느껴지더니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내 몸을 감 싸기 시작했다.
무형의는 내 몸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원 래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집어삼켰 다.
[‘무형의’가 포식했습니다.]
[무형의가 디자인을 저장합니다.]
[무형의가 첫 포식에 만족감을 느 낍니다.]
[착용자의 마력 제어 능력이 1% 상승합니다.]
“……뭐야 이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