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1화 (310/535)

311 화

사계의 탑 공략 이후, 나는 계속 [공간 도약] 마법을 연구했다.

습득 능력 향상 효과로 공간 도약 에 성공했지만, 아직 세세한 좌표를 설정하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랜덤 뽑기 상 자’에서 얻었던 ‘하급 숙련의 포션 (우??)’을 마시고 밤새 고문에 가까 운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지나.

[공간과 좌표에 대한 술식 이해가 상승했습니다.]

[‘술식 이해력(C)’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술식 이해력(C)’의 등급이 B로 상승합니다!]

어느덧 나는 [공간 도약]의 술식에 간단한 좌표 정도는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미숙함 때문에 가까운 거리 의 좌표밖에 담지 못해 실전성은 많

이 부족하다는 점이지만……

이건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어? 진우 님?”

그리고 오늘, 모든 훈련을 마친 나 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 JWK에 방 문했다.

다름 아니라 사계의 탑에서 얻은 보상인 S등급 마법 부여서, ‘겨울의 수호’를 사용할 질 좋은 옷을 제작 하기 위해서였다.

양태민은 나를 보고는 해맑게 웃으 며 다가왔다.

“오신다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바 로 마중 나왔을 텐데.”

“아뇨. 짧게 있다가 갈 거라서요. 일은 잘되고 있습니까?”

“네, 보시다시피 아주 잘 되고 있 습니다. 고객도 꾸준히 늘어나고 직 원 역시 계속 뽑으면서 확장하고 있 습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실내를 가득 메운 마공학 기계들.

그 앞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 그 리고 JWK와 거래를 원하는 고객들 의 모습이 보였다.

폭주 된 예약에 오히려 고객 쪽에서 안달 난 것 같은 모습.

이미 ‘제작’과 ‘마정석 공급’ 분야 에서는 JWK가 전 세계를 완전히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그런 풍경을 보며 괜한 흐뭇 함을 느끼다가 양태민과 함께 대표 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다름 아니라 옷을 하나 만들어주 셨으면 합니다.”

“……옷 말입니까?”

양태민의 전문 분야인 ‘제작’은 무 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액세서리나 방어구. 그 외 ‘신비’가 담아지는 모든 마도구가 포함된다.

“네, 최소 A등급의 의상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자동 보온]과 [위 장] 효과가 있는 옷으로요.”

‘자동 보온’은 환경에 맞게 일정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효과를 말하고 ‘위장’은 다른 옷의 디자인을 복사 해 변하는 효과를 지닌 옷을 말한다.

그러니까 봄.여름.가을겨울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범용성 높은 옷을 원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말을 하고선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를 꺼냈다.

‘예티의 가죽(A)’, ‘설산목 매듭(B

)’…… 그 외 랜덤 박스에서 얻었던 ‘지하 세계의 고목(C)’도 올려놓았 다.

그것을 본 양태민의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이런 건 어디서 났습니까? 상 당한 희귀품으로 보이는데.”

“던전 보상으로 획득했습니다.”

대충 지어내서 한 말이었지만 양태 민은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법 부여서 : 겨울의 수호(S)’를 올려놓았다.

“제가 만들려는 것은 이 마법 부여 서와 어울리는 효과를 가진 의상입

니다.”

마법 부여서를 살피던 양태민의 두 눈이 다시 한번 크게 휘둥그레졌다.

“……와. 이거 엄청난데요? 이것도 던전 보상으로 얻으신 건가요?”

“뭐, 그렇죠.”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양태민은 여전히 놀란 얼굴로 마법 부여서를 내려 보았다.

“……무슨 던전을 공략하셨길래.”

나는 대답 대신 작게 미소를 지었다.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아,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어차피 메인은 이 가죽이라서요.”

양태민이 테이블 위에 놓여진 예티 의 가죽을 톡톡 두들겼다.

“근데 직접 사용하실 생각이십니 까?”

“네, 제가 사용할 생각입니다.”

“그럼 되파실 생각 없이 본인이 쭉 사용하실 생각인가요?”

어느새 양태민은 수첩을 꺼내 들어 내 대답을 필기하고 있었다.

“……뭐, 그렇죠. 그런데 그건 왜

요?”

“전용 아이템으로 만들어 볼까 해 서요. 그게 효율이 더 높기도 하고 요.”

전용 아이템은 최초의 착용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뜻한다.

다른 사람은 절대 사용할 수 없기 에 안에 담긴 효력이 더 증폭된다는 장점이 있다.

“제 전용으로 제작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양태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했다.

“정해진 기간은 있을까요?”

“2주일 안으로 완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이번 여름의 최대 이벤트가 다가오 고 있다.

바로 한성 그룹의 새로운 시작과 한세진 본인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 인 ‘만월의 밤’이다.

엄청난 규모로 진행될 이 행사에는 한세진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수많 은 마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대 략 알고 있지만, 혹여나 내가 모르 는 사건이 터질지 모르기에 이 행사 에 반드시 참여할 생각이다.

애초에 ‘달의 가호’를 급하게 구매 한 것도 이번 이벤트의 영향이 없잖 아 있기도 하고.

내 말에 양태민은 씨익 웃으며 필 기구를 내려놓았다.

“좋습니다. 그럼 2주 안으로 이 마 법 부여서와 어울리는 최고의 방어 구를 만들어 보죠.”

늦은 저녁.

모든 일과를 마친 나는 집 근처의

인적 없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벤치에 앉은 선 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을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몸에서 뿜어지는 아우라 때 문인지 수상함보다는 신비함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 다.

“세연 씨.”

내 부름에 오늘의 약속 상대, 한세 연이 나를 올려 보더니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으며 가볍게 미소를 지

었다.

“진우 씨.”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한세연 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사각 모양 의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먼저 이거 받으세요.”

고급스러운 문양이 그려진 두꺼운 종이.

맨 앞에는 [만월의 밤]이라는 글귀 가 적혀 있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날짜와 장 소가 적혀 있었다.

날짜는 2주 뒤 토요일과 일요일.

장소는 동해에 있는 한성가 소유의 ‘부유도’이다.

“VIP 초대장이에요. 이 초대장만 있으면 행사장에서 곤란한 일이 생 길 일은 없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여름 최대 이벤트의 참가 는 확정 지었다.

언제나 그렇듯 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행 사 날에 ‘보름달’이 떠오르기에 역 으로 먼저 변수를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그때 한세연이 의외라는 눈빛을 보

냈다.

“그런데 진우 씨가 만월의 밤에 관 심이 있을 줄 몰랐어요.”

“요즘 마법사들 사이에서 말이 많 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그랬습니다.”

실제로 ‘만월의 밤’ 행사는 마법사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초대장도 엄청나게 뿌리고 있어 아 마 역대 최고 규모의 참가자가 나오 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그렇게 만월의 밤과 관련된 이야기 를 나누다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근

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은 어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가. 등등...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세연은 어두워진 밤하늘을 올려 보더니 아쉽다는 듯 중얼거 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진우 씨랑만 있으면 이상하게 수 다스러워지는 거 같아요.”

왠지 모를 낯간지러운 말에 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머쓱한 미소 를 흘렸다.

그때 한세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돌아가야겠어요.”

“그러세요. 아 참. 잠깐만요.”

나는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미리 준 비했던 서류 봉투를 꺼냈다.

“받으세요. 아마 도움이 될 겁니다.”

사실 이번 만남의 목적에는 이 서 류를 그녀에게 전달하는 것도 있었다.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세연

이 조심스레 받더니 내게 물었다.

“……이게 뭐예요?”

“마인 기업 목록입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여름 휴가가 모두 끝이 났다.

약 일주일 만에 나는 특무팀에 출 근했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일주일만의 특무팀 분위기는 활발 했다.

휴가 기간 다들 에너지를 재충전을 해왔는지 표정도 평소보다 밝았다.

“나 유럽 여행 다녀왔거든? 진짜 멋지더라.”

“난 바다 다녀왔는데.”

“아 참, 후배님. 사계의 탑은 어땠 어‘?”

몇몇 직원은 나와 이서준, 유아라 에게 다가와 사계의 탑과 관련된 이 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이서준은 친절하게 그곳에서 있었

던 이야기를 풀었다. 그러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부러움의 시선을 보 냈다.

“와…… 그래서 각자 A등급 이상 의 보상 하나씩 얻었다는 거야?”

“네, 그렇죠.”

“진짜 대박이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그때 한 요 원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안토니오 주머니에서 나 온 술식 분석 결과는 언제 나온 대 냐? 자운의 다음 테러 위치라며.”

안토니오 사건이라고 하면 자운 산 하 범죄 조직, ‘실버스’를 소탕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조직의 보스인 안토니오의 주 머니에서 결계 해제 도면이 나왔었다.

“……그러게? 한 달도 넘지 않았 나? 꽤 오래 걸리네.”

한 손에 커피를 쥔 정현수가 갑자 기 끼어들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특무 팀 본부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김덕현이 안으로 들어섰다.

“앗~ 선배님. 잘 지내셨습니까?”

정현수가 실실 웃으며 김덕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김덕현은 정색으

로 받았다.

“……잘 지내긴. 너희가 휴가 보낼 때 난 계속 일했다.”

김덕현의 말에 모두가 으,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독하다 진짜.”

“열정 하나만큼은 대단하시다니 까.”

그때 정현수가 물었다.

“아참, 선배님. 안토니오 사건 술식 결과는 아직입니까?”

“해석반 말로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래요?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걸 린 적은 없지 않았어요?”

“……뭐, 한 달 이상 걸리는 건 극 히 드물긴 흐}지. 그래서 ‘성유물’과 관련 있는 게 아닐까 해석반에서 추 측 중이긴 한데. 확실한 건 또 아니 라고 하더라고.”

“성유물이라……

정현수가 자칫 심각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김덕현은 모두를 둘러보더니 가볍 게 손뼉을 쳤다.

“자, 다들 자리에 앉아 봐라. 중요 한 얘기를 해야 하니까.”

사뭇 진지한 김덕현의 모습에 모두 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저번 ‘곽현 도’ 작전은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

곽현도 사건이라 하면 가장 최근에 있었던 마인 조직 소탕 작전이었다.

당시 내가 [필중]을 통해 도망치 던 곽현도를 저격하여 사건올 해결 했었다.

내 활약으로 사건을 해결한 것이었 기에 요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를 향했다.

김덕현 역시 부담스러운 눈으로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얻었던 열쇠를 통해 마인 게 이트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되 는 기업을 찾아냈다.”

“오. 정말입니까? 대박인데.”

“어디에요?”

요원들의 질문 공세가 들어오자 김덕현은 대답 대신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앞에 홀로그램이 켜지 며 모두가 알법한 대기업 로고가 떠 올랐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AY 생명?”

“와. 미친. AY가 마인 기업이었다

고?”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 려오자 김덕현이 말했다.

“보다시피 AY 생명과 태상금융 간 에 연관성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와…… 하긴 거기 운영 방식이나 수익 구조가 이상하긴 하더라.”

그때 한 요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데 왜 가만히 놔두고 있습니 까? 당장 쳐들어가서 박살 내야 하 는 거 아니에요?”

“그야 미끼를 풀어 한 번에 잡기 위해서지.”

« 艾

김덕현은 이번에도 다시 작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다시 한번 홀로그 램 화면이 바뀌었다.

그러자 AY 생명의 로고가 사라지 고 다른 대기업의 로고가 떠올랐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한성 그룹?”

한성 그룹의 로고였다.

한세진이 마인과 손을 잡은 혼적이 남아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한 결 과였다.

김덕현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한성 그룹과 마인 간에 거래 정황도 포착했다.”

“……미친. 이거 알려지면 진짜 난 리 나겠는데.”

“그런데 한성가는 저희도 어쩌지 못하지 않나요?”

한 요원의 말대로 한성가는 아무리 협회라 할지라도 확실한 명분 없이 건들기 어려운 거대한 세력이었다.

“그렇지. 한성 그룹은 다른 기업과 는 다르니까. 그래서 이번 기회에 명분을 찾을 생각이다.”

다시 한번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새로운 로고가 떠올랐다. 기업의 로고가 아닌 한 행사의 로고.

[만월의 밤]

“2주 뒤, 한성가에서 주최하는 행 사이다. AY 생명의 회장도 참가한다고 하더군. 우리 역시 이 행사에 참여할 생각이다.”

원작의 흐름과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 고 있다.

그때 김덕현이 말했다.

“그럼 참가자 신청을 받겠다. 행사 참가를 원하는 인원이 있나?”

꽤 많은 요원이 손을 들었다.

그중에는 이서준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이들 모두가 임무를 위해 손 을 든 것은 아니고 유흥을 위해 행 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유도 섞여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손을 들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김진우의 신분으로 행사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넌 참가 안 해?”

내 옆에 앉은 이서준이 물었다.

“난 됐어.”

“......그래?”

이서준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김덕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군. 하지만 우리가 받은 초대장은 총 8장이라 모두 갈 순 없다. 그러니 여기서 8 명을 추리겠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김덕현이 한 명 한 명씩 손을 든 요원들을 손가락으

로 가리켰다.

“너, 너, 너, 너, 너……

김덕현의 손가락이 정현수를 넘어 이서준을 찍었다.

“너.”

이것으로 김덕현 포함 7명.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이 남았다.

그때 손을 번쩍 든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김덕현의 손가락이 내 쪽 을 향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김선우. 너도 참가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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