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8화 (307/535)

308화

이른 아침.

동굴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눈을 떴다. 동시에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의 육체가 극한의 추위에서 견뎌냈습니다!]

[적응형 특성, ‘냉기 저항(F)’의 등 급이 상승합니다!]

[‘냉기 저항’의 등급이 (D)로 상승

합니다!]

[‘설인 체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잠든 사이에 냉기 저항 등급이 상 숭하고 업적을 달성했다.

왠지 침낭 안이 어제보다 따뜻하다 싶더니, 등급이 상승해서 그렇구나.

메시지를 치우곤 따뜻한 침낭 안에서 비비적대다가 머리 옆에 놔두었

던 스마트 학생 수첩을 집었다.

[오전 7시 23분]

슬슬 일어나야겠네.

“으으음……

간신히 침낭에서 빠져나와 상체를 일으켰다. 멍하니 텐트의 입구를 바 라보는데 옆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오른쪽 옆에서 최서 윤과 윤하영이 침낭에서 곤히 자고

있다. 둘 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어떤 얼굴로 자는지는 보이지 않는 다.

“아침이야. 일어나.”

미동도 없다.

“야야. 일어나.”

목소리를 더 키워 말했는데도 여전 하다.

나는 손 위로 마법 구체를 구현해 최대한 빛을 키웠다. 강렬한 빛에 눈이 부신지 이제야 몸을 뒤척이며 반응한다.

“아침입니다. 일어나셔야 하지 말 입니다.”

“……으음. 3시간만.”

윤하영이 잠꼬대하듯 말했다.

1분도 아니고 3시간은 뭐야.

결국 최서윤이 먼저 일어났다.

비몽사몽 한 눈으로 나를 한번 보 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힘없는 손으로 머리를 매만진다.

“몇 시에요?”

“12시야. 늦었어.”

..........

최서윤이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옆의 윤하영의 몸을 흔들 었다.

“선배님 일어나세요! 늦었어요!”

“3분마안……

“12시라니까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웃 겨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준비해.”

그렇게 말하고는 식사 준비를 위해 텐트 밖으로 나왔다.

잠시 뒤 뒤에서 ‘아, 뭐야. 7시잖아 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동굴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까지만 해도 폭풍처럼 몰아쳤던 눈보라가 많이 잠잠해졌다.

“날씨 좋네.”

나는 주머니 안에서 인연의 나침반 을 꺼냈다.

사라진 일행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였다.

“이름을 떠올리면 되는 거였나?”

나는 이서준을 떠올렸다. 그러자 나침반의 바늘이 북쪽을 향해 움직

였다.

“오. 신기하네.”

이번에는 신영준.

하지만 바늘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다.

뭐지? 싶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둘이 같이 있구나.”

그럼 다음은 유아라.

그러자 이번에는 바늘이 움직였다.

동굴의 입구가 있는 곳과 같은 방 향이었다.

보아하니 유아라는 밤새 혼자 있었

나 보다.

외로웠을 것 같아 걱정도 들지만 유아라는 혼자서도 잘 지내는 애니 까 괜찮겠지.

그때 동굴의 입구 쪽에서 작은 인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새하얀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한 인영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눈보라에 홑날리는 검은 긴 머리와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눈동자.

잘 알고 있는 얼굴이다.

유아라?”

유아라는 동굴 안으로 들어오더니 작게 말했다.

“……안녕.”

“어…… 너 근데 설마 여태 못 잤 냐?”

유아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겨울 스테이지에 입장하고 나서 이 틀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우리는 여러 일을 겪었다.

우선 [인연의 나침반]을 통해 헤어 졌던 이서준, 신영준 일행과 합류하 는 데에 성공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꽤 고생했는지 상태는 좋지 못했다.

그리고 겨울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 인 ‘얼음 마녀’의 대한 단서를 찾는 과정에서 숨겨진 NPC 마을, ‘설인 마을’을 발견했다.

우연한 발견을 가장했지만 사실 원 작을 통해 미니 스테이지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고 있던 내 계획하에 일어난 일이었다.

[미니 스테이지, ‘설인의 부탁’을 완수했습니다!]

[당신의 도움으로 설인들은 식량을 비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결정 조각 70개와 설인 상점이 열립니다!]

그렇게 미니 스테이지 공략에 성공 한 나는 설인 상점에서 몇 가지 아 이템을 구매했다.

주로 구매한 것들은 [예티의 가죽 (A)]이나 [설산목 매듭(B)]과 같은

최고급 재료 아이템이었다.

설원의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진 화해왔기에 기본적으로 재료 아이템 들이 최상급에 속한다.

여기서 모은 재료는 양태민에게 맡 겨 내가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세 번째 날.

[‘얼음 마녀’의 모든 단서를 발견했 습니다!]

[사계의 탑 19충 6 스테이지, ‘영 원한 겨울의 결말’이 시작됩니다.]

몇몇 스테이지를 공략하고 여러 단 서를 찾은 끝에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달했다.

“후우. 드디어 마지막이네.”

“애들아. 다들 고생했어. 마지막까 지 힘내자.”

“오케이.”

지금까지 얻은 단서에 의하면 얼음 마녀는 10분분 뒤, 우리가 서 있는 이 설원에 출몰할 예정이다.

설인이 마녀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제물을 바치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공격 패턴은 다들 기억하고 있

지?”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보라랑 환술 마법이잖아.”

“보조계를 다루는 빙 속성 마법사 를 상대한다고 생각해.”

얼음 마녀는 몬스터 중 상대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간형’과 ‘유령 형’이 합쳐진 복합 몬스터이다.

이름에서 보이듯 빙 속성 마법을 사용하며 눈보라를 이용해 환각 마 법까지 사용한다.

물론 나와 이서준은 은월환절이 있 기에 환각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그렇지 못하 니 이 부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휘이 이 잉——

강한 눈보라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날려버릴 둣 강한 돌풍이 불 어오더니 우리의 앞에 강한 회오리 바람이 생겨났다.

우리는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살아있는 어린 제물인 줄 알았는 데 건방진 놈들이 찾아왔구나!]

날카로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 려왔다.

그리고 회오리바람이 사라짐과 동 시에 거대한 몸집의 백발 여인이 모 습을 드러냈다.

[‘얼음 마녀 레이나’를 마주했습니다!]

유령?”

얼음 마녀의 몸은 반쯤 투명했다.

눈은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백색 의 옷은 나풀나풀 휘날렸다.

흔히 말하는 ‘유령’의 모습이었다.

“준비해!”

우리는 곧바로 미리 구현해놓은 마 법을 녀석을 향해 방출했다.

무속성 구체, 화염의 구체, 얼음의 창, 얼음의 화살.

여러 속성의 마법이 4갈래로 쏘아 지자 강한 눈보라와 함께 얼음 마녀 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림없다!]

휘이잉!

동시에 우리가 서 있는 눈밭이 꽁 꽁 얼어붙더니 날카로운 가시의 형 태가 솟아올랐다.

나는 빠르게 점프해 가시 공격을 피해냈다. 가시의 끝이 신발의 밑창 에 살짝 닿았지만 피해는 없었다.

그러고서는 느껴지는 마력의 위치 를 향해 구체를 다시 방출했다.

파앙!

회오리를 향해 쏘아지는 마법 구

체.

콰아아앙!

[크으윽!]

다행히 내 공격이 녀석에게 적중했다.

큰 피해를 입힌 건 아니었지만 들 려오는 신음을 보아하니 무의미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회오리 속에 감춰졌던 마녀 의 모습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서준이 빛의 마력

을 몸에 감싸더니 총알처럼 튀어 나 갔다.

파앗!

그리고 손에 쥔 소백천을 크게 휘 둘렀다.

후우웅!

[끄아악!]

마녀의 어깨가 베어지며 비명이 이 주변을 크게 울렸다.

거의 처음으로 들어간 제대로 된 유효타였다. 뒤를 이어서 신영준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마녀에게 창을 찔렀다.

마녀가 괴로워하던 타이밍이었기에 이번 공격도 유효타로 들어갔다.

[……으윽! 건방진 놈들!]

우우우웅!

얼음 마녀의 두 눈에서 빛이 뿜어 졌다. 그리고 한쪽 팔을 크게 휘저 었다. 동시에 지면이 흔들리고 강한 눈보라가 몰아쳤다.

휘이이잉!

[잠 들어라!]

감춰져 있던 마법진의 술식이 발동 했다. 동시에 모두의 움직임이 멈추 었다.

나 역시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솨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나를 집어 삼켰다.

주변의 환경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마치 모든 신체의 감각이 마비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얼음 마녀의 환술에 걸렸다는 것을.

이런 상황은 몇 번 경험해보았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사용 효과, ‘환영 절단’을 사용합니다.]

화아아악!

눈앞의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새하 얀 설원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얼음 마녀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든 듯 눈을 감고 있던 이서준도 환술에 풀려난 듯 번뜩 눈 을 떴다.

[보통 녀석들이 아니구나……!]

얼음 마녀가 다시 마법을 구현했다. 그러자 녀석의 머리 위로 공기 가 쩌저적 얼어붙더니 10개의 거대

한 얼음 기둥이 구현되었다.

기둥 하나하나에 어마어마한 마력 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곤 이서준에게 외 쳤다.

“시간 좀 벌어봐!”

“……알았어!”

그 말을 끝으로 마력을 집중해 환 술 마법진이 그려진 바닥에 손을 짚 었다.

이서준은 내 행동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세를 잡았다. 강한 빛 의 마력이 그의 검에 압축되듯 모이 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무겁게 떨어지 는 얼음 기둥.

발도 자세를 취한 이서준은, 검 끝 에 마력을 집중하더니 이내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파아악——

가공할만한 돌풍이 터져 나오며 반 달 형태를 가진 빛의 마력파가 얼음

기둥을 향해 쏘아졌다.

마력파는 부딪히는 기둥들을 반으 로 절단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힘 을..…?]

얼음 마녀가 당황했다. 나 역시 이서준의 공격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안 그래도 원작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데 몇 주 사이에 또 성장했다.

진짜 괴물이네.

……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이용해 빠르 게 환술 술식을 해제했다.

술식 자체는 간단했기에 3초도 걸 리지 않아 완벽하게 마법진을 풀어 낼 수 있었다.

“으읏?”

“어? 뭐야?”

의식을 되찾은 일행들이 멍한 얼굴 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정신 차려.”

내 말에 일행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마녀를 보더니 다시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마녀는 황당해하는 얼굴로 나를 바 라보았다.

[……괴물이 하나 더 있었군.]

이것으로 얼음 마녀의 가장 큰 위 협이라 할 수 있는 환술은 넘겼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구체를 압축 했다.

승기는 우리에게 넘어왔다.

[크어 억…….]

강렬한 빛의 마력을 머금은 소백천 이 얼음 마녀의 심장을 찔렀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녀석의 몸이 깨진 유리처 럼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우웅!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녀석의 형체 가 기괴한 형태로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 번 공간이 일그러 지더니 녀석은 작은 점으로 압축되 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둣 세계가 고요 해졌다.

우우웅……

그리고 점차 강해지는 마력의 기 운.

동시에 조그맣던 점에서 엄청난 폭 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앙一!

[‘얼음 마녀 레이나’가 쓰러졌습니다.]

[사계의 탑 19층 6 스테이지, ‘영 원한 겨울의 결말’이 공략되었습니다.]

[얼음 마녀의 저주가 사라지고 이 땅의 영원한 겨울이 끝이 납니다.]

얼음 마녀와 있었던 약 20분가량 의 전투가 끝이 났다.

점의 폭발과 함께 주변의 마력이 일대를 휩쓸 듯 지나갔다.

동시에 구름에 감춰졌던 따뜻한 햇 볕이 드러나고, 세계를 가득 채웠던 새하얀 눈은 마력과 함께 증발하듯 사라졌다.

솨아아아.

새하얗던 풍경이 점차 녹색으로 물 들기 시작했다.

넓은 초원. 그리고 그사이에 피어 오르는 형형색색의 꽃.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온 것이다.

[축하합니다! 사계의 탑 19충 공략 에 성공하셨습니다!]

[‘사계의 탑 18, 19층 공략’ 업적 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드디어 끝난 건가?”

“그런 거 같아요.”

모두가 멍하니 봄으로 변하는 풍경

을 바라보았다.

비록 현실이 아닌 탑의 세계였지 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것을 보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들 고생했어.”

“선배님들도 고생하셨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격려의 인사를 나 누었다.

“선우야 수고했어.”

이서준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나 는 피식 웃었다.

“너도 수고했어.”

“마지막에 고생 좀 했는데 나름 괜

찮은 휴가였네. 이런 것도 다 추억 이지.”

그 말에 최서윤이 끼어들었다.

“네, 저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나도.”

윤하영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때 신영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 했다.

“흐음. 근데 탑 공략 보상은 안 주 나……?”

그때 였다.

짝짝짝!

뒤에서 박수가 들려왔다.

[와아!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검정?”

겨울에 입장한 뒤 사라졌던 검정이 눈을 반달처럼 뜨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았지만 다들 반가워하 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야. 너 어디 있다가 또 이제

[죄송합니다~ 아까도 말했듯 저도 일이 있어서요〜]

검정이 빙글빙글 우리의 주변을 돌 았다. 신영준은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

“그래서 최종 보상은 언제 줄 건 데‘?”

[아, 그게. 제 본체가 여러분의 활 약에 감동해서 직접 만나서 드리고

싶다고 하네요〜 괜찮으시죠?]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