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4화 (303/535)

304화

첫 스테이지, ‘숨바꼭질’ 공략에 성 공한 뒤 우리는 검은 에너지, ‘검정’ 의 안내에 따라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검정은 40분 넘게 탑의 규 칙에 대해 떠드는 중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탑 안에는 공짜 란 없습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는 탑의 화폐인 ‘결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여러분들이 조금만 노력해주

신다면 결정은 쉽게 모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에휴. 이거 관광웅 탑 맞아? 다른 사람들은 편안하게 놀기만 했 다던데. 우리는 뭐 이리 일을 시켜 대냐.”

신영준의 투덜거림에 검정이 킥킥 웃었다.

[관광용 탑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멋대로 부르는 거 아닌가요?]

할 말이 없는지 신영준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저희의 변심이 조금 섞인 것 도 있습니다. 다른 탑의 출입자들에 게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제공해준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검정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여러분은 흔한 출입자가 아니니 변심 좀 부려봤습니다. 일종의 고객 맞춤 서비스랄까요? 킥킥.]

[귀찮으실 수도 있지만, 인간의 표 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레크리에이션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생한 만큼 더 큰 보상이 있다고요〜]

“……선우야. 저거 믿어도 괜찮을 까‘?”

그렇게 검정의 말을 들으며 길을 걷고 있는데 윤하영이 내게 속삭이 둣 물었다.

“일단 믿어봐야지. 다른 방법도 없 잖아.”

“그래도 뭔가 수상하잖아. 생긴 것 도 기괴하고. 으……

[거기 다 들립니다! 외모 비하하지 마세요!]

검정이 윤하영을 돌아보며 버럭 소 리를 질렀다. 윤하영은 꿀 먹은 병 아리가 되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 미안.”

그때 내 앞에서 길을 걷던 이서준

이 물었다.

“그래서 이 결정 조각이 탑의 화폐 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나는 손에 쥔 결정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첫 스테이지 공략에 성공하며 받은 15개의 결정 조각.

이 결정 조각은 사계의 탑에서 화 폐로 사용된다.

상점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그 외 특별한 아이템을 구매 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매한 아이템을 현실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결정을 많이 모아야겠네.”

“그러게.”

결정을 모으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테이지 공략에 성공하면 된다.

즉 사계의 탑을 진행하다 보면 알 아서 결정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때 검정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우리도 그를 따라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음 스테이지에 도착했습니다!]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작은 포탈이 생성되었다.

우리는 빤히 포탈을 바라보았다.

“다음 스테이지는 좀 쉴 공간 좀 나왔으면 좋겠네.”

“일단 들어가자.”

우리는 포탈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우우웅!

번쩍!

동시에 뒤바뀌는 공간.

주변을 둘러보니 붉은 눈의 늑대 무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근육질로 된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숫자도 엄청나게 많다. 400 마리는 되지 않을까?

“어? 이건 뭐야?!”

“몬스터?”

[사계의 탑 18층 2 스테이지, ‘봄 의 격동’에 입장했습니다.]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하세요!]

탑의 의지가 들리자마자 우리는 서 둘러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바로 그때.

쿵! 쿵!

땅을 울리는 거대한 발소리가 들려 왔다. 우리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그것은 점차 모습을 드러냈 다.

[‘끝나지 않는 봄의 마수’를 마주했 습니다!]

“......미친.”

욕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마치 산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늑 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느껴지는 마력만 봐도 보통 강한 녀석이 아니다.

아마 못해도 S등급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니, 레크리에이션이라고 생각하

라며?”

이서준이 검정을 돌아보며 원망 섞 인 목소리로 말하자 녀석이 이를 보 이며 웃었다.

[킥킥킥킥…….]

“전투 준비해|”

나는 서둘러 마력을 끌어올리며 크 게 외쳤다.

동시에 모두가 나를 따라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늑대 무리는 마력을 감지한 둣 우

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어어엉!

“하아앗!”

이서준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섰 다. 그를 따라서 신영준도 함께 달 려 나갔다.

강화계인 둘이 앞에서 늑대의 접근 을 막는 人}이, 뒤에 남은 발현계 마법사들이 뒤에서 마법을 구현했다.

화르륵!

동시에 늑대 무리를 향해 떨어지는

유아라의 화염 구체.

콰아아앙!

지상에 거대한 폭발이 일며 수십 마리의 늑대가 그대로 휩쓸려 나갔 다.

무리의 늑대 자체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기에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대 늑대였다.

덩치도 산만한 주제에 움직임도 빠 르고, 강한 마력 강기로 보호되어 있어 가죽을 뚫기가 힘들었다.

그때 외부자의 혜택을 통해 거대 늑대의 약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를 공격해!”

“이마?”

“이마에 작은 마석이 박혀 있어.”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늑대의 이 마를 향했다.

“어? 진짜네?”

“……근데 저 작은 마석을 무슨 수 로 맞춰?”

그때 신영준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공격해볼게!”

신영준의 손과 창끝에 엄청난 마력 이 휘몰아치며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필살기 중 하나인 ‘투창’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흐라아아압一!”

기합과 함께 팔과 어깨를 크게 휘 두르며 던져지는 창.

동시에 레이저처럼 일자의 빛이 거 대 늑대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쏘아 졌다.

하지만.

—컹!

늑대의 빠른 움직임 때문에 창은 늑대의 이마 대신 뱃가죽에 적중했다.

창에 강한 마력이 담겨 있기에 녀 석의 강기를 뚫고 피해를 입히는 건 성공했다.

하지만 덩치의 차이 때문일까? 대 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사람의 팔뚝에 샤프심을 찌른 격이라고 해야 하나.

늑대가 여전히 빠른 움직임으로 날 뛰자 신영준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꿈쩍도 안 하는데?”

“비켜봐. 내가 처리할게.”

모두가 당황해하는 사이, 나는 은

은한 금빛을 머금은 마력 구체를 완 성했다. 신영준은 내 마력 구체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금빛 마력?”

나는 ‘필중’을 발동했다.

[사용 효과 ‘필중’을 사용합니다.]

[5초간 살아 있는 대상의 움직임을 예측할 확률이 대폭 상숭하고, 명중 률 또한 대폭 상승합니다.]

나는 손을 뻗으며 늑대의 이마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필중의 효과가 녀석의 움직 임을 계산했다.

‘지금이다!’

파아앙——

마법 구체가 허공을 향해 폭발하듯 쏘아졌다.

내 몸이 크게 밀려나며 주변의 늑 대 무리 역시 마력의 소용돌이에 휩 쓸렸다.

하지만 구체가 쏘아진 방향은 늑대 와는 거리가 먼 완전한 허공이었다.

“선우야, 지금 어디다 쏜……”

그때 한참 전투에 정신 팔려있던

늑대가 내 마력을 무의식으로 감지 했는지 옆을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 작했다.

늑대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른 채 금빛의 마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콰아앙——

마법 구체가 늑대의 마석을 정확히 꿰뚫었다.

내 예측 샷에 녀석이 스스로 머리 를 들이민 것이다.

—커어 엉!

동시에 머리가 크게 꺾이는 거대 늑대.

이내, 쿠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바닥에 쓰러졌다.

[‘신들린 예측 샷’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정밀 사격’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그리고.

“……어? 어어? 뭐야?! 대박!”

모두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사계의 탑 18층 2 스테이지, ‘봄 의 격동’을 공략했습니다!]

[보상으로 결정 조각 20개가 주어 집니다!]

[스테이지 MVP는 ‘끝나지 않은 봄의 마수’를 마무리한 김선우입니 다!]

[김선우에게는 10개의 결정 조각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힘겨웠던 늑대 무리와의 전투가 끝 나고, 우리는 바닥에 드러누워 휴식 하고 있었다.

“후우! 다들 수고했어.”

“선배님들도 수고하셨어요.”

각자 인사를 나누던 그때, 이서준 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선우야. 아까 늑대 이마에 정확히 마법 맞춘 거 그거 노린 거 야?”

“어, 예측 샷이지.”

“와…… 아무리 예측이라고 해도 저 작은 걸 어떻게 정확히 맞추지?”

사실 나도 신기하기는 하다.

예측 샷이란 단순히 상대방의 움직 임과 위치, 마법의 속도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말은 즉 필중의 가호가 상대의

심리까지 계산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성 있는 고둥급 마법사 상

대로는 먹힐 것 같지는 않지만.

“아오. 그나저나 휴가 왔더니 이게

웬 고생이야……

신영준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힘들어서 움직일 수가 없

네……

그때 였다.

꼬르륵.

어디선가 허기진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선명하게 들려와서 나도 모르

게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는데 최 서윤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나는 작게 웃으며 물었다.

“배고파?”

“……네에, 조금?’

그러고 보니 탑에 입장하고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네.

나도 슬슬 배고픈데.

“야, 검정. 밥은 언제 주냐?”

[지금입니다!]

“응?”

그 순간 우리가 누워있던 바닥에 동그란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리고 마법진에서 뿜어지는 빛이 우리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번쩍!

다시 한번 공간이 바뀌었다.

노을이 지는 어두운 밤.

촤아아악!

찰랑이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서 있는 바닥에는 모래로 덮 여 있었다.

우리는 하나둘씩 자리에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다?”

해안가였다. 어두운 풍경에 저녁노 을이 반사되어 아름다운 광경을 자 아내고 있었다.

[사계의 탑 18층 3 스테이지, ‘여 름의 밤’에 입장했습니다.]

[이번 스테이지는 휴식 공간입니 다! 안심하고 즐기세요!]

“와. 풍경 이쁘다.”

“저기 마을도 있는데?"

“어? 진짜네?”

해안가의 뒤편에 길게 늘어선 작은 건물들이 보였다.

마치 판타지 영화 속에 나올 법한 분위기다.

“빨리 가보자!”

윤하영이 신난 발걸음으로 앞장섰 다.

그렇게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섰 다.

입구에는 [고블린 마을]이라고 적 혀 있었다.

“……고블린 마을?”

“뭔가 싸한데? 고블린이면 몬스터 아니야? 야! 검정!”

신영준의 외침에도 대답이 들려오 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검정의 모습이 보 이지 않는다.

아까만 해도 계속 우리 곁을 따라 다녔는데.

“……얘 어디 갔어?”

“그러게? 화장실이라도 갔나?”

“검정이 무슨 화장실이야.”

신영준의 말에 유아라가 눈을 가늘 게 뜨며 반응했다.

“에휴, 농담이지. 쯧쯧. 아, 몰라! 식당이나 찾자.”

그렇게 우리는 검정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마을 안에는 고블린들이 바쁘게 살 아가고 있었다.

몬스터임에도 녀석들은 우리를 보 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이 왔다며 환영하는 분 위기였다.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 소리도 들려 왔기에 마치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들 었다.

“이래서 관광용 탑이라 하는구나.”

“저기 숙소도 있네. 이따 저기서 자면 되겠다.”

각자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가리키며 말하던 그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 가 풍겨왔다.

“……어? 고기 냄새?”

냄새를 따라 이동하자 [고블린 식 당]이라고 적힌 곳을 발견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식당 안으로 들 어갔다.

“케륵, 안녕하십니까? 고블린 식당 입니다. 케륵! 예약 손님 맞으시

죠?”

“예약 손님? 아닌데요?”

최서윤이 말했다.

“검정이 인간 단체 손님이 올 거라 고 얘기했습니다만, 케륵!”

“……검정이 예약한 거면 우리 맞 는 거 같은데?”

“우리 맞는 거 같아요.”

윤하영의 말에 고블린이 고개를 끄 덕였다.

“케륵, 케륵, 따라오시죠.”

우리는 고블린을 따라 식당의 뒷마 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바 다를 배경으로 바베큐와 갖은 음식 이 준비되어 있었다.

동시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뭐야 이거! 맛있겠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베큐 로 달려가려는 그때, 고블린이 빠르 게 우리의 앞을 막았다.

“선불이다. 한 명당 결정 조각 3 개. 케륵.”

그 말에 모두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난 또 검정이 내준 줄.”

우리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결정 조각을 꺼냈다.

즐거웠던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휴 식다운 휴식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 숙소를 잡은 뒤 둘로 나뉘어서 고블린 마을을 구경했다.

나와 최서윤 이서준이 한팀. 그리 고 남은 애들이 한팀이 되었다.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고블린 장인 잡화 점]에 들어갔다.

안에는 수많은 도구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두 개 를 골랐다.

[고블린 특제 압축 위장 텐트(C)] 설명 : 고블린 장인이 만든 압축

텐트.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상으로

변형되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사용 효과]

►압축, 해제

마력을 주입해 텐트를 동전 크기로 압축합니다.

마력올 주입해 압축한 텐트를 원래 크기로 바꿉니다.

[고블린 램프(B)]

설명 : 자연의 마력을 끌어모아 주 변을 환하게 밝힙니다.

[지속 효과]

►장인의 기술

램프에 불이 들어올 시, 아래 효과 가 발동합니다.

C등급 이하 몬스터를 쫓아냅니다.

마나 회복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고블린 텐트와 램프.

꽤 편리해 보여서 구매했다.

구매 비용은 두 개 합쳐 결정 조 각 10개가 들었지만 남은 결정이 32개나 있으니 과소비는 아니다.

“뭐 샀어‘?”

따라서 쇼핑한 듯 손에 무언가를 가득 쥔 이서준이 물었다.

“텐트랑 램프. 너는?”

“난 오일. 싸게 대용량으로 팔더라 고.”

오일이라면 아마 고블린 오일을 말 하는 걸 거다.

무기에 바르면 짧은 시간 검의 날 카로움이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 다.

“잘 샀네. 얼마냐?”

“결정 조각 5개.”

“오. 싸네?”

그렇게 각자 구매한 것을 자랑하며 잡화점에서 나왔다.

나는 멍하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말했다.

“슬슬 피곤한데 숙소로 돌아갈까?”

“선배님, 저기 가봐요.”

그때 최서윤이 내 팔을 잡고는 어 딘가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고블린 점술]

“에이, 무슨 점술이야.”

“한번 해봐요. 놀러 왔으면 이런 것도 해봐야죠.”

“……난 저런 거 안 믿는데.”

어릴 적부터 의심이 많아서 미신은 절대 안 믿는다.

내 미래는 내가 개척하는 거니까.

예언의 신비라면 또 모를까.

“에이, 뭐 어때요. 그냥 재미로 하 는 거죠. 네? 네?”

최서윤의 앙탈에 나도 괜히 마음이 약해졌다.

“……홈홈. 그럼 결정 조각 3개 이 상 달라고 하면 안 한다?”

“헤헤. 넵!”

이서준은 우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쓰게 웃었다.

“그럼 가보자.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띠링.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두운 분위기 속, 모자를 쓴 채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고블린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천으로 눈이 가려져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서 오세요.”

고블린의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이 들려왔다. 그 순간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신비의 기운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 나?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다.

최서윤이 자리에 앉기 전에 내가 먼저 물었다.

“ 얼마에요?”

“……조각 2개가 좋겠군요.”

……뭐야. 3개면 돌아가려 했는데 딱 2개를 부르네.

우연이겠지?

어쩔 수 없이 테이블 앞에 앉아 결정 조각을 내밀었다.

조각을 받은 고블린이 카드를 꺼내 더니 섞기 시작했다.

“제 점은 무조건 신뢰하시진 말고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이건 예언의 신비처럼 정확한 게 아니니까요.”

“어차피 재미로 하려는 거라서요.”

이서준의 대답에 고블린이 카드 섞 던 손을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카드가 효력이 없는 건 또 아닙니다. 예언 의 신비와 달리 이 카드는 인과율의 흐름을 읽으니까요.”

그 말에 잠시 홈칫 놀랐다.

인과율의 흐름을 읽는다고?

“……인과율이 뭐지?”

내 옆에 앉은 최서윤과 이서준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쉽게 이해시켜드리자면 예언의 신 비는 미래를 직접 확인시켜주지만, 이 카드는 높은 확률의 미래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세계의 법칙에서도 자유롭죠.”

그때 고블린의 고개가 살짝 내 쪽 을 향했다.

“그런 의미로 예언의 신비보다 이

쪽이 당신에게는 더 효과가 좋을지 도 모르겠네요.”

그 말을 듣자 이곳이 보통 점집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고블린은 세계의 법칙에 대 해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무슨 의미예요?”

최서윤이 묻자 고블린이 고개를 저 었다.

“굳이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튼 이 카드는 하나의 높은 가능 성을 보여준다는 점. 그것만 알아주 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블린은 다시 카드를 섞기 시작했

다.

“그럼 어느 분부터 시작하겠습니 까?”

“음, 선배님부터 하실래요?”

최서윤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부터 할게요.”

그러자 고블린이 카드 넓게 펼치더 니 내게 말했다.

“어느 시점의 미래가 궁금합니까?”

“5, 6개월 뒤요.”

이때는 내가 마법사관학교를 졸업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했을 때, 이 때가 가장 궁금하기는 하다.

“한 장 뽑으시죠.”

나는 조심스레 카드 한 장을 뽑았 다.

“카드를 뽑으셨으면 제게 보이도록 뒤집으시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럽 게 카드를 뒤집었다.

“......어?”

카드를 확인한 최서윤이 순간 당황 한 표정을 지었다.

카드에는 해골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Death]라는 글 귀가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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