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화
모두가 앞으로 달려가자 나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앞으로 달렸다.
상황이 예상과 달라졌든, 팀원의 안전을 위해서는 함께 따라야 할 의 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3의 눈을 이용해 건물 내부를 계속해서 살피는 것은 잊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번 작전의 목표는 그 들의 보스인 곽현도의 생포니까.
—협회다! 전투 준비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
그때 제3의 눈을 통해 건물 내부 에서 마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녀석들이 우리의 침입을 눈치챈 모양이다.
쳇.
곽현도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흐읍!”
그사이 가까운 어딘가에서 짧은 외침이 들려왔다.
김덕현이 선두로 나서더니 입구를 지키던 마인을 향해 창을 휘두른 것이다.
동시에 강렬한 반월 모양의 파동이 퍼지며 경계 중인 마인들의 몸을 휩 쓸었다.
—끄아악!
8명의 마인이 검은 피를 뿌리며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단순히 창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저 멀리의 적을 휩쓸어 버리다니.
웬만한 마력과 힘이 아니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이서준이 튀어나왔다.
그러곤 지지 않겠다는 듯 화려한 몸놀림으로 마인들을 하나하나 베어 나갔다.
“이서준! 입구 봉쇄하고 2조는 밖 에서 대기해!”
김덕현의 외침에 이서준은 입구를 막아 세웠다.
그리고 2조에 속하는 나와 유아라.
그리고 정현수를 포함한 몇몇 요원 이 밖에서 대기했다.
상황은 특무팀의 계획대로 잘 홀러 가고 있다.
이번 작전의 최중요 인물인 곽현도 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만 빼면.
—저기다!
—공격해!
그때 옆 건물에서 다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20명의 마인이 이쪽으 로 뛰어들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하니 하나 하나가 B와 A등급을 오가는 고등급 의 마인들이었다.
“죽어라!”
선두에 선 마인의 몸에 검은 기운 이 피어올랐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내 코앞에 검은 기운이 뭉쳐지며 모습 을 드러냈다.
나는 침착하게 뒤로 물러서며 마법 구체를 방출했다.
하지만 녀석은 검은 기운으로 공격 을 막아내더니 마기를 담은 단검을 내게 휘둘렀다.
후웅!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해내었다.
그리고 다리에 마력을 집중해 녀석 의 배를 걷어찼다.
퍼억!
“크윽!”
마인의 몸이 그대로 뒤로 밀려났 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구체를 새롭게 구현해서 속사했다.
파앙!
구체는 새하얀 잔상올 남기며 빠르 게 녀석의 이마를 꿰뚫었다.
동시에 검은 빛의 피가 바닥을 적 시더니 녀석은 바닥에 쓰러졌다.
“오……
머리로 노리고 쏜 것은 맞지만 이 마 정중앙에 이토록 깔끔하게 맞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필중의 가호가 주는 버프 덕분인가?
“제법인데?”
내 활약을 지켜본 요원들이 나를
보며 한마디씩 건넸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둣 고개를 끄 덕이며 남은 마인들을 둘러보았다.
남은 숫자는 총 열아홉.
특무팀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녀석 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보던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보통 특무팀이 쳐들어오면 도망치 는 게 정상적인 흐름이 아닌가……?
저들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지키 기 위해 시간을 끄려는 것처럼 보였다.
“공격해!”
하지만 그런 고민도 특무팀과 마인 의 격돌로 인해 이어갈 수 없게 되 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싸움이 진행되던 중, 나는 잠시 전투에서 물러나 다 시 제3의 눈을 움직였다.
녀석들이 시간을 끄려는 원인을 알 아보기 위해서였다.
제3의 눈은 천장 위로 을라 하늘 에 도달했다. 그러자 끝없이 펼쳐진 넓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필중의 가호 효과로 지상의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보였기에 순간 강
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제3의 눈이 주는 방대한 정보량에 내 두뇌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선 주변 일대를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그렇게 지상을 넓게 살펴보던 그 때.
‘......저건?’
뒷산을 향해 달려가는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전 설명 때 홀로그램으로 보았던 얼굴이었다.
제3의 눈을 통해 인물 간파를 사
용하자 ‘곽현’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다.
이번 작전의 목표인 ‘곽현도’의 본 명이었다. 하지만 나와 녀석의 거리 는 으} 400m.
쫓기에는 이미 늦었다.
“……쳇.”
결국 그 방법밖에 없나.
“유아라!”
내 외침에 한참 전투에 집중하던 유아라가 나를 돌아보았다.
“잠깐 나 좀 지켜줘.”
“......뭐?”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마력을 끌어 모아 압축했다.
유아라는 의문에 찬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려는......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앞에 섰다.
그사이 내 손 위에는 제법 강한 마력이 담긴 구체가 완성되어 있었다.
보는 시선이 많아 빛 속성을 구현 할 수 없었기에 확실한 한방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마력을 압축했다.
그때, 단검을 쥔 한 마인이 나를 발견하고는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구체 구현에 집중하다 보니 피할 여력이 없었다.
“죽어!”
그렇게 검은 마기로 둘러싸인 녀석 이 나에게 다가오려는 순간.
뜨거운 열기와 함께 붉게 타오르는 화염의 구체가 마인의 몸을 그대로 강타했다.
콰아아앙!
“끄아악!”
마인은 그대로 폭발하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유아라의 마법이었다.
“……후.”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제 3의 눈으로 보»는 ‘곽현도’를 보았 다.
그리고 그의 방향으로 손을 뻳었다.
녀석의 위치는 뒷산. 지금 이곳에서도 녀석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
다.
400M의 거리.
마기까지 사용하며 움직이는 적을 맞춘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다.
……하지만.
[사용 효과 ‘필중’을 사용합니다.]
[5초간 살아있는 대상의 움직임을 예측할 확률이 대폭 상승하고, 명중 률 또한 대폭 상승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얻은 특성의 사용
효과, ‘필중’이 있다.
설명에 적혀 있듯 필중의 효과는 움직임의 예측과 명중률의 대폭 상 승.
그 덕분에 컴퓨터처럼 녀석이 어디 로 움직일 것인지 계산이 되기 시작 했다.
[잠재 개성, ‘과몰입’이 발동합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 에 과몰입이 발동되었다.
동시에 제3의 눈으로 보이는 시야 가 두통 없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몰입의 효과로 지금 이 상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나는 살짝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지금이라면 이 거리에서 녀석을 맞 출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우우웅…….
그렇게 손 위로 구현된 마력이 은 은한 금빛으로 물들려는 그 순간.
나는 마법을 방출했다.
파아아아앙——
마법이 방출됨과 동시에 거대한 파 동이 주변 일대를 크게 휩쓸었다.
내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나고 주변 의 마인들 또한 마력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바닥을 굴렀다.
특무팀도 잠시 전투를 멈추고는 멍 하니 내가 쏘아 낸 구체를 바라보았 다.
구체는 금빛의 아름다운 잔상을 남 기며 눈 깜짝할 사이에 뒷산을 향해
쏘아졌다.
제3의 눈으로 보이는 곽현도는 갑 작스레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에 당 황한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찰나의 순간.
쏘아지는 금빛의 구체에 녀석이 눈 을 찌푸렸다.
뒤늦게 검은 마기로 장막을 구현하 려 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었다.
—이런, 씹…….
곽현도의 몸은 그대로 금빛의 구체 와 충돌했다.
콰아아앙——
뒷산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먼지와 뒤섞인 거대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시간이 지나자 점차 연 기는 사라졌다.
잠시 뒤, 제3의 눈을 통해 하체만 남은 끔찍한 모습의 곽현도가 보였다. 임무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안도 의 한숨이 나왔다.
“ 후우......
[A급 빌런, ‘곽현’을 암살했습니다.]
[인과율이 0.8 상승합니다.]
[‘고압축 장거리 암살’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6% 상승합니다.]
멍하니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 다가 통신 마도구에 마력을 주입했
다.
“곽현도 암살했습니다.”
김선우의 활약으로 곽현도가 죽으 면서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마인들은 체포되었고 계획과 달리 곽현도를 사살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금고 열쇠를 얻어냈기에 임무 는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이야. 소문으로 들었지만 진짜 대 단하네. 실습생 맞아?”
“그보다 저 먼 거리를 어떻게 맞춘 거지? 웬만한 저격 특화 마법사급인 데.”
“난 저 멀리서 도망치는 걸 찾아낸 게 더 대단한 거 같은데?”
실패로 끝날뻔했던 작전이 김선우 의 활약으로 성공하자 요원들은 그 에게 한마디씩 던졌다.
김덕현 역시 김선우를 흘겨보며 깊 은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수고했 다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김선우, 수고했다. 이번에도 네 활 약으로 임무에 성공했다.”
김덕현의 말에 김선우는 고개를 저
었다.
“아닙니다.”
“놀랍긴 하군. 지금까지 실습생 중 너만큼 활약한 녀석은 없었는데.”
빈말이 아니었다.
특무팀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괴물 이 입사했다.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S등급 마법사의 대부분이 한 번씩은 몸을 담궜 던 조직이 바로 특무팀이었으니까.
하지만 김선우는 그들과는 조금 달 랐다.
S등급이 되었던 괴물들에게도 어설
픈 시절은 존재했다. 그러나 김선우 에게서는 그러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성숙하고 냉정한 판단력을 가진 것 은 물론이고, 마법을 다재다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보여줬다.
그것이 전투든, 술식 분야든…….
누가 봐도 김선우는 신인이 아닌 베테랑 마법사의 모습이었다.
“이 관계가 유지됐으면 좋겠군.”
“네?”
김덕현의 의미심장한 중얼거림에 김선우가 의문을 표했다.
김덕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고생했으니 들 어가 봐라.”
“……예.”
김선우는 그 말을 끝으로 이서준과 유아라에게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덕현은 손 에 쥔 금고의 열쇠, 붉은빛 크리스 탈을 매만졌다.
“상황이 급격하게 흘러가는군.”
마인 기업, 태상금융이 숨긴 금고 의 열쇠를 얻어내었다.
그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든 간에
세상에 큰 파장을 일으킬 내용이 담 겨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마인, 정태혁 의 암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김덕현은 그 누구도 예상하 지 못하는 암살자의 정체를 남몰래 확신하고 있었다.
“……김선우.”
김덕현은 이서준과 대화를 나누는 김선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 다.
그때 정현수가 그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도 김선우가 활약했네요. 정말 재능 하나는 말이 안 되지 않
아요?”
“그래,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놀래 키기는 하네.”
“장점이 워낙 많은 친구라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것만 없으면 앞으로 특 무팀에 큰 도움이 될 거 같기는 해 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 모든 걸 의미 없게 만드는 큰 단점도 있 지.”
“단점이요?”
정현수가 의문을 표했다.
김선우에게 단점이라고 할 만한 요 소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선우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 특무팀이 품기에는 그릇이 너무 커.”
정현수는 곧바로 그의 말을 이해했다.
아무리 능력 있는 부하가 들어온다 한들 통제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 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무팀에는 이것과 비슷한 사례를 이미 한번 경험했고 그것이 만들어낸 끔찍한 결과를 이미 경험 한 적이 있었다.
바로 역대 최악의 마법사라 불리는 진천우가 그 예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선우와의 관계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상관은 없겠지. 하지만……
김덕현은 뒤로 이어질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고는 착잡한 눈으로 김선우의 뒷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 특무팀을 승리로 이끌었 던 그의 예리한 촉이, 그리 머지않 은 미래에 김선우와 특무팀의 관계 가 좋지 않게 끝날 것 같다는 예감 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무팀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아파 트로 돌아왔다.
곧바로 아파트 입장용(?) 김진우의 분장을 풀어내고는 힘없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거실 중앙에는 그레텔이 대자로 누 워 잠을 자고 있었다. 깊게 잠들었 는지 드르렁 코까지 골고 있다.
혹시 나 때문에 깨지 않을까 조심 스레 소파에 누웠다.
“......후우.”
여러 일을 겪어서 그런지 피로감이
느껴졌다.
하마터면 곽현도를 놓치며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새로 얻은 [필중]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마인 에피소드의 결말까 지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나저나 기대 이상으로 좋단 말 이지.”
나는 필중의 가호를 다시 확인해보 았다.
[필중의 가호(B)] [등급 : 1(23%)]
필중의 가호.
오늘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사용 효과의 지속시간이 5초로 짧 은 게 흠이었지만 공짜로 얻은 특성 이나 다름없었기에 단점처럼 느껴지 지는 않았다.
거기다 금빛 마나를 사용해서 그런 지 숙련도가 23%나 상승했다.
한번 사용하고 얻은 숙련도라 생각 하면 상당히 많이 오른 것이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 돼서 2등급에
오를지도 모르겠네.
남은 시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외부자의 혜택으로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동시에 80개가 넘는 밀린 메시지 들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김선우 님! 탑 공략 전문 QA 길드입니다! 다름 아니라 저희 길드에서 김선우 님과 함 께……]
졸업이 가까워지자 온갖 길드에서 나를 스카웃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
내고 있다.
다른 길드에 소속될 생각은 없었기 에 전부 무시했다.
그렇게 쭉 메시지를 둘러보는데 어 떤 메시지 하나가 내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김선우 님. 오라클의 마법사회부 기자 윤선지입니다.]
“오라클 기자?”
오라클이라면 마법과 관련된 내용 을 다루는 초대형 언론사의 이름이 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은 자주 있었던 일이었기에 별생각은 안 들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피던 나는 당 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당신과 김진우 마법사의 관 계를 알고 있습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