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화
'한대현 한성그룹 회장이 오늘 오 전 한성 의료원에서 별세했습니다. 한대현 회장은 26년간 한성그룹을 이끌며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 켰고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에도 많 은 기여를 했습니다.」
김진철 회장의 저택 거실에서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서준은 굳은 얼굴로 검은 정장
넥타이를 조여 매고 있었다.
「한대현 회장의 빈소는 한성 의료 원 옆에 마련된 한성 장례식장에 차 려졌습니다. 현재 빈소는 일반 조문 객의 입장을 통제한 채, 허가받은 사람만이 출입하고 있습니다.」
“준비 다 했나?”
“네, 할아버지.”
김진철은 이서준을 물끄러미 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은 저택 밖으로 나와 준비된
검은 색 고급 차량에 탑승했다.
둘을 태운 차는 곧바로 한대현 회 장의 빈소가 차려진 한성 의료원을 향했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20 분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내려라.”
김진철이 문을 벌컥 열고는 차에서 내렸다.
이서준도 그를 따라 함께 내렸다. 동시에 수많은 셔터가 번쩍였다. 빈 소에 몰려온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김진철 회장이다!”
“옆에는 이서준이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김진 철은 굳은 얼굴을 유지한 채 장례식 장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많은 조문객의 모 습이 보였다.
언론을 통해 많이 보아온 얼굴들.
각계의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협회에서 보았던 얼굴도 몇 있었다. 그들은 김진철을 발견하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여기 온 사람들을 잘 봐둬라.”
김진철이 조용히 말했다.
“여기 모두가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각계의 큰손들이다. 졸업 후 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계속 마주치게 될 사람들이지.”
이서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 변 사람들을 살폈다.
“무작정 얼굴만 봐두지 말고 저 사 람은 어떤 사람일까 관찰을 해.”
“그 정도는 이해했죠.”
“말은 잘하네…… 귓등으로 듣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
김진철이 굳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해. 그리 고 쉽게 믿음을 주지 마. 아마 이곳 에도 정체를 숨긴 테러리스트와 마인이 섞여 있을 거다. 내가 이 자리 까지 올라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바 로 남에게 너무 쉽게 믿음을 준 것이다.”
이서준은 본능적으로 김진철이 말 하는 것이 그의 제자인 진천우를 뜻 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말하는 건 이곳 한성가도 포 함이야. 그 집안 놈들은 오래전부터
뒤에서 몰래 신비를 수집해오는 둥, 여러 수작질을 벌인 음흉한 녀석들 이다. 테러리스트나 마인보다 더하 면 더하지 절대 못한 녀석들이 아니 야.”
“네. 명심할게요.”
그때 였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김진철의 앞에 한 남성이 다가왔다.
한성가의 장남, 한세진이었다.
한세진은 옆의 이서준을 발견하고 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서준 학생도 함께 왔군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는데 당연히 데려와야지. 그래, 한대현 회 장은 잘 떠났나?”
“네, 아마 잘 가셨을 겁니다.”
“그렇군.”
그 말을 끝으로 김진철은 분향실 안으로 들어갔다.
꽃으로 장식된 영정을 바라보며 예 를 갖추던 김진철이 주변을 둘러보 았다.
“근데 동생은 어디 있나?”
“세연이는 잠깐 나갔습니다. 바로
불러오겠습니다.”
“아니, 괜찮네.”
그때 뒤늦게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한세연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눈물이라도 홀렸는지 눈 밑이 퀭했다. 그 뒤에는 한 남성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이서준은 그의 얼굴을 보 자 홈칫 놀랐다.
‘……김선우?’
아니, 다시 보니 김선우가 아니다.
김진우다.
“……김진우.”
언제봐도 참 닮았다. 아니, 똑같이 생겼다.
키도 체형도. 모든 게.
그리고 이서준은 자연스럽게 박람 회에서 보았던 모자를 쓴 남성을 떠 올렸다. 그 남성의 체형도 분명 저 것과 비슷했었지.
지금까지는 잘 피해왔다고 생각했 겠지만, 이서준은 김선우와 그들 사 이에 분명 자신이 모르는 관계가 있 을 거라 확신했다.
그때 우연히 김진우와 눈이 마주쳤 다.
김진우는 이서준을 빤히 바라보더
니 한세연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뒤 로 물러서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김진철이 성 큼성큼 그들에게 다가갔다.
“6년 만인가. 벌써 이렇게 컸구 나.”
“안녕하세요. 회장님.”
한세연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김 진철이 김진우에게 시선을 돌리자 김진우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자네는……
“처음 뵙겠습니다. 김진우입니다.”
“역시 김진우가 맞군. 협회에 가끔
자네 이야기가 들리길래 한번 보고 싶었네. 딱 보니까 왜 이야기가 들 리는 지 어렴풋이 알 것 같구만. 묘 한 분위기가 있어. 이건 마법을 연 구한 사람만이 알 수 있지. 흐흐.”
김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진철이 그에게 손을 내밀 었다.
김진우는 그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 았다.
“거참. 손이 떨어지겠어. 악수 안 받아 주나?”
김진철의 말에 생각에 잠기던 김진 우가 작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함부로 악수하 지 않는 주의라서요.”
“……뭐? 크허허. 듣던 대로 재밌 는 친구군. 눈치도 빠르고. 이런 적 은 처음인데. 으흐흐.”
그렇게 웃던 김진철이 말을 이었다.
“나는 이만 가보지. 조만간 다시 봅세.”
빈소를 떠나는 김진철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게 악수를 권하던 김진철.
손에 맞닿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해 주는 그의 특성, ‘마력 스 캔’으로 내 능력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다.
이전에 김선우의 신분으로 마력 스 캔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김진철의 악수를 받아줬다면 그대로 정체를 들켰을지도 모른다.
“진우 씨?”
그렇게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한세연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악수는 왜 안 받아 준 거예 요?”
“별 이유 없습니다. 뭔가 찝찝해서 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둣 어깨를 으쓱 이며 말했다.
한세연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세연과 대화를 나누던 그 때, 멀리서 한세진의 시선이 느껴졌다.
겉으로 보았을 때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빛이었지만 그 속에
는 경계의 감정이 숨겨져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한세연도 한세진의 시선을 느꼈는 지 내게 말했다.
“이만 가볼게요. 아! 그리고 진우 씨, 오늘…… 정말. 정말로 고마웠어 요.”
한세연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슬퍼하던 모습은 많이 지워 진 상태였기에 괜스레 안심이 되었다.
나는 아까 한세연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위로와 앞으
로 그녀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 한 이야기였다.
더 이상 그녀를 보호할 한대현은 없다. 그녀는 이제 한성가의 주인 자리를 두고 한세진과 정면으로 싸 워야 한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면 한대현의 숨겨진 유언장이 공개될 것이다.
그 이후부터 진정한 한성가 남매의 난이 시작된다.
그 결과로 원작의 주요 빌런, 마인 의 운명 역시 결정되겠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 세요.”
“네, 이따 연락드릴게요.”
한세연과 인사를 나누고는 장례식 장 밖으로 나왔다.
나를 향한 무수한 셔터를 무시하고 는 인도를 따라 뚜벅뚜벅 걸었다.
어느덧 인적 없는 골목에 들어설 수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모아 뒤를 향해 무속성 구체를 속사했다.
파앙!
내가 날린 마법 구체는 장막에 막 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형태도 그렇고 꽤 수준 높은 실력 자가 만든 장막이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놀라 진 않았다.
애초에 죽일 생각으로 방출한 마법 도 아니었으니까.
“숨어있지 말고 나와.”
내 말에 장막을 풀어낸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붉은 머리의 여성, 엘린이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물었다.
“왜 나를 미행한 거지?”
“……단순한 호기심?”
“호기심치고는 눈빛이 너무 살벌한 데?”
“내 눈빛이 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잖아.”
엘린의 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마치 아니라는 듯.
“……어, 아닌데? 원래 눈빛 이런
데?”
얘가 농담하는 성격은 아닌데, 진 심으로 내가 믿을거라고 생각해서 저러는 건가.
“됐고, 미행한 건 미안해. 그리고 정말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따라온 거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단순히 정보 수집을 위한 미행이었 다면 모르겠지만, 엘린에게서 ‘살기 감지’ 특성이 미약하게 반웅했기 때 문이다.
즉 엘린에게는 나를 죽이겠다는 마 음이 있다는 뜻이다.
엘린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내 입장에서는 그 원인을 알아야 한다.
“너 나한테 무슨 불만이나 악감정 있냐?”
“아니, 진짜로 그런 거 없어.”
엘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행동을 보아하니 거짓으로 하는 말 처럼 들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말투이다.
그 모습을 보자 내 머릿속에 대략 적인 상황이 그려졌다.
룬의 서.
그리고 한세진의 명령.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겠네. 미리 대비를 해야겠는데.”
작게 중얼거리자 엘린이 반응했다.
“너 방금 뭐라 했냐?”
“몰라도 돼.”
“아, 뭔데. 말을 해.”
그 반응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웅, 나도 말 안 해줘.”
“아씨, 진짜!”
엘린이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다시 길을
걸었다. 엘린이 다시 바짝 내 뒤를 쫓아 어깨를 잡았지만 쳐내고는 다 시 갈 길을 걸었다.
그러자 뒤에서 엘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씨! 야! 멈춰!”
그러고는 옷깃을 걷더니 오른팔에 그려진 마법진을 발동했다.
우우웅!
동시에 내 발밑으로 보조계, 속박 마법진이 떠올랐다.
이미 만들어진 문신 마법진으로 구 현한 마법이라 그런지 내 발은 순식 간에 돌처럼 굳었다.
“아까 뭐 말하려 했냐고.”
내가 꼼짝없이 가만히 있자 엘린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내 쪽으로 걸 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 었다.
“……진짜 귀찮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닥에 손 을 짚어 마력을 주입했다.
우우웅!
번쩍!
2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아 내 발 을 묶던 마법진이 사라졌다.
“……어? 어엉?”
엘린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나를 바 라보았다.
“뭐, 뭐야. 방금?”
“귀찮게 좀 하지마라.”
나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갈 길을 걸었다.
“자, 잠깐. 야! 이거 뭐야! 가지마 아!”
엘린을 따돌린 나는 JWK의 일 몇 가지를 마치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 야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응애!”
그레텔이 평소와 같이 밝은 미소로 나를 반겼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레텔 의 딱딱한 둥을 쓰다듬었다.
“그레텔, 집 청소해놓으라고 한 거 잘해놨어?”
“웅애.”
그레텔이 자신 있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거실의 바닥을 내려보자 번쩍 번쩍 빛이 난다. 시킨 대로 일을 잘 처리한 모양이다.
“오. 엄청 깨끗하게 청소해놨네? 수고했어〜 이거는 오늘 일당.”
오는 길에 사두었던 피자를 아공간 에서 꺼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 노동력 착취’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4,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엉?”
이건 뭐야?
노동력 착취? 말이 조금 심한 거 아닌가?
포인트 획득해서 기분이 좋기는 하 다만.
“그레텔 피자 먹으니 좋지? 막 보
람차고 좋지?”
“웅애!”
저 봐 좋아하잖아. 무슨 착취야.
[‘가스라이팅’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렇게 황당해하는 얼굴로 메시지 를 보고 있던 그때.
다시 한번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유 포인트가 350,000을 넘어섰 습니다!]
『포인트 저축왕’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일주일간 ‘비밀의 할인 상점’이 열립니다!]
“……이건 또 뭐야. 비밀의 할인 상점?”
나는 눈을 깜빡이며 메시지를 바라 보았다.
오랜만에 특별 할인이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르다. 앞에 ‘비밀’이 붙었다.
[비밀의 할인 상점에 오신 것을 환 영합니다.]
[포인트 상점에서 팔지 않는 특별 한 상품을 일주일간 판매합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 절대로 놓치지 마세요!]
뭔가 요란한데.”
나는 비밀의 할인 상점을 살펴보았 다.
[일주일간 판매하는 특별한 물품!]
[현재 구매 가능 목록 - 50개]
[30% 종합 할인 쿠폰으???) -
100,000포인트]
[최고급 무제한 아공간 포켓(으??)
_ 50,000포인트]
[최상급 숙련의 물약(???) -
100,000포인트]
아니, 이게 뭐야.”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