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6화 (295/535)

296화

나를 찾아온 학생들을 모두 처치하 며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나는 아직 가상 세계에 남아 있다.

‘정글 멸망전’의 평가 기준은 최종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닌 8시간 동 안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획득했느 냐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남은 7시간 동안 나 는 이 가상 세계에서 보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고문이나 다름없다.

나는 시간을 때울 겸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방금 전투로 획득한 메시지 기록을 확인했다.

[다수의 인간을 상대로 대승을 거 두었습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6% 상승합니다.]

[술식 이해력(C)의 숙련도가 28% 상승합니다.]

[‘일인 군단’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8,000포인트를 획득합니

다.]

[‘비행 전투’ 업적을 달성했습니

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호.”

11,000포인트와 마력 제어술의 숙 련도가 소폭 상승했다.

그리고 술식 이해력은 무려 28%

나상숭.

아직 C등급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 지 엄청난 폭의 상승을 얻어냈다.

이대로라면 금방 B등급에 오를지 도 모르겠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였기에 입가 에 미소가 자동으로 지어졌다.

역시 학교 시험만큼 포인트 벌이가 잘 되는 환경이 없다.

“……그나저나 남은 시간 동안 뭐 하냐.”

시험 종료까지 약 7시간 10분.

이 긴 시간 동안 가상 세계에 홀

로 남아야 한다.

주변이 확 트인 넓은 자연 공간이 었지만 혼자 남았다는 생각에 독방 에 갇힌 기분이 든다.

과장하자면 숨 막힌다.

“신영준올 살려줄 걸 그랬나.”

배신의 위험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래도 말동무는 해줬을 텐데.

아니면 김충범이라도 살아있었더라 면.

……시험이 너무 시시하게 끝나도 문제가 있구만.

“쯧.”

혀를 한번 차고는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서는 시험에서 획득한 포인 트를 확인했다.

[획득 포인트 : 4,920]

4,920포인트.

압도적인 숫자이다. 이미 1등을 확 정 지었기에 사냥이라던가 탐험 같 은 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꼬르륵.

그때 배에서 허기진 소리가 들려왔다.

“……배부터 채울까.”

기말시험이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 난 지금.

B조 경기장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화면 너머에서는 김선우의 모습만 이 송출되고 있었다.

시험 시작 40분 만에 김선우가 모

든 학생들을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어이가 없군.”

그리고 김덕현은 방금 본 김선우의 전투를 떠올리며 아직도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에게 여러 의문을 남긴 김선우 의 활약이 기대를 한참 넘어섰기 때 문이다.

무려 흔자서 60명에 가까운 학생 을 처치했다.

그것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묘기와 같은 전투를 선보이며.

“시험 시작한 지 한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상황이 다 끝나버렸네요.”

정현수 역시 김선우의 활약에 황당 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스마트 폰의 화면을 톡톡 누르더니 김덕현에게 보였다.

“A조는 아직 55명이나 생존해 있 다네요.”

“저게 정상적인 흐름이지. 8시간 동안 치루라고 만든 시험을 한 시간 도 안 돼서 끝내는 게 어디 있냐?”

“……쟤는 그냥 물건이네요.”

정현수는 다시 김선우가 보이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마법사를 만나왔

지만, 김선우와 같은 케이스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저 성장세를 쭉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10년.

아니, 5년 이내에 세계를 뒤집어버 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런 재능을 가진 학생은 협회에서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저런 재능을 가진 자가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면 제2의 진천우가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 다.

“저건 단순히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전투 센스, 마력 제어 능력, 술식 이해력까지.

김선우의 능력은 언제나 예상을 뛰 어넘었고 상식을 초월했다.

오늘 또한, 그가 알지 못했던 김선 우의 새로운 능력을 알게 되었다.

마력이 다 떨어졌다고 생각한 순 간, 김선우의 전투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힘을 분배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숨기고 있던 걸까?’

만약 힘을 숨기고 있던 거라면.

김선우의 진짜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러면서 다시 화면 너머의 김선우 를 바라봤다.

김선우는 정글에서식하는 소 한 마리를 잡아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요리 실력도 괜찮은 것인지 고기 위에 온갖 토핑을 올려놓는데 뚝뚝 떨어지는 육즙은 군침을 돌게 만들 정도였다.

먹방이 따로 없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등장했을 까…… 저 정도 능력을 갖췄으면 분

명 뒷배경이 있을 텐데 말이야.”

김덕현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김진 철 회장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슷한 구석이 많 은 것 같다.

세간에는 이서준보고 역대급 천재 라 칭송하고 있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괴물인 인간을 꼽으라 하면 열 에 아홉은 김진철 회장을 꼽을 테니 까.

그때 화면 너머의 김선우가 식사를 마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무엇을 하려나 주의 깊게 그 를 관찰했다.

김선우는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정 글의 나뭇잎을 모아 바닥에 쌓기 시 작했다.

그러고는 털썩 나뭇잎 위에 드러눕 더니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덕현은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 어났다.

“돌아가자.”

“네?”

“B조 시험 이미 다 끝났는데 7시 간 내내 잠자는 거 보고 있으려고?”

“그렇긴 하네요. 먹방에 이어서 잠 방을 보는 건 좀 아니긴 하죠.”

정현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김덕현은 맞은편 자리에서 익 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유아연?”

불의 마녀 유아연.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

그녀의 동생인 유아라는 A조에 속 해 있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순 간 의문이 들었다.

“김선우를 보러 온 건가?”

“유아연 선배님 있어요? 어디요?”

정현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자 김덕현이 눈을 찌푸렸다.

“걔가 왜 네 선배야? 같은 특무팀 도 아닌데.”

“에이, 그래도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죠.”

유아연은 과거 특무팀 소속으로 정 현수의 선배였다.

하지만 몇몇 사건을 겪고 난 뒤 뜻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유아연은 독립을 선언했다.

김덕현 다음으로 많은 활약을 보이 던 그녀였기에 특무팀에서는 아직도 그녀의 퇴사를 많이 아쉬워하고 있

“……쟤가 남한테 쉽게 관심을 갖 는 타입은 아닌데.”

유아연과 김선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가?

그때 유아연도 자리에서 일어나더 니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이에 맞춰 다른 참관인들도 하나둘 씩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자.”

7시간이 흘러.

[‘정글 멸망전’이 끝났습니다!]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에게는 최 종 습득 포인트의 50%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악인 투표로 지목된 ‘김선우’님에 게는 특별 보상으로 최종 습득 포인 트의 50%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마법사관학교 기말시험, ‘정글 멸 망전’이 끝이 났다.

끝까지 살아남았기에 50%의 포인

트를 추가 획득했다.

거기다 이번 시험의 숨겨진 룰.

악인 투표로 지목된 사람에게는 50%의 포인트가 추가 획득된다. 역 시 적용되었다.

순위 결과는 곧바로 공개되었다.

[최종 순위 결과]

1위. 김선우 - 9,840포인트

2위. 신영준 - 210포인트

3우I 정정원 - 120포인트

4위. 양충범 - 90포인트

“허……

공개된 포인트를 보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2등과 포인트 차이가 무려 50배이 다.

마법사관학교 역사상 이런 점수 차

이가 있었을까 싶다.

이거 너무 오바해 버린 건 아닌가 조금 걱정도 드네.

[‘숭자 독식’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활약에 경 외를 느낍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그래도 갑작스레 획득한 업적과 포 인트를 보자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 졌다.

포인트 획득은 아주 공정하다. 활 약한 만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리고 나를 향한 사람들의 기대감 이 커질수록 포인트 획득의 난이도 도 힘들어지기에 앞으로 사람들의 기대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큰 활약을 해야겠지.

우우웅. 번쩍!

새하얀 빛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

주변을 둘러보니 B조 경기장 내부 에 있었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때 이름 모르는 남교사가 나를 반겼다.

“선우 학생! 1등 축하드립니다. 활 약 잘 봤어요! A조의 이서준보다도 2배 높은 점수에요!”

“A조는 이서준이 1둥인가요?”

“넵! 4,980포인트로 1등입니다.”

“그럼 2둥은 유아라?”

“그렇죠. 유아라 학생은 1,420포인

트라고 합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A조는 딱 예상했던 순위대로 나왔다. 이서준이 1등. 그리고 만년 2등 인 유아라.

그리고 이 정도 점수 차라면 이번 시험에서는 내가 종합 1위를 차지하 지 않을까 싶다.

이서준이 꽤 분해하겠는데.

그때 교사는 나를 보며 눈을 빛내 더니 물었다.

“선우 학생, 궁금한 게 있는데 하 나 물어도 될까요?”

“......아, 예.”

“마나가 바닥났던 상황에서 마나가 확 차올랐었잖아요? 방심을 유도하 기 위해 일부러 연기한 거 맞죠?”

“네?”

“분명 마나가 바닥났다고 생각했었 는데 갑자기 마나량이 폭주했잖아 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돼서요.”

아무래도 대자연의 심장과 투쟁심 을 사용하던 때를 말하는 모양이다.

“그건......

나는 말끝을 흐렸다.

나름 내 필살기 중 하나인데 자세

한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홈홈. 비밀입니다.”

“하하. 역시 그렇겠죠? 마법사에게 이런 질문은 실례인데 말이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출구는 이쪽입니다.”

교사의 안내에 따라 나는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8시간이나 지나서 그런지 밖은 어 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지금 시각은 오후 10시.

시험 시간이 길어 피곤함이 느껴질 법도 했지만, 오히려 내내 잠을 자 서 그런지 아주 개운한 상태였다.

그렇게 경기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건너편 A조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A조도 방금 시험이 끝났는지 출구 에서 우르르 참관인들이 나오고 있었다.

“선배님!”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뒤를 돌자 최서윤이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오늘 활약 잘 봤어요. 1등 축하드

려요!”

최서윤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역시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 었다.

“그래, 고맙다.”

“그리고 오늘 선배님 활약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특히 공중 위에서 폭우 마법을 사용 하실 때요. 그거 보니까 저도 여러 가지 마법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 요. 고지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게 됐고……

최서윤이 사뭇 진지해진 얼굴로 중 얼거리더니 자신이 떠올린 마법의

아이디어를 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충 요약하자면 자신의 발밑에 얼 음 기둥을 구현하여 고지에서 이점 을 얻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였다.

이론이 너무 이상적인 감이 없잖아 있지만, 마법을 연구하려는 마음가 짐 자체는 칭찬할만하다.

“괜찮은 거 같은데? 다만 마나 소 모가 상당할 거 같아서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 게 중요하겠네.”

“흐음. 그럴까요? 역시 너무 이론 적인 이야기였나?”

“마도구 같은 걸 이용하면 좀 해결

될 거 같은데.”

“오. 그거 좋네요.”

최서윤이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때, 우우웅. 소리와 함께 스마트 학생 수첩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나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활약 잘 봤어. 1등 축하해]

[그리고 조만간 한번 보자. 김창현 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걸 발견했 거든.]

“......어?”

의외의 사람에게 온 메시지였다.

유아연.

보아하니 내 시험을 참관했던 모양 이다.

내 반응을 본 최서윤이 의구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스마트 학생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참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레 릴리 로즈가 떠올랐다.

신영준의 말에 의하면 릴리 로즈도 참관하러 왔다고 들었었는데.

“혹시 오늘 B조 시험 참관한 사람 들 기억해?”

내가 모르는 다른 참관인들이 있나 싶어서 물었다.

최서윤은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보다 많이 왔던데요?”

“누구?”

“릴리 로즈랑 다리아랑…… 불의

마녀랑…… 김덕현 마법사님도 왔 고…… 유명 길드 사람도 몇 명 찾 아왔었어요.”

다리아랑 김덕현도 왔구나.

왠지 명성 포인트가 평소보다 잘 오르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네.

근데 얘네들은 원작에서 이서준 시 험을 참관했었는데…….

흐음. 나의 개입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근데 다들 한 시간만 보고 돌아갔 어요. 선배님 쭉 주무셨잖아요. 승아 도 못 버티겠다고 가버리더라고요.

결국 저 혼자 남았다니까요?”

«

그 말을 듣자 작은 의문이 피어올 랐다.

그녀의 말대로 오늘 치러진 시험 중 한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쭉 잠 들어 있었기에 볼거리가 없었을 텐 데.

“……너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참 관했냐?”

내 물음에 최서윤이 눈을 깜빡였다. 내 물음에 담긴 뜻을 눈치챈 것이다.

“……어, 그게.”

그렇게 갈등하던 최서윤이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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