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5화 (294/535)

295화

속박마법을 풀어낸 뒤, 내게 남은 마력을 점검했다.

30분 넘게 쉬지 않고 전투했더니 슬슬 마나가 바닥을 보이려 하고 있 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게 기적이기는 하다.

만약 [비현실의 가히가 없었더라 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지.

“......흐음.”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남은 숫자는 대략 30명.

대자연의 축복과 투쟁심을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아까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 는 신영준이다.

슬슬 얘도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됐 는데, 어디서 뭐 하는 거지?

“후우.”...

천천히 숨을 내쉬고는 나를 둥글게 둘러싼 이들을 바라보았다.

나를 향한 이들의 시선에는 황당함 과 경악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마치 시내에 출현한 재앙급 마수를 바라보듯.

감히 대적할 수 없는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눈빛이었다.

특히 속박마법을 시전했던 정민우 의 표정이 그러했다.

평생을 갈고 닦아온 마법이 단순한 실패가 아닌, 2초 만에 완벽하게 파 훼 되었으니 충격이 크겠지.

“……야. 정민우. 너 속박마법 제대 로 쓴 거 맞아?”

그때 정민우의 옆에서 있던 한 여학생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제대로 썼어. 아까 발 묶인 거 못 봤어?”

“아니, 그러면 어떻게 저리 쉽게 풀어내는 건데?”

“몰라. 나도 이해가 안 된다고

정민우가 허탈해하는 목소리로 중 얼거렸다.

나는 여유를 가장한 채 주변 분위 기를 살폈다.

노린 건 아니었지만 방금의 속박마 법 해제로 녀석들의 기세가 크게 꺾 인 모양이다.

기세는 전투의 숭패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어찌 됐든 내게 좋은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나 회복할 시간 좀 끌 겸 이 분위기를 이용해 볼까.

[잠재개성, ‘과몰입’이 발동합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피식 미소를 지 었다.

마치 이것밖에 안 되냐는 듯, 오만 해 보일 수 있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너희를

상대하는 건 별거 아니라는 듯, ‘공 포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오른손 위에 무속성 구체 를 구현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달라진 분위기에 녀석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둣 뒷걸음질했다.

과몰입의 효과로 아마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겠지.

“야…… 저거 우리랑 같은 학년 맞 아?”

“아씨, 몰라. 이서준도 저 정도는 아닐 거 같은데.”

“씁,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그렇게 모두가 불안에 떨던 그때.

“야, 야야! 한 명이잖아. 왜 쫄고 있는 거야?!”

이름 모르는 근육질의 남학생이 용 기 있게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숫자도 더 많은데 먼저 공 격하……

파앙!

내 손 위의 마법이 녀석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콰아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그대로 사 라졌다.

“..!”

어디선가 들려오는 숨을 참는 소 리.

사실 이번 공격에는 놈들에게 확실 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평소보 다 많은 마나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치하는 지금, 내 마나는 그 누구도 모르게 서서히 회 복되고 있다.

참고로 나에게는 온갖 회복 효과가 있기에, 굳이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 하지 않더라도 남들보다 마나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른 편이다.

나는 그들을 향해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들어. 지금이라도 내게 항복하 는 녀석에게는 최소한의 순위는 보 장해줄게.”

“......뭐?”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 항복하지 않으면 바 로 여기서 탈락이야. 특히 먼저 나 한테 달려드는 놈부터 탈락 시킬 거 니까 알아둬.”

내 말에 학생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쩌지?”

“지금이라도 항복할까? 최하위 성

적은 피해야 하는데……

과몰입의 효과 덕인지 녀석들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딱 10초 줄게. 10, 9, 8……

바로 그때.

둥 뒤에서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동시에 발동 되는 [살기 감지].

이번 시험에서 느껴본 마력 중 가 장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뒤로 돈 나는 모든 마력을 동원하여 장막을 펼쳐냈다.

그리고 눈 부신 빛과 함께 내 몸 에 강한 충격이 밀려왔다.

콰아아앙一!

강력한 마력을 머금은 장창이 장막 중앙에 박혀 있었다.

동시에 장막이 크게 흔들리며 내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아냈지만, 마력이 담긴 장창의 힘은 멈출 생각 을 하지 않았다.

마치 장막을 뚫으려는 듯 계속해서

장막을 밀어냈다.

쩌적, 쩌저적…….

장막의 중심에 점차 금이 가기 시 작했다. 창이 만들어낸 힘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큭!”

무슨 힘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힘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는 바닥을 보이는 내 마력을 쥐어 짜내었다.

그렇게 3초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까. 남아있던 마력도 완전히 동이나 버렸다.

창을 막아내던 장막은 불안하게 떨 리기 시작했고, 창끝에서 뿜어져 오 는 방대한 마력 에너지를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장막은 깨진 유리창처럼 사라 졌다.

후우웅!

운이 좋게도 창 역시 힘을 잃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만약 창에 담긴 힘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정말로 위험했을지 모르 는 상황이었다.

나는 창이 날아왔던 방향으로 시선 을 돌렸다.

마법사관학교에서 이런 투창 공격 을 할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밖에 없다.

“……신영준.”

내 부름에 멀리서 신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

손을 뻗자 바닥에 떨어진 장창이 신영준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대부분의 투창 아이템들이 지닌 ‘주인 설정’ 효과였다.

“역시 김선우. 이걸 막아내네. 나름

필살기 였는데.”

신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방금 공격은 필살기라고 불 릴 만큼의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있었다.

‘투창’ 마법 자체가 매개물이 있어 웬만한 발현계 마법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의 모두가 신영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신영준?”

신영준은 주위의 모두를 둘러보더 니 말했다.

“다들 봤지? 방금 장막 무너진 거. 쟤 방금 마나 다 썼다.”

마치 한 팀이라도 되는 듯한 뉘앙 스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황당함 을 느꼈다.

“너도 한패였냐?”

“나도 시험 중 뒤늦게 알게 된 거 라 한패까지는 아니고, 뜻이 맞아서 임시 동맹을 맺게 되었다고 할까.”

신영준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종합 순위도 하나밖에 차 이가 안 나는데, 3위를 쉽게 빼앗기

고 싶지는 않거든.”

나는 신영준을 바라보며 착잡함을 느꼈다.

신영준이 끼어듦으로써 난이도가 극상승했다.

그때 주변에서 다시 소란이 일었다.

“근데 김선우 마나 다 썼다는 게 사실이야?”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신영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

“어, 아까 장막 무너진 거 봤잖아.”

“하긴, 쟤 30분 넘게 전투만 치렀 잖아. 마나가 바닥날 때가 되기도 했지.”

“와. 30분도 근데 엄청 긴 거 아닌 가? 지치질 않길래 어느 순간 마나 무한인 줄 착각했네.”

그들의 말대로 장막 마법을 끝으로 모든 마나를 사용해버렸다.

지금의 나는 작은 마법 구체 하나 도 만들 힘이 없다.

그때 신영준이 창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럼 김선우, 종합 3등은 다음에 노려라. 가자!”

그 말과 동시에 모두가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원형이 점차 좁혀지고 도망칠 틈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오히려 내 가 원하던 상황이었다.

나는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했다.

두근!

바닥났던 마나가 빠르게 회복되었

그때 나를 향해 창을 찔러오는 신 영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창끝.

창은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레이저 처럼 쏘아졌다.

나는 마력을 끌어모아 원형의 장막 을 펼쳤다.

파앙一!

동그란 장막이 넓게 펼쳐지자 나를 향해 좁혀지던 원형의 군세가 흐트

그렇게 무너지는 군세 사이에서 신 영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창끝으 로 장막을 막아내었다.

“……뭐야? 아까 마나를 다 쓴 게 분명했는데.”

신영준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 며 장막을 창끝으로 밀어내며 막아 냈다.

역시 힘 하나만큼은 무식하게 강한 녀석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투쟁심을 발동 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투쟁심과 비현실의 가호가 주는 효 과가 겹치며 몸 안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힘.

모든 능력치가 60%나 상승했기에 마치 내 몸이 내 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창끝에서 느껴지는 힘 또한 아까와는 다르게 충분히 해볼 만하 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장막을 이용해 신영준을 완전 히 밀어붙였다.

“큭!”

결국 신영준은 장막에 밀리며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발끝에 마력을 집중 했다. 그리고 점프하자 바닥이 움푹 페이며 내 몸이 로켓처럼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후우웅!

원형으로 둘러싸인 녀석들은 나를 올려보았다.

“……쟤 뭐야? 아까 마나 다 썼다

며?”

“어째 아까보다 마나가 더 넘치는 거 같은데……?"

“저거 진짜 뭐 하는 놈이야?”

나는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마법 을 구현했다.

투쟁심과 대자연의 심장을 사용한 지금.

3분이 지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빠르게 끝내야 한다.

나는 지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내 둥 뒤로 수많은 무속성

구체가 구현되었다.

그리고 마력의 폭우를 쏘아내듯, 지상을 향해 마법을 폭격했다.

파앙! 파앙! 파앙! 파앙!

마법은 마치 기관총에 발사되는 총 알처럼 지상을 향해 마구잡이로 쏘 아졌다.

“끄아악!”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

내 공격에 녀석들의 숫자가 줄어들 고 있었다.

“끄아악!”

“버텨! 이제 곧 지상으로 내려온 다!”

“내려오면 그때 공격해!”

녀석들은 뒤늦게 장막을 펼치며 내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마나가 거의 무한한 상태인 나였기에 장막을 향해 마법을 멈추 지 않고 쏘아냈다.

그렇게 공격이 이어지자 녀석들도 버티는 것이 힘든지 장막의 형태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였다.

다시 마력을 집중해 폭격을 시작하 려 했다.

바로 그때, 공중에 떠올랐던 몸이 힘을 잃더니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 기 시작했다.

“어? 내려온다!”

“속박마법 준비해!”

보조계 마법사들의 손 위로 마법진 이 구현되었다.

하지만 녀석들의 계획대로 움직여 줄 생각은 없다.

나는 에어워크를 발동했다.

그리고 공중을 밟으며 다시 한번 크게 하늘 위로 도약했다.

그러자 몇몇 학생이 황망해 하는 얼굴로 나를 올려보았다.

“……저, 저거 뭐야?! 방금 공중 밟고 점프 한 거야?”

“와. 쟤는 하다 하다 하늘도 날아

다니네.”

다시 공중에 떠오른 나는 지상을 내려보았다.

시험해보고 싶은 기술이 있었는데 마침 지금 사용하기 알맞은 상황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끌어 모았다. 동시에 내 손바닥 앞으로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그리고 안에 정보를 담았다.

좌표, 속성, 범위…….

그때 내 밑으로 마법진 하나가 생 성되더니 무속성 구체가 지상을 향 해 떨어졌다.

콰아앙!

“끄아악!”

이어서 들려오는 비명.

이내 내 밑으로 마법진들이 중식하 둣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에어워크를 이용해 바 닥을 박차 다시금 하늘 위로 점프했다.

“미, 미친!”

“포, 폭우 마법이다!”

공중에 떠오른 내 밑에서 마법의 폭우가 지상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원래 적과 근접한 상황에서는 나까 지 피해입을 가능성이 있어 마력의 폭우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 지만, 지금처럼 공중에 떠오른 상태 라면 말이 달라진다.

파앙! 파앙! 파앙! 파앙!

그렇게 마력의 폭우가 지상을 폭격 하기 시작했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폭우는 지상 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아름다 움이 있었다.

“으아으]1”

비명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장막을 이용해 폭우를 막아 내려 하지만 아 까도 말했듯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8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메시지는 계속해서 떠올랐다.

어느덧 지상은 폭격이 일으킨 먼지 바람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 었다.

그렇게까지 되는 데에는 5초도 걸 리지 않았다.

마력의 폭우와 에어워크의 시간이 끝나고, 나는 지상으로 착지했다.

타악.

“후우……

그러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시야가 완전히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바람 마법을 이용해 눈앞의

먼지바람을 전부 치웠다.

휘이이잉!

지상은 완전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비명도 들리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 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김충범의 모습도 보이 지 않는다.

300포인트는 벌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폭우에 휩쓸리며 탈락한 모

양이다.

“……괜히 미안해지네.”

“크윽!”

그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자 어깨를 부여잡은 채 고 통스러워하는 신영준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혼자 남은 모양이다.

하지만 저 상태로는 전투를 이어나 가지 못할 것이다.

그때 신영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이서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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